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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83화 (83/458)

84화 황제, 폐하, 만세 (3)

- 쉬익!

둥그런 쇳덩이가 코앞을 지나간다.

정신을 집중해 간신히 피했다.

- 우지끈! 우지끈!

버클러는 굵은 나뭇가지를 몇 개나부러뜨리고, 그 너머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맞아 커다랗게 쨍! 하는 소리를 냈다. 바위에서 부스스 먼지가 일었다. 맞으면 그대로 뼈가 조각날 힘이었다.

“쯧. 아깝네.”

더벅머리 남자가 혀를 찼다.

하나씩 끊어서 공격해 들어가기 도전에 선공을 당했다.

‘실력은. 긍정적으로 봐이= 비숫.’

하지만 숫자는 3 : 1.

어느 쪽으로 보나 불리한 상황이다.

“투창을 두 번이나 피했다. 제법 빠르다. 해골이라고 가볍게 보지 마.

단검을 주의하도록.”

가운데 있는 남자가 주의를 환기시켰다. 조심성 투철한 리더까지 있다.

패배는 확정이다.

그때,

- 우우응.

단검이 나를 꽉 움켜잡았다.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나를 움켜잡은 단검이 웅웅거리며 울었다.

<죽여라.>

머릿속에 외침이 울렸다.

‘뭐야?’

- 팟!

몸이 허공을 박찼다. 가장 가까이 있는 남자에게 단검을 찔렀다.

단순한 직선.

“■후, ,

버클러를 던졌던 더벅머리 남자가 뒤로 물러났다. 거리가 있는 데다,

후퇴도 빨랐다.

- 스륵.

결국 단검은 슬쩍 남자의 팔을 슬쩍 긁는 데 그쳤다.

버클러를 장비하고 있었다면 그걸로 아예 막아 냈겠지만, 방금 던지는 데 사용한 터였다.

그때 였다.

허공에 소리가 울렸다. 단검에 떠다니던<하얀>글자 한 조각이 베인 상처로 스며들었다.

글자는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혈관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남자의 팔에서 흐르던 새빨간 피가 순식간에<하얗게>변해 갔다.

혈관이 찢어졌다.

위로 새하얀 피가 뿜어졌다.

“아, 아파, 아파아.!”

실력 있어 보이던, 절대 그럴 것 같지 않던 긴 머리 미남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두 바퀴도 구르지 않아 숨이 몇었다. 세 바퀴째부터는 그저 관성으로 구르는 시체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게 무슨.!’

터무니없는 마검魔劍이었다. 한 번 스치면 곧바로 죽는 권능.

막 놀라고 있는 순간,

- 콱!

두 자루의 장창이 교차해 내 몸을 꿰뚫고 들어왔다.

뼈 사이를 뚫은 창날이 뒤에 있는 나무에 깊숙이 박혔다. 창대가 파르르 떨렸다. 몸이 살짝 위로 들렸다.

두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r옆구리에 낀 창으로 나를 나무에 박아 넣은 두 남자의 눈썹이 마구일 그러져 올라갔다. 단단히 굳은 입가가 분노로 떨렸다.

“감히 이런 쓰레기가 수색대원을살해하다니.!”

놈들의 눈에서 불이 타올랐다. 경악과 혐오, 살의가 사슬처럼 얽혀있는 표정이었다.

一 덥석!

‘이런.,

동료를 죽인 분노가 이해는 간다.

물론 얌전히 당해 줄 생각은 없다.

손을 뻗어 창대를 붙잡았다. 나무에서 뽑아낼 생각이었다.

- 달그락! 달그락!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남자들도 힘을 주고 있다. 한 명 정도는 몰라도, 허공에 뜬 상태에서 둘을 동시에 밀어낼 힘은 없었다.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다.

“치세!”

창을 꽉 잡고 있던 ‘수색대원’들이 갑자기 칼을 들었다.

양쪽에서 동시에 덮쳐 왔다.

무수히 연습한 합격合擊.

어설픈 공격이 아니었다. 뛰어난 무재를 가지고 태어난 남자들이 일생에 걸쳐 수련한 검술이다. 무게와 속도가 날카로운 칼날에 실렸다.

나는 위기를 느꼈다. 이대로 기스-

제-라이가 어떻게 되는지도 보지 못하고 죽을 생각은 없었다.

홀린 듯이 단검을 휘둘렀다.

- 서걱! 서걱!

창대가 잘라졌다. 창날과 가까운 부분에는 얇게 철이 둘러져 있었다.

