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155화 (155/458)

156화 공동의 적, 내부의 적 (13)

‘왜 저렇게 분노하고 있는 거지?’

몹시 궁금했다.

녀석이 누군지 알고 싶었다.

사건의 전말을 찾는 단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다가가는 건 무리다.

행렬이 끝나는 위치에서 다가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는 눈이 많아.’

단순한 군중이 아니다.

옥상에서 거리를 조망하며 수상한자들이 잔뜩 깔려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후작의 죽음이 정말 암살이라면.

저 녀석은 둘 중 하나다.

사방에 잔뜩 깔린 ‘눈’들에게 포착되어 조만간 제거 되거나, 아니면 녀석 자신이 ‘눈’들이 깔아 놓은 미끼인 셈이다.

‘일단 정체부터 확인해야겠군.’

나는 군중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백백한 인파를 헤치고 어지러운 소음 속으로 리듬을 타며 들어갔다.

뒷짐을 지고 서 있는 키 큰 노인에게 다가갔다.

“혹시 저자가 누군지 아시오?”

“크흠! 흠흠.!”

노인은 나를 흘끗 바라보곤 대꾸하지 않았다. 아까처럼 경비들에게 다가가 물어보면 확실하다.

이 갑옷은 꽤 먹히는 모양이니까.

하지만 동시에, 감찰국원의 신분으로 기사단의 중요 멤버를 모르면 수상하게 보일 거다.

양날의 칼인 셈.

‘혹시 부단장 정도라도 되면 빼도 박도 못하겠는데.:

만만한 게 식당이었다.

거리가 잘 보이는 2층 식당으로 들어갔다.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

중간 가격의 술 한 병을 시키고, 그만큼의 돈을 추가로 더 쥐어 주며물었다.

“저기 저 남자 말인데.”

“앗, 누구 말씀이십니까?”

“저 파란색 머리카락의.

졸리고 의욕 없던 웨이터가 돈을 쥐어 주자 빠릿한 태도로 변했다.

“아, 기사 레일리 말씀이십니까?

추적자 레일리라고 하지요. 유명한 녀석입니다.”

“추적자라고.?”

“모르시는구나. 헤헤.

웨이터가 눈을 빛냈다.

“음?”

“헤햇.

아무래도 돈을 좀 더 달라는 소리 같았다. 메뉴판을 슬쩍 훌어보고, 가장 비싼 술만큼의 돈을 웨이터의 주머니에 찔러줬다. 은화 몇 개가 들어가자 그의 입에서 말이 술술 쏟아져 나왔다.

“예. 추적자 레일리. 도둑 길드<부드러운 전갈>의 유망주였습죠.”

‘이 녀석은 무슨 정보 길드라도 되나.?’

느슨해져 있던 눈빛이 돈이 들어가자 탁 변하면서 말을 쏟아낸다. 평범한 웨이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자세한 뒷사정은 알 바 아니었다. 나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리전트 다이아몬드 도난사건으로 도둑 길드가 와해됐지요.

그때 레안드로 후작의 눈에 들어 기사가 됐습니다.”

“흐음.

나는 후작에게 흡수한 제국 법률을 떠올렸다.

“범죄자를 사면할 권한이 있나? 사면 발의는 최소한 대공 이상의 작위가 필요할 텐데.”

“역시. 수도 분이 아니시죠?”

고개를 끄덕였다.

웨이터가 납득하며 말을 이었다.

“길드를 와해시킨 게 바로 후작 본인이니까요. 황실의 보물이라고 해도, 길드 다 부수고 혼자 물건 찾은 사람 요청은 들어줘야죠.”

≪ 으.W"W.?

거리를 지나는 ‘추적자 레일리’를 계속 바라봤다.

“근본도 모를 놈을 주워 왔다고 반대가 많았지요. 하지만 레안드로 후작이 누굽니까?”

나는 무심코 대답했다.

“.정신병자?”

웨이터가 깜짝 놀라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쉿! 말을 조심하십시오.”

누가 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테이블 사이의 거리는 꽤 떨어져있었고, 다들 각자의 이야기에 정신이 없었다.

“개미 터럭만큼도 남의 의견에 신경을 안 씁니다. 그래서.

웨이터는 술을 가져온 뒤에도 한참동안이나 말을 이어 갔다.

나는 짧은 시간 동안 레일리라는 기사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추적자 레일리’는 기사단에서도 후작에 대한 충성심이 각별한 녀석이었다.

세상천지에 같은 편이라고는 후작하나뿐일 테니 당연했다.

출신 성분 때문에 기사단 내에서 어떤 지위를 갖지는 못했지만.

“추적, 은신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후작이 아끼는 정말 몇 안 되는 기사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제 후작도 죽었으니 어찌 될지.

“검술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가끔 저런 놈이 기사라니 인정 못한다고 덤비는 것들이 있다더군요.

다들 먼지 나게 처맞고 집에 기어들어갔다고 알려져 있죠.”

