촤르륵!
케실리온은 능숙한 솜씨로 주위를 경계하며 기운을 전신에 퍼뜨렸다. 짧은 기척이었지만 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위압감도 신경 쓰였다. 마치, 전신을 관찰하는 위압감. 말로 못할 정도로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암습? 도주?”
케실리온은 점점 흩어져가는 기척과 기운에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암습을 하는 준비이거나, 도주를 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까부터 여관 쪽에서 느껴지는 소란스러움에 케실리온은 급히 옷을 챙겨 입었다. 역시 움직이기 편한 복장이었다.
여관 밖의 거리로 나온 케실리온은 주변의 소란스러움에 여관 지붕위로 도약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듯 안력을 돋우며 사라져간 기척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리고 일단의 무리가 어디론가 급히 사라지는 것을 보였다.
다크 레이디(Dark Lady), 레나 칼리고
그란(Gran)영지의 영주성을 향해 은밀하게 움직이는 두 존재가 있었다. 검은색 로브로 가려진 틈 사이로 달빛이 비춰졌다. 창백하게 보이는 얼굴과 허리에 감겨져 있는 한 자루의 검과 단검이 뚜렷하게 비춰졌다.
건장한 두 사내 중 약간 키가 작은 로브의 사내는 허리에 한 소녀를 매달고 빠르게 영주성을 향해 뛰어갔다. 짙은 보랏빛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소녀였다. 가끔 신음을 토해내는 소녀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누구의 눈에도 띄어서는 안 된다.”
“예! 그럼 부탁드립니다.”
소녀를 붙잡고 있던 사내의 말에 호위를 하듯 경계하던 키가 큰 사내는 영주성 앞에 멈춰서며 주위에 흩어진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대로 자신의 발자국을 이용해 영주성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달빛에 비치는 두 사내의 얼굴에는 성공과 안도가 드리워져 있었다. 잠시 후 영주성으로 들어선 사내는 발 빠르게 은밀하게 영주성의 집무실로 향했다.
사사사삭!
영주성에서도 최상층에 도착한 검은 로브의 사내는 주위를 한번 힐끔 둘러보고는 천천히 집무실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도착했소. 보랏빛 머리카락에 10살 정도로 추정되는 소녀를…”
“잘했다. 크크큭!”
어두운 집무실의 구석진 곳에서 들려오는 음침한 목소리에 로브의 사내는 움찔 거리며 로브로 가려진 모자를 뒤로 젖혔다. 창가를 통해 들어온 달빛에 의해 사내의 얼굴은 어떤 때보다도 창백했으며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소녀를 납치해 왔으니 부디 영주님을 풀어주시오.”
“그래야지.”
어두운 구석에 있던 의문의 존재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복부와 가슴에 괴수의 형상을 띤 갑옷과 어깨를 시작으로 발목 부근 까지 내려오는 망토를 두른 존재는 어두운 곳에서도 보랏빛안광을 토해내고 있었다.
“나에게 다오!”
“…….”
사내는 떨리는 몸으로 소녀를 그 존재에게 넘겼다. 영주가 잡혀 있는 이상 그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영주는 멍한 눈빛으로 앞만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녀를 내려다보던 보랏빛 머리카락의 존재는 천천히 손을 뻗어 잠을 자듯 쓰러져 있는 소녀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댔다. 잠시 기염(氣焰)같은 기운이 주위를 맴돌더니 소녀의 몸속을 헤집다 밖으로 튀어나왔다.
“으음…”
놀랍게도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소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움직임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정면을 쳐다봤다. 어둠속에서도 보랏빛 안광을 토해내는 존재를 보는 순간 소녀는 당황한 듯 몸부림을 쳤다.
“놔! 이거 놔!”
“진정해라. 잡종! 누구 때문에 누추한 곳까지 발걸음 했다고 생각하나!”
무시무시한 살기가 집무실에 퍼졌다. 품에 안겨 있던 소녀는 설원의 얼음판에 홀로 있듯이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어야 했다. 눈빛과 몸에서 풍기는 살기, 은은히 풍겨오는 혈향에 소녀는 기어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서쪽의 주인께서 너를 기다린다. 레나 칼리고.”