그럼에도, 단검에 떠다니던 붉은 글자가 빛을 발하자 창대는 수수깡처럼 쉽게 잘려 나갔다. 몸을 급히 수그렸다.

- 부응!

남자들의 칼이 허공을 갈랐다. 바로 내 머리 위였다. 옆으로 굴러 일어났다. 일제히 인상을 구기고 있는 자들이 보였다.

“에잇.!”

하지만 내 쪽에서 한탄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방금 창대를 잘라 살아남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찐지 손에 쥔 단검에게 이끌린 기분이었다.

허공에 떠 있는, [검술 효과가70% 감소된 채 발휘됩니다.]라는 글자를 확인했다.

검술 Lv.5.

이 스킬은 단검을 위한 것은 아니다. 원 핸드 롱소드나 바스타드 소드를 위한 것.

괜히 단검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약간의 효과는 유지되는모양이지만, 이 정도 녀석들을 상대하기엔 부족하다.

‘역시 무리인가.’

녀석들은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았다. 나를 완전히 부술 때까지 포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보였다.

우두머리를 보이던 40대 남자가,

동료를 향해 손가락 셋을 들어 보였다.

“그건.! 무리가 가실 겁니다.”

“빨리 끝내야 해.”

젊은 남자가 입술을 깨물었다.

동시에 칼이 날아왔다. 각자 다른 속도와 궤도였다.

몸을 숙였다.

전부 피할 수는 없었다. 허리로 날아오는 칼을 단검으로 방어했다. 불꽃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무게로 본다면 단검이 한 번에 튕겨 나가야 정상이다.

하지만 단검과 부딪힌 남자가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내 힘이 월등했기 때문은 아니다.

‘단검의 힘이군.’

그때 였다.

내 두개골을 노렸던 40대 남자의 눈빛이 변했다. 반투명한 푸른 기운이 눈동자에 도는 것 같았다.

남자의 몸이 떨려 온다. 억지로 힘을 꺼내 쓰는 것처럼 입과 귀에 서피가 흘렀다. 그가 칼을 치켜들었다.

칼날에는 마치 눈에 보일 둣 은은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막아야 해.’

직감이 경고를 보냈다. 궤軟가 다른 파괴력이 느껴졌다.

막기 위해 단검을 들었다. 하지만 생각뿐이었다.

“어딜!”

단검은 다른 남자의 칼에 봉쇄되었다. 그는 제 목숨을 내놓을 것처럼 달려들었다. 제가 든 칼이 칠흑 단검과 부딪치며 이가 나가는 걸 보면서 내 움직임을 저지했다.

“크아아앗!”

그 사이, 반투명한 기운을 머금은 칼이 머리로 날아들었다. 두 눈에 서피를 흘리면서까지 40대 남자는 칼날에 서린 기운을 유지했다.

- 서걱!

깨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칼날은 그대로 두개골을 무 자르듯 치고 지나갔다. 의식이 깜깜해졌다.

‘이걸로 아홉 번째 죽음인가.?’

이런 녀석들과 무작정 부딪히게 한네크로멘서 가 원망스러 웠다.

아니, 이런 단검을 쥐어 줘도 못 이겼으니 내가 한심한 건지도 몰랐다.

- 달그락!

꺼져 가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끄, 꼭. 끄윽.!”

숨이 끊겨 가는 소리다. 고개를 들었다. 세련된 솜씨를 보였던 두 남자가 허공에서 발버둥 치고 있다.

내 두개골을 훌륭히 쪼개 놓던 자들이.

‘응?’

죽지 않았다. 의식을 잃은 바로 그 장소에서 다시 깨어났다.

남자들을 번갈아 올려다봤다.

가슴에 이물질이 박혀 있다.

칼날처럼 변한 날카로운 하얀 뼈가 그들을 뚫었다.

“도와줄 일 없을까 봐 걱정했잖아.

마무리는 네가 하렴.”

네크로멘서 였다.

양손으로 남자 한 명씩을 꿰어 들고 있는 여자가 나를 보고 씩 웃는다. 왼쪽 눈을 찡긋한다.

멍하니 있자 재촉이 이어진다.

“마무리하라니까? 직접 죽여야 더흡수 효과가 좋거든. 왜 안 해? 살려 두고 싶어?”

- 우우우응.

손이 떨린다. 어느새 손에 쥐어져있는 단검을 내려다봤다.

“이 단검.

“맘에 들어?”

“내가 쥐는 게 아니라 쥐이는 것 같아서 불쾌하오. 어떻게 된 단검인거요?”

“살짝 스치기만 해도, 글자 벌레가 핏줄을 파고들지. 너한텐 안전한 거야. 핏줄 없잖아. 딱 알맞은걸?”

