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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7화 (7/458)

7화 삶에서 깨어나는 것 (7)

<되는 대로 휘두르기>같은 경우는 레벨이 8이나 된다.

얼핏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이게 왜검 술이라고 표기되지 않겠는가?

이건 제대로 된 스킬이 아니다. 효율이 좋지 않다. 말 그대로<되는대로>휘두르는 수준.

다른 스킬도 마찬가지.

부실하게 막기. 적당히 구덩이 파기. 잡히는 대로 던지기.

모두 위력과 효용이 떨어진다.

스킬 레벨 업과 조합을 통해 제대로 된 스키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저런 스킬조차도 레벨 업을 하기 쉽지 않다.

스킬 경험을 쌓기가 힘들다. 스킬 경험은 저 행동으로 누군가를 공격해야 오른다. 처치해야 한다.

그래야 경험치가 오른다.

하지만 해골병사보다 약한 존재는 거의 없다.

뭘 하려고 해도 결국 상대만 레벨 업을 시켜 주기 마련.

그런 나에게.

제대로 된 스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몹시 매력적이다.

사실 단 검술보다 둔기 저항력이 실용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항력이 부족해 또다시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스킬을 한번 손에 넣어 보고 싶었다.

이전에는, 망치를 든 녀석에게 한방도 제대로 못 먹이질 않았나.

역시 공격 스킬을 갖고 싶다.

“2 번.”

[사망기념관 4번 특전. 단검술Lv.10을 획득합니다!]

선택하자마자.

글자가 저번처럼 스르르 연기로 변했다. 다시 연기가 움직여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

‘이런 느낌이구나.’

단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어떤 단검이라도 잘 다룰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갑자기 손이 허전해졌다. 단검을 쥐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다음으로 할 일.

남은 2포인트를 모두 민첩에 분배했다.

[민첩 18 -'、) 20]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이름: 없음]

[해골병사 Lv.l(38)]

[체력-29 힘-23 민첩-20 지혜-9]

[전투 스킬]

- 단검술 Lv.l0(new!)

- 되는 대로 휘두르기 Lv.8.

스킬 창이 변했다. 새로 생긴 단검술 Lv.10이 확인된다.

우습지만 조금 뿌듯한 기분.

앞길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 우르르릉! 광!

확인까지 마치고 나니 때맞춰 천둥이 울린다. 여자가 다가온다.

“망자 士者여! 내가 그대를 깨웠습니다! 내 말 들리시나요?”

다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보드랍고 촉촉한 갈색 눈동자.

강아지 같은 저 눈동자를 번번이 지켜 주지 못했다.

물론 내가 저 여자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벌써 두 번 실패했다.

한눈에 보아도 위험한 녀석들에게 여자가 유린당했다. 나도 몇 번이고 짓밟혀 부서졌다.

없던 오기도 생길 만한 환경이다.

용사들에게 난자당하던 서큐버스님이 생각나서라도, 이 인간 여자를 그대로 버릴 수가 없었다.

- 달그락.

나는 무덤에서 일어났다. 여자 가사 다리를 가지고 오기도 전이다.

“망자여! 이걸 타고. 어엇?”

“단검.”

여자에게 다짜고짜 말했다.

“히, 히익!”

- 철적.

루비아가 뒤로 넘어진다.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둘러야 한다. 배려해 줄 여유가 없다.

약한 나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빨리 주시오. 필요하니까.”

나는 막무가내로 다그친다. 기세에 밀린 걸까. 루비아는 단검을 놓다시피 내어줬다.

단검을 받고 등을 돌렸다. 길가를 바라봤다. 시간이 별로 없다.

“숨어 있으시오.”

“그, 그게 무슨.!”

그녀가 놀라서 숨을 들이킨다.

“저, 저는 루비아라고 하고. 당신을 소환했는데.

자기소개는 필요 없다. 그녀는 지금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면한 채 앞으로 걸어간다.

- 위이이이잉!

폭풍우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나뭇가지들. 그 가운데서 길고 단단해 보이는 녀석을 주웠다. 묘지를 정리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 ㅘ?}?]??]?.|

쏟아지는 폭우. 파헤쳐진 무덤들.

관과 유골들이 떠내려간다.

‘시체 두 구 정도는 새롭게 파묻어줘야 수지가 맞지.’

그 작업을 위한 사전 준비다.

- 달그락!

재빨리 수풀로 달려갔다. 기둥이 굵은 나무를 본다. 이 정도라면 적당하다. 나무 뒤에 숨는다.

