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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148화 (148/458)

149화 공동의 적, 내부의 적 (6)

“누군지 몰라도 우리 루트를 다 읽어 내고 있으니까, 아예 새로 길을 찾아보는 게 좋겠어요.”

고개를 끄덕였다.

포위망이 얼마나 넓은지, 저 뒤의 깊은 협곡에 적이 얼마나 숨어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정면 돌파는 무모한 일이다.

조심스럽게 뒤로 돌아서 협곡을 빠져나가려 할 때였다.

- 쉬쉬싁!

一 피융!

폭죽은 차갑게 말라 있는 하늘에 붉은빛과 열을 비비다 사라졌다.

동시에 저쪽 멀리서부터, 사방에숨죽이고 있던 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는, 다양한 복색의 인간 아홉 명이 우리를 향해 정면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들고 있었다.

‘젠장.’

“.확실하네요. 우리를 노리고 있었어요. 죄송해요. 제 잘못이에요. 좀더 빨리 알아챘어야 하는데.!”

당연히 그녀의 잘못일 리가 없다.

놈들이 기척을 죽이고 넓게 포위를친 곳으로, 내가 앞장서 빠르게 말을 몰아갔던 것이다.

“네 잘못이라니, 그런 터무니없는 농담은 그만두라고.”

말은 여유롭게 했지만 마음은 초조하게 타 들어갔다.

시나리오 달성과 후작 흡수가 눈앞에서 좌절될지도 모른다.

- 파앗!

‘.너무 빠르잖아?’

아홉 명의 인간이, 좁은 길을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말을 타고 평원을 달리는 속도에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다.

‘인간이 맞기는 한 건가?’

나는 칼을 높이 들었다.

- 우우우우옹!

달려오는 자들은 검기를 보고 약간 경계했다.

하지만 크게 겁내는 기색은 없이 그대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놈들이라면.!’

저들만 상대해야 될 리도 없다.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거라고생각했다.

어쩌면.

레나 혼자만 살려 보내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설마. 또 실패인가?’

앞장서 달려온 아흡 명은 제각기우리 근처에 섰다.

- 구구구1놈들에게서 하나같이 짙은 마기魔氣가 피어올랐다.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는 녀석도 있었다.

완전히 뒤로 벗겨진 대머리에 눈이 움푹 들어간 남자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뒤돌아 가기엔 이미 늦었다.

빛나는 대머리에는 사자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마왕 푸르손을 추종하는 놈들의 문양이 분명했다.

‘이것들은 왜 항상 떼로 몰려다니는 거지?’

언제든 검을 휘둘러 공격해 나갈 준비를 하며 놈들에게 물었다.

“푸르손을 섬기는 것들이냐?”

저번 생에서 문양을 확인했기에 할수 있는 대담한 추측.

하지만.

그들은 내 날카로운 추측에도 예상외로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대신 선두에 선 대머리가 낮은 어조로 중얼거렸다.

“거참, 당연한 소리를 대단한 비밀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네?.

온몸에 길게 털이 뒤덮인 남자가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말했다.

“그렇게 왕의 제단을 다 때려 부쉈으면서, 우리 말고 누가 널 이렇게 노릴 거라고 생각했냐?”

“제단을. 때려 부셔?”

나는 당황했다.

“아닌 척해도 소용없다. 제단마다까마귀의 인장을 대놓고 남기고 다니지 않았느냐? 함정인 줄 알았지만 그것도 아니더군.”

까마귀의 인장이라고? 무슨 말 을하고 있는지 온통 아리송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깊이 고민에 빠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말파스의 맥을 전부 끊어 놨다 생각했건만.”

‘말파스?’

이번에는 바위 위에 서 있는 긴 흑발의 남자가 날카롭게 나를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머리에 로브를 쓰고, 짙은 갈색 피부를 가진 녀석이었다.

“긴말하지 않겠다.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대놓고 깽판을 치면서 다녔는지 몰라도, 네놈은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림이 하나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이작은 말파스의 대제사장.

오면서 들렀던 세 곳은.

모두 아이작이 새롭게 알려 줬던 던전이다.

<고문 미궁>, <시든 개미 토굴>,

<섬뜩한 전갈 소굴>.

거미굴 밑에 바알의 버려진 신전이 있었던 것처럼.

그곳들이 전부 푸르손의 제단이었다면 어떨까.

되짚어 보면, 아이작은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나에게 마법을 남용하도록 살살 유도했었다.

나도 지금 아니면 다음 생에 다시마법을 쓸 수 있을까 싶었다.

검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 조금 과할 정도로 마법을 사용했다.

놈의 심리전에 말려든 셈이다.

아직 한 가지가 걸린다.

마법만 썼다고 말파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까?

아이작은 두 번에 걸쳐서 나에게루-름 회로를 새기게 만들었다.

그 회로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게분명하다.

