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魔界)
마신이 만든 다른 세계, 중간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며 천계를 미워하는 존재들이 사는 곳이다. 타락과 마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곳은 언제나 배신이 존재하며 피와 살점이 튀는 전쟁터다.
양육강식의 법칙에 의해 최고의 지배자인 4대 마왕을 중심으로 마계는 흘러간다. 그 마왕조차 싸움을 피해갈 수 없다. 언제나 지존을 꿈꾸는 마족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렇기에 마왕은 최강이다.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으며 마계를 지배한다.
그 마왕조차 경건히 있어야 할 곳이 존재한다. 바로 ‘마황성’이다. 마계와 중간계를 이어주는 통로이며 결계가 되는 ‘다크 문(Dark moon)’이 있는 곳이다. 중간계에 있는 6신기의 힘으로 뚫을 수 있는 문. 그 문이 부서지는 순간 마계는 중간계로 움직일 것이다.
마황성에는 다른 문이 있다. 마계를 움직이는 다크 문과는 다르게 중간계의 흑마법사들이 마족과 계약을 함으로써 중간계로 향할 수 있게 만드는 ‘헬 게이트(Hell Gate)’가 존재한다. 때문에 마황성에서의 전투는 누구도 허락되지 않는다. 4대 마왕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그것은 4대 마왕의 이름아래 존재하는 유일한 마계의 법칙! 그 누구도 어길 수 없다.
북쪽의 아크리치 벨즈비트
남쪽의 데스로드 천마
서쪽의 키메라 킹 아케인
동쪽의 타락천사 루시페르
마계의 지배자이며 힘의 중심에 있는 그들에 의해 마계는 강자지존과 약육강식의 법칙에 의해 세계는 흘러간다. 약자는 죄요. 강자는 법이다. 불만이 있으면 전투를 하는 것으로 오해와 화해를 하는 마계. 그들은 진정한 전투 종족이다.
지금 마계는 그 법칙을 그대로 준수하고 있다. 최고의 강자였던 ‘북쪽의 마왕 벨즈비트’의 영토에 3대 마왕의 군대가 움직였다. 수많은 마족들이 서로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중심에 있는 마황성은 여전히 고고한 위상을 내뿜으며 마계의 전투를 감상하고 있었다.
“키에에에!”
콰콰쾅!
중간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없는 전투다. 손바닥만 한 마물이 순식간에 검은 빛을 뿜는 것과 동시에 주위의 모든 적들을 섬멸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서쪽의 마왕와 고위급의 마족만이 펼칠 수 있는 블로우(Blow)라는 기술이었다.
마기와 키워드에 반응해 자폭하는 키메라, 그 무시무시한 위력에 타 마족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 이미 북쪽의 마왕이 보유하고 있었던 성은 함락되었고 리치들의 라이프베슬을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크크크…… 이게 누군가. 동쪽 마왕 루시페르.”
“이 영토는 내가 가져야겠다. 아케인!”
검은색 로브를 걸치고 있던 리치를 밟아버린 동쪽의 마왕 루시페르는 잿빛 날개를 퍼덕이며 아케인의 앞에 섰다. 마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천사였지만, 마신의 꾐에 빠져 타락천사가 된 루시페르였다.
키키키키!
루시페르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케인은 음침한 웃음을 터뜨렸다. 입과 귀에서 꿈틀되는 키메라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뿜었지만 아케인의 귀에는 정답게 들리는 모양이다.
“시끄럽다. 아케인!”
스아아악!
루시페르의 잿빛 날개에서 깃털이 뿜어졌다. 동족의 마왕답게 깃털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케인을 스쳐지나간 깃털은 여지없이 수많은 키메라를 죽음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그 위력에 많은 마족들은 대치상태에 이르렀다.
“……루시페르. 저 버러지 들이 네 수하들인가?”
“순순히 포기해라. 아케인. 북쪽의 성은 내차지!”
키메라 킹 아케인이 루시페르의 뒤를 가리켰다. 순수혈통의 마족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동서남북을 통틀어 동쪽만이 유일하게 순수혈통 마족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무한 번식과 같은 서쪽의 키메라 킹과는 다르게 동쪽의 전력은 순혈계통의 마족들만이 존재한다.
수가 딸리는 상태지만 루시페르는 일말의 동요도 없다. 그 이유는 순혈일수록 강하기 때문이다. 키메라의 힘을 빌려 힘을 상승시킨 서쪽의 존재들과는 비교할 수없는 존재들이다.
“너희 잡종들과는 다르게 우리는 순혈 마족이다.”
“크크크. 천계의 잡종이…… 순혈을 논할 수 있겠느냐. 참고로 남쪽의 마왕은 인간이었다고. 너희 동쪽만이 순혈로 이루어진 존재. 한번 해보겠다는 것이냐.”
흠칫!
