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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27화 (27/458)

27화 나른한 눈으로 동족을 잡아먹는 이유 (5)

- 푸스스.

살짝 길을 막고 있던 덩굴이 뜯어져 아래로 떨어졌다.

그대로 내버려 둬도 얼마든지 들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남자는 쇠몽둥이를 휘두를 수 있는데 안 휘두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 획! 획!

별로 남아 있지도 않은 덩굴을 향해, 쇠도리깨가 함부로 휘둘러진다.

그때 였다.

- 달그락.

세 모험가는 첫 번째 해골을 조우했다. 새로운 문지기.

“해, 해골이에요!”

레나가 소리쳤다.

남자의 뒤에 붙는다.

원래 기관 장치 안에 있던 녀석 가운데 하나. 이제 녀석이 던전 입구에 던져져 있다.

- 달그락!

침입자가 다가오는 기척을 감지하고,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녹슨 칼을 들고, 방패도 없이 느릿하게 다가오는 해골.

“하핫, 내 뒤에 꼭 붙어 있어.”

덩굴을 쳐내며 몸을 푼 남자가, 해골을 바라본다.

“흐읍!”

그는 과장된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갔다. 정확히 해골을 겨누고 도리깨를 휘둘렀다. 해골의 움직임은 하나하나가 전부 느렸다. 지나치게 쉬운 타깃이다.

- 붕!

도리깨 끝에 달린 철편이 모처럼 강하게 휘둘러진다.

요란한 소리가 난다.

- 퍼걱!

녹슨 검을 들고 있던, 해골의 부실한 팔뼈가 날아갔다.

이미 수십 번은 날아간 팔뼈가 또다시 부서진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선제공격.

그는 자신이 명예롭다고 여겼다.

모험가는 인류의 이름으로 철퇴를 휘두른다. 망설일 것은 조금도 없다.

졸지에 한쪽 팔뼈가 날아갔다. 해골은 바닥에 자빠졌다.

“우어어. 우어.

- 달그락. 달그락.

그리곤 어그적 어그적 기어갔다.

잃어버린 자신의 팔뼈를 향해 기어간다. 해골병사를 쓰러뜨리면, 두개골을 부수지 않는 이상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

다시 가져다 붙이려는 시도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해골에게, 이제남은 건 쉽게 부서지는 뼈마디밖에 없으니까.

“우어.

해골은 자신의 잃어버린 팔뼈와 결합되기 위해, 바닥을 꿈틀대며 애써 기어갔다.

- 과직!

하지만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남자가 발로 해골의 경추를 짓밟았기 때문이다.

- 달그락!

해골은 한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움직여야 했지만 그 상태에서 나아갈 수는 없었다.

“으어어. 으어어어.

짓밟힌 해골이 망자의 신음을 뱉는다. 그러나 그저 제자리에서 꿈틀거릴 뿐. 움직일 가망은 조금도 없어 보인다. 무게가 다르다.

남자는 그레이터 쉴드와, 도리깨와,

체인메일과, 자신의 체중을 한껏 실어 해골을 짓누른 상태.

그가 두 여자를 돌아보며 말한다.

“하하하. 어때? 쉽지? 너희도 할수 있을 것 같지?”

어느새 ‘너희’로 호칭이 격하되었다. 은발의 여자가 얼굴을 살짝 찜그렸다.

그러나 이 남자에게 얹혀 가야 했기에 참았다. 애초에, 자기 힘으로 던전을 해결할 생각이었다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

남자가 은발 여자에게 말했다.

“폰자 씨, 메이스로 두드려 봐.”

'??네.”

폰자라고 불린 은발 여자가 앞으로 다가갔다.

“음. 역시 징그러운걸요.”

- 퍽!

그러면서도 은발은 메이스를 내리쳤다. 해골의 남은 팔뼈를 조준해서.

해골을 짓밟고 선남자를 패 주는기분으로, 메이스를 내리친다.

‘이 해골도 남자였겠지?’

- 퍽! 퍽!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메이스가 세차가 휘둘러진다. 그 모습 을보고 남자가 유쾌하게 웃었다.

“징그럽다면서 잘만 하네. 하하하!”

“두개골 한 번 깨 보고 싶은데, 괜잖아요?”

“아예 죽어 버리면 다음에 오는 사람이 못 쓰지. 다음 사람을 생각하라고. 물론, 위험할 경우엔 뭘 해도 상관없지만. 너희는 내가 지켜 주고 있잖아? 슬쩍 두드려는 봐.”

남자가 해골이 제 것이 된 것처럼 여자에게 허락해 준다.

- 툭! 툭!