푸르손의 추종자들에게 나를 쫓게 하는 흔적을 남겼을 거다.

[이 개새끼가.!]

나는 아이작에게 소리쳤다.

= .심란하니까 좀 닥쳐 봐라.

하지만 아이작의 태도는 묘했다.

아무리 봐도 놈이 의도한 상황.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굉장히즐거워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이다.

연기하는 걸까?

상황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 고민할 여유는 없다.

레나가 낮게 속삭였다.

“스승님! 뒤로. 빠져나가요!”

- 쿵!

하지만 온몸에 길게 털이 뒤덮인 남자가 발로 땅을 내려찍으며 뒤를 막아섰다.

“여기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바위 위에 서 있던 흑발의 남자가 로브를 벗었다.

짙은 갈색 피부 위로 은은히 붉은빛이 도는 눈과, 길고 뾰족한 귀가 한눈에 들어왔다.

“엘프.?”

완전히 멸종된 걸로 알려진 엘프.

그것도 희귀종인 다크엘프였다.

“너도 푸르손의 추종자냐.?”

물론 다크엘프는 친절하게 대답해주지는 않았다.

“흥. 뭘 믿고 이렇게 날된 건지는 몰라도, 300년 전의 빚을 이 자리에서 갚아 주마.”

- 휘이이이익!

그는 손에 쥐고 있는 각궁을 나를향해 겨눴다. 작은 각궁에 은은한 붉은 기운이 어려 가고 있었다.

“일단 그 건방진 투구부터 벗겨 내주지!”

- 쉬익!

섬광처럼 화살이 날아왔다.

- 까앙!

나는 정확히 목 밑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칼로 쳐냈다.

검기가 서린 검에 화살은 그 즉시 튕겨졌다. 하나 경시할 수 없었다.

철제 흉갑 정도는 네 겹쯤 간단히 뚫고 지나갈 위력이었다.

평범한 철검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산산이 부서졌을 게 분명하다.

- 쉬익! 쉬이익!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곧바로 후속타가 몰려왔다. 나는 다시 칼을 휘둘러 화살을 쳐내고 소리쳤다.

“잠깐!”

그러자 사자 문신이 새겨진 대머리가 큭큭대며 나를 비웃었다.

“뭐냐? 유언이라도 남길 셈이냐?”

물론 그럴 생각은 없다.

혼자라면 몰라도.

레나도, 밤톨이도 함께 있는 상황.

허무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한심하군. 내가 설령 말파스의 부하라고 해도. 마왕들끼리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것 아닌가? 인간에게 지배당하고 있으면서도, 서로 암중에서 물어뜯기 바쁘니 뭐가 될 리가 있나!”

“크하하하하하하!”

그러자 아흡 명이 모두 일제히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스승님. 빨리 도망쳐야 될 것 같은데요.

멀리서도 포위망은 점점 좁혀져 오고 있었다.

놈들은 돌아가며 서로 한 마디씩 보탰다.

“.뻔뻔하기까지 하군.”

“지금 장난 하냐?”

“하긴, 아이작의 후예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지.”

“지들이 잘나갈 때 우리 선조를 노예로 만들어 놓고 별소리를 다 하는군.”

“헛소리는 여기까지다! 죽어라!”

- 팟!

앞에 있던 ‘인간’ 셋이 동시에 나에게 달려들었다.

온몸에 갈기가 돋아 있던 놈의 오른팔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우둘투둘 부풀어 오른손으로 내 머리를 잡아 뜯어내려고 했다.

놈의 주먹을 지나쳐 피한 뒤 바로세 놈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냉기 폭풍 Lv.l 발동!]

이미 마법은 장전해 놓고 있던 상태였다. 말파스의 인장이니 뭐니 하지만 이 상황에서 마법을 안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휘이이이잉!

칼끝에 하얗게 뭉쳐 있던 기운이 앞쪽으로 넓게 뻗어 나갔다.

그때 였다.

- 좌악!

작은 지팡이를 든 붉은 단발머리여자가 스크롤을 찢었다.

- 파츠즈즈! 콰앙!

지팡이에서 두 줄기 불꽃이 터져 나와 냉기 폭풍에 작렬했다.

냉기와 불꽃이 서로를 밀어내며 강한 바람을 만들어 냈다.

바닥이 들썩이며 흙먼지가 사방에 뽀얗게 일어났다.

‘마법사인가?’

전쟁터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아케인 하트가 없는-

준비된 재료로 승부하는 종류의 마법사였다.

손끝에서 마법을 발하는 아쥬라의마법사에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반병들에게 전장의 공포로 군림하는 건 매한가지였다.

一 쉬이 이익.

화염과 부딪친 냉기 폭풍은 살상 위력을 잃어버린 채 앞을 한차례 쓸어갔다.

“좀 춤군.”

대머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의 존재가 아흡 명.

하지만.

‘살아남아야 해.’

이 자리에서 죽을 수는 없다.

