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50화 (50/458)

51화 감정鑑定과 감정感情 사이⑵

레나에게 분사를 몇 번 연습시킨 뒤 곧바로 던전으로 향했다. 말라죽은 나무들을 지나 거미굴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왜 그러세요?”

“저기 시체 보이지?”

“네. 안에서 상반신만 먹혔네요.”

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묶인 채몸 윗부분만 구멍에 처박힌 인간 서넛이 보인다.

“이렇게 조준하고.

흑철黑鐵로 된 분사기를 잡고 구멍을 향해 조준해 줬다.

“쏴라.”

“저기로 펌프를 돌려요?”

“그래.”

- 파바밧!

레나는 나에 대한 신뢰가 꽤 쌓인모양인지, 별말 없이 그대로 세차게 펌프를 돌렸다.

- 화르르르르!

관 끝의 점화 플래그에 불이 붙으며, 1/20로 희석된<그라스미어의불>이 구멍을 향해 뿜어졌다.

- 끼기기기긱! 크기이이익!

비명을 지르며, 살짝 그을린 중형거미들이 구멍에서 쏟아져 나온다.

“흐읍!”

갑자기 튀어나오는 놈들에 레나가 살짝 놀란다. 하지만 펌프를 돌리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 파바밧!

- 화르르르르륵!

녀석들이 동굴 벽 옆으로, 위로 튀어 올라 피하지만 이미 상당히 데미지를 입은 터. 레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화력을 집중시킨다.

- 키기기긱!

한 마리를 태워 죽였다. 다른 하나가 천장을 통해 덮쳐 온다.

- 퍼걱!

노인의 집에서 탈취한 투창을 던져거미에게 꽂았다. 투창의 무게와 힘에 거미가 십 미터 가까이 뒤로 물러난다.

- 화르르!

다시 화염이 쏘아진다. 달려들던 거미의 숨이 툭 끊어진다.

“구멍 근처에서 한 번씩 쏴.”

레나는 침을 한 번 삼키더니 곧바로 명령을 수행한다.

- 화르르!

- 키기이이익!

거미들의 비명이 안쪽에서 울린다.

비명은 길지 않았다. 레나는 지나가둣 말했다.

“며칠 동안 식사가 어렵겠네요.”

“그런가?”

“비위 약한 분이라면 말이죠.”

나는 그녀의 상태창을 점검했다.

레벨이 5에서 7로 올라 있었다.

[이름: 레나]

[도적 Lv.7]

[체력-13 힘-14 민첩-18 지혜-15]

‘역시 대단하군.’

능력치가 대폭 올라 있었다.

고작 거미 두 마리를 잡은 걸로 전체 포인트가 8이나 오른 것이다.

거미가 나오는 포인트마다 전부 레나에게 화염을 방사하게 했다.

멀리 떨어져 안전한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발사한 덕분에, <불>은 빨리 소모되었다.

- 퉁!

레나가 다 쓴 분사기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안쪽의 협곡. 부서진 사원에 남아있는 거미들을 전부 처리했을 때,

그녀의 레벨은 15가 되어 있었다.

‘20까지 얼마 안 남았군.’

20부터는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거기까지는 금방 달성시켜 줄 수 있을 것 같다.

전부 레나에게 몰아준 덕분에 내레벨은 아직 1이다.

하지만 보스 존에 들어가 경비들과 던전 보스를 처리하면 된다. 내 레벨은 언제든 올릴 수 있다.

“수고했어.”

레나는 현실이 잘 와닿지 않는 둣,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왜 그런 표정이지?”

“이렇게까지. 해 주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나는 그녀의 상태창을 점검했다.

[이름: 레나]

[도적 Lv.15]

[체력-21 힘-22 민첩-29 지혜-20]

포인트가 자동으로 분배된다. 민첩이 조금 높고, 나머지는 균등하게 분배되고 있다.

레벨에 비해 놀라운 능력치다.