“홈.

“풍문으로 들은 건 여기까진데.

좀 더 알아봐 드릴까요? 헤햇. 저 정도면 무척 빠삭한 편입니다만.”

“이 정도면 됐소. 술은 좋을 대로 처분하도록.”

- 훌쩍!

그대로 2층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어라, 진짜 안 드시고 가십니까,

하는 목소리가 뒤로 울려 퍼졌다.

무시한 채 그대로 인파 속에 섞여들었다.

‘은신.’

‘추적.’

스킬을 최고 수준으로 발동하고 골목과 골목 사이로 숨어들었다.

조용히<추적자 레일리>를 따라갔다. 더 이상 가짜 관에는 관심이 없었다. 안은 텅 비었거나, 아니면 가짜 시체가 있을 확률이 높다.

웨이터와의 대화는 유익했다.

놈이 후작과 남다른 관계였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만으로도 목적은 충분히 달성이다.

저 남자의 분노는, 후작의 미심쩍은 죽음에 대한 분노다. 그걸 미끼로 던지면 반드시 끌려 나온다.

후작의 관은 수많은 인파가 지켜보는 가운데 제국 제2 묘역에 안착됐다. 레일리의 눈은 점점 더 붉어졌다. 하지만 이를 악물었을 뿐 눈물한 방울 홀리지 않았다. 그는 동료들과 몇 마디를 나누더니 혼자 으숙한 골목길로 빠졌다.

‘호오?’

수도의 뒷길을 훤하게 꿰고 있는 모습이었다. 레일리는 골목과 골목을 계속 누벼 더 깊숙이 들어갔다.

인적은 점점 드물어지고, 길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인간이 전력으로 질주하는 속도로 골목과 골목을 넘어 추적이 한참 이어졌다.

전과자가 운영할 것 같은 불결한 여관들이 보였다.

제 딴에는 탐욕스러워 보이지만, 당장 내일도 생각하지 못할 것 같은 자들이 누런 이를 드러내고 서 있었다.

막다른 골목인 줄 알았는데 희한하게판잣집을 통해 뚫리는 길이 있었다.

위생을 보장하기 힘들 것 같은 허름한 음식점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수도의 빈민가인 것 같았다.

레일리의 자취는 놓칠 듯 아슬아슬하게 계속 잡혔다.

꺾고, 뛰어넘고, 뚫고 들어갔다.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였다.

슬럼가를 지나 황량한 폐건물이 있는 공터에 도착했을 때였다.

갑자기 탐지 범위에서 레일리가 사라졌다.

‘역시. 유인 당했군.’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일부러 빈민가를 지나갈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다. 삼십 분 정도 추격한 뒤에는 확신했다. 하지만 싸워도 이길 자신은 있다.

루-륨 회로까지 발동한다면 탈출정도는 가능할 거다.

물론, 그럴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아이작이 가르쳐 준 회로는 말파스의 인장을 찍는 회로다.

어떻게 탐지하는지는 몰라도.

말파스의 흔적이 남는다면, 마왕푸르손의 신도들이 눈에 불을 켜고 날 찾으려 할 거다.

게다가 녀석을 해치기 위해 쫓아온 것도 아니다.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을 때.

“제법이군.”

뒤에서 약간 쉰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찰국에 이 정도 추적 능력을 가진 개새끼가 있을 줄이야.”

걸걸했다.

그놈이다.

- 철컥.

최대한 자연스럽게 뒤로 돌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흠. 못 찾겠나 보지? 고개 들어.”

목소리는 위에서 들려왔다.

사자 문양이 새겨진, 푸른 갑옷을 입은 남자가 담벼락 위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판금으로 된 갑옷을 입고도 그런 자세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충혈된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장례 행렬에서부터 날 졸졸 쫓아오더군. 대체 어디까지 쫓아오나 두고 봤는데. 제법 재미있었어.”

‘암행暗行이 장기라더니.’

생각보다 대단한 녀석이었다.

일단 우호적으로 접근하자.

“기사 레일리? 당신과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소.”

안타깝게도 그는 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말보다는.

- 스롱.

그가 허리에서 칼을 빼 들었다.

“소리 좋네. 이걸로 대화하지?”

- 피릭!

날렵한 롱소드가 바람을 갈랐다.

- 팟!

뒤로 뛰어 섬뜩하게 반원을 그리는 칼을 피했다. 간발의 차였다. 칼끝이 갑옷 표면을 긁어내는 소리가 날카톱게 공터에 울렸다.

“흥.”

레일리는 웃으며 세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다시 가로로 칼을휘둘렀다. 두 검격은 한순간에 겹치듯 일어났다.

나는 균형을 잡기 위해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나야 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였다.

“이야? 쉽게 피하네? 갖고 노는 재미가 있겠어.”

녀석은 왼쪽 입꼬리를 씩 올렸다.

아직 전력은 반도 내보이지 않은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당한다.