나는 양손으로 검을 잡으며 다짐했다.

제국 수도로 간다.

거기서 레나를 T&T 지부장으로 만들 거다.

칼을 높이 들고, 나를 향해 사방에서 달려오는 수백 명의 적을 바라봤다.

돌파한다.

넓은 곳에서 포위에 휩싸이느니.

차라리 좁은 협곡으로 가는 편이 나았다.

- 까앙!

레나는 왼쪽에 있는 두 남자의 합공을 커팅 레이피어로 막 튕겨 내고 있었다.

“떼로 덤비는 놈들 중에 쓸 만한 녀석은 없지. 사라져라!”

[산성酸性 Lv.5를 발동합니다!]

[격발 Lv.2를 발동합니다!]

一 치이이이이익!

- 화르륵!

연푸른 산성 검기에 화염까지 타오르는 대검을 앞쪽의 네 명을 향해동시에 뿌리듯이 휘둘렀다.

- 과광!

거대한 백색 방패를 꺼내 대검을 막아 내던 대머리가 뒤로 크게 물러났다. 하지만 마법을 방어하는 방패인 듯 완전히 폭발하거나 찌그러지지는 않았다.

‘방어 담당인가.’

커다란 방패를 보니 서큐버스님을죽였던 용사의 시종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이성을 잃을 수는 없었다.

레나와 밤톨이의 목숨이 나에게 달려 있었다.

나는 녀석을 죽이는 대신 활을 들고 레나를 노리는 다크엘프를 노려칼을 휘둘렀다.

- 과광!

다른 녀석이 구부러진 쌍칼로 보호했지만, 작은 폭발음이 울리며 녀석이 뒤로 떨어져 나갔다. 입고 있던 옷이 반쯤 그을린 채였다.

“잡을 수 있으면 해 봐라!”

약간의 틈을 만든 나는 레나를 공격하는 녀석들을 향해 다시 연거푸 대검을 휘둘렀다.

- 부응!

숫자에서는 밀렸지만.

모두 나보다 두 수 정도 아래의 녀석들 같았다.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가 떠올랐다.

T&T 이너 서클에 포위되었을 때.

제국 3 본부장인 사슴 아에자르.

<깨어진 이빨>웨어울프 발도프.

보육원을 운영하던 슬라임.

그때 만난 놈들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지는 수준의 상대들이다.

‘도망갈 수 있어!’

공격을 당하는 것 따위는 조금도생각하지 않고 마구 대검을 휘둘러 길을 뚫었다.

[질주 Lv.5를 발동!]

[일도양단 Lv.l을 발동!]

가속을 실어 앞쪽의 상대를 향해칼을 휘둘렀다.

- 까앙!

네 개의 서로 다른 병장기가 한번에 튕겨져 나가는 게 느껴졌다.

‘뚫는다!’

레나를 덥석 안아 들고 앞으로 무작정 달려 나갔다.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백 미터를 달렸을 때였다.

- 씨이이엉!

커다란 불덩어리가 하늘을 가로질러 나에게 날아왔다.

‘또 마법사인가?’

사람 머리만 한 불덩어리를 향해세로로 칼을 휘둘렀다.

- 퍼병!

검기를 두른 칼로 불덩어리를 가르는 순간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며 몸이 살짝 뒤로 쏠렸다.

- 화르르!

협곡 주위의 풀에 불이 붙어 사방으로 번졌다.

순간적으로 갑옷이 그을릴 정도의열기였지만, 화염 저항 메시지가 뜨며 체력은 거의 닳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를 자리에 멈칫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위력이었다.

“저기예요.”

나무 뒤에 서 있던 마법사는 다시한 번 시약을 삼키고, 스크롤을 찢으려고 했다.

- 피비비비벅!

레나가 마법사를 향해 손목에 찬석궁을 연사했다.

마법사가 주춤하는 사이 나는 앞으로 뛰쳐나가며 몸을 축으로 삼아 칼을 그대로 휘둘렀다.

- 서걱!

거대한 아름드리나무가 통째로 베어져 나갔지만, 마법사는 뒤에서 그를 잡고 옮겨 주는 거한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눈만 내놓고 다른 곳을 전부 두건으로 가린, 전문 어쌔신처럼 보이는 검은 복장의 인간들이 주위 수풀에서 솟아나 우리를 둘러쌌다.

‘다 어디서 나온 놈들이야?’

숫자는 스물.

앞에서 상대한 녀석들에게 뒤지지 않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수는 두 배가 넘는다.

나무 위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시작이다, 아이작의 후예.”

[이 망할 새끼가.]

나는 아이작에게 욕을 중얼거렸지만 그런다고 상황이 나아질 리는 없었다.

게다가 아이작은 뭔가 긴장한 듯묵묵부답이었다.

- 콰과과광!

나무 위에서 중얼거리던 녀석으로부터 동시에 다섯 개의 폭탄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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