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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120화 (120/458)

121화 패치워크 (1)

[체력을 회복 중입니다.]

[17.71%.]

체력이 서서히 회복됐다. 조금씩 정신이 돌아왔다. 일단 현재 상황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상태창.’

[Lv. 18(152)]

[체력: 51](new!)

[힘: 73]

[민첩: 71]

[지혜: 50]

수련에 몰두한 나머지, 무려 두 달 가까이 열지 않았던 상태창이었다.

이번 생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민첩과 힘이 약간 올랐다.

체력 스탯이 붉게 번쩍였다.

‘???10이나 깎인 건가.’

깨달음을 눈앞에 뒀다고, 무리한 수련을 한 결과였다.

하지만.

정수 흡수 2단계 스킬로, 이제 스탯을 75까지 흡수할 수 있다.

50초반으로 감소한 스탯 정도는 어렵지 않게 메꿀 수 있었다.

‘으음.’

아래로 빼곡히 펼쳐진 스킬 창을 확인했다.

화려했다.

수십 줄이 넘었다.

무수한 스킬과 특전 가운데, 눈에확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검기寒!J홍 Lv.l] (Rare)

- 검술 레벨이 10 이상입니다.

- 깨달음 Lv.l을 얻었습니다.

- 스킬 잠금이 해제됩니다!

검기 스킬에는, 추가로 제법 상세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대부분의 무사들에게 검기란 꿈의 경지입니다. 재능을 가진 무인이 평생을 수련해도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높은 수준의 검술 레벨과, 기를원하는 방식으로 통제하고 분출할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합니다. 검기를 사용하면 검의 파괴력.]

나는 차분히 스킬 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검술에 관한 기초적인 깨달음도 필요합니다만, 그 정도의 깨달음은 검기를 꿈꿀 정도의 무사라면 이미가지고 있습니다.]

‘.뭐?,

고개를 갸웃거렸다.

결국 어려운 건 검술 레벨 달성과 검기 스킬의 습득이라는 이야기다.

지금 그 깨달음을 얻지 못해서.

체력이 무려 10이나 깎여 가며 두 달 동안 고생했다는 건가?

알고는 있었다. 해골병사는 어떤 재능도 소질도 의지도 없는 인간과 비슷한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왜.

어째서 그러한가.

첫 번째 삶에서는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

억지로 납득했다.

의문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부서지지 않기 위해 눈앞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데 온 힘을 집중했다.

다른 걸 생각할 틈이 없었다.

저 위의 천장은 너무 멀기만 했다.

물론 내가 납득하든 납득하지 않든,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가 나를 톡톡 가로막고 있는 게 느껴지고 있었다.

벽이 만져진다. 천장이 만져진다.

물론 천장은 하나가 아니다.

까마득하게 많은 칸막이가 있었다.

촘촘한 칸막이 사이사이의 삶들에 대해 생각했다.

F급 모험가.

산적.

인신매매에 참여하는 D급 용병.

범죄 조직인 경비대.

거대한 거미.

고블린 부락을 사육하는 놈들.

근위기사들.

나는 천장 사이사이에 있는 놈들의 힘을 빼앗으며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다. 죽음을 반복하다 보면, 구조를 만들어 낸 무언가와 직접 대면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 달그락.

머리를 흔들었다. 생각을 털어 내고 칼을 들었다. 얻은 힘을 시험해볼 때였다.

‘검기.’

- 우우우우응!

낡은 철검이 부르르 떨렸다. 연푸른 기운이 피어올랐다.

- 슈아아앗!

칼을 휘둘렀다.

묵은 공기가 요동쳤다. 칼날에 맺힌 기운이, 날카로운 절삭력과 관통력이 무엇보다 생생했다.

‘이 정도라면.’

칼을 들어 벽에 꽂았다.

- 파삭!

칼은 동굴 암벽을 두부처럼 뚫고 들어갔다. 별다른 힘을 쓸 필요도 없었다.

띠링!

허공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검기는 스탯에 영향을 받습니다.

파괴력은 힘에 비례합니다. 정확도는 민첩, 안정성과 지속력은 지혜에 비례합니다.]

- 스릉!

웅웅거리며 우는 칼을 동굴 벽에서 다시 뽑았다.

의지를 보내자 칼끝에서 손가락 한마디 정도로 푸른 기운이 얇게 엉기고 있었다.

실처럼 흐르는 얇은 기운이 엉기고 엉겨 푸른 면을 형성한다.