‘질주.’

[스킬<질주>를 사용합니다!]

[남은 시간 - 14:59.]

공격이 반대편에서 다시 한 번 들어왔다. 날카롭게 뻗어 나온 섬광이 가슴팍을 베어 왔지만, 몸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어? 뭐 한 거야?”

‘이제 내가 앞선다.’

제한은 15분.

15분 동안 승부를 봐야 한다.

다만 협조를 못 받을 정도로 너무 심하게 패도 곤란하다.

살살 구슬려야지.

- 부응!

칼을 쥐고 슬쩍 휘둘렀다. 대검의 강한 검풍에 레일리의 짙푸른 머리칼이 뒤로 흩어졌다. 걸친 갑옷과 어울리는 머리카락이었다.

이마가 트인 레일리의 표정에서 여유가 반쯤 사라졌다.

“좋아. 해 보자는 거지?”

- 파츠츠츠츠!

푸른 기운이 몸에 타오르는 것과 동시에, 눈앞에서 레일리의 잔상이 꺼지며 빠른 속도로 그의 칼이 날아왔다.

‘시끄러워지겠군.’

검기를 발동시킨 채, 대검을 뒤로 당긴 뒤, 몸 전체로 회전을 주며 가로로 휘둘렀다.

- 과광!

검기를 두른 터라 어느 쪽도 상대의 무기를 절삭하지 못했다.

거대한 폭음이 울렸고, 레일리가 허공에서 뒤로 튕겨 났다.

‘힘은 앞선다.’

허공에서 튕겨 나는 녀석을 그대로 쫓아가 주먹을 내질렀다.

- 피릭!

하지만 레일리는 허공에서도 균형을 잡으며 몸을 회전시켜 칼을 휘둘렸고, 황급히 대검을 들어 막아야했다. 놈이 가한 의외의 강한 반격에 비틀거리며 몇 걸음을 물러나야했다.

“.제법이군.”

“홍, 정체를 밝혀라.”

“기사 레일리, 나는 대화를 원하는 상대일 뿐이오.”

“잘 무는 건 인정하겠다만, 결국개새끼 주제에 감히 사자와 대화하겠다는 거냐?”

‘.여기선 이게 안 통하는군. 다른걸 입고 왔어야 했나?’

레일리는 자세를 낮춘 채 롱소드손잡이를 눌렀다.

- 투둑.

뭔가가 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죽어라. 네 정체는 죽인 뒤천천히 확인하지.”

레일리는 한쪽 발을 축으로 빙글 회전하며 강하게 칼을 휘둘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리였다.

- 스릉! 스릉!

‘두 개?’

가지고 있던 롱소드가 두 개로 갈라졌다. 한층 더 얇고 뾰족한 쌍검雙劍을 그가 역수로 쥐었다.

“하아. 하아. 하아.

레일리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간신히 칼을 짚고 서 있었다.

갑옷 곳곳은 그을리거나 얼어붙어있었고, 휑하게 구멍이 뚫려 있는 곳도 있었다.

“크으으.M비틀거리는 녀석의 모습을 보는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젠장. 써 버렸다.

멍하니 주위를 바라봤다.

불타고 무너지고 부서진 파편이 곳곳에 보였다.

놈의 쌍검 술은 내가 밑천을 탈탈 털게 만들었다.

고문 미궁의 보스, 부두 골렘을 처리할 때보다도 훨씬 많은 마법을 사용해 버린 것이다.

‘그러고도 쉽지 않았어.’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초조했다.

푸르손의 신도들이 언제 이 흔적을 찾아낼지 모른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아직 레나의 펜던트가 발동하지 않았다는 것.

나는 다시 일어나려는 레일리를 향해 진심으로 충고했다.

“무리하지 마시오.”

“죽여라, 마법사.”

“.대화하자니까. 다짜고짜 칼을 휘두르면 곤란하지 않소?”

“갑자기 쫓아와서 미안하지만.

[가면무도회Masquerade 활성화!]

[짧은 시간 동안 얼굴에 ‘인간’의모습을 덧씩읍니다.]

[최근에 본 가장 인상적인 인간을 가장합니다.]

[변신: 바티엔느 폰 레안드로]

[65% 흡사합니다.]

[남은 부분은 무작위 처리됩니다.]

[제한 시간: 10분]

[다음 사용까지: 6시간]

- 철컥.

나는 투구를 벗었다. 그러자 레일리의 눈이 크게 떠졌다.

“당신은.!”

“제법 닮지 않았소?”

“혼 외자 설이. 아니 그 나이에 그럴 리가 없는데. 대체 누구요?”

놈의 말투가 갑자기 온화해졌다.

진작 이럴 걸 싶기도 했지만, 먼저얼굴부터 보여 줬다면 얼굴 자체를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그분의 가까운 친척이지. 아, 찾아봐도 나에 대한 정보는 안 나올 거요. 어릴 때 조금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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