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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19화 (19/458)

19화 누구를 책망할 것인가 (6)

경비들이 들어간 성문.

그곳으로, 네 명의 새로운 남자들이 등장했다. 경비병 복장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대머리가 뒤에 거느린 네 명의 경비들도 살펴봤다. 그중 한 녀석은 수레를 끌고 있었다.

‘수레를.?’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천천히 석궁을 들었다. 대머리의 얼굴을 조준했다.

아까의 경비병들은 느슨한 표정.

하루하루 편안히 지나가기만 바라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녀석들의 인상은 다르다.

경비병의 복장은 같다.

그러나 눈매가 다르다.

시체의 살점을 물어뜯는 하이에나의 눈빛이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대머리 녀석은 그보다 더하다.

시체가 아닌 것도 시체로 만든 뒤,

골수를 빨아먹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수레를 보았다. 수레를 끄는 녀석도 전체적 인상은 비슷했다. 경비병 복장도 일단은 같다.

그러나 얼굴이 멍투성이. 다리도 절뚝거렸다.

문득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혼자 수레를 끄는 부상자라.’

넘어져서 들 만한 멍은 아니다.

집중적으로 구타당한 흔적.

대장으로 보이는 대머리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었고, 수레를 끌던 남자는 바로 그 뒤를 따랐다. 다른 세 명의 경비병도 따라붙는다.

주위를 살피며 사뿐사뿐 대로를 걷는다. 한 명 한 명이 제법 강해 보였다. 나는 거리를 두고 수풀 속에서 가만히 따라갔다.

‘망치나, 석궁. 그 이상이다.’

경비병으로 뽑히는 남자들은 보통 만만치 않다. 치안을 관리하는 자들이므로. 그러나 이들은 더욱 악랄하고 강해 보였다.

산길로 접어드는 남자들.

수풀 속에서 조심스럽게 그들을 쫓았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횃불을 들고 있다.

거리를 두고 따라붙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본다. 그들은 나를 보지 못한다.

-사박사박.

밤벌레 소리에 걸음을 묻는다.

십 분 정도 걸었을 때.

대머리가 무언가 지시를 내렸다.

손수레를 끌던 멍투성이 남자가,

수레에서 벗어나 거꾸로 미는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절벽으로 수레를 기울였다.

‘뭐지?’

- 툭! 투둑! 투둑!

수레에서 무언가 떨어진다.

바위에 몇 번씩 부딪히며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경비들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몰래 쓰레기라도 매립하는 듯한 태도.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다시 대로로 걸어 돌아간다.

내가 엎드려 있던 수풀 근처를 지났다.

뭐가 떨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초조가 극에 달했다.

- 달그락.

그만, 몸을 움찔거렸다.

“응? 근처에 뭐 있나?”

갑자기 주위를 휘휘 돌아보는 대머리. 눈 치팬 걸까.

‘발각되면 끝인데.’

경비병은 다섯. 자신은 하나.

대장으로 보이는 대머리.

그 혼자만으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오크의 그것처럼 다부진 어깨.

싸운다면 놈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순社- 철픽!

빈 수레를 끌던 남자가 앞으로 엎어진다.

대머리의 관심이 그에게 쏠렸다.

- 퍽!

대머리는 갑자기 멍든 남자, 수레를 끌던 남자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거기엔 기묘한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마치, 한참 전부터 이어지던 구타를 재개한다는 듯한 자연스러운 태도.

“열 받게 하지 마.”

- 퍽!

“이 새끼야, 자빠지는 것도 내가자빠지라고 할 때 자빠져.”

- 퍼벅!

“기껏 잡아 놓은 걸, 입에 쑤셔 넣겠다고 재갈을 풀어서 자살을 하게 만들어? 이 새끼는 진짜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다니까.”

- 우두둑!

“끄아아아!”

멍든 남자의 비명이 하늘 높이 울려 퍼진다.

대머리는 약간 진정한 듯 다시 앞으로 갔다.

‘무슨. 이야기냐.’

그들의 대화가 들린다. 불안이 점점 증폭된다. 수레에 실은 뭔가를 산에 버려 놓고, 성문 안으로 들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숨어서 멍하니 바라봤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대머리는 경비를 두 명만 남겼다.

성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머리가 사라지고 한참이 흘렀다. 성문을 흘끔거리는 남은 두 경비가 욕설을 하며 땅에 침을 뱉는다.

“너무 아까운데. 사실 버리기 전에 쓰고 싶었단 말이야.

“쓰고 오든지, 정신병자 새끼야.”

“흠, 흠흠! 이건 좀 놓고 간다. 칼만 들고 갈께.”

맡겨지는 방패와 창을.

