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패치워크 (16)
[<뼈의 군주>의 숙련도가 크게 올라갔습니다!]
[<뼈의 군주>의 스킬 숙련도가25%를 달성했습니다!]
[손상된 뼈의 복구가 가능해집니다.]
[통제 하에 있는 상대에게 추가 스탯을 (2) 부여할 수 있습니다.]
[스탯을 받은 상대는 당신에 대한호감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당신의 통제 아래 있는 목록]
- 밤톨 (늑대 Lv.ll)
연달아 알림 메시지가 나온다.
나는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본다.
밤톨이가 이런 활약을 펼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에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일으킨 게 아니었다.
무책임한 연민과 값싼 동정으로 녀석을 일으켰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 쿠구구구. 쿵!
모든 늑대는 자기의 날을 가진다.
오늘이 녀석의 날인지도 모른다.
통로가 완전히 열렸다. 저편의 홀로부터 빛이 새어 들어온다.
- 달각! 달각!
활짝 열린 통로로 밤톨이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대활약을 펼친 녀석이 내 발치에머리를 비벼 댔다.
“밤톨아! 정말 너니? 고마워!”
레나가 녀석을 뒤에서 꼭 껴안았다. 밤톨이의 머리 위에 상태창을띄워 확인한다.
[이름: 밤톨]
[늑대 Lv.llKnew!)
[호감도 - 19]
[체력 - 10](new!)
[힘 - 9](new!)
[민첩 _ 13](new!)
[지능 一 14](new!)
[특성 목록]
? 자율행동 E플러스
- 예민한 감각 Lv.3 (new!)
- 물어오기 Lv.l (new!)
- 치명타 상승 Lv.l (new!)
폭발적인 레벨 업에 따라 스탯이전반적으로 크게 올라갔다.
스킬 두 가지를 새로 획득했고, 원래 가지고 있는 스킬도 레벨이 두단계나 올라갔다.
놀라운 성장이다. 녀석을 레나에게건네받아,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녀석은 만져질수록 기분이 좋다는 듯 꼬리를 흔들었다.
힘 스탯이 상승한 탓일까? 뒤에 서약한 바람이 일어날 정도다.
[밤톨이가 매우 만족합니다!]
호감도가 1 올라갔다는 메시지가 떴다.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상태창을 띄웠다.
‘보너스 스탯 부여.’
[부여 대상을<밤톨>, 늑대 Lv.ll로 확정하시겠습니까?]
‘확정한다.’
[스탯을 분배합니다!]
- 달각! 달각!
밤톨이가 내 팔 위에서 배를 보이고 드러누웠다. 띠링,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호감도 상승 메시지가 연달아 떠올랐다. 녀석을 쓰다듬어 주고 있을 때였다.
“이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챈들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에게서 적지 않은 초조함이 느껴졌다.
골렘들을 처리한 뒤에는 곧장 주술사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텐데, 챈들러 본인이 독연에 취해한참 동안 지체한 것이다.
기뻐하고 있을 때만은 아니었다.
고작 예상하지 못한 함정 하나를 돌파했을 뿐이다.
“그래, 가 보자고.”
내 허락에 그가 빠르게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크리스티나도 대검을 들고 그 뒤를 따랐다.
레나가 곁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 밤톨이가 해낸 걸까요?”
“밤톨이가 맞아.”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의 여지는 없다. 녀석의 레벨이 올랐다. 덕분에 내 유니크 스킬숙련도까지도 크게 올랐다.
데려가 달라고 끝끝내 따라붙던 밤톨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산에서 일으킨 이후 밤톨이는 한번도 레벨이 오르지 못했다.
이런 순간이 찾아오길 간절히 노린 건 아니었을까?
녀석은 오랫동안 칼을 간 끝에, 자신이 활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찾아낸 것이다.
“.대견하긴 한데, 궁금해요. 왜 처음에 구멍이 열린 걸까요? 송풍구요.”
“처음에?”
“함정이라면 연기를 빼낼 필요 가없을 텐데. 제가 함정을 팠다면, 아주 넉넉히 여기에 가둬 뒀을 거예요. 뼈가 삭아 버릴 정도로 오래요.”
“으음. 돌아갈까?”
레나의 목적은 달성했다. 골렘들도처리해 줬다. 복수를 마지막까지 참관해 줄 의리는 없다.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렇다고 더 안전하진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뒤를 보세요.”
“열려 있는데?”
“앞쪽보다 열린 공간이 반쯤 더 적어요. 그리고 석벽이 흔들거리고 있어요. 이건 마치.
레나는 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여기로 오면 짓이겨 버리겠다는 느낌인걸요. 일단 앞으로 가 봐요.”