말은 이 근처로 올 거다. 그때, 나뭇가지로 무릎을 후려칠 생각.

가파르고 미끄러운 산길.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지 올라온 말과 인간들.

어둠에는 적응했겠지.

하지만 매복까지 대비가 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놈들을 깜짝 놀라 날뛰는 말에서 떨어지게 만들 속셈.

비탈 아래로 굴러 떨어지면 제일 좋고. 어디 한군데 부러지기만 해도 훨씬 쉬운 싸움을 하게 된다.

- 쏴아아아.!

일찍 자리를 잡은 탓일까.

비만 퍼붓는다. 말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행히 루비아는 이쪽으로 오지 않고 있다.

‘내 말을 들은 걸까.’

조용히 기다린다.

곧 번개 칠 때가 되었다.

- 번쩍!

- 우르릉!

왔다.

“히히 힘!”

질척한 산길을 푸른 말이 달려오고 있었다.

앞서 오는 말. 그 위에는 석궁을 잡은 놈이 타고 있다.

하지만 타깃은 녀석이 아니다. 까다로운 놈부터 먼저 쳐야 한다.

‘나는 화살에 강하니까.’

인간들에게는 치명적이지만, 나는 석궁이 크게 두렵지 않다.

화살의 효용. 그건 살과 근육에 깊숙이 박힐 때 가장 커진다.

박힌 채로 화살촉을 방치할 수는 없다. 살이 썩어 들어간다.

달고 움직이는 것도 거추장스럽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화살*촉을 빼내려면, 칼로 살을 찢어야 한다. 상처 부위가 커진다.

고통이 심해진다. 피가 흐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살도 근육도 없다. 워낙 빈 공간이 많아 맞추기도 쉽지 않다.

‘석궁은 나중에 처리해도 돼.’

게다가 녀석은 약한 편이니까.

- 철퍽! 철퍽!

한 마리 말이 더 다가온다. 망치를 멘 놈이 타고 있다.

저놈이 목표다.

나를 부쉈던 녀석.

- 달그락!

몸을 튕기며 뛰쳐나갔다.

- 퍽!

망치가 탄 말을 힘차게 후려쳤다.

“히히 힘!”

말이 앞발을 치켜들며 울었다.

“뭐야?”

난데없이 얻어맞았다.

말은 놀라고 아파서 비틀거렸다.

망치를 든 녀석 역시 휘청거린다.

말이 계속 울부짖으며 마구 투레질을 한다. 가만히 놈을 바라본다.

‘안 떨어지나?’

- 훌쩍!

망치는 말에서 뛰어내렸다.

‘이런.’

말은 꽤 거세게 투레질을 했다. 웬만한 녀석이라면 분명 낙마했을 만큼. 하지만 놈은 어렵지 않게 뛰어내렸다.

마음의 대비도 없었을 터. 기마술이 웬만큼 뛰어나지 않으면 할 수없는 일.

생각보다 재주 있는 놈이다.

실패.

앞서가던 석궁도 뒤를 돌아봤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이 없다. 굳어있을 수는 없다.

- 꽉.

단검을 역수로 잡아 쥐었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보호구가 없다면, 한 번만 스치게만 들어도 크게 유리해 진다. 하지만 놈들은 가죽 갑옷을 입은 상태.

숨을 끊어 놓기 위해서는 제대로 박아 넣어야 한다.

- 달그락!

망치를 든 녀석이 제대로 자세를 잡기 전에 달려들었다.

[특전: 단검술 Lv.10이 발동됩니다! 높은 레벨의 단검술이 몸의 움직임을 보조합니다.]

- 파파팟!

단번에 간격을 좁혔다.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민 첩의 한계가 있어 빠르지는 않다.

하지만 동선은 더없이 깔끔했다.

내가 움직이면서도 놀랄 정도였다.

‘이게 나라고?’

한 치의 낭비 없는 움직임. 신경쓰지 않아도 몸이 움직인다. 균형이 절로 잡힌다.

칼날만큼 예리한 자세. 군더더기라고는 전혀 없다. 날카롭게 갈고닦인찌르기.

- 서거!

단검은 이미 놈의 목에 박혀 있다.

이것이 단검술 Lv.10의 효과. 내가갖지 못했던 스키의 효과다.

‘기가 막히는군.’

“끄, 끅?”

망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눈이 파르르 떨린다. 한 번에, 경동맥이 제대로 끊겼다.

내가 봐도 놀라운 결과였다.