“쳇, 또 그걸로 겁나 쑤시겠구만.

취향 하고는.”

“너도 할래?”

“절대. 난 살아서 움찔거리는 것만해. 안 그러면 무슨 재미냐?”

바람이 내가 있는 수풀 쪽으로 불었다. 경비들의 대화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대화 내용이 뭘 뜻하는지, 상상하지 않으려 애썼다.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확신하지 않으려 했다.

끔찍한 걸 떠올려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가 보자.

- 터벅터벅.

허리에 칼만 찬, 키 큰 경비가 대로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횃불을 든 놈의 얼굴이 자세히 보였다. 구불구불한 짧은 흑발. 움푹 들어간 붉고 혼탁한 눈.

조금 전 일행이 갔던 산속으로 움직이는 남자.

놈은 수레가 기울어진 장소의 아래로 향한다.

- 스르르.

나는 수풀을 따라, 경비병을 조용히 따라갔다.

조금씩 현기중이 나기 시작했다.

“헤헤.

남자는 자신이 찾는 것에 열중했다. 그런 나머지 수풀 속에서 해골하나가 자기를 쫓아오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남자가 보는 것.

그걸 나도 보고 있다.

거기에는 한 여자의 시체가 있다.

‘40로티면 될까요? 뇌물은 1로티면. 으응.’

‘1월 20일은 정말 특별한 날이에요. 그날 사르디아를 꺾으면.

책에서 읽은 갑옷 가격을 머릿속으로 열심히 되뇌고, 흥정 방법을 고민하던 여자. 경비병에게 줄 뇌물을 고민하던 여자. 꽃의 효능에 대해 말하고 새 황제의 칙령에 대해 함께 농담하던 여자.

나를 무덤에서 꺼내 준 여자. 단검을 빌려 준 여자. 바보 같게도, 제가일으킨 해골이 걱정되어 돌을 쥐고쫓아와 줬던 여자. 나에게 눈 덩어리를 던지며 장난을 쳤던 여자. 당신 혹시 세이론 1세의 유골이 아니냐며 농담을 했던 여자.

그 여자.

루비아의 시체가 있었다.

발가벗겨진 시체는 곳곳이 멍과 자상 투성이였다.

왜.

왜.

왜.

대체 왜?

이 여자는 어째서 이렇게까지 고통 받아야 하는가?

고통은 이 여자의 운명 같은 거라도 된다는 말인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나.

처음부터 잘못된 건가?

나에게.

어쩌라는 말인가.

해골은 눈물을 홀릴 수 없다.

텅 빈 구멍 안에는 눈물샘 대신 어둠과 바람만이 감돌고 있다.

- 달그락.

나는 수풀 속에 수그린 자세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흐흐흐.

시체를 보며 경비가 웃는다. 웃음에서 핏물이 떨어진다.

나는 죽은 그녀를 본다. 시체는 차갑다. 시체는 침묵한다. 그러나 보는 자들은 침묵할 수 없다.

- 바스락.

“응? 거기 뭐야!”

놈이 소리를 듣고 놀란다.

- 피슛!

목을 향해, 이미 장전해 둔 석궁을 발사했다. 우리는 열 발자국 넘게 떨어져 있다.

그러나 놈의 입에서는 역겨운 냄새가 났다. 그 숨을 멈추고 싶었다.

- 퍽!

경비의 팔에 석궁살이 꽂혔다.

마음이 흐트러진 탓일까. 조준이 엉망이다. 목에서 한참 벗어났다.

“끄악! 아아악!”

석궁살에 맞은 남자가 호들갑을 떤다.

먹따는 소리를 내는 저 목을 한 번에 꿰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심한 실패다.

분노와 슬픔은 사격 실력을 조금도 향상시켜 주지 못한다.

멋들어진 일격 같은 건 나오지 못했다.

해골 따위가 화를 내고 슬퍼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언제나 그랬다.

나는 곤봉을 들었다.

멋들어진 일격 따위는 애초에 성공한 적 없다. 성실히 다음 일격을 준비할 뿐이다.

몸이 부서지기 전까지 다음 공격을 준비한다.

계속, 그리고 계속.

- 부응!

곤봉을 휘둘렀다. 경비가 황급히 바닥에 몸을 굴렸다.

방향을 바꿨다. 녀석이 몸을 굴리는 바닥으로 내리쳤다.

- 퍽!

“끄아악!”

곤봉에 왼쪽 다리를 맞은 놈이 비명을 지른다. 데구르르 몸을 굴린다.

하지만 타격감이 약하다. 중간에 곤봉 방향을 바꾼 탓이다.

곤봉에 맞은 경비가 허리의 칼을 뽑는다.

- 획!