“시, 싫어! 아직…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짝!
“닥쳐라. 잡종. 근본도 모르는 천한 하급 마족의 자식이 고귀한 핏줄인 주인의 양녀로 추앙된 것으로도 모자라. 중간계의 평화에 취해 허우적대는 꼴이라니!”
“흑… 흑흑!”
레나의 따귀를 올린 존재는 비웃듯이 어둠속에서 안광을 토해냈다. 그 차가운 눈빛만큼이나 시린 보랏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그 존재는 다시 입을 열었다.
“크크큭, 마룡 따위와 있었다지?”
“…….”
“끝까지 고집 부린다면, 마룡에게도 좋지 않을 거야. 소문을 보아하니, 북쪽의 왕이 그의 손에 의해 죽었다지? 그는 어리석었어. 반감된 힘으로도 모자라 본체를 가지고 중간계로 가다니.”
부들부들-
레나는 몸을 떨었다. 눈앞의 존재가 하는 말은 모든 것이 진담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마룡이라고 칭해지는 케실리온에게 피해가 생길까 봐 레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의 말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 기회를 주마. 적당하게 행동하고 마룡과 떨어져라. 앞으로 2일. 마룡이 이곳을 떠날 때 까지다. 나에 대한 것을 발설한다면…”
사악!
그의 온몸에서 뿜어진 살기는 오직 레나와 영주를 걱정하고 있는 기사에게로 뿜어졌다. 그들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으며, 대꾸할 수 없었다. 그저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잘 생각해라. 다크 레이디, 레나 칼리고…”
그는 원래부터 그곳에 없었다는 듯이 홀연히 사라졌다. 다만, 그의 말들이 그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될 뿐이었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무리를 보며 케실리온은 천천히 여관의 외곽 골목에 있는 존재에게 시선을 던졌다. 완벽한 은신이었지만 자취를 다 감추지 못했다. 욕탕을 빠져나오며 주위를 다 둘러봤기 때문에 둘을 찾아내는 것은 쉬웠다.
“거기서 뭐하는 거지?”
시온과 알파가 쭈뼛거리며 골목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케실리온이 있는 여관 지붕으로 뛰어올랐고 고개를 ‘푹’숙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알파! 상황보고해라.”
“그, 그게. 전 거부했지만 아가씨의 강압에 의해… 죄송합니다.”
케실리온은 엉뚱한 말을 하는 알파를 보며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시온을 쳐다봤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약간 누그러진 얼굴로 시온을 향해 다시 물었다.
“시온. 어떻게 된 일이냐.”
“미안! 내가 케실리온 목욕하는 거 훔쳐보자고 했어. 알파는 죄 없다.”
“누가 그거 물었나!? 왜 주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거지?”
케실리온의 말에 시온과 알파는 영문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욕탕 훔쳐보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그것에 대해 화가 나지 않은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알파! 주변 상황을 알아 와라.”
“옛!”
케실리온의 진지한 표정에 알파는 급히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알파가 알아보고 있는 동안 케실리온은 영지내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 영주성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병사들이 보였다. 완전 무장한 것을 보아 영지에서 무슨 일이 터진 것이 분명했다.
팟!
잠시 후 알파가 케실리온의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알파의 표정이 심히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납치된 것 같습니다.”
“…….”
“레나가 납치당한 것 같습니다. 전투의 흔적은 없었지만 침입의 흔적은 있습니다.”
“프린은?”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독에 중독된 듯합니다.”
알파의 보고에 케실리온은 프린이 있는 곳으로 발걸 음했다. 레나가 자고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침대를 중심으로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일정한 보폭과 가벼운 걸음으로 보아 육체를 단련한 자들이 분명했다.
최대한 흔적을 없애기 위해 창문으로 뛰어내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곳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는 것은 영지 내에게 벌어지는 일과 연관 있다고 판단한 케실리온이었다. 그리고 죽은 듯이 잠자고 있는 프린을 쳐다본 케실리온은 굳은 표정을 입을 열었다.
