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9화 (269/269)

 알파의 정신적 지주이며 육체적 주인인 케실리온은 현재 황성을 활보하고 있었다. 야음(夜陰)을 틈타 귀족들이 머무는 성으로 향한 것이다. 원래 ‘버그 프리드킨’이 머물고 있다고 예상되는 두 곳을 엄선해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영지가 서부에 있는 자였기에 아마 저택은 수도에 없을 것이다.

 녀석 정도의 인물이라면 수도에 저택하나 쯤은 소유하고 있을 테지만 의외로 녀석은 수도에서 활동하지 않았다. 아마 많은 이목을 피하기 위해 서부 쪽에서만 활동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또한 ‘카이룬 폰 류드릭’의 저택에 머무는 대담성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케실리온은 귀족들이 머무는 성으로 이동한 것이다.

 팟!

 “저곳이군.”

 케실리온은 발을 구르며 커다란 나무 위로 몸을 숨겼다. 희미하게 빛을 뿜어대고 있는 성이 보였다. 아마 지방에서 올라온 귀족들이 머무는 곳이 확실했다. 만일을 위해 배치된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제국의 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러나 케실리온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잠시 나무에서 동태를 살핀 케실리온은 나무를 박차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성의 지붕으로 올라선 것이다.

 뾰족한 지붕위에 있는 깃대를 잡은 케실리온은 펄럭이는 깃발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며 창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격공섭물(隔空攝物)의 수법으로 창문을 연 것이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몸을 날린 케실리온은 누구의 의심도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성의 내부는 고즈넉한 느낌마저 들었다. 오래된 고성이었던지 그 흔한 라이트(light) 마법이 걸린 마나석도 없었다. 보통 황성이라면 라이트 마법이 걸려 복도를 거닐면 저절로 불이 켜지는 방식을 고수했다.

 저벅-

 케실리온은 발을 내딛으며 일부러 발걸음을 만들어냈다. 횃불이 흔들리며 복도를 어둠으로 몰아넣었다. 희미하게 살아나는 불꽃 사이로 케실리온은 옅은 미소를 자아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귀족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고요한 성이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고른 숨결과 옅은 케실리온의 기척이 복도의 바닥을 진동시킬 뿐이었다. 한참을 걸어가던 케실리온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사라락-

 케실리온의 귓가에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 계단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워낙 희미한 소리였지만 케실리온의 청각을 피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약하게 들려오던 소리는 기운을 귀에 집중시키자 똑똑히 들려왔다.

 ‘벌레가 기어가는 소리?’

 케실리온이 들은 것은 벌레가 다리를 움직이며 내는 소리였다. 가끔 ‘사각사각’거리거나 ‘차라락’거리며 기척을 내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 같은 장소에 있었다면 아무런 소리도 못 들었을 것이다.

 케실리온은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신법을 전개하며 이동했다. 워낙 소리를 내지 않는 신법이었기 때문에 가끔 ‘탁탁’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게다가 바람이 복도를 관통해 불어왔기 때문에 케실리온이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바람도 상쇄되었다. 

 “끼익!”

 최상층에서 3층 정도 내려가자 예상대로 벌레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움직임이 이상했다. 마치 케실리온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주변을 맴돌며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뭔가에 이끌리듯 단단한 껍질을 좌우로 벌리기 시작했다.

 케실리온에게 보여주겠다는 듯이 날개를 꺼낸 녀석의 몸에서는 미약한 마기를 풍겨 내기 시작했다. 뻔 한 수작이었지만 케실리온은 벌레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뻔 하군. 날 끌어들일 생각이야.”

 파르르-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한 벌레는 복도에 있는 창문사이로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확인한 케실리온은 창문을 열어젖히고는 뒤따라갔다. 벌레는 순식간에 궁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했다. 

 황궁 내부에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 해봐야 폐쇄된 연무장이 전부였다. 결투가 끝난 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있었기 때문에 폐쇄된 곳이었다.  

 벌레는 연무장에 도착하자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대신 연무장 한 가운데 검은 색 정장을 입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녀석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옷자락 사이로 벌레가 기어 나오고 있었다.

 “3일 만인가요? 이렇게 뵙게 되니 유감입니다.”

 연회장에서 봤던 버그 프리드킨 후작이었다. 

 “…….”

 “정확히 소개하죠. 6성좌를 차지하고 있는 고독(蠱毒)의 벌민(Vermin)입니다. 퍼. 니. 쉬경…….”