놈이 일어나며 칼을 휘두른다.

- 챙!

곤봉으로 칼을 맞받았다. 곤봉의 재료는 나무다. 그러나 겉에 철이 씌워져 있고, 안에 굵은 철심이 박혀 있다.

칼에 비해 무게도, 강도도 그리 밀리지 않는다.

- 챙! 챙! 챙!

간격은 한 걸음. 혹은 반걸음.

붙다시피 한 상황. 칼과 곤봉이 세차게 부딪힌다. 경비는 이를 악물었다. 안색이 좋지 않았다.

놈이 든 건 휴대용 한손 검. 이 상황에서 좋은 무기는 아니다. 해골은인간과 다르다. 칼에 찔려도 죽지 않는다.

뼈를 부수려면 둔기가 제격이다.

놈이 방패만 갖고 있었어도 나를 훨씬 수월하게 상대했을 테지.

- 투둑!

- 화르르!

격돌에 휘말려, 경비가 바닥에 세워 놓은 횃불이 쓰러진다. 마른 겨울 잎에 불이 퍼진다.

“이, 이 괴물이.!”

경비가 소리친다. 나는 아직 괴물은 못 된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달그락거리는 하얀 해골일 뿐이다.

- 챙! 챙! 챙!

경비는 나를 맞아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 시체 애호가인 주제에 상당히잘 훈련되어 있다.

자신을 덮치는 해골, 마물을 보고도 공황에 빠지지 않았다. 공포에 잠겨 몸이 굳어지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제법이다.

거리가 ?에 가까워졌을 때. 경비가 틈을 노렸다.

- 덤석!

놈은 내 손을 잡았다. 내 곤봉을제 옆구리에 끼웠다. 동시에 주먹으로 내 턱뼈를 강하게 친다.

- 탁!

나를 밀쳐 내며 곤봉을 빼앗으려했다. 놈은 무슨 무기를 들어야 할지 아는 거다. 해골을 부술 둔기를 원하고 있다.

‘넘어가 준다.’

잠시 버티는 척하다가, 경비의 칼자루를 잡았다.

- 달그락!

힘을 줬다.

놈은 팔에 석궁살이 박힌 상태. 온전한 상태였다면 나를 이겼을지도 모른다.

“옥!”

하지만 지금은 팽팽하다.

곤봉을 주며 칼을 취했다. 서로의무기가 바뀌었다.

화르르르!

주위로 불이 번져 간다.

바닥에 깔린 메마른 겨울 잎들이 바삭바삭 타들어 가기 시작한다.

물기 한 점 없이 주글주글 말려진 잎들은 장작처럼 활활 타들어 갔다.

곤봉을 빼앗아 쥔 경비가 이를 악문다. 인간은 불에 약하다.

- 붕!

놈이 오른쪽 위에서 대각선으로 세차게 곤봉을 내리쳤다. 키가 큰 장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

- 챙!

칼을 들어 오른쪽 위를 막았지만 동시에 다른 공격이 이루어졌다.

경비는 오른쪽 발을 뻗어,

一 퍼벅!

내 옆구리를 세차게 걷어차 왔다.

한 걸음 뒤로 튕겨났다.

‘제법이군.’

꽤 강한 킥. 하지만 맞고만 있지는 않는다. 공중에 살짝 뜬 상태에서 놈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 숙!

살갗이 베이는 소리가 상쾌하다.

“아악! 아악!”

피를 홀리며 경비가 발악한다.

엄살이 심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습격에도 임기응변이 몹시 뛰어난 녀석. 경비 중에서도 특히 강한 녀석일 거다.

혹은, 변두리 도시의 경비병 하나 쉽게 처리하지 못할 만큼, 내가 저 한참 바닥을 기고 있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 투둑!

놈이 앞으로 두 발을 디딘다.

어떻게든 빨리 끝내겠다는 기세.

피를 홀리고 있으니 그편이 현명하다.

? 부응!

세차게 곤봉을 휘두른다.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 발자국 물러났다.

둔기 저항이 있었다면, 그대로 맞으면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둔기 저항을 선택하지 않았다. 루비아의 호감도를 올리는 옵션을 선택했다. 후회는 없다.

- 붕!

다시 한 번 곤봉이 휘둘러진다. 슬쩍 피하면서, 그대로 앞으로 반걸음을 내디뎠다. 손에 끝까지 잡고 있던 칼을 앞으로 내밀며,

- 서거!

그대로 놈의 가슴팍을 찔렀다.

칼끝을 똑바로 박아 넣었다. 카운터가 깔끔하게 들어간 것이다.

경비의 가슴을 날카로운 칼날이 헤집었다. 경비가 곤봉과 교환한 제자신의 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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