루시페르는 순간 흠칫 거렸다. 마계에서 유일하게 순수혈통의 마족들이 모여 있는 동쪽이다. 그만큼 자존심도 강하며 다른 마왕들과 마족들을 깔보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이 하나있다.
서북남의 마족들은 순혈에서 타 종족과의 교배와 실험을 통해 변한 자들로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그들은 마계에서 순수혈통으로 쳐주는 마족들이다. 만약 그들이 합심하고 동쪽을 공격한다면 속수무책일 것이다.
“순혈도 순혈 나름. 우리 키메라들은 강하다. 순순히 물러난다면 영토의 반을 주겠다.”
“남쪽의 마왕은?”
“그는 이런 걸 싫어하지. 오직 강함을 추구하는 존재. 이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케인과 루시페르는 서로 협상했다. 일정한 영토를 양분해 가지기로 한 것이다. 물론, 북쪽의 개가 남아 있었지만 그들은 수하들로 받아들여 부리기로 했다. 리치들이 의외로 도움 되는 존재였다.
둘은 각자의 마족을 물리며 동시에 북쪽의 마왕성에 입성했다. 수많은 리치들이 도열해 있었다. 북쪽 마왕의 왕좌가 눈앞에 보였다.
“크크크…….”
아케인은 서서히 보이는 왕좌에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 이런 영광을 누릴 것이란 말인가. 실질적인 마계의 지배자였던 벨즈비트의 죽음으로 자신에게도 무한의 영광이 눈앞에 드리웠다.
쾅!
마왕성의 문이 거칠게 젖혔다. 왕좌에 다가서고 있던 아케인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며 뒤를 돌아봤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아케인의 몸은 굳어졌다. 인간이었지만 마왕이 된 존재. 언제고 마계를 뒤집을 수 있는 존재가 서 있었다.
“나, 남쪽의 마왕! 왜!?”
“아케인! 약속이 틀리지 않은가! 남쪽의 마왕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하지 않았나.”
아케인과 루시페르는 얼굴을 구겼다. 남쪽에 처박혀 있던 존재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허리에 매달려 있는 검이 싸늘한 예기를 내뿜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공포를 조성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외모는 누구보다 뛰어났으며 준수했다. 기세와 들끓는 마기가 그를 두렵게 하고 있었다.
“내 놔라…….”
“뭘 말이냐. 설마 영토를 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닥쳐라. 하찮은 존재들아. 슬슬 지겨워 지고 있다. 쓸어버리기 전에 꺼져라.”
스르릉-
아케인의 말을 무시하며 천마는 검을 뽑아들었다. 너무나 찬란한 빛을 내뿜는 검이었다. 오른손에 검이 쥐어진 순간 들끓는 마기는 사라졌다. 또한, 천마가 검을 쥔 순간 왕좌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남쪽의 세력들이 들이닥쳤다. 모두 흑색의 갑옷을 걸친 데스 나이트였다.
“이곳에 최고의 데스 나이트가 있다고 들었다. 때문에 이곳은 내가 가진다.”
마왕성을 차지한 존재는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다. 힘이 곧 법이기 때문이다. 천마를 중심으로 몰아치고 있는 데스 나이트를 보며 아케인과 루시페르는 이를 갈며 각자의 성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전쟁은 무의미한 전쟁이었다. 남쪽 마왕의 등장으로 모두 물거품이 된 것이다.
“크으으…… 돌아간다.”
팟!
동쪽과 서쪽의 모든 존재들이 사라져 버렸다. 유일하게 남쪽의 세력이 남음으로써 북쪽의 땅은 남쪽의 것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마계의 법칙이다. 힘에 의해, 강함에 의해 이 세계는 흘러간다.
천마가 북쪽의 왕좌를 차지한 순간, 마계의 중앙에 있는 마황성에는 요란한 빛이 터졌다. ‘헬 게이트’가 빛을 뿜은 것이다. 중간계로 나가 있던 마족이 돌아왔다는 신호였다. 그 존재는 보라색 머리카락에 보라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옆구리에는 한 소녀가 매달려있었다.
“마계의 바람이 바뀌었다?”
휘이잉!
마계의 바람은 남쪽에서 북쪽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던 그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이 서쪽으로 향했다. 그는 서쪽의 마족, 키메라 킹의 수하였다.
서쪽의 마왕성
하늘에는 언제나 키메라들이 비명을 지르며 서로를 갉아 먹고 있었고, 지상에는 마물들과 키메라의 싸움이 언제나 벌어지고 있었다. 언제나 피가 튀고 살점이 흩날리는 곳이었지만 누구도 얼굴을 찌푸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것이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촤악!
한 마물이 키메라의 손에 반으로 갈라졌다. 그 흉흉한 기세에 힘입어 많은 마물을 베어 넘긴 그 키메라는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는 마족을 향해 살기를 내뿜었다. 이 기세라면 당당하게 서쪽의 마족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키메라는 강해질수록 고위급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하급 마족이 되는 순간 ‘폴리모프’라는 기술을 익혀 당당한 마족이 되는 것이다. 그 키메라 역시 하급 마족이 되기에 문제가 없었다. 오직 전투와 살인만이 궁극의 존재를 만들어 낼 뿐이었다.