“벌레 무서워해? 쓰기 싫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보조개를 만들고 눈꺼풀을 살짝 들어올린다. 짓궂은 표정이다.

“저런, 무서웠구나.”

물론 내 대답은 쓰기 싫었냐는 것에 대한 대답이다. 하지만 반박할 힘도 없다. 사실 이모저모로 의욕이부족한 상태였다.

<네크로멘서의 연인>

그 호감도 특전을 선택한 탓에, 강제로 납치되었다.

이 여자의 완전한 장난감이 되어있는 상태다.

마법으로 구속당하고, 손에 쥐어준 단검에 이끌려 조종당한다.

나는 네크로멘서에게 핀잔을 줬다.

“누군가 의욕을 가지려면.

“먼저 자율로 무장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겠소? 타자의 의지로부터 자유롭고, ‘침해’받지 않는 사적 영역이 필요하단 말이오.”

나는 침해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엠버에서 온네크로멘서다.

“고리에 매어 놓고 의욕을 기대하는 건 존중 없는 태도요. 나를 인형처럼 다루지 마시오.”

“아하하핫.

기스-제-라이가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네 의지를 침해하지 않았어. 오닉스의 고리는<원하는 곳에>매여 있는 고리야. 그 단검은<원하는 것을 행하는>단검인걸.”

그녀가 말을 이었다.

“조금 더, 너를 솔직하게 만들어준 것뿐이야. 너는 내게 매여 있고싶다고 생각했어. 이들을 죽여서, 정수를 홉수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솔직해진 기분이 어때?”

‘‘.r수치심이 온몸으로 퍼졌다.

‘이게 전부 내가 원한 거였다고?’

그러는 와중에도,“끄. 끄으.!”

기스-제-라이에게 폐를 찔린 남자들은 입가에서 피를 흘린다. 한 가닥씩 하던 남자들이 목 꺾인 닭처럼 허공에서 바르르 떨고만 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다. 숨도 쉬지못하고 입에서 피를 홀린다.

눈도 새빨갛게 붉다. 꺽꺽거리는 소리를 낸다.

날카로운 손이 깊숙이 들어갔다면 단번에라도 절명했으련만, 그마저어려운 깊이인 모양. 애매한 것들은 어디서나 고통스럽다.

“이 아이들, 어서 죽여주는 게 편할 거야. 직접 죽이는 편이 홉수 효율이 좋아. 서둘러.”

바닥에 떨어진 긴 칼을 주웠다.

그녀의 말을 인정하는 건 아니다.

또 나를 희롱하는 건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들을 죽여서 나쁠 건 없다. 폐를 찔려 고통에 몸부림치는걸 두고 보는 취미는 없다.

- 숙!

경동맥을 차례로 베었다. 칼날은 예리하다. 인간의 목은 여리다. 칼은 예로부터의 전통에 충실하게 인간들의 숨을 끊었다.

비명이 샌다. 두 남자는 차례로 절명했다. 피가 두개골에 잔뜩 튀었다.

나뭇잎을 뜯어 묻은 피를 닦아 냈다.

검격에 반으로 갈라졌던 두개골은,

그런 일 따위 없었다는 듯 매끈하게 아물어 있었다.

두 남자를 죽이고 난 뒤 언제나와 같이 레벨업 메시지 몇 줄이 떴다.

기스-제-라이의 인형들을 상대해서 10대 초반이 됐던 레벨은 이미10대 후반으로 변해 있었다.

쌓여 있는 스탯 포인트를 대충 고르게 분배했다.

땅에 쓰러진 남자들의 시체를 바라봤다. 서서히 초록색 빛이 올라왔다.

[흡수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정수 흡수 레벨: 1]

[죽은 지 48시간 내의 상대로부터 정수 흡수가 가능합니다.]

흡수 조건을 충족하고, 레벨 5 이하의 스탯을 홉수한다는 등.

카타나를 쓰던 녀석과 같은 메시지가 떴다. 일반 스킬로 홉수가 제한된다는 메시지까지 같다.

남자들의 팔 부분이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뭐 해? 빨아들이지 않고.”

네크로멘서가 나를 질책했다.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니라고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눈과 귀에서 피를 홀리던 시체들을 바라본다.

푸른 기운을 칼날에 서리게 하던 남자. 내 두개골을 갈라놓은 검격을가한 그 손목에서 빛이 난다.

‘흡수한다.’

홉수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뼈에 감돌던 푸른 정수가 스르빠져나와 내 뼈로 스며들어 왔다.

저릿한 감각이 손에서 머리를 타고을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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