챈들러와 크리스티나는 이미 빠르게 걸어가 앞쪽에 있었다.
‘나도 서둘러야겠군.’
또다시 석벽이 닫힐지도 모른다.
여차하면 대검을 통로에 끼워 넣을 각오를 하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탐지.’
함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 저벅.
통로가 끝날 때까지 다행히 석벽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아.”
넓은 홀에 발을 디딘 레나가 길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석벽에 이겨져, 인간즙이 될지도 모르는 긴 통로를 지나온 것이다.
죽음이 몹시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복도였다.
긴 통로를 지나 나온 건 탁 트인 홀이 었다.
넓고 평평한 공간.
주위에는 조각도 골렘도 없었다.
먼저 와 있던 크리스티나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저기입니다.”
크리스티나의 손끝이 향하는 곳.
홀 중앙에, 구형의 기이한 조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알.
“저게. 주술사의 석관인가?”
“그렇습니다.”
오기 전 영주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챔들러가 어떻게 처리할지도 이야기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실제로 보는 건 색달랐다.
“불길해 보이네요.”
레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진회색석재로 돌로 조각된 알은 위에 껍질부위의 세공이 정교했다.
<껍질>은 곳곳이 부분적으로 깨어져 있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조각된 건지 어떤 힘으로 변형된 건지 알수 없었다.
어떤 부위는 녹아내리듯 뒤틀려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껍질 그 자체가 살아 움직이며 내부를 파먹는 모양새였다.
어떤 부위는 <안쪽>이 바깥으로 삐져나와 몇 차례씩 둥글게 말려 있었다. 갈라진 틈에서 저주가 솟아나와 흐르다 건조된 것 같았다.
- 저벅.
첸들러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천천히 알 가까이 다가섰다.
문득 밤톨이가 이쪽으로 오라는 둣나에게 신호를 줬다.
녀석을 따라가 보니 커다란 알 뒤쪽에 기관 장치가 있었다.
‘이걸 움직였던 거군.’
레버 형태. 녀석이 잡고 움직이기만 만한 크기는 아니다. 바닥에 작은 송곳니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부서진 송곳니를 손에 쥐었다.
“이게 부서지도록 물고 움직였나봐요.”
레나가 작게 속삭였다.
악착같이 움직였을 녀석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졌다.
[스킬: 뼈의 군주 Lv.l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내 손에 쥐어진.
떨어진 녀석의 송곳니가 작게 멸리고 있었다.
‘이건?’
밤톨이의 입을 부드럽게 벌렸다.
[통제 하에 있는 대상입니다.]
[뼈 복구를 실행하시겠습니까?]
- 우우웅.!
부러졌던 밤톨이의 송곳니가 작은 빛을 내며 다시 붙었다.
부러졌던 이를 다시 원래처럼 멀쩡끼 복구해 주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은 꽤 놀라웠다.
괜히 최강의 네크로멘서에게 흡수한 유니크 스킬이 아니다.
숙련도가 올라간 것만으로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내 뼈가 부러졌을 때도. 어느 정도는 고칠 수 있겠군.’
밤톨이에게 한층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녀석을 이곳저곳 쓰다듬어 준 다음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제 마침표를 찍을 차례다.
“여긴가?”
“그렇습니다. 주술사가. 이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챈들러는 자신을 몇 번이고 다잡는 것 같았다. 그에게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시작하겠습니다.”
- 달그락.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후의 처리는 그에게 맡기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수대를 걸쳐 내려온 가문의 복수.
마지막에 그가 칼을 꽂게 해 주는 것도 전부 의뢰의 일환이다.
쓸데없는 욕심을 부려서 의뢰를 망쳐 버릴 생각은 없었다.
_ 풍.
챈들러가 유리병 뚜껑을 땄다.
안에 담긴 제 피를 알의 틈 사이사이에 천천히 부어 갔다.
크리스티나는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이 몸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가 필요한 상황은 오지 않았다.
그저.
- 쿠르르.!
알이 작게 진동했다.
레나도, 크리스티나도 멸리는 알을 바라보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몸을 바치러 왔느냐.?]
돌로 된 알 안에서.
슬쩍 비웃는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왕의 강림降臨을 기다리며.
알에 스스로를 가둔 옛 주술사가 인식하는 것은 저를 보호하는 노예들의 피 정도.
주위의 환경은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챈들러가 이를 악물었다. 실패할 수 없다는 다짐이 느껴졌다.
“그렇습니다.”
- 끼기 이익.!
최후의 결계는 바로 이 석관.
기괴한 금속음과 함께<알>이 조금씩 그 틈새를 넓히기 시작했다.