여기서 키워 준 덕분인지, 호감도가 조금씩 올라 40을 찍었다.

상한선이다.

“이렇게 해 주는 사람이 없었나?”

그녀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남자들이 널 좋아하지 않았어?”

레나가 피식 웃는다.

“그들의<좋아함>은, 제가 약한 상태로 있길 원하는 거죠. 절대 강해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런가.”

타자의 세계관에 이러쿵저러쿵 개입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만이다.

- 픽!

레나의 목덜미를 살짝 쳐서 기절시켰다.

‘운이 좋았군.’

이번에는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민첩은 벌써 29.

바로 옆에 있었던 데다가, 그녀가한창 감상에 젖어 있던 덕을 봤다.

‘대피소’에 그녀를 넣고 밖에서 문을 잠갔다. 레나도 레벨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은 위험하다.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무엇보다, 경비병들을 죽이는 건 내개인적인 일이다.

나와 루비아와 그들 사이의 일. 레나를 개입시키고 싶지 않았다.

- 째쟁!

희석시킨 흑철黑鐵의 분사기를 전부 모았다. 남은 건 세 개.

다른 것들과 달리 더 진하다. 통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1/7로 희석시킨 액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보여 줄지는 모르겠다.

‘죽지는 않았으면 좋겠군.’

- 투둑.

나는 분사기의 점화플러그를 전부 제거했다. 직접 불을 뿜는 대신, 이액체로 안에 있는 놈들을 흠책 적셔줄 생각이다.

플러그를 뺀 분사기를 잡아든다.

다른 준비는 없다.

이제 가짜 방염 제는 없다.

노인은 갑옷 안의 나를 알아봤다.

달그락거리는 해골임을 파악했다.

인간이 아니기에 방염 제를 주지 않았다 한다.

그 역시 거짓말이다. 노인은<불>

밖에 없었다.<불>에 저항할 만한방염제를 갖고 있지 않았다.

내가 인간이었다 해도 별반 달라지는 게 없었던 셈이다.

관을 조준하고 손잡이를 쥐었다.

앞으로 걸어갔다. 사원을 벗어나 심층부로 들어간다. 전과 같다.

[보스의 인식 범위에 들어갑니다.]

[우두머리 사냥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보스를 적대하겠냐는 메시지가 다시 떴다. 저 거대 거미를 도와주더라도, 공격받지 않을 확률은 0.1%

에 불과하다. 모두 한 번에 바짝 태워 버리는 편이 낫다.

피아被我는 분명하다. 적은 나를 제외한 전부고, 내 편은 오직 나 하나다.

천장 사방에 거미 고치가 매달려있다. 거대한 구덩이 안쪽을 화염의고리가 두르고 있다.

- 쨍그랑! 펑! 화르르르!

불의 고리는 점점 좁혀진다.

몸길이 4미터쯤 되는 거대한 거미가 괴로워하며 날뛴다. 표피에 이미불이 붙었다.

- 키가아아아아아악!

나는 경비병을 하나하나 훌어본다.

저번에는 대머리에게만 시선을 빼앗겼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하나하나 천천히 훌어보고 있다.

모두 발견했다. 대머리가 뒤에 거느리고 나오던 놈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이미 찌르고 불태워 죽인 한 놈.

그 외의 세 놈이 전부 이 장소에 있었다.

그날 밤이 떠올랐다.

수레를 끌고 나오던 놈이 보인다.

대머리에게 맞아 온통 멍투성이던얼굴은 다 가라앉아 있었다.

그날의 일이 이것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에 불과할 것이다.

나는 상관없다. 인정하는 게 달가울 리 없으나 부서지고 짓밟히는 건나의 일상이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 매를 맞고 매도당하고 아무에게도 하소연할 수없는 건 내 일상이다.

하지만 루비아는 다르다. 그녀는 그런 취급을 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잘못한 게 없다.

나는 조용히 분사기를 겨눴다.

보스존.

