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38화 (38/458)

38화 동굴에서 날개가 퇴화하는이유 (6)

“밀어붙여!”

던전에 들어온 침입자의 제1열. 그들은 철제 방패를 들었다.

날카로운 밑 부분으로 해골들을 마구 찍어 댔다.

- 콰직, 빠가각!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소리를.

한 달여 만에 듣는 소리였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익숙하게 겪어 온 소리이기도 했다. 해골들이 부서지는 소리다.

“당겨! 뽑아!”

던전의 해골들이 참혹한 꼴이 되어 쓰러졌다. 침입자들은 해골을 하나씩 끌어당겼다.

경추를 뽑아냈다.

흉골을 부러뜨렸다. 잡은 골반을저 멀리 집어던졌다. 분리된 해골들은 모래처럼 무너졌다.

아니, 다르다.

모래는 한 번에 흩어지는 그 모양새가 깔끔하기라도 하다.

해골들의 잔해는 더욱 처량하고 비참하다.

- 툭. 투두둑.

- 털썩. 털썩.

중심부가 뽑힌 해골들은 망가진 인형이 되었다.

바닥을 뒹굴었다. 함부로 차여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 달그락!

뼈다귀 굴러가는 소리가 던전 안에 요란했다. 인간들이 서로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아직까진 그냥 해골들인데요? 별거 없습니다. 이런 던전에서 어떻게 그 많은 모험가들이 실종됐다는 건지.

“아니, 여기가 맞아. 긴장을 늦추 지마라. 바닥 창으로 훌고, 다시 전진!”

제2열의 누군가가 소리쳤다. 긴 창을 든 2열의 침입자들이 창으로 던전 바닥을 홀었다.

- 투둑! 투두둑!

“깨끗합니다!”

“전진!”

- 저벅. 저벅.

그들은 한 발자국씩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안쪽에서 걸어 나오며 그들을 지켜본다.

저들을 모험가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잘 조직된 작은 군대다.

1열은 방패. 2열은 창.

조금 더 거리를 둔 3열에는, 활을든 자들이 있다.

역할 분담이 제대로다.

다만 입고 있는 복색은 통일되지 않았다. 색상도 스타일도 가지각색인 게 다소 의외였다.

상비군이라기보다는. .

‘용병에 가깝겠군.’

하나하나가 적어도 E랭크는 될 것 같은 녀석들이다.

그럭저럭 훈련되어 있다. 만만하게보기는 어렵다.

지금껏 상대했던, 레나가 유혹하기 쉬웠던 즉물적이고 단순한 바보들은 아니다.

‘영주가 움직인 걸까.’

용병들이라고 생각한다면, 근처의영주가 이 던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상당한 금액을 건 것 같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다친 녀석이 많아.’

녀석들은 어디서 치열한 전투라도 벌이고 온 것 같은 모습이다. 많은 자들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어 피를 홀리고 있었다.

발을 절뚝거렸다. 멀쩡한 놈들도 무언가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다.

- 툭. 투둑.

부서지고 뽑혀진 해골들의 잔해가발에 걸렸다. 한참 뒤쪽인 여기까지 날아온 것들이.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아직 녀석들과 꽤 거리가 있다. 하지만 다른 해골들이 부서지자, 침입자들은 나를 쉽게 알아차린다. 집중하기 시작한다.

“왔다!”

“저거 아니야?”

“조심해! 저놈이 보스일 거다.”

- 핑.

나를 향해.

일제히 활시위가 매겨졌다. 살이 걸린 시위를 팽팽하게 당기는 소리가 공기를 긴장시켰다.

- 쿵. 쿵.

커다란 방패를 든 제1열이 천천히 내게 접근해 들어왔다. 거리가 좁혀졌다. 내가 있는 공간이 조금씩 압박되는 기분이었다.

“집중해!”

“수십 명이 죽은 던전이다.”

“방심하지 마!”

녀석들이 서로 외쳤다.

? 스?르/릉、

나는 바스타드 소드를 뽑았다. 툭,

하고 아래로 늘어뜨렸다. 대체 왜여기에 계속 머물러 있었을까? 왜레나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내 행동들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 툭.

조각난 다른 해골의 두개골이 칼끝에 걸렸다.

이제 이 녀석은 다시 달그락거리며 돌아다닐 수 없다.

