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144화 (144/458)

145화 공동의 적, 내부의 적 (2)

“그런데.

아이작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다.

“탑에 있는 녀석들은 전부 저대로 놔둘 생각이냐?”

아이작은 잠시 침묵했다.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 이들.

푸르손에게 영혼이 바쳐진 이들.

탑에 매달린 해골들은 모두 놈의 후예다.

당장에라도 유해를 수습해 주길 바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 저 탑에 매달린 내 아이들은.!

돌아와서. 직접 추스를 것이다.

너에게 그런 신세까지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놈의 결심은 꽤나 단호해 보였다.

“뭐, 그렇다면야.”

나도 탑 안에 매달린 녀석들을 더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흡수할 수 있는 녀석들도 아니다.

<뼈의 군주>스킬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녀석들도 아니다.

이미 나에게는 밤톨이가 있다.

<뼈의 군주>Lv.l 스킬의 통제력을 밤톨이에게 전부 사용하고 있다.

- 달각!

옆에서 애교를 부리는 밤톨이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밤톨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살아 있을 때의 녀석과, 지금의 녀석은 어떻게 다를까.

만약 내가 죽고 다시 시작해서, 살아 있는 녀석을 만나게 된다면.

그때도 나를 이렇게 반겨 줄까.

레나의 호감과 레벨을 쌓았더니,

회귀 이후 그녀의 상태창이 변한 것처럼.

밤톨이도 변하게 될까.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스승님.?”

“아, 그래. 시작해야지.”

내 수련도 중요하지만.

레나에게 검술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어떤 식으로든 이 결과가<누적>

된다는 걸 알았기에 더욱 그렇다.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죽고 다시 시작해도,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세계는 원점일지라도.

레나만큼은.

나와 함께 한 인과가 어느 정도그녀 안에 누적되고 있다.

어떤 힘이 작용되지는 모르지만.

‘잘 보살펴 줘야지.’

밤에는 아이작에게 결계를 배우고.

낮에는 레나를 지도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검술 교육 Lv.2를 활성화합니다!]

[피교육자의-]

[약점 교정 방향이.]

[집중력이 일시적으로.]

[이해력이.]

[일반 스킬의 습득 속도가.]

[???피교육자의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레나의 열의는 더없이 뜨거웠다.

[피교육자의 상태]

- 매우 높은 호감: 당신을 향한호감도가 50 이상입니다. 당신에게잘 보이고 싶어 합니다. 교육 효과가 크게 상승합니다.

- 견고한 신뢰: 당신을 절대적으로 신뢰합니다. 어떤 길로 인도해도 망설임 없이 따라올 것입니다. 모든 종류의 교육 효과가 크게 상승합니다.

- 새로운 세계: 최근 검술의 또다른 경지를 목격했습니다. 일정 기간 동안 열의가 상승하며, 교육 효과가 크게 상승합니다.

가르치는 보람이 있었다.

검술 교육 스킬 숙련도도 굉장히 빠르게 올라갔다.

이중의 즐거움.

선순환이다.

레나의 높은 열의 덕분에.

교육 스킬 숙련도가 올라가면서,

교육 효율이 올라간다.

치열한 하루가 저물고.

밤이 되면 아이작과 함께 결계 바깥으로 나간다.

구구구궁. 쿵!

결계 수업은 동굴의 기관 장치 바깥 절벽을 올라와 외부에서 이루어졌다.

외딴 지역이라서 일까?

처음에 이 근처로 접근하면서 느꼈던 것처럼, 주변에는 지나가는 인간하나 없었다. 굳이 은신 스킬을 사용할 것도 없었다.

아이작이 강의를 시작한다.

= 결계는. 원래대로라면 이어져있는 공간과 공간 사이를 분리하는 방법이다.

물론 나에게는 모두 생소한 개념들이다.

결계라는 건.

완전히 모르는 분야다.

“공간과 공간 사이라고?”

= 그래. 거기에 단절을 둬서 내가 원하는 대로 다시 조립하는 거다.

= 멀껑히 걸어 지나야 할 공간이되풀이되고, 다시금 되풀이되도록.

물리력과 최면, 암시, 온갖 환각의 종합 예술이라고 할 수 있지.

= 결계 안에 들어오는 것만으로 미치게 만들 수도 있다.

악몽 속에서 몹시 고통스러워하던 레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잠자코 놈의 설명을 듣는다.

모르는 주제는 입을 닫고 얌전히 듣는 게 상책이다.