“방해물은 확실히 잠재웠군. 프린이 깨는 것을 막기 위해 미혼산(迷魂散)과 비슷한 독을 썼군. 시온. 프린을 깨워라.”
케실리온의 말에 시온은 머리를 끄덕이며 프린의 명문혈에 손을 가져다댔다. 잠시 후 주위를 휘감는 기운에 독기는 빠져나갔고 프린은 신음을 터뜨리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다크 레이디(Dark Lady), 레나 칼리고
케실리온의 지시는 정확했다. 독에 중독된 자의 명문혈에 불어넣는 것으로 해독작용을 빠르게 활성화할 수 있다. 또한, 시온의 응용력이 뛰어났기에 프린은 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으음-”
프린의 얼굴을 가리는 핑크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준 시온은 명문혈에서 손을 떼며 케실리온에게 머리를 끄덕였다. 해독이 완료되었다는 표시였다.
“알파! 병사들의 움직임과 흔적을 찾아라.”
“예! 보고는 어떻게…….”
“10분이다. 그 안에 찾을 수 있는 흔적의 끝을 찾도록.”
팟!
알파는 케실리온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2층 창문을 통해 몸을 밖으로 날렸다.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알파의 모습에 케실리온은 정신을 차린 프린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케실리온, 나도 찾아볼게.”
시온의 목소리에 케실리온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프린에게 시선을 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지?”
“다를 게 없었어. 우린 그저 주위의 소란스러움에…….”
프린은 케실리온의 물음에 잠시 그의 눈을 주시했다. 한 점의 떨림도 없었다. 처음부터 같이 있었던 프린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뜸을 들이던 프린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웅-”
“훗!”
프린은 옆 침대에서 잠꼬대를 하며 자고 있는 레나를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란델 아카데미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인연으로 지금까지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레나에게 감사하고 있는 프린이었다.
똑똑!
“응!?”
레나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던 프린은 갑자기 문밖에서 들리는 노크소리에 그곳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아무래도 룸서비스인 것 같았다. 하지만, 룸서비스를 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한 프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누가… 시켰지?”
프린은 약간 고민되는 표정으로 문 앞에 섰다. 오전과 오후의 늦은 시각까지 강행군을 했기에 레나와 프린은 지쳐 있는 상태였다. 딱히 생각할 겨를 도 없이 프린은 문고리를 잡으며 오른쪽으로 틀었다.
끼리릿!
기이한 소음을 터뜨리며 문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부르지 않았습니다.”
약간 열린 문틈을 향해 말한 프린은 예의 무표정한 얼굴을 하며 정면을 쳐다봤다. 그 순간 프린은 아찔한 기분과 함께 눈을 부릅떴다.
“!!!!!”
“부르지 않았지, 우리가 찾아왔을 뿐!”
스릉!
“보이겠지? 소리라도 지른다면…”
검은색 로브였다. 시야를 뒤덮을 정도의 장한이 문으로 들어서자 프린은 뒤로 넘어졌다. 진득하게 풍기는 살기로 보아 진심이었다. 자칫 소리라도 질렀다간 큰일 날 것 같았다. 하지만, 프린은 침착하게 검은색 로브의 존재가 보지 못하게 수인을 그리며 정령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우웅!
짧은 공명음이 터졌지만 로브의 존재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뭔가 찾기라도 하듯 방안을 수색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릴 뿐이다.
‘레나가 깨기라고 한다면 큰일이다. 분명 소리를 지른다면 목이 자릴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프린은 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정령 ‘마인더’를 불렀다. 일부러 마나의 공급을 약하게 했기 때문에 정령의 존재감은 희미했다. 하지만, 간단한 명령어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마나 운용법 역시 자주 읽는 정령에 관한 책에 수록되어 있었기에 프린으로 써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로브의 존재는 방심하고 있는지 등을 보이고 있었다.
“마인더, 웁-! 우웁!”
