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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20화 (20/458)

20화 누구를 책망할 것인가 (7)

“끄, 끄, 끄헤엑.r놈이 죽어 간다.

녀석은 곤봉으로 나를 두드려 부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평소라면 옳았을 놈의 판단은 빗나갔다.

나는 피해 냈다. 내 민첩은 놈에게 낯선 것이었다.

나는 칼로 놈을 찔러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시도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놈이 방패를 놓고 왔기 때문이다.

놈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 시체를 간음하러 왔다.

그런 짓을 하는 데 방패까지 들고 오지는 않은 것이다.

‘방패는 경비병의 필수품 아닌가.’

놈이 방패를 들고 있었다면.

이 시체 애호가는 안정적으로 내공 격을 막아 내며 나를 천천히 분쇄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부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또 다시 무덤으로 돌아가게 되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 터벅.

한 발자국 물러났다. 녀석의 심장을 찌른 칼을 천천히 뺐다.

- 푸슈슛!

샘물처럼 선혈이 튀었다. 경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갔다.

내 하얀 두개골은 놈에게서 튀는 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텅 빈 눈구멍을 향해 피가 뿜어졌다. 안쪽 후두골이 새빨갛게 칠해졌다. 저번 생에서, 루비아가 던진 눈 덩이를 맞았던 그 자리였다.

- 턱. 턱. 터벅.

경비는 세 걸음 뒤로 물러났다.

“끄, 헤. 꾸히 무. 슨. 해, 해골이.r^ ? ? Iㄱn~一?-, ?

칼에 찔린 심장이 피를 분수처럼 뿜어냈다.

- 털썩.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놈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경비병은 의문을 안고 쓰러졌다.

깔끔한 절명이다. 어울리지 않는 편안한 죽음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놈을 잡고 고문할만한 역량이 없었다.

그런 압도적인 폭력이 없다.

방심한 상대를 기습하고도 발버둥 끝에 간신히 가슴에 한칼을 꽂아 넣었을 뿐.

- 달그락.

고개를 저어, 더러운 피를 털었다.

그 순간.

레벨이 올랐다는 표시와 함께 빼곡한 글자가 허공에 떠올랐다.

[퀘스트 활성화]

[서브 퀘스트 - 경비병 살해가 활성화됩니다.]

당신은 경비병을 처음으로 살해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부패한 공권력을 부숴 버리십시오! 부패하지 않았나요? 뭐,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도시의 경비병도 살해해 보십시오. 열두 도시의 경비병을 살해하면, 무언가를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현상 수배범은 될 수 있겠네요.

- 현재 경비병을 살해한 도시:

1/12 (유블람)

- 예측 보상: ???

[즐거운 공권력 파괴 되세요!]

퀘스트라.

뭐 이런 같잖은.

나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손을 휘둘러 퀘스트를 치워 버렸다.

경비의 시체를 걷어찼다.

숨이 끊어진 경비의 시체가 데구르르 굴렀다. 횃불이 만든 불길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실패했다.

루비아라는 여자를, 또 다시 처참하게 죽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그녀를 버렸다면.

이렇게 무력감을 느끼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끌었다. 함께하려고했는데, 이틀도 채 지켜 주지 못했다.

한심했다.

지켜 주지 못했던 서큐버스님의 환영이 다시 온몸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죄책감은 무겁고 강했다. 벗어버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 달그락.

여기 있다간 루비아의 시체도 불탈 것이다. 그녀의 시체에 서큐버스님의 죽은 모습이 겹쳐 보였다.

시체를 안아 들었다.

산속으로 들어갔다.

손에 든 칼로 땅을 겨눴다. 눈을 걷어 냈다.

- 퍽! 퍽! 퍽!

얼어붙은 땅을 내리찍었다. 잘 파지지 않아 몇 번이고 억지로 내리찍었다.

얼어붙은 땅 하나 제대로 파지 못하는 초라한 몸이 느껴졌다. 더욱깊게, 깊게 땅을 파 내려갔다.

2미터 정도 팠을 때.

- 화르르르!

꽤 걸었다고 생각했지만 불이 크게 번진 둣, 저 멀리서 열기가 전해졌다.

루비아의 시체를 모피로 감쌌다.

구덩이 아래에 그녀를 조심스럽게 놓았다. 파헤쳐 올린 흙을 시체 위에 조금씩 덮었다.

흙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얼어붙은 흙이 딱딱하게 덩어리져있다.