= 숨을 참아서 죽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고, 강력한 암시로 심장을 멈춰 버릴 수도 있지.

= 딱 죽음 한 발짝 앞까지 쾌락만 계속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땅을 파 내려가는 게 자신의 행복이라고 세뇌하는 것도 가능하고.

“광산 노예로 만들었다는 게.

= 그래. 난 개네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거라고.

아이작의 성품에 내가 뭐라 말할 이유는 없었다.

“인간들이었나?”

= 드워프, 엘프, 인간. 다양하지.

“엘프라고?”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엘프는 멸종했다.

박제가 된 종족.

= 그래. 레’라지에를 추종하는 다크 엘프들이 땅을 깊이 잘 팠지.

왜, 엘프한테 관심 있냐?

“엘프는 오래전에 사라진 줄 알았는데.

= 결계 안에 잘 숨어 있었지. 지금도 찾아보면 있을 텐데? 입구를 못 느끼고 지나가게 하는 곳들이. 특히 마왕들의 제단은 그럴 거야.

‘마왕들의. 제단이라고?”

= 그래.

마왕들이 직접 결계를 쳐 준 거냐는 말에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층 더 놀라운 일은.

그럼 놈은 마왕들의 결계를 돌파하고, 그 신도들을 광산 노예로 삼았다는 걸까?

아이작의 대답은 간단했다.

= 인과는 평등하게 적용되니까.

논리만 서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그러니 닥치고 배우기나 해라.

벨’호멧 아이작.

혼란의 시대에 남부를 지배했다던 주술사가 직접 가르치는 결계술.

놈의 성품이 어떻건 실력이 진짜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배워야 한다.

이런 기회가 또다시 올지 알 수없는 일이다.

한 발자국만 잘못 디뎌도 완전히 길을 잃고 빙빙 돌게 만드는 결계를 만들 수 있다면.

침입하려는 자들과 싸울 필요도,

신경 쓸 필요조차 없다.

침입자가 몇 명이 되었든 가끔씩 가서 시체만 치워 주면 그만이다.

더없이 편리할 터.

후작 같은 강자들이나.

먼 홋날 등장하는 용사에게는 뚫릴지도 모르지만.

그럼 더 강한 결계를 만들면 그만 아닐까?

그런 수준에 달한 나를 상상하자마음속에서 열의가 끓어올랐다.

오랜만에 드는.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방위와 왜곡에 대해 천천히 설명 을들을 때였다.

“뭐지?’

= 명상과 집중을 써라. 후우.

있는 능력을 왜 안 쓰고 버티는 거지?

정말 짜증나는군.

[명상 Lv.2를 시전합니다!]

잡념을 정화하고 마음을 진정시킴니다.

[집중 Lv.2를 시전합니다!]

명상과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명상의 효과가 크게 상승합니다.

[스킬 습득 속도가 상승합니다!]

아이작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스킬을 사용하니 실제로 아이작의 설명이 이해되는 속도가 크게 빨라진 느낌이 들었다.

‘이런 효과가 있었군.’

얼마나 놈과 함께할지, 어떤 변수가생길지 모른다. 뽑아 먹을 수 있는건 최대한 뽑아 먹어야 한다.

= 그럼 공간의 차단과 뒤틀림부터 설명하겠다.

반달이 지났다.

낮에는 레나를 가르치고,

밤에는 밤톨이와 함께 나가서, 아이작에게 교육을 받았다.

하나씩 결계 복구를 해 나갔다.

배움에는 현장 실습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 그게 아니지. 다시 해라.

이 새끼야. 공간을 뒤틀랬더니 뇌를 뒤틀어 버렸냐? 왼쪽에 그건 고정한채로 다시 오른쪽 돌만 움직여.

아이작은 줄곧 툴툴거렸지만.

해 줄 말은 다 해 주고 있었다.

최고의 전문가인 녀석이 나름대로 신경 써서, 문외한인 내게 귀중한 수업을 해 준 것이다.

처음 만남은 잘못됐더라도.

이렇게 된 이상 놈은 나와 같은 배를 탔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 그래. 그 돌이다.

- 쿵!

외부 결계 지역.

마지막 비석을 세우는 순간.

- 지이이잉.

풍경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 번에 느낌이 왔다.

“결계가 완성된 건가?”

= 그래. 저 비석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돌아. 이제 여기서 할 일은 끝이야.

반달 동안 배울 수 있는 건 일단배운 것 같았다. 놈의 강의는 단어하나하나가 깊이 핵심을 찔렀다.

