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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93화 (93/458)

94화 가면 쓴 축복 (7)

- 철컥.

나는 두 발로 산을 올라갔다.

지금까지는 널따란 길이었다. 공격해 오는 짐승도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야생의 구역이다.

혹은 사냥꾼의 구역이다.

어느 쪽이건 내 편은 아니다. 정신을 집중했다. 숨을 장소를 찾기 전까지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탐지 Lv.2]

[활성 상태로 전환합니다.]

[스킬 효율 400% 증가.]

[현재 체력 기준, 초당 0.0014%의 체력이 소모됩니다.]

훈련된 감각을 발휘합니다.

은신하지 않고 움직이는 대상을 감지합니다.

뚜렷하게 남겨진 흔적을 대부분 잡아낼 수 있습니다.

땅과 공기의 진동을 예민하게 감지합니다.

탐지 스킬은 딱히 쓰지 않아도 발동되는 능력이다.

하지만 활성화할 경우 약간의 체력소모에 더해 효과가 크게 상승한다.

‘훈련된 감각.’

물론 훈련은 받지 않았다. 근위대기사들에게서 흡수했을 뿐이다.

점점 험해지는 길을 올라갔다.

산속은 점점 고요해진다. 내 발소리만 철컥거리며 울렸다. 소리를 죽여 디뎠다.

그러자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마른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작은산새 파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점점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숲 사이에 갇혀 맴도는 지친 바람소리가 들렸다. 작은 꽃씨 흩날리는소리, 심지어 풀 자라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가만히 서 있는 나무도 온도가 있고 기척이 있었다.

‘땅에도 소리가 있는 걸까?.“

달리는 땅 깊은 곳에서, 무언가 큰 하나의 덩어리가 돌아가는 감각 이전해져 왔다.

‘환각인가?’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감지 범위가확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 띠링!

[몰입 상태로 전환합니다!]

[스킬 효율 1,600% 증가.]

[현재 체력 기준, 초당 0.273%의체력이 소모됩니다.]

[숙련도가 초당 0.5% 상승합니다!]

순간 직감했다. 이 느낌을 놓지 않고 꽉 잡아야 한다!

하지만 우연히 접어든 이 상태는,

고작 일 분을 유지하지 못하고 바로 깨져 버렸다.

[몰입이 종료됩니다.]

[숙련도 상승: 19.5%]

[체력 소모: 10.647%]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일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10%나체력이 깎여 버렸다.

‘으음.

잠깐 맛본 감각을 기억하려 애쓰며 바위와 바위 사이사이를 뛰어갔다.

하지만 그 감각 대신,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잊기 힘든 장소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여긴가.’

트롤에게서 도망치다 결국 잡혀 두개골이 반으로 뜯겼던 장소다. 무성한 수풀 맞은편은 낭떠러지다.

까마득한 저 아래로 몸을 던져 자살하던 루비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트롤에게 찢겨 죽느니 그 편이 낫다고 판단했겠지.

‘후우.’

가볍게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던 때였다.

- 후IO"卜 후1이이히- 휘? ㅇ1?]ㅇ'卜멀리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산의 소리가 아니었다.

꽤 멀리서 나는 소리였지만, 탐지스킬을 활성화시킨 덕분에 쉽게 잡아낼 수 있었다.

‘휘파람이다.’

인간이 부는 휘파람 소리가 분명했다. 가만히 있자니 바닥에서 걸어오는 진동도 느껴졌다.

동굴 안에서 나를 쫓던 그 발자국소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위험하고소름 끼치는 감각은 아니다.

‘그냥 행인인가?’

까만 망토로 갑옷을 덮었다. 근처수풀로 들어갔다. 그 안에 들어가가만히 기다렸다.

날 발견할 감각이 없다면, 상대가누구든 그냥 보내 주는 편이 낫다.

괜히 시체가 생기거나 돌아와야 할인간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 근처로 추적이 붙을 거다.

“휘이이익~ 후j이이인기척은 점점 커졌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들의 모습이보였다. 사냥꾼들이었다.

두어 녀석이 즐거운 둣 휘파람을 불며 내려오고 있었다.

모두 발걸음이 몹시 경쾌했다.

살짝 고개를 들었다. 놈들의 면면을 확인했다.

‘저 녀석들은.!,

처음 보는 얼굴이 아니었다.

루비아와 가는 길에 만났던 트롤사냥꾼들. 하지만 그때와 복장이 제법 달랐다.