 케실리온은 꿈틀거리는 벌레를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든 추기경은 인간이 아니군.”

 “하하하! 당신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마룡이시여.”

 벌민은 크게 웃으며 케실리온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심연 속으로 빨아 당길 것 같은 눈빛을 받자 약간 주춤 거린 녀석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달의 일족 싸움에서 손 떼십시오. 누구의 편에 서라는 것도 아닙니다. 방관만 하십시오.”

 벌민은 케실리온이 입을 열기도 전에 본론부터 꺼냈다.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케실리온은 잠자코 있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케실리온은 조소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습격.”

 “설마 그걸 도전으로 받아들이시진 않았겠지요?”

 “하찮은 파리하나로 인해 움직일 수도 있지.”

 케실리온의 말에 벌민은 돌연 입을 꾹 다물었다. 조금만 도발한다면 움직일 생각도 있다는 의미를 비춰왔기 때문이다. 눈알을 굴리며 생각하던 벌민은 조심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하하! 과민한 반응을 하시는 군요. 전부 당신을 불러내기 위해 했던 일입니다. 노여워 마시길…….”

 “날 화나게 하지마라.”

 “일단 제 이야기부터 들어 보시죠. 길지 않을 겁니다. 그때 가서 판단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케실리온의 반응에 벌민은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조심스럽게 본론으로 향할 이야기를 꺼냈다. 아군을 만들 수 없다면 죽이는 것이 상책이지만 케실리온은 죽이기도 껄끄러운 존재였다.

 “두 파벌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달의 일족을 대표하는 11인의 마족… 아니, 이제는 10인의 마족이군요. 그림자 족이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제 1 추기경인 크래센트(Crescent)와 제 2 추기경인 러그(Rough)님을 수장으로 두 파벌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케실리온도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대충 짐작해도 두 녀석이 수장으로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고작 그걸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요. 들어보십시오. 파벌이 나뉜 이유가 있습니다. 곧 중간계로 출범하는 마계 때문입니다. 이제 달의 일족이 가지는 입지는 적어질 테지요. 그것 때문에 마왕의 편에 서서 굽실거리며 사느냐. 달의 일족 중 하나를 마왕으로 끌어올려 동등한 위치로 서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케실리온은 녀석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설마하니 파벌이 나뉜 이유가 저런 시답잖은 이유였기 때문이다.

 “시답잖은 이유군.”

 “달의 일족에게는 중요합니다. 앞으로 있을 출범에서 얻을 땅과 일족의 부흥. 이것만 놓고 본다고 해도 달의 일족 중 하나를 마왕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중요합니다. 때문에 러그님이 마왕이 되어…….”

 스스슷!

 벌민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케실리온의 몸에서 뿜어지는 짙은 살기로부터 떨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조소어린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는 케실리온의 눈빛에서 죽음을 예감한 벌민은 급히 벌레를 퍼트리며 물러섰다.

 “방관도 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벌민의 입에서 반말이 튀어나왔다.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그에 반응하듯 케실리온은 더욱 짙은 살기를 뿜어댔다.

 “입지가 작아지든 많아지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난 그냥 너희 존재가 거슬릴 뿐이야.”

 간결한 대답이다. 이로써 케실리온은 모든 추기경과 적대적인 관계에 놓일 것이다. 방관적인 입장 따위는 없었다. 어차피 추기경들과는 담판을 지어야했다. 녀석이 케실리온을 건드린 순간부터 결과는 정해져있었다.

[공지6]

   

 안녕하세요. 고려입니다.

 추위로 몰아치던 바람은 어느새 시원한 바람을 몰고 세상을 정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5월에 닿아 있군요. 가정의 달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군 입대의 달이기도 합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군 입대가 코앞으로 다가왔군요. 쉽게 생각했던 군대가 막상 찾아오니 마음은 심란하고 우울하기도 합니다. 역시 긴장된다는 표현이 맞겠군요. 

 지금쯤 독자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있으신가요? 이미 시험이 끝나 쉬고 있는 분들도 있을 테고, 시험이 끝나지 않아 긴장의 세월을 보내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아무튼 모든 분들이 행하시는 일에 좋은 일만 일어났으면 좋겠네요.