정확히 정곡을 짚어 내는 설명.

말만 잘하는 자가 아니라는 건, 새롭게 생긴 스킬을 봐도 쉽게 알 수있었다.

[결계이론 Lv.l]

결계結界의 기초적인 원리에 대해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기초가 매우 잘 닦인 상태입니다.

<결계이론>스킬의 숙련도가 400%

빠르게 증가합니다.

<결계작성>스킬의 숙련도가 50%

빠르게 증가합니다.

결계 스킬이 생겼다니 짧은 시간 동안 해낸 것치고는 홀륭한 성과였다.

아이작에게 제법 신뢰가 쌓였다.

“이제 나도 결계를 만들 수 있는 거냐?”

= 뭐? 품. 아직 10년은 멀었다.

그냥 머릿속에 이론만 잔뜩 쑤셔 박아 놓은 상태지. 결계가 우습냐? 완전 타고난 애들이 3년은 하나만 잡고 수련해야 허접하게라도 만들 수 있지.

“그럼 너는?”

= 나를 너희 수준에 맞추지 마라.

= 아무튼 한참 멀었다. 회로나 좀더 확장해라.

“여기서 더?”

= 내가 처음 회로를 만들 때 깜빡한 게 있다.

“흐음 ?

= 힘을 온전히 되찾으면 당연히 내가 이기지만, 마왕의 추종자들은 지금 네가 부딪치기에 꽤나 강한 놈들이야.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루-륨을 더 빨리 돌게 하는 회로를 새겨 보자고.

사기를 치는 걸까? 혹시 나를 또함 정에 빠뜨리려는 건 아닐까?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서약까지 했다.

결계이론까지 제대로 가르쳤다.

“뭐, 그럼.

녀석이 시키는 대로 밤새 몸에 회로를 추가했다. 굉장히 신경 쓰이는 작업이었지만, 그만큼 하나하나 잘 보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일까.

[루-륨 회로 드기를 터득했습니다.]

[해당 회로를 언제든 몸에 새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됐다!’

뿌듯함이 밀려왔다.

저번에는 엉겁결에 놓쳤지만.

이번에는 몸에 새기는 방법을 완전히 파악한 것이다.

죽더라도.

이 각인은 또 사용할 수 있다.

명백한 이득이다.

아이작이 이건 모르겠지 싶어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사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뼛가루가 바닥에 떨어졌다.

- 우우웅.!

확실히.

회로를 흐르는 루-름이 한층 더활성화된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레나를 가르치는 날.

[대성공!]

[레나의 검술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검술 랭크가 상승했습니다!]

[검술 Lv.5 -> Lv.6]

[레나의 호감도가 7 상승했습니다.]

[호감도: 60]

[호감도가 상한선에 도달했습니다!]

고작 반달 만에 검술 랭크가 5에서6으로 상승했다.

- 피릿!

레나도 제 실력이 한 단계 올라간걸 느끼는 듯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내게 감사를 표했다.

= 천 명에 하나 나올 법한 희귀한재능이군. 반달 만에 저 정도라니.

“그런가?”

= 흠. 나 정도는 아니지만.

그 말만 안 했으면 좋았을걸.

확실히, 아무리 교육 스킬의 힘이라도 이럴 수 있을까 싶은 속도로 레나는 성장했다.

다음에는 반년 정도를 꾸준히 가르쳐 보고 싶은 성장 속도다.

=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저 아이에게서 기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뭔가에 의해서 재능이 뚫린,

아니 쌓인 느낌이다. 재능이 쌓일 수가 있나.?

‘그걸 알아보는 건가?’

역시 안목이 대단한 자다.

하지만 내 회귀에 대해.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서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기스-제-라이조차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작이 믿는다고해도, 녀석은 한참 후순위다.

놈에게 털어놓기 전에 레나에게 털어놓아야 한다.

<린트부름의 꿈>을 이야기해서, 기스-제-라이를 설득시켜야 하고.

언젠가.

나를 무덤에서 살린 인간, 루비아에게도 말해야 한다.

아이작에겐 아주 나중에나 사실을 말하게 될 거다.

놈이 탑의 해골들을 마지막으로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해서, 잠시 탑에 아이작을 데리고 올라갔다.

- 달그락. 달그락.달그락.

제물로 바쳐진 수백 구의 후손을 보며 아이작은 멍하니 침묵했다.

십오 초 정도가 말없이 지났다.

= .이제 됐다.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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