동족으로서의 연대 의식 따위가 있는 건 아니다. 이렇게 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이들의, 이런삶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착잡함이 마음에 감겨 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부서져 자빠진 놈들 중에는, 내가석관에 넣고 레벨을 올려 준 녀석들도 있었다.

그 녀석들도 당해 버린 거다.

‘쉽지 않겠군.’

고개를 돌렸다. 레나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레나는 던전이 꺾이는 위치에서 천천히 나오고 있었다. 그녀를 향해 말했다.

“너라도 항복하면 되지 않을까?”

“아하하하, 농담도 잘하시네요.”

레나가 한 발짝 밖으로 걸어 나왔다. 침입자들이 레나를 보고 소리쳤다.

“마녀다!”

“해골을 부리는 마녀다!”

“고위 사령술사일지도 모른다. 모두 조심해라!”

놈이 일제히 웅성거렸다. 레나가 어깨를 으쑥하며 내게 눈짓했다.

“보세요. 도저히 항복할 분위기는 아니잖아요?”

“너는 마녀인가?”

아직까지 머리에 낀 안개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것 때문일까. 몹시 멍청한 질문을 해 버렸다.

레나는 피시식 웃었다.

“그런가 보죠, 뭐.”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여자는, 진짜 마녀 짓을 안 하고 살면 여간 손해가 아니거든요.”

침입자들은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아직도 바닥을 훌어가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긴장하며 그들을 바라봤다. 레나가내 곁에서 툭 던지듯 말한다.

“아무래도, 다음 생에는 꼭 마법이라도 익혀야겠네요.”

“그래도, 많이 죽이고 가는 건 좋아요.”

그 순간이었다.

- 피리리리리릿!

3열의 궁수들이 레나를 향해 일제히 활시위를 놓았다. 십수 발의 화살이 날아왔다.

- 팟!

나는 갑옷을 입은 몸을 던졌다. 화살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그녀에게 화살이 닿지 않게 하기 위해 크게 칼을 휘둘렀다.

- 부응!

一 ㅌ ㄷ:〔 1=

기 ≫ I I 국.

대부분의 화살은 갑옷에 맞아 떨어졌다. 두어 발이 칼에 걸렸다. 막기는 다 막아 냈다.

“왜 먼저 가지 않았지?”

레나에게 질문을 던진 뒤, 눈으로는 침입자들을 바라봤다.

의문이 떠올랐다.

녀석들은 지나치게 신중하다. 다가오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한 번에 몰아친다면.

희생을 좀 감수하더라도 나를 짓밟고 부술 수 있을 텐데.

먼저 달려드는 해골들만 부수고는,줄곧 바닥을 천천히 창으로 훌으며다가오고 있다.

나는 혼잣말처럼 뱉었다.

“왜들 저럴까.”

레나가 대답했다.

“질문은 하나씩. 덫이 효과가 좀있었나 봐요. 던전 주위에 덫을 수십 개 깔아 놨거든요. 아무래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독 바른 것도 있고, 안 바른 것도 있고.”

그녀는 노래하듯 대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킥킥거리며 침입자들을 향해 외쳤다.

“내가 깐 덫들이 좀 잘 조이던가요, 여러분? 꽉 조이는 거 좋아하잖아. 안 그래?”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험가인지, 용병인지 모를 놈들은 분노가 울컥 을라오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마, 마녀!”

“태워 죽이겠다!”

“흐흐흐. 우리가 끝이 아니다. 멍청한 마녀, 우리는 그냥.

“시끄러워. 혀 잘리고 싶어?”

던전 안이 마녀를 태워 죽이겠다고 소리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나는 레나에게 물었다.

“덫 수십 개를 깔았다고?”

“몰라요, 안 세어 봐서. 백 개가 넘을 수도 있고, 여튼.”

그녀가 어깨를 으쑥하며 말했다.

“좀 넓게 했어요.”

전혀 몰랐다.

문득.

그녀가 메고 오던, 몸통보다 커다란 배낭이 떠올랐다.

“그 배낭에. 다 덫이 들어 있었던 건가?”

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딘지 서글픈 눈웃음이 약간 섞여있었다.

“맞아요. 전부 다 덫이었어요. 떠나기 전에, 덫이나 한 번 쫙 깔아 주고 가려고 했죠.”

“어차피 떠나는 길인데, 왜?”