거대한 구덩이를 둘러싼 경비병들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대머리에게 죽도록 맞아, 온몸에 멍이 들었던 놈을 본다.

놈은 즐겁게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거미가 씹다 뱉은 사형수의 시체가 화르르 불탄다.

‘시작하지.’

- 좌르르!

- 화륵!

나는 위에서 그라스미어의 불을 놈들에게 마구 뿌렸다.

- 좌특!

흑철의 분사기에서 액체가 힘차게 뿜어진다. 점화플러그를 빼 놓았기에 불은 없다.

루비아가 실려 있던 수레를 절벽 아래로 밀어 버린 멍투성이 놈.

그의 얼굴에 뿌린다. 옷 안으로 뿌린다.

“응?”

액체를 맞은 놈이 이쪽을 바라본다. 수레 근처에 있던 녀석이다.

놈은 그 상황에서 화염병에 불을 붙이려다,

- 화르르르륵!

“끄기이이익익!”

온몸이 한 번에 구워져 버린다. 가죽과 살이, 입은 갑옷이 한 번에 익어 불타며 괴로워한다.

초열焦熱에 두들겨 맞아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다.

좀 더 천천히 고통을 가하고 싶다.

차근차근 심문하고 진상을 알아내고 싶다.

하지만 그럴 힘은 부족하다.

산 채로 구워 버리는 것 정도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게 내 현재의 좌표다.

불이 옮겨붙는다.

내가 분사한<액체>를 따라, 불도고통도 표정도 옮겨붙는다. 나는 높은 곳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루비아를 죽이고, 쓰레기라도 매립하는 것처럼 그 시체를 야산에 버린 놈들이 산 채로 활활 불타는 모습을 본다.

“끼, 끄히히이이으아!”

비명 소리가 다채롭다. 느긋하게 음미할 여유는 없다.

뒤로 빠지는 편이 좋을 것이다.

1/7로 희석한 액체는 새파랗게 타올랐다.

인간 열다섯의 비명 소리는 하나하나가 새로운 결이 있다.

대머리의 비명이 마지막까지 울려 퍼진다. 그가 끝까지 살아남는다. 놈이 루비아를 죽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목격한 간살과 시체유기의 현장.

거기서는 저 대머리가 지휘자다.

어쨌건 놈에게 책임이 있다.

“구, 구와아아악!”

온몸에 불이 붙은 대머리가 중심부를 빠져나온다. 놓지 않고 잡은 칼을, 나를 향해 휘두르려 한다.

살갗에 불이 붙어 타오르면서도 제법이다. 입구를 내줄 생각은 없다.

이자는 여기서 불타 죽는다.

- 쨍그랑!

비어 버린 분사기를 내던졌다.

한 손으로 방패를, 다른 손으로 검을 잡았다. 막아낸다.

불타 죽게 만들 것이다. 도망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 때,

- 퍼걱!

날카로운 장검 한 자루가 대머리의 가슴에서 튀어나온다.

불쑥 튀어나온 칼날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다.

“끄, 꾸어어어.!”

가슴을 뚫고 나온 ‘칼날’을 대머리가 내려다봤다. 도무지 믿고 싶지않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칼날’은 살아 있는 것처럼 마구 꿈틀거렸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칼날 뒤쪽에는 검붉은 표피가 붙어있었고, 위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이 날카로운 금속은 인간의 검이 아니다.

‘.빠져나온 건가?’

화염병을 던지던 경비병들이 아비규환에 빠져, 그녀를 둘러싼<불의 고리>가 일시적으로 약해졌을 때.

열두 발의 웹슬링거는, 이 던전의 보스는 구덩이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하나의 제 ‘다리’를 대머리의 가슴팍에 쑤셔 넣은 것이다.

“끄으아아아.!!”

대머리는 그 와중에도 비명을 질렀다. 앞으로 숙여 날카로운 ‘다리’에서 몸을 빼내고, 뒤를 돌아 반격하려 한다.

하지만 내가 용납하지 않는다.