“키키키키!”
보라색 머리카락의 마족을 향해 다가선 키메라는 손톱을 세웠다. 기운을 느껴 보건데 하급 마족이 분명했다. 그 하급 마족을 이겨 진정한 마족이 되리라!
운이 좋았던 것일까? 그 마족의 품에는 기운도 없는 마족이 안겨 있었다. 전투에서는 불필요 한 존재. 이것으로 승률은 상승했다.
스팟!
“키에!”
죽음의 기운을 내뿜은 키메라는 그 보라색 머리카락의 마족에게 손톱을 휘둘렀다. 거친 일갈과 함께 뿜어진 탁한 기운이 마족을 베어 넘길 것만 같았다.
“하찮은 녀석…… 상위 존재에게 덤비는 것은 죽음 뿐!”
“키에?”
키메라는 이해 할 수 없었다. 분명 베었다고 느꼈는데 멀쩡히 살아남아 뒤에서 키메라의 목덜미를 움켜쥐며 힘을 주고 있었다. 그 힘이 너무 강력해 키메라는 점점 창백해졌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에!”
꽈득!
순식간에 목이 터져나간 키메라는 명을 달리했다. 그 마족은 중간계로 나가 레나를 데려온 마족 중의 마족, 고위급의 마족이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키메라를 내려보는 것으로 분을 풀며 마왕의 왕좌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왕성에는 많은 마족이 살고 있다. 대부분 중급에서 상급에 이르기 까지 마왕에게 충성한 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서쪽에서 상당한 위치에 올라있는 존재들로 키메라들과 하급 마족들은 감히 올려다 볼 수없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저벅, 저벅-
“오, 오셨습니까. 레니스님”
“…… 누구지?”
“주, 중급 마족의……”
퍽!
레니스라고 불린 그는 레나를 힐끔 내려다보고는 중급 마족이라고 불린 녀석의 머리통을 깨부쉈다. 너무나 간단한 수법에 많은 마족들은 두려움에 찬 모습으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감히 중급 마족 따위가 나의 이름을 입에 올리다니.”
레니스는 무심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마왕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사라지자 많은 마족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멍청한 녀석이었어. 이제 막 중급에 들어선 녀석이라지?”
“상급 마족 분들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할 이름이건만. 쯧쯧”
그들은 혀를 차며 그의 죽음을 비웃었다. 그만큼 레니스라는 마족은 강했고 오만했다. 그렇게 레니스는 오랜만에 들어온 마왕성에서 한바탕 피바람을 일으키고 마왕의 존안을 뵈었다.
“서쪽의 지배자 아케인님을 뵈옵니다.”
“늦었군. 레니스…….”
“최대한 빨리 온 것입니다. 마왕이시여.”
“크크크.”
마왕은 레니스의 말에 웃음을 흘리며 힐끗 레니스의 품에 안겨 있는 레나를 쳐다봤다.
“오랜만에 보는 군. 반 마족…… 저 존재만 있으면 마황이 되는 것도 쉽겠지.”
“감축 드리옵니다. 이것으로 아케인님께서는 마황이 될 것이옵니다.”
두 존재는 마황이라는 이름을 거론했다. 그만큼 마계에서 중요시 되는 것이 마황이다.
“중간계의 6신기가 모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중간계의 크래센트의 말로는…….”
“그만! 이것으로 중간계를 지배할 자는 내가 될 것이야. 중간계 시간으로 5년, 마계 시간으로 15년 주겠다. 레나 칼리고를 강하게 키워라.”
“예.”
“반 마족의 특성상 어떤 일족의 기술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남쪽과 동쪽 녀석들의 기술도 익히게 해라.”
아케인과 레니스는 말없이 서로를 주시했다. 15년 안에 마계에는 어떤 사단이 일어날 것이다. 누가 마황이 되느냐에 따라 마계의 판도는 바뀐다.
남쪽의 데스로드 천마
서쪽의 키메라 킹 아케인
동쪽의 타락천사 루시페르
그들 중 하나는 마황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마황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반 마족이 서쪽의 마왕 아케인에게 있으니 가장 유력한 것은 서쪽일 것이다.
반 마족에게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마계에 존재하는 모든 힘을 이어받을 수 있는 존재. 하지만, 가장 약한 존재. 그 존재가 모든 힘을 받는 순간 마황은 선택될 것이다. 누가 먼저 ‘반 마족’을 취하느냐에 따라 판도는 바뀐다.
“내가 마황이 될 것이야! 크크크…… 건방진 천마 녀석.”
야망에 가득 찬 서쪽 마왕의 웃음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레니스의 눈은 차갑게 식어갔고 묘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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