여섯 놈 모두가 징 박힌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두 놈만 저런 옷을입었고, 나머지는 털옷이었다.

가진 무기도 향상됐다. 다들 끝이 특이하게 생긴 개량 투창을 넉넉히 가졌다. 커다란 통에서 화살이 연속 발사되는 쇠뇌를 든 녀석도 있다.

‘흐음.

- 찰랑?

한 놈이 메고 있는 밀봉된 나무통에서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놈들의 정체. 그리고 이 장소를 생각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트롤의 피.

트롤의 피는 그 자체로도 무척 뛰어난 강장제나 해독제다.

연금술사의 손에 들어가면 시약을 만드는 고급 재료가 된다.

‘저놈들이 왜 살아 있지?’

엎드린 채, 현재 날짜를 생각했다.

계산은 어렵지 않았다.

지금은 루비아와 처음 여기 왔을 때와 비교해 8개월 정도 지난 시점.

당시에 나보다 먼저 트롤에게 찢겨죽었던 사냥꾼들이, 멀쩡히 살아서내 눈앞을 걸어가고 있다.

심지어 더 좋은 갑옷, 더 좋은 무기를 가지고 휘파람을 불며 유유자적 걸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곧 상황을 이해했다.

이 세계는, 나와 저놈들이 트롤에게 살해당한 세계가 아니다.

나는 트롤에게 살해당한 뒤 고산지대를 한 번 포기했다. 다시 회귀한 뒤 루비아를 유블람에 들여보냈다.

그 시간선이다.

눈앞의 광경이 말해 준다.

이번 시간선에서, 눈앞의 사냥꾼들은 8개월 전의 사건에서 모두 살아남았다고.

트롤 살해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성공할 사냥이었나.’

결국 저놈들은 나 때문에 다 죽었던 거다.

‘내가 덫만 안 풀었어도.’

엎드린 채 회상에 잠겼다.

<크릉! 크르르롱!>

<응? 이 아이가 왜 이러죠?>

<글세. 육포를 더 달라고 그러나.>

덫에서 풀어 준 새끼 늑대는 계속 경고하듯 짖었었다. 덕분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스럽게 걷다 거대한 덫을 발견했다.

<커다란 덫이다. 걸리면 꼼짝없이 당했겠군.>

보이지 않게 설치된 철사를 전부 끊고 풀어냈다. 위험을 회피했다고 뿌듯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늑대가 경고한 건 덫이 아니었다. 트롤이었다. 성난 트롤에 나와 사냥꾼들은 찢기고 쪼개졌었다.

‘.후우.,

나는 회상을 마치고 속으로 한숨을쉬었다.

사냥꾼들이 멀어지길 기다렸다. 굳이 부딪칠 이유가 없다. 놈들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봤다.

가만히 보다 보니, 검은 나무통에 담겨 있을 액체가 좀 신경 쓰였다.

‘한 마리에게서 빼낸 거라기엔.

좀 부족한 양 아닌가.’

트롤은 키가 2미터가 훌쩍 넘는다.

온몸에 거대한 근육이 덮여, 부피로치면 인간의 세 배는 넉넉하다.

피를 다 뽑았다면, 적어도 둘이 드는 거대한 통이 필요할 터.

‘저 통은 너무 작아.’

내 의문을 뒤로하고 놈들은 곧 멀리 사라졌다. 사냥꾼이라고 해도, 기척을 죽이고 엎드린 날 발견할 깜냥은 안 되는 녀석들이었다.

- 바스락.

숨어 있던 수풀에서 일어났다.

계속 탐지 스킬을 활성화한 채로한 시간 정도를 더 올라갔을 때.

‘저건.

길 한쪽 구석에 바닥 깊이 박힌 시커먼 쇠말뚝과 연결된 D자 덫이 보였다. 처음 보는 덫이 아니었다.

내 두 손으로 직접 벌렸던 덫이다.

덫은 작은 유해 하나와 연결되어있었다.

‘.못 벗어난 건가.’

뼈는 작은 네 발 짐승의 것이다.

형태도, 크기도 누구의 것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내가 구해줬던 새끼 늑대였다.

눈처럼 하얀 털의 아이.

덫을 풀어 주려 다가가자 심하게으르렁거리고, 육포를 던져 줘도 자존심 때문에 먹지 않던 녀석이었다.