“하핫, 그래도 한 달 넘게 있으면서. 꽤 정도 들었고. 던전으로 쳐들어오는 녀석들 골탕 좀 먹으라 고한 거죠.”

‘그런 일을.,

내가 던전 안에 가만히 처박혀서,

멍하니 달그락 거리만 하던 사이.

이 여자는 밖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었던 건가.

말도 듣지 않고, 멍청하게 안에 처박혀 있는 나를 위해서.

- 쿵! 쿵!

침입자들이 천천히 발을 디뎠다.

던전 안에는 함정이 깔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들도 서서히 알아채고 있는 것 같았다.

다가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가라앉아 있던 던전의 공기가, 저들의 적의와 긴장으로 파르라니 떨렸다.

“왜. 먼저 가지 않았지?”

레나는 피식거리며 대답했다.

“오늘은 정말 그냥 버리고 가려고 했는데. 좀 늦었네요. 아무래도 틀린 것 같아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우리는 안쪽까지 후퇴해 있었다.

一 철컥!

나는 바닥에 놓인 그레이터 쉴드를재빨리 주워들었다. 바스타드 소드는 한 손으로도 충분히 휘두를 수있다. 그 정도 힘은 된다.

실질 레벨은 70.

힘 수치는 40.

“쏴라!”

- 피이이이이익!

지휘관의 외침과 함께 십수 발의화살이 다시 날아들었다.

나는 거대한 철제 쉴드를 들었다.

그 상태로, 레나에게 몸을 날려 그녀를 보호했다.

몸 전체를 가릴 만한 그레이터 쉴드에 수십 발의 화살이 맞아서 튕겨나갔다.

철로 코팅된 쉴 드는 멀쩡했다.

“조금 더 안쪽으로 오세요!”

레나가 소리쳤다. 나는 뒤로 물러나서 그녀가 있는 곳까지 갔다.

“미안하다.”

나는 레나에게 말했다.

“그런 거 말해 봤자 의미 없어요.

여기서 살아 나가면 다른 좋은 말 좀 해 보자구요.”

고개를 내밀어 밀집한 무리들을 바라봤다.

침입자들은 여전히 창으로 바닥을 계속 더듬으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이지, 덫에 어지간히도 당한 모양이었다.

“밀집해 있으니까 잘됐네.”

레나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짧은 도화선이 연결된 사각형의 무언 가였다.

“폭탄?”

“조잡해요. 제 수완으로는 이런 것밖에 못 구했네요.”

레나는 품 안에서 커다란 유리병을 꺼냈다. 밴드로 폭탄에 묶었다. 손놀림이 몹시 빠르다.

- 툭!

투명한 유리병 안에 새까만 액체가 가득 찰랑거렸다. 한눈에 봐도 위험해 보이는 액체였다.

물어보지 않아도 독액임을 알 수있었다. 레나는 마지막으로, 품에서작은 성냥갑을 꺼냈다.

- 치익!

막 그은 성냥이 확 타들며 매캐한 황 냄새가 번졌다.

- 화륵!

손가락 반 마디도 안 되는 짧은 도화선 끝에 불을 붙인다.

“폐업 기념 선물이야!”

- 휘이이익!

레나는 침입자들을 향해 곧바로 폭탄을 던졌다.

- 펑!

- 쨍!

굉음이 울리며, 작은 화염과 함께 유리 조각과 매캐한 연기가 침입자들 위로 퍼졌다. 한순간 시야가 가려졌다.

- 콜록, 콜록!

사람들이 기침을 뱉었다. 폭음은 컸다. 연기는 자욱했다. 방패를 든 침입자들의 대열이 흐트러졌다. 독액이 든 병의 효과인지 소리를 지르며 뒹구는 자들도 많았다.

밀폐된 좁은 던전 안.

효과는 극대화됐다. 하지만 연기는 금방 이쪽으로 퍼졌다.

레나는 수통으로 적신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그녀가 나를 툭툭치 며 재촉했다.

“한 발밖에 없어요. 금방 걷히니까,

빨리 나가요!”

던전을 가득 메운 연기가 갑옷 사이로 스며들어 왔다.

“콜록, 콜록!”

“뒤로 빠져, 뒤로!”

침입자들이 아우성을 쳤다.

독성인 듯한 연기가 갑옷 사이로 스며들어 온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 호흡을 하는 건 인간뿐이다.

- 팟!

땅을 박차고 달려갔다. 레나가 내뒤로 바짝 붙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