칼등으로 땅을 쓸어내렸다. 흙을 모아 덮어 주었다. 무덤이라고 불리기엔 초라하다.

작은 비석 하나 세워 줄 수 없다.

죽은 경비의 동료들이 이 무덤을 파헤칠지도 모른다. 숨겨야 한다.

- 위이이잉.!

바람이 분다.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이 뼈 사이로 시리게 파고든다.

- 달그락.

흙을 꾹꾹 눌러 다지는 것밖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견뎌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지금 죽고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 루비아를 지켜 줄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자신이 없다. 자연으로부터도, 인간으로부터도 무엇 하나 제대로 지킬 수 없는 게 지금의 나다.

짐을 들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인간의 눈에 띄지 않도록 깊이 들어갔다. 한참 들어간 후,

- 푸르르!

석궁의 수첩을 펼쳤다.

앞에는 사람의 이름과 가격, 성적학대를 가한 방식이 나와 있다.

사람을 사고파는 장부로 사용되는 걸로 추측된다.

뒤쪽부터는 하얀 공간이었다.

펜을 들었다. 수첩 뒷장에 한 줄씩 이름을 적어 넣기 시작했다.

- 경비대장과 그 무리(유블람).

- 영주(에라스트).

- 망치와 석궁(첫 무덤).

‘망치와 석궁’의 옆에는 작은 표시를 했다.

일단 완료된 작업이므로.

에라스트의 영주는 루비아의 삼촌이라는 놈.

놈은 일련의 일들에 어떤 식이든 연관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망치와 석궁도 영주가 보낸 걸로 추측된다.

경비대장과 그 무리는 말할 것도 없다. 놈들이 루비아를 안에서 살해한 거다. 고문도 행해졌을 거다.

다른 비상식량과 수통, 외투 둥은전부 다 버렸다.

이제 쓸모없는 것들이다. 마실 사람도 걸칠 사람도 없다. 망치와 칼,

석궁만 묶어서 챙겼다. 휘두를 무기만 있으면 된다.

‘일단 동굴로 들어가자.’

자연 미로. 거기라면 약간의 안전은 보장된다. 익숙하고 유리한 곳이다. 잠시 그곳에 머무르자.

트롤에게 당한 것. 인간 마을에 그녀를 혼자 보내야 했던 것. 모두 강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애초에, 서큐버스님을 지켜 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시작된 것이다.

일단.

강해질 필요가 있다. 그것만 생각한다.

루비아를 묻은 곳 너머, 타오르며활활 번지는 불길을 바라봤다.

잦아들 기세는 보이지 않는다.

겨울은 건조한 계절.

웬만큼 피를 뿌려도,금방 말라붙어 버리겠지.

_ 똑- 또똑.

날카로운 종유석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동굴에 들어간 뒤에는 시간이 많았다. 다음 타깃에 대해 천천히 생각했다.

루비아가 도시에 들어간 뒤, 어떻게 된 걸까. 여기저기 물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당장 심문하고 싶은 놈들.

그들은 그라스미어의 경비대장과그 무리들이다.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루비^를 보낸 뒤, 수풀에엎드려 삼 일 동안 지켜본 바.

그들은 쉽지 않은 목표다.

경비들은 둘 이상이 순찰을 다녔다. 호각을 항상 소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머리 경비대장을 본 것도, 루비아를 버리러 나온 남자들을본 것도.

수레를 끌고 나온 때가 처음.

그리고 마지막이었다.

하이에나처럼 생긴 그 무리들은 밖에서 근무하지 않았다.

‘도시 내 근무자들인가.’

헛되이 모험을 걸 생각은 없다.

여기서 다시 두개골이 깨져 죽는다면, 다음 회귀 때 어떤 식으로든 루비아가 또 죽는 꼴을 봐야 한다.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 하지만 충분한 힘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는 혼자 있고 싶었다.

짧은 사이에 몇 번 이런 일을 겪다보니, 그녀에 대해 묘한 오기와 집착이 생겼다. 죽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일단 도시 주변을 돌아본다. 들을 수 있는 사정은 정확히 알아본다.

나는 유블람이라는 도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사실, 그 도시의 위치 외에는 전 혀라고 할 만큼 아는 게 없다.

영주의 성이 작다.

많은 사람들이 성벽 바깥에 산다.

그 정도일까.

알아야 할 것이 많다.

지나가는 인간을 잡아 친절히 물어볼 생각이다.