하지만 숨이 끊기기까지의 3초.

그 3초 동안 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멍청했다. 스킬의 효과와 승리에 잠시 도취해 있었다.

- 푸슈슛!!

녀석은 목으로 피를 뿜으면서도,

- 부응!

망치로 내 어깨를 내리쳤다. 복수의 집념이었다.

- 퍼걱!

오른쪽 어깨가 한 번에 탈고되었다. 팔이 날아갔다.

오른손으로 쥐었던 단검은 산길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경동맥에서 피를 뿜으며 휘두른 필사의 일격.

나에겐 그걸 막을 방어력도, 망치를 회피할 민 첩도 없었다.

- 철퍽.

녀석은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 털썩.

나는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망치에 맞은 충격이 녹록치 않았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네 번의 레벨 업. 그리고.

- 퍼버벅!

뒤통수를 둔기가 가격한다.

‘석궁이군.’

석궁을 쥔 놈이 그 동안 뒤로 돌아온 것이다.

놈과 한참을 투덕거렸다.

- 철퍽.

결국 쓰러졌다.

한쪽 팔이 날아간 상태에서 놈을 이기기는 힘들었다.

놈이 허리에 차고 있던 곤봉에, 온뼈에 금이 갈 정도로 맞았다.

“아악! 개 같은 프레쳐 새끼가 죽은 건 좋은데. 씨발. 해골 주제에 무슨.!”

석궁 잡이는 입이 몹시 더럽다. 놈은 욕설을 내뱉으며 나를 발로 밟고 있다.

- 콰직.

놈도 성치는 못하다. 얼굴은 멍으로 부어 있고 몸은 진흙투성이.

내가 팔로 놈을 잡고 비탈길을 구른 탓이다. 하지만 팔다리는 멀쩡히 붙어 있다.

‘또 진 건가.’

이 상황이 조금 어이가 없었다.

내 20년은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고작 인간 사냥꾼 두 명을 상대로 아득바득 발버둥 치고 있다.

세 번째 부딪히는 상황에서, 동귀어진 조차 이뤄내지 못한다는 건가.

아 드네 비참함에 이가 갈렸다.

그 순간이었다.

- 부스럭.

“해, 해골씨!”

익숙한 목소리다.

나를 무덤에서 꺼내 온 여자.

안 돼.

저 여자가.

이런 데 오면 안 되는데.

나는 몸을,

- 달그락.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오호? 사냥감이 여기까지 찾아오셨네?”

- 달그락.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큭큭. 혹시 널 놓칠까 봐 얼마나 걱정했다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하면, 시체 찾기가 엄청 힘들거든?”

석궁 잡이가 싱긋 웃는다. 처절한 비명과 불쾌한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번에도,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고 죽었다.

의식이 새까맣게 멀어진다.

[죽음을 기록하시겠습니까?]

[B 레벨의 비참함을 느껍니다.]

[동화율이 떨어집니다.]

[94.8%->94.25%]

- 띠링!

[계승되었습니다!]

[이름: 없음]

[해골병사 Lv.l(42)]

[체력-29 힘-23 민첩-20 지혜-9]

[잔여 포인트: 4]

- 쏴아아■아.!

나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휑하니 뚫린 눈구멍으로 폭우가 쏟아진다.

한심하다. 여자의 처절한 비명과,

불쾌하게 찌꺽대는 소리 가운데서 의식을 잃었다.

무력함에 치가 떨린다.

- 딱딱.

이를 부딪친다.

분노해 봤자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다.

다시 앞을 본다.

새까만 밤 위에 반투명한 글자들이 떠 있다.

내 상태창이다.

죽기 전, 망치 잡이를 죽이고 얻은 포인트가 반영되어 있었다.

힘에 1, 민첩에 3을 투자했다.

[체력-29 힘-24 민첩-23 지혜-9]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계속 이렇게 스탯이 누적된다면.’

그리고 죽음이 반복되는 거라면.

터무니없는 스탯을 가지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 띠링!

[System: 특전 충돌!]

- 사망 기념관의 슬롯이 모두 찼습니다.

- 가장 최근에 획득한 특전과, 새 특전이 충돌합니다.

- 충돌로 인해 두 특전이 모두 사라집니다.

[‘써 보지 못한 단검’ 슬롯이 삭제되었습니다.]

‘불친절하^.,

안내는 전혀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하나씩 배워 가라는 건가.’

다시 깨닫는다. 느긋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일어날 일은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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