은발 여자는 메이스로 해골의 두개골을 두드렸다. 해골의 두개골에 미세하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손에 제법 힘이 실려 있다. 욕은 남자에게 먹고 화풀이는 힘없는 해골에게 하는 것이다.

“아, 죽어 버리겠다. 힐링 포션 꺼내 봐.”

그 말에 은발은 깜짝 놀랐다. 죽어버리겠다는 말이 아니라, 포션을 꺼내라는 말에 놀란 것이다.

“힐링 포션이요?”

“응.,

“그렇게 비싼 걸.!”

“하하, 나한테 잘 보이면 그 정도는 사 줄 수 있어.”

해골의 경추를 밟고 선남자가, 은발 여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촉감이 좋은지 남자가 시시덕거렸다.

은발 여자는 소름 끼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깨를 으족하면서 참았다.

포션을 이렇게 막 쓸 정도라면 돈이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하지만 생리적 혐오감에는 약한둣, 머리칼을 쓰다듬어지는 은발의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뒤에 선 가죽옷을 입은 여자, 레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징그러워하기는. 다 자기가 좋아서 쫓아와 놓고. 아무튼, 포션을 저렇게 써? 키야, 저 녀석. 돈 많은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제 나한테 다기부하라고.’

레나는 알고 있다.

다 조사한 뒤 라라 붙은 거다.

저 남자는 돈이 많은 모험가다. 일신의 수준에 비해 장비와 아이템이지나 치게 좋다.

애초에 그녀가 따라온 목적은 분명하다. 던전 안에서 남자의 목을 따고, 장비와 돈을 모두 챙겨 도망갈 생각이었다.

그녀의 정체는 T&T 길드의 수련생. T&T는 살해와 도둑질, 정보 거래를 다 다루는 길드. 이 남자를 죽이면, 상납금으로 충분한 돈이 마련될 것이다.

‘정식 길드원이 될 수 있겠지?’

동상이몽. 다들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쓰러진 해골의 머리에 극미량의 치유 포션이 발라졌다.

해골은 의식을 유지한다. 대신 팔다리는 모두 으깨졌다.

“이렇게 놀아도 되지.”

남자는 해골을 가지고 떼었다, 붙였다 하며 잠시 놀았다.

그리곤 이제 흥미가 없다는 둣 두개골을 걷어찼다.

- 빡! 데구르르!

둥근 두개골이 저 멀리 굴러가 처박혔다.

일행은 안으로 좀 더 들어갔다.

두 구의 해골을 마주친 뒤 부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꺄악!”

레나가 비명을 질렀다.

인간의 시체 세 구가, 물웅덩이 근처에 놓여 있었다. 깔끔하게 목이 베인 시체들이었다.

“흐음.”

시체를 보자 약간 경계할 마음이드는 듯 남자의 몸이 굳어졌다.

그의 뒤통수를 칠 생각인 레나는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에잇, 괜히 놈이 긴장하게 됐잖아? 어떤 놈들인지. 시체를 만들었으면 좀 치워야 할 것 아니야.’

얼굴이 굳어진 남자가 은발 여자에게 말했다.

“홈, 내가 뒤를 지킬 테니 폰자 씨가 앞장서 볼까?”

“제가요? 역시 남자 분이 앞에 서시는 편이.

“아니야, 모험하러 들어온 거잖아?

경험 한번 쌓아 봐야지.”

자빠진 세 구의 시체를 본 남자는 기분이 약간 찜찜한 듯했다.

은발의 여자가 잘 다듬은 눈썹을 완전히 구겼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앞에 섰다.

- 달그락.

- 달그락.

안쪽으로 들어가자 녹슨 검을 든네 해골이 나왔다.

“에잇!”

- 부응! 빠각!

은발 여자의 메이스가 해골병사들의 두개골을 가격한다.

제법 그럴듯한 몸놀림이다. 그보다,실은 해골들이 너무 느리다.

녹슨 검은 허공에서 주절거리기 만할 뿐. 제대로 된 곡선도 직선도 그리지 못한다.

“잘하는데?”

위험 요소가 없음을 판별한 남자가 싸옴에 뛰어들었다.

느릿하게 다가오는 녹슨 검을,

- 광!

그레이터 쉴드로 막아 낸다.

도리깨를 휘둘러,

- 퍼적!

해골의 경추와 두개골을 분리한다.

두개골이 저 멀리 날아간다.

- 데구르르!

“후우.”

다들 한숨을 쉬며 앞으로 간다.

‘괜히 긴장했군.’

남자는 민망해졌다.

역시 F급 던전.

다섯 해골병사는 금세 정리됐다.

전투의 흥분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그가 다시 앞장섰다.

여기서 또 한 번 멋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근처에 기관 장치가 있을 텐데.