다만.

경비병을 죽였으므로, 한동안 시끄러울 것이다. 한눈에 봐도 켕길 것이 많은 무리들이다.

제 무리의 누가 죽어 자빠졌으면,눈에 불을 켜고 진상을 파악할 거라고 생각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봐 둘 필요가 있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동굴 안에서 조용히 한 달 정도를 보냈다. 해골에게 시간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주저앉아 조용히 기억을 반추하다보면 시간은 놀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이 정도면 됐으려나.’

입구 근처에서 시작해서, 조심스럽게 밖을 살펴 갔다.

밖은 의외로 조용했다.

칼에 찔린 놈의 시체. 그게 불에 제대로 타 주었던 걸까.

무언가를 찾아 산속을 수색하는 인간들은 특별히 보지 못했다.

내가 죽인 경비를,

그저 산불에 휩싸여 타 죽은 걸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슬슬 나가도 될 것 같은데.’

나는 동굴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산길까지 나갔다.

길옆 수풀에 엎드렸다. 정보를 얻어 낼 만한 사람들을 기다렸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척이 들려온다.

‘좀 많은데.’

하나, 둘, 셋.

여섯 명이다.

모두 어렸다. 열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인간 아이들. 아이들은 누군가를 질질 끌고 나타났다.

‘뭐 하는 녀석들이지?’

다섯이 하나를 끌고 온다.

나는 수풀에 엎드린 채, 가만히 어린 인간 수컷들을 관찰했다.

다섯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소년이, 끌려오는 아이의 멱살을 잡아들었다. 기세가 꽤 거칠다.

“션, 넌 오늘 진짜 죽는 날이야. 또몰래 술을 흠쳐 마셔? 우리가 고용주한테 하나하나 털리게 만들어? 오늘은 패는 걸로 안 끝난다.”

소년이 씩씩대며 말했다.

“나, 나 아니야.!”

소년의 손에 멱살이 잡혀, 매달린아이가 항변한다. 하지만 소년은 듣는 척도 않는다.

“이 개자식, 네가 당번일 때마다 술이 없어지잖아. 내가 똑똑히 봤어.

너 같은 놈은 확 땅에 묻어 버려야해.”

“미안, 미안해!”

“필요 없어. 보육원 출신들이 너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생겼으니, 너는 오늘 죽는다.”

허공에 매달린 아이를 바라봤다.

뭘 어쨌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까지 완전히 풀어진 채였다.

‘술이라도 퍼먹었나.’

인간은 술에 잔뜩 취하면 저런 모습이 된다. 피부가 붉어진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여기에 파자!”

삽을 들고 온 아이들은 산 중턱에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 퍽! 퍽! 퍽!

세 명이 동시에 파니 구멍이 금세 깊어졌다.

아직 추운 겨울이다.

하지만 땅이 비교적 부드러운 부분이었는지, 바깥으로 걷어 내지는 흙입자들이 꽤 고와 보였다.

“시, 실수했어! 실수했어어!”

멱살 잡힌 아이가 울부짖는다. 하지만 취할 대로 취해서 영 긴장감은 없어 보인다.

- 적! 퍽!

“땅 잘 파지네!”

44어때, 네가 들어갈 자리다!”

놈들을 가만히 지켜봤다. 솔직히 구덩이는 별로 깊게 파이지 않는다.

죽이고 묻을 만큼 깊지는 않다.

“미. 미안! 미안! 저, 절대 술 안마 실께!”

“니가 술을 안 마셔?”

션이라 불린 아이. 그가 술을 안 마신다는 말에,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배를 잡고 와하하 웃었다.

“1년이야, 이 개자식아. 1년 동안 너는 매번 와이언 씨 와인을 홈쳐먹었다고! 와이언 씨는 우리가 나눠먹은 걸로 생각하더라.”

“빨리 묻자! 산짐승이 저놈 머리만 뜯어먹게.”

“저기, 나, 나는.!”

열세 살이나 될까 싶은 션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인간 아이들은 어깨까지 오는 높이로 션을 땅에 묻었다. 바닥을 광광 밟아 흙을 다졌다.

“가자! 이런 새끼는 필요 없어. 우리 보육원의 수치야.”

션을 땅에 묻은 아이들은 어깨에 삽을 메고 내려갔다.

얼굴이 벌건 션은 땅에 묻혀 흑흑거리며 울었다. 아이들이 내려가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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