_ 쨍!

나는 대머리의 칼을 방패로 짓눌렀다. 그리고, 거미의 ‘다리’가 쑤셔놓았던 부분에 다시 한 번 바스타드소드를 찔러 넣었다.

- 퍼걱!

눈앞에서 인간이 불타고, 바로 뒤에서는 직경 4미터의 거미가 불타고 있다.

- 푸슛!

피가 샘물처럼 솟는다. 진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열기가 느껴진다. 갑옷이 달궈진다.

一 띠링!

[화염에 의해 0.3초당 2.25%의 체력이 감소합니다!]

[체력이 84.25%로 떨어집니다!]

[체력이 82%로 떨어집니다!]

[체력이 79.75%로 떨어집니다!]

[체력이.]

[.로 떨어집니다!]

[체력이 66.25%로 떨어집니다!]

내 몸에도 불이 옮겨붙는다.

순식간에 몇몇 부분들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나는 버티고 있다.

저번처럼 아예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불>은 아니다.

버틴 채로, 칼날을 쑤셔 박아 경비대장의 탈출을 저지한다. 마약이라도 잔뜩 복용했는지, 비정상적인 행동력을 보인다.

- 키갸아아아악!

화염에 불타는 거미의 비명.

- 과득!

표피에 붙이 붙은 채로 거미는 곧거대한 머리를 들이댔다.

그리고 경비대장의 상반신을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온몸에 박힌 눈을 번들거리며 경비대장을 산 채로 씹어 먹는다.

거미의 뱃속에서 경비대장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런.’

거미에게 복수를 빼앗겼다.

끈적거리는 기름이 주위에 붙어,

화염이 미친 둣 너울거린다.

[체력이 41.75%로 떨어집니다!]

이 새파란 뜨거움이, 묘하게 상쾌하다. 이곳이 내가 사는 세상이다.

마음에 든다. 이런 순간은 상쾌할 정도로 단순하다.

‘젠장.,

비명과 적의와 살해.

모든 것이 적과 나로 갈라진다. 모든 걸 쓰러트리면 된다. 경비대장을빼앗아 먹은 거미를 노린다.

온몸을 축으로 삼아 돌렸다.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연달아 대검을 휘둘렀다.

놈의 상반신을 입에 문 거미를 반으로 갈라 버렸다. 초록색 독액이 사방에 터진다.

[독액에 의해 1초당 1.33%의 체력이 감소합니다.]

- 띠링!

[경고! 체력이 12.5% 이하입니다!]

뒤로 물러난다.

갑옷이 상당 부분 녹아 버린다.

더 이상 <위장>으로써의 기능은하기 힘들 것 같다.

눈앞에서는, 반투명한 창이 연달아 뜬다. 레벨 1 상태에서 D랭크 던전보스를 잡았다. 그에 걸맞은 보상이 있을 거다.

-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띠링!

[경고! 체력이 10% 이하입니다!]

온몸에 붙은 불이 쉽사리 꺼지지 않는다. 너무 전투에 몰입해서, 거미녀석에게 가까이 붙은 탓이다.

[클리 어!]

[던전 우두머리를 처치했습니다.]

[랭크 판정: D플러스]

[난이도 판정: 절망]

[난이도 판정으로 용사 포인트가200% 가산됩니다.]

[체력 10% 이하에서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용사 포인트가 50% 가산됩니다.]

[‘경계선상의 모험가’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이건 또 뭐야?’

당황하고 있을 때에도, 포인트는차근차근 계산되고 있었다.

[D플러스 랭크 클리어: 54포인트]

[난이도 가산: 108포인트]

[체력 10% 가산: 27포인트]

[189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띠링!

[상점 이용 권한을 산출합니다.]

[하급 견습생 (Apprentice Low)으로 이용 권한이 인정됩니다.]

- 다음 등급까지: 403/1,024[적절한 세 가지 능력 가운데서,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능력 스캔 중.]

[플레이어 스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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