후작이 만들던 검기를 떠올렸다.

뚜렷한 형태가 위로 몇 미터씩 솟구치던 것과 비교하면 미약하다.

하지만 중요한 한 걸음.

- 우우우웅.!

검이 울었다.

첫 번째 생에서는, 아예 꿈도 꾸지 않았던 경지가 내 손끝에서 펼쳐지는 걸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산성.’

[산성酸性 Lv.5를 발동합니다!]

크라켄에게 흡수한 속성. 산성Lv.5를 검기에 섞어 발동했다.

- 파지이이이이익!

푸른 검기에 투명한 기운이 섞이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절삭력을 가진 검기에 물질을 녹여버리는 산성이 덧씌워진다.

- 치이이이이익!

한눈에 봐도 위험한 기운이 검에 활활 솟아오른다.

이대로 잡고 있으면 위험하다.

그대로 동굴 벽을 향해 휘둘렀다.

- 파사사삭! 치이이익!

단단한 암벽에 깊고 거대한 자국이 새겨졌다. 자국은 칼날보다 두껍고,

검신보다 깊었다.

‘흡착!’

[흡착吸着 Lv.5를 발동합니다!]

허공에 매달린 종유석을 향해 칼을 휘두르자, 주변의 석순과 종유석들이 우두두둑 꺾이며 칼 주위로 달라붙었다. 단순히 흡착 속성을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범위가 넓고 강렬했다.

- 드드드득! 드드드득!

검기의 범위에 휘말린 종유석들은 마구 으스러지며 칼 주위에 달라붙거나, 가루가 되어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 팟!

나는 뒤로 한 걸음 멀리 물러났다.

시험 삼아 한번 섞어 보자고만 생각했는데, 결과가 엄청났다. 주위가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그 압도적인 위력에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 파직! 파지직!

[주의! 무기 내구도가 3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 파지지직!

철검에 금이 가고 있었다.

‘해제!’

검기와 산성, 흡착 속성을 즉시 사그라트렸다.

- 치이이이익 !

- 파지직!

기운을 거둬들였지만, 철검은 몇 초 동안 소리를 내며 금이 갔다.

[주의! 무기 내구도가 25%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주의! 무기 내구도가 22%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내구도가 22%가 되어서야 경고 메시지가 멈췄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철검을 조심스레 내렸다.

‘일단 무기부터 바꿔야겠군.’

곧바로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그라스미어.

챈들러 남작에게 직접 받은, A급무기제작패를 주면서 레나를 그곳으로 보냈다.

떼어 놓고 떠난 지 두 달째.

편지에 써 놓은 대로.

그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까?

사라졌어도 원망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편이 책임감은 덜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는 내 부탁을 거절한 적도, 날 배신한 적도 한 번도 없었다.

호감도가 낮은 상태에서도 끝까지 나를 책임지려고 애썼다.

불가사의할 정도로.

별일 없다면 그 자리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누군가 날 기다린다는 건 묘한 기분이다.

‘쫓아오는 건 말고.

- 달그락.

후작을 생각했다.

지난 생에는 2주 차에 나타난 놈이두 달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다.

‘나가자.’

하지만 곧바로 그라스미어로 가기전, 그래도 한 번쯤은 다른 곳에 들르고 싶었다.

동굴 미로를 간단히 뚫고 들어오는 후작이 아니더라도, 혹시 다른 기사단이나 마법사들이 주위를 수색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블람의 경비대를 몰살시킨 데다,

바알의 신전을 방치해 버렸다. 미래가 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산장에 가 봐야겠군.’

후작에게서 몸을 숨겼던 사냥꾼들의 산장.

그곳을 들러, 추격자가 있는지 밖에서 한번 살펴볼 생각이다.

게다가 산장에는 케빈 애슈턴의 책이 있다. 들러서 손해 볼 건 없다.

- 쏴아아아아.

입구 수풀을 헤치고 나왔다.

비가 내렸다.

‘늦가을이군.’

잎 끝까지 물든 단풍들이 빗방울에 하나둘씩 더 떨어졌다.

- 저벅.

사냥꾼들의 산장으로 향하는 좁고 험한 길로 접어들었다.

‘???탐지.’

습관적으로 스킬을 켰다. 비 내리는 소리만 있다. 사냥꾼도 짐승도 깊이 숨은 듯하다.

<뚜둑!>

말을 타고 길을 내려오며, 턱뼈를잡아 뽑던 놈의 손길이 떠올랐다.