- 끼긱. 끼기긱.
불길함이 흘러내리는 듯한 틈새로 길쭉한 관이 나왔다.
관 끝은 대나무를 자른 것처럼 뾰족하게 되어 있었다.
챈들러는 척수에 꽂혀야 할 그 관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은 이미 꺼내 든 작은 화염방사기를 꺼냈다.
- 콱!
그리고 좁은 발사대를 관 안에 송곳처럼 쑤셔 박고 방사기의 노즐 손잡이를 당겼다.
- 화?르르르!
화염이 관 안으로 번식했다.
돌로 된 거대한 조각 안에서 불이 꽃처럼 타올랐다. 누대에 걸쳐 착취당한 분노의 화염이 주술사의 관에서 타오른다.
‘그라스미어의 불.
챈들러 가문의 장자長子가.
<대장장이의 분노>를 주술사의 관안으로 태워 넣고 있었다.
제품이 정밀한 덕분인지 불은 역류하지 않았다. 오직 관 안으로만 폭발적으로 타들어 갔다.
금속으로 된 관을 녹이고 주술사가 잠든 알을 녹였다. 껍질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폐쇄된 석관 안에서 뼈와 거죽이순식간에 사그라지는 소리가 났다.
구겨진 연기가 새까맣게 피어났다.
- 저벅.
빠르게 한 통을 다 비우고 챈들러는 뒤로 물러섰다.
어떤 반항도.
비명도 없었다.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바라봤다.
하지만 던전 클리어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챈들러가 태워서 그런 걸까?
녀석에게 다 맡겨 버린 게 조금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 하하하하.
알에서 비명 대신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지?’
나는 팔짱을 풀고 뒤로 물러섰다.
주위를 빠르게 돌아봤다. 하지만 웃음소리는 기이하게도 나에게만 들리는 것 같았다.
- 으하하 하하하.!
웃음소리는 횡에서 종으로.
다시 종에서 횡으로 내 머릿속을 덮어 갔다. 검은 흙으로 만들어진 새까만 창자가 흘러나오는 것 같은 웃음소리 였다.
가면을 쓴 사형수의 웃음소리였고태양을 향해 기어가다 죽는 벌레의 웃음소리였다. 썩어 문드러진 그림자가 웃는 소리였다.
큭즉큭큭큭.!
- 펑!
주술사의<관>에서.
새까만 연기가 날개를 치듯 내게 덮쳐들었다.
한 손에는 휴대용 화염방사기를.
다른 한 손에는 긴 칼을 든 첸들러의 양손이 모두 떨리고 있었다.
‘해냈다.’
복수에 성공했다.
가문의 착취자를 죽였다.
바로 자신의 손으로.
가슴이 먹먹하게 벅차올랐다.
전신을 옭아매던 실들이 투두둑 끊기는 기분이었다.
얼떨떨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 퍼걱!
벌어진 껍질 틈으로 긴 칼을 집어넣었다. 안쪽을 마구 헤집었다.
- 끼긱! 끼긱!
새하얗게 타 버린 회색 재와, 오래묵은 안쪽의 돌가루만이 묻어날 뿐이었다.
몇 번을 거듭 쑤시던 챈들러는 성공을 확신했다.
드디어 안도할 수 있었다.
악몽과 암시, 긴 착취는 끝났다.
챈들러 가문에 오랜 세월 얼룩져 있던 약점은 사라졌다.
굳이 멀리 동방까지 검을 수련하러갔던 건, 사실 가문으로부터의 도피였을지도 모른다.
다음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그 현실이 바뀌었다.
‘모두 이분 덕분이지.’
챈들러는 기사를 바라봤다. 스스로는 부인하지만, 지하에서 다시 일어난 검주劍主인 게 분명했다.
사령술이건, 흑마법으로 일어난 존재건 챈들러는 상관없었다.
조상님들이 보내 준 귀한 사자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감사합니다!”
챈들러는 해골을 보고 열의와 기쁨에 찬 표정으로 외쳤다.
기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외쳤다. 하지만 역시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멍하게 서 있었다.
“스승님.?”
가문의 구원자인 기사의 곁에 서있던 레나가 말을 걸었다.
뛰어난 역량을 가졌지만, 어쩐지항상 피 냄새를 풍기던 여자다.
‘같은 편은 아니라도. 절대 적으로는 만들고 싶지 않은 타입이지.
제자라고 했나? 특이하단 말이야.’
챈들러는 흘끗 레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스승님!”
그녀가 불안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애타게 외쳤다.
- 딱딱!
기사는 새하얀 이를 아래위로 두 번 부딪쳤다. 그리고 레나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