정령에게 명령을 내리려던 프린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속마음으로도 간단한 명령을 내릴 수 있었지만 입과 코를 막아버린 존재에 의해 프린은 조금씩 정신을 잃어갔다. 눈앞으로 보이는 하얀 천조가리에서 흰색 가루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단장, 뒤를 조심하셔야죠. 이 꼬마, 수상한 마나를 흘렸습니다.”
“확인이 우선이다. 다른 녀석들은?”
“여관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대로 흔적을 몇 개로 나눌 생각입니다. 저와 단장은 이대로 영주성…”
예의 로브를 걸치고 있던 존재는 급히 입을 막는 시늉을 했다. 아무래도 뒤늦게 프린을 제압한 상대가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말을 한 것 같았다.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말을 하지 마라. 아무리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곤 하나. 그 분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 될 말이다.”
“시정하겠습니다. 흠흠, 그곳으로 접근하여 단장께서는 그분에게 가시고 저는 그대로 흔적을 지우는 한편 교란하겠습니다. 그리고 일대를 경계지역으로…”
“됐다. 너에게 일임하겠다. 일이 잘못되면… 알고 있겠지?”
꿀꺽!
단장이라고 불린 사내의 말에 키가 약간 더 큰 사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 각 단원에게 지시를 내렸던 단장이다.
“…알고 있습니다. 죽어도 함구.”
프린은 가물거렸던 정신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져 버렸다. 정령은 이미 정령계로 역 소환 당한지 오래였으며 단장이라고 불린 사내의 손에 의해 레나는 프린과 같은 천조가리의 맛을 봐야 했다. 그렇게 프린의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대충 이해가 가는 상황이군. 귀찮게도 납치당한 상황이다.”
케실리온은 머리를 끄덕였다. 프린의 말과 이곳의 흔적이 그렇게 증명하고 있었다. 더 이상 이곳에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낀 케실리온은 알파와 시온이 이곳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10분이 지나갔고 시온과 알파가 도착했다.
팟!
두 명의 신형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고 시온과 알파가 말하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두 명의 말을 들어야 했지만 답은 하나였다.
“흔적은 영주성을 제외한 모든 일대에서 나타났습니다.”
“쿡, 크크큭. 녀석들이 실수했군.”
케실리온은 웃음을 터뜨렸다. 움직임으로 보아 프로라고 생각했건만 그것이 아니었다. 영주성으로 향하는 흔적을 지웠기는 지웠는데 너무 지워버렸다. 영주성을 제외한 모든 곳에 나타난 흔적이 말해주고 있었다.
“아마 그놈들은 바보일 겁니다. 영주성을 제외한 모든 곳에 흔적을 남기다니.”
“언니도 참. 녀석들도 생각해서 했을 건데 바보라니. 쿠쿡.”
시온과 알파는 웃음을 터뜨렸다. 두 명이서 큰 영지를 뒤졌다는 것도 놀라운데 10분 만에 흔적도 다 파악했으니 둘의 능력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뛰어났다.
“보아하니, 영주성이 답이군. 그곳으로 향한다.”
케실리온은 비록 귀찮다고 생각하는 일이었지만, 자신이 있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잔뜩 이맛살을 찌푸려 있는 상황이었다. 너무 안일하게 행동했다는 것에 약간의 반성도 들었다.
“잠깐!”
“뭐지?”
케실리온은 프린의 말에 창가에서 멈칫 거렸다. 뒤를 따르던 시온과 알파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가겠어.”
“…….”
케실리온은 무언의 긍정을 표하며 어둠이 깃든 밤하늘을 향해 몸을 날렸다. 오늘 따라 유난히 붉은 색 달 스칼렛이 붉게 보였다. 구름에 가려졌던 달은 순식간에 구름을 몰아내며 케실리온과 뒤를 따르는 여자들의 얼굴에 비춰졌다. 각자의 표정은 달랐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정이 안가는 꼬마였지만… 구해야겠죠?”
“…….”
알파의 말에 모두들 침묵을 지켰다. 각자 케실리온에게 배운 보법으로 영주성을 향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