‘.그놈, 정말 안 쫓아오는 건가?’

이사벨은 죽었다.

회청색 머리칼의 그 집념 가는 이제 누굴 책망할까? 누굴 쫓아갈까?

대신 쫓길 상대를 작게 마음속으로 애도하며, 한 시간 정도를 올라갔을 때였다.

‘또 보이는군.’

까맣게 녹슨 덫이 눈에 들어왔다.

눈에 익은 녀석이다. 풍화되어 죽은 새끼 늑대 뼈를 여전히 물고 있다.

두 번째로, 습관처럼 덫을 잡고 열었다. 작게 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뼈가 밖으로 빠졌다.

덫에 물린 부분의 뼈는 심한 자국이 나 있었다. 눈처럼 하얀 털도, 새파랗게 빛나던 예쁜 눈도 없다.

남은 건 그냥 뼈다. 늑대 해골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뼈의 군주를 사용하겠냐는 메시지가 뜬다.

‘물론이지.’

- 달그락!

두 번째로 녀석의 뼈가 일어났다.

저번에는 후작에게 부서졌던 녀석이었다. 이번에는. 아마, 지켜 줄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달각. 달각_녀석을 땅에 내려놓았지만, 아직네발로 제대로 서지 못한다.

비를 오래 맞아 뼈에 습기가 너무차고, 풍화가 심하게 이루어진 탓같았다. 가엾었다. 트롤의 위험을 온몸으로 경고해 주었던 녀석이다.

- 달그락.

제대로 서지 못하는 녀석을 그대로 안아 들고 걸어갔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새끼 늑대해골의 호감도가 증가한다는 메시지가 연달아 떠올랐다.

‘빠르게 오르네.’

놀랄 일은 아니었다.

덫에 묶인 채 외로움과 추위에 오래도록 버려져 있다면, 어떤 마음이 될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십 분 정도 걷자 높이 축대를 쌓은 산장이 보였다.

문 앞에 서서,

- 스롱.

칼을 빼 든 채 검기를 일으켰다.

자물쇠는 소리도 없이 간단히 동강났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전과 다르게 피 냄새나 방부액 냄새는 나지 않았다.

- 화르록!

등불을 켰다. 방 안이 흐릿하게 밝아졌다.

완성된<트롤 가족>이 보였다.

‘.작업이 끝났군.’

2층으로 올라갔다. 새끼 늑대 해골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 달각! 달각!

녀석은 침대 위에서 조그맣게 움직이는 연습을 했다.

나는 테라스로 갔다. 의자에 앉아주위를 둘러봤다.

- 투둑! 투두두둑.!

‘집중.’

‘탐지.’

한참 동안 두 스킬을 사용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범위를 넓혀 주변을 살폈다.

비바람이 불어온다. 젖은 낙엽이 흩날린다.

- 위이이이잉.!

한참이 지났다. 별달리 탐지되는 것이 없었다. 작은 짐승들도 소굴로 자취를 감춘 듯했다.

침대 위에 있던 새끼 늑대 해골이달각거리며 내 근처로 다가온다.

예전에는 침입자를 감지해서 바깥으로 나갔던 녀석이다.

녀석을 무릎에 올리고 팔로 비바람을 막아 줬다.

후작은 오지 않는다.

발소리는 없었다.

‘.으음.’

할 일이 하나 남았다.

안으로 들어와 침대 곁에 놓인 책을 펼쳤다. 그 위치 그대로다.

등불을 켰다.

제목과 글쓴이가 보인다.

<당신이 트롤을 죽이고 싶다면>

<캐빈 애슈턴>

집중하며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했을 때였다.

인쇄되지 않고, 손으로 적어 놓은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깨진 조각들과 접촉할 것>

‘.제대로 읽히는군.’

처음에는 기괴하게 보이던 글씨가,한 번에 제대로 읽히고 있었다.

그 아래, 처음 보는 숫자가 스르록 떠오르고 있었다.

<1/7>

‘이런 건. 없었는데?’

<깨진 조각들과 접촉할 것>

‘.제대로 읽히는군.’

처음에는 기괴하게 보이던 글씨가,한 번에 제대로 읽히고 있었다.

.

<1/7>

‘이런 건. 없었는데?’

<깨진 조각들과 접촉할 것>

‘.제대로 읽히는군.’

처음에는 기괴하게 보이던 글씨가,한 번에 제대로 읽히고 있었다.

그 아래, 처음 보는 숫자가 스르록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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