녀석은 풍화되어 있었다. 덫을 놓은 사냥꾼들이 늑대를 무시했거나,

깜빡하고 가 버린 것 같았다.

‘가죽도 고기도 별로 안 나온다는 건가.’

생각해 보면.

녀석이 덫에 걸린 날, 방금 지나간 인간들은 트롤 사냥에 성공했다.

거대한 사냥의 성공에 고취된 채,

돈 되는 방식으로 빠르게 트롤 사체를 처리하느라 바빴을 거다. 녀석을 잡을 여유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방치라니.’

나는 멍하니, 덫에 묶인 늑대 해골을 바라봤다.

가엾다고 생각했다.

이 작은 늑대는 내가 몇 번이고 삶을 반복할 동안, 쇠 몇에 매여서 고통스럽게 죽어 갔던 거다.

함정에서 풀어 주자, 열정적으로짖으며 경고해 주던 녀석.

책임감이 느껴졌다.

다가갔다.

시커먼 덫을 손으로 잡았다.

- 투둑!

꽉 오므린 덫이었지만, 두 손으로 잡고 힘을 주자 간단히 벌어졌다.

‘고작 이 정도의 덫인데.

- 스륵.

녀석의 두개골을 살짝 쓰다듬었다.

뼈를 추슬러 모아 품에 안아 들었다.

어딘가 넓고, 덫 따위는 결코 없을 곳에 유해를 놓아줄 생각이다.

눈처럼 하얀 털. 새파랗게 빛나던 예쁜 눈이 떠올랐다.

다음에는 그때의 모습으로 풀어 줄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레나의 곁에서 깨어날 때녀석은 이미 죽어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 달그락!

내 품에 안긴 유해가, 작은 소리를내며 조금씩 떨려 오기 시작했다.

[스킬: 뼈의 군주 Lv.l을 사용하시겠습니까?]

[통제력을 사용해서 대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필요 통제력: 5]

[전체 통제력: 10]

뼈의 군주.

기스-제-라이에게서 흡수한 유니크 스킬. 해골을 대상으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로 일으키라는 메시지를 보는 건 처음이다.

- 사르록.

어디서 뜯겼는지 모를 꽃잎 하나가 허공에 흩날렸다. 꽃잎은 새끼 늑대의 작은 갈비뼈 사이로 들어와, 내손바닥에 내려앉았다.

나는 고민했다.

깨워야 할까.

괜한 방해일지도 모른다. 녀석의 안식을 침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였다.

- 달그락!

[‘작은 새끼 늑대’ 해골이 달리고 싶어 합니다.]

[당신은 상대를 진심으로 생각해주고 있습니다.]

[교감하시겠습니까?]

[교감은 두 배의 통제력이 필요합니다.]

[필요 통제력: 10]

죽은 유해의 기분. 그런 것까지 알수 있는 스킬이었나.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허공에 뜨는 메시지가 거짓이 아니라면, 녀석의 욕망을 기꺼이 이행해주고 싶었다.

‘그래. 일어나라.’

의지를 발휘했다.

그것만으로도<뼈의 군주>스킬이 사용되었다.

[통제력을 사용합니다!]

[대상과 교감합니다!]

[사용 통제력: 10]

- 달그락!

품 안에서 굶어 죽은 새끼 늑대의 뼈가 일어났다. 뼈들이 유기적으로 붙은 채 살아 움직였다.

녀석이 내 손가락을 가볍게 깨물었다. 할는 동작과 비슷했다. 혀가 없어서 깨무는 걸로 표현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 띠링!

[교감에 의해 호감도가 추가로 5상승합니다.]

[현재 호감도: 10]

[<뼈의 군주>의 숙련도가 극미하게을라갑니다.]

가만히 녀석을 살폈다.

이는 모두 남아 있다. 열 개가 조금 넘는 갈비뼈는 아직 다 여물지 않은 듯 부드럽다.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녀석은 어렵지 않게네 발로 선다.

- 달각! 달각!

땅에 선 녀석이 얇은 꼬리뼈를 귀엽게 흔들었다. 다가와 앞발로 나를 몇 대 툭툭 쳤다.

a ?.99*5".?

해골이 되고 나더니 붙임성이 좀올라간 걸까. 뼈의 군주 스킬 덕분인지도 모른다.

전과는 다른 행동에 살짝 놀랐다.

- 달각! 달각!

자꾸 앞발로 내 다리를 누른다.

작은 골격 때문에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가자는 이야기인 걸 알아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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