남자가 기관 장치를 찾으려 할 때.

- 쌩!

녹슨 칼이 날아왔다.

? 챙!

남자가 급하게 방패를 들었다. 방패에 맞고 녹슨 칼이 떨어진다. 거기에는 작은 키의 해골이 있었다.

남자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둘은 수 년 전 이 던전에서 입구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녹슨 칼을 던진 해골.

그는 오랫동안 이 던전의 입구 근처를 지켰으니까.

지^^.

레벨 업시켜 준 누군가를 위해서.

석벽 앞을 지키고 있지만.

- 달그락!

오랫동안 문지기였던 해골은 눈 깊이 푸른 안광을 빛내며 달려들었다.

한 손에는 방패를,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있었다. 그 칼은 녹슬지 않았다. 제법 잘 관리된 칼이었다.

“우어어.!”

망자의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혹시 아, 아까부터 저거 서 있었던 건가요?”

은발이 놀라서 물었다.

“그런 거 같은데?”

남자는 해골을 바라봤다. 기관 장치에 다가가자, 칼이 날아온 게 분명해 보였다.

“이 자식이 왜, 가만히 숨어 있다가 칼을 날려? 맞을 뻔했잖아!”

남자가 쉴드를 앞세워 해골에게 다가갔다. 치켜든 쇠도리깨를 위협적으로 획획 휘두르며 달려갔다.

- 획!

“어쭈? 피해?”

남자는 조금 당황했지만, 해골의 움직임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해골은 몸을 날려 간신히 피하는 수준이었고, 반격은 생각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남자는 웃었다.

“좀 한다고 해 봐야 해골일 뿐이야.”

자신감에 넘치는 목소리로 남자가 쇠도리깨를 휘둘렀다.

“그냥 얌전히 경험치나 바치라고,해골.”

쇠도리깨가 해골이 든 방패에 거세게 부딪쳤다.

해골의 팔이 흔들렸다.

- 빡!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해골은 방패를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 상태에서 남자는 쇠도리깨를 휘둘렀고, 거기에 맞서 해골이 칼을 휘둘렀다.

一 챙!

해골은 두 걸음 물러났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다시 일어나려고 할때, 은발의 여자가 메이스를 휘둘러공격에 가세했다. 승리가 확실하다면 숟가락을 얹는 편이 좋은 것이다.

“이얍!”

- 퍽!

구석에 몰린 탓에 해골은 합공에 무력했다. 남자는 다시 쇠도리깨를 휘둘렀다.

- 빠각!

방패도, 뼈도 부서진 채 해골은 바닥에 쓰러졌다.

- 달그락!

해골은 끝까지 일어나려고 했다.

“으음. 왜 이렇게 끈질기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남자는 쇠도리깨를 휘둘렀다. 철저히 짓밟았다. 어떻게든 일어나려 하는 걸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는 둣, 부스러질때까지 밟았다.

“해골 주제에 건방지다.”

그리고 남자는 주위를 돌아봤다.

‘설마 저 말이 웃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게 맞았다.

재미없는 말을 뱉고 웃음을 강요하는 태도. 가죽옷을 입은 여자와 은발 여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남자의 비위에 맞춰 꺄르르, 아하핫 하고 웃어 줬다.

초라할 정도로 작은 집단이라도,

권력과 우열이 발생하면 위에 있는자는 유머를 잃어버리게 된다.

- 터벅터벅.

여자들의 웃음에 만족한 남자는 기관 장치로 다시 걸어갔다.

‘이걸 이렇게 하면.

그가 기관 장치를 조작했다. 기관의 조작법은, 돈을 주고 산 정보.

- 구우우응!

석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문 근처에는 해골 넷이 서 있었다.

커다란 도끼 둘. 제법 상태가 좋은롱소드. 끝에 돌기가 달린 커다란 철추.

해골들이 가진 무기였다.

그들은 우두커니 서 있지 않았다.

괴성을 지르며, 어떤 종류의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인간을 맞이하게 위한 준비는 충분한 듯했다.

“해골병사예요!”

레나가 호들갑을 떨었다.

“지금까지도 해골병사였습니다.”

핀잔을 뱉으며, 폰자가 메이스를꽉 쥔다.

“흠!”

두 여자를 동시에 눕힐 생각밖에 하지 않는 남자.

그가 기합을 뱉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기관 장치에 대한 정보는 정확했다. 남자는 모험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모험 따위는 아주 싫어하는 성격이다.

남자는 해골들이, 자기보다 한참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기관장치 안의 녀석들도 마찬가지다.

“간다!”

그가 웃었다. 쇠도리깨를 위에서 아래로 크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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