 저는 지금 많이 남지 않은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다고 생각하네요. 빈둥빈둥 놀면서 컴퓨터로 게임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죠. 가끔 친구도 만나고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기는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게 군대 가는 자의 고뇌일 까요? 글 쓰는 것도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합니다. 꼭 흡수 마스터 완결 내고 가고 싶었지만 불가능하겠네요. 머릿속에 맴도는 스토리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완결은 수없이 생각했죠. 어떻게 끝내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서론이 길지만 흡수 마스터를 완결내지 못하는 아쉬움과 군대를 가야한다는 복잡한 심정에 공지를 띄웁니다. 

 2006년 11월에 시작했던 연재가 2008년에 까지 이르렀네요.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시간이었습니다. 솔직히 100편도 못 넘길 줄 알았습니다. 꿈도 크게도 출판을 꿈꿨죠. 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데 말이죠. 하하하!(웃음) 

 하지만 선호 작품 등록수가 1천을 넘어가고 3천을 넘기는 순간. 출판보다도 더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바로 독자여러분의 관심이었습니다. 오타도 지적하고, 어색한 문장. 설정 오류 등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전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자기 만족글로 시작해, 완벽한 소설을 쓰고 싶었던 작가 고려였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 연재는 아무래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겁니다. 이 자리를 빌려 밝히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수강, 양재석……. 현실에서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물론, 소설에 등장하지 않은 성기훈, 너도 가장 친한 친구다. 또한, 재석의 똘마니로 나왔지만 같은 반 친구였던 윤진수, 정명우. 너희들도 반의 분위기 메이커였다는 것만큼은 인정한다. 자랑스러운 사천 고등학교 동창들아. 소설 속에서 너희 좀 이상하게 썼다고 짜증부리지 마라. 내가 주인공 하니까. 어이없다는 듯이 웃던 양재석. 네가 최고다.

 작가 고려 프로필 :

 본명 : 조제현

 나이 : 21살

 중요사항 : 5월 20일 306 보충대로 GOGO

 저의 프로필로도 알 수 있듯이 이 소설 속에는 많은 숨겨진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1퍼센트의 진실과 99퍼센트의 거짓으로 이루어진 저의 흡수 마스터, 완결은 나지 않았지만 재미있으셨나요?

 등장인물의 대부분은 실존합니다. 1부에서 활약했던, 양재석, 이수강, 정명우, 윤진수, 특히 나! 조제현. 실존합니다. 1부를 배경으로 했던 경남지역, 진주, 사천도 존재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전원맨션도 실존합니다.

 많은 분들이 질문하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만오문은 있는가?  

없습니다.

만오문의 시조, 조송악은 있는가? 있습니다. 

이름만 약간 변경했습니다. 원래는 조송학입니다.

만오전서는 있는가?

있습니다.(내용은 무공이 아닙니다.)

 이 처럼 진실도 있으며, 거짓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수시로 인해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조금씩 쓰던 글이 이렇게 발전했습니다.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말이 횡설수설했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5월 20일 군대 가는 것과 그동안 비밀로 했던 소설 속 작은 진실이었습니다.(어떠셨나요? 아주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소설 주인공의 이름과 제 본명을 듣고 충격 받으신 분도 있을 겁니다. 이름만으로는 자기만족 소설이라고 해야겠네요. 하지만 처음의 의도만 그랬지 이후에는 저를 위한, 여러분을 위한 소설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주십시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써보겠습니다.

 언제나 흡수 마스터를 소중히 여기는…….

 작가 고려! 아니, 소설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조제현이 자취를 남깁니다.

PS. 5월 20일 같이 입대하는 친구 양재석. 앞으로도 잘 지내자. 만약 다음에도 소설을 쓰게 되면 네놈이 주인공이다.

2010년 4월 7일 제대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조아라 사이트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군 복무로 인해서 이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네요. 대단히 죄송하다고 생각 합니다. 2008년 5월 20일 부로 306보충대에 입대하여, 20사단 훈련소를 거쳐 20사단 공병대대로 부대를 배치 받았었습니다. 그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느라 글 쓰는 것은 물론, 읽기에도 소홀했습니다. 그간 많은 훈련을 거치면서,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제 전역 날이 2010년 4월 7일입니다.

 4월 7일이면 전역이기 때문에 그 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습작으로 돌려놓았던 제 소설을 연재 쪽으로 돌려놓으라는 부탁이 들어와서 이렇게 다시 올립니다. 앞으로 근 2달? 정도 남았는데 조금만 이해해 주십시오. 

 이상, 병장 조제현이었습니다. 아참, 혹시 20사단 소속이신 분 댓글 좀 남겨주세요. 모두 추운 날씨에 감기 걸리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모든 국군 장병여러분 군복무 열심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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