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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157화 (157/458)

158화 공동의 적, 내부의 적 (15)

- 우우우우옹.!

강렬한 빛이 후작에게 뿜어졌다.

나에게만 보이는 빛이 온몸으로 스며들어 온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

배를 통째로 삼킨 크라켄을, 위장안에서 살해한 인간.

주먹으로 성을 부수는 자.

제국 4대 검주의 1인.

그의 정수를 별다른 수고도 없이두 번째로 흡수하고 있다.

- 우우우우우웅.!

‘완전히 날로 먹는 기분이군.

그러나 놈에게 당한 걸 생각하면,

한참 더 뽑아 먹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팔다리가 뒤로 묶인 채 한참 말을 달리던 끔찍한 기억이 떠올랐다.

몸서리치며 흡수에 집중했다.

어쩌면 바닷속에서 했던 첫 번째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기스-제-라이에게서 정수 흡수 Lv.2를 획득했다.

에픽 스킬의 향상.

흡수 가능한 스탯 상한이 75까지 오른 데다가, 레어 등급까지 흡수가 가능해졌다.

[검기劍氣 Lv.2를 흡수했습니다!]

[검기劍氣 Lv.3을.]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체력이.]

빛이 연달아 내 몸을 휘감았다.

스킬과 스탯이 오르며 짜릿함이 온몸으로 퍼져 갔다.

‘좋아!’

검기劍氣 스킬이 단번에 두 단계 올라갔다.

[검술 Lv.ll을 흡수합니다!]

[검술의 벽을 한 단계 돌파!]

[특전: 검호劍豪를 획득!]

- 치명타 확률이 추가로 5% 상승합니다.

투사 공격을 막을 확률이 추가로30% 상승합니다.

공격 속도가 15% 상승합니다.

‘이건.!’

검술 레벨 10.

그걸 넘어선 순간 예상하지 못한 특전이 주어졌다.

[검술 Lv.12를.]

[검술 Lv.13을.]

내 검술을 보고 레일리는 각하의기본기니 어쩌니 요란을 떨었다.

‘이제 더 심해지려나.’

두 번이나 후작을 홉수하고 있다.

이 정도면, 나중에 레안드로 놈도꽤 놀라지 않을까?

어디서 검술을 배웠냐고.

‘아니, 만족할 대답을 할 때까지 끝없이 시달리겠지.

[탐지 Lv.6을 흡수합니다!]

[특전: 심안心眼(C플러스)을 획득!]

- 탐지 레벨 상승에 따라, 특전이 부여 되었습니다. 생명체뿐 아니라,

일정 범위 내 지형지물과 함정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움직이는 녀석들뿐 아니라 함정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자잘한 던전 함정이나 구덩이 같은건 신경도 쓰지 않고 걸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용하게 쓰일 터.

검술이 Lv.10을 넘어서면서 검호특전이 부여된 것처럼.

탐지 스킬 역시 하나의 단계를 더돌파한 것이다.

‘놀라운 성과로군.!’

얻어 낸 것들에 다시금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 덜커덩.

“각하.r후작의 추종자.

레일리가 비틀거리며 냉동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흘끗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각하.! 각하.!”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눈앞의 후작이 고기바늘에 매달려있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슬픔과 분노가 레일리의 몸에서 유리 파편처럼 사방으로 쏟아졌다.

잠시 후.

레일리는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열은 숨이 입에서 새어 나와 하얗게 얼어 간다. 그가 나를 향해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갑옷에 벌써 온통 성에가 끼어 버렸어.”

뭔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알 수없었다.

분위기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나보다 충격이 크구나.

정수 흡수에 집중하는 내 모습을.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우두커니서 있는 걸로 오해한 모양이다.

그가 휘청거리며 말을 이었다.

“의심해서. 정말 미안했다.”

레일리의 눈동자에 연민과 공감이느껴졌다. 호감도가 1 올라간다는 메시지가 허공에 떠올랐다.

곤란한 오해였다.

물론 한껏 슬픔에 잠겨 있는 레일리의 분위기를 굳이 찔 건 없었다.

녀석의 슬픔을 존중하며 나는 내할 일에 집중했다.

[탐지 Lv.7을 홉수합니다!]

[지혜를 1 흡수합니다.]

후작의 시체에서 서서히 초록색 빛이 꺼져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엄청난 성과.

그때 였다.

레일리가 멍하니 서 있는 내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괴로운 건 알지만. 같이 복수를 해야지. 정신 차리게.”

‘.이거 민망한데.’

“내가 유해부터 수습하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일리는 몹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고이 시체를 내려놓고 얼어붙은 눈을 가까스로 감겼다.

후작의 시체에서는 더 이상 초록빛정수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바라보며다 안다는 둣, 촉촉한 눈동자로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과 함께 있기가 고역이었다.

、"주위를 좀 살피고 오지그“그래. 시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거 이해해.”

“난 여기서 각하의 무구를 찾고 있을 테니까, 밖에서 혼자 가만히 시간 좀 가지라고.”

“.고맙소.”

- 저벅.

창고 밖으로 나갔다.

볼일은 다 봤지만 아직 녀석에게 얻어 낼 정보가 더 있을지 모른다.

나름대로 빚을 지기도 했고.

"한?동안 함께해 볼까.

축사 외곽으로 나갔다.

동남쪽을 살펴보며 내려갈 곳을 확인하고 있을 때.

“끄아아악!”

- 우지끈! 과드드득!

철 찌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고통과 경악이 배어 있는 처참한비명이 밤을 타고 울려왔다.

‘레일리가 있는 곳이다!’

그 순간이었다.

[위기회피(리가 발동합니다!]

[죽은 척 움직이지 마십시오!]

[다음 발동까지: 167:59:59.]

- 팟.

짧게 뜬 반투명한 메시지는 다시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펜던트의 미세한 빛이 사라졌다.

‘이건!’

나는 놀라서 바로 엎드렸다.

[죽은 척하기 Lv.l을 발동합니다!]

[종족: 해골]

[특성이 반영되었습니다.]

[죽은 척이 5배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스킬: 은신 Lv.5를 발동합니다.]

[죽은 척이 추가로 5배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 스록. 스르르록!

파충류의 피부가 수풀을 스치는 소리가 비명 근처에서 들렸다.

소리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밤 속으로 기괴한 소음이 섞였다.

휘파람인 줄 알았지만 실은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소리에 가까웠다.

소리는 점점 차갑고 역겨워졌다.

- 쉬이익. 쉬이이익.

기괴한 소음이 더욱 가까워졌다.

입뿐 아니라, 얼굴 몇 군데 뚫려있는 질척한 구멍들이 들숨 날숨을 내쉬며 내는 소리 같았다.

오로지 거기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소리였다.

죽음이 낫질을 하며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위험해.’

레일리는 결코 쉬운 자가 아니다.

하지만 비명이 한 번으로 끝났다.

잘못된 선택이다.

레일리를 한 번에 죽인 자가 내은신을 찾지 못할 리가 없다.

죽은 척하기 같은 우스운 스킬에 넘어갈 확률은 0.

그렇게 봐도 좋았다.

- 쉬이이익.! 쉬이익.

거리가 점점 줄어 갔다.

소리는 앞뒤에서 동시에 다가오는 것 같았다.

빠져나갈 수 없다.

나를 은닉할 수도 없다.

지금이라도 질주를 사용할까?

마법을 사용한다면 어떻게든 되지않을까?

방금 얻은 능력도 있다.

하지만.

나는 펜던트를 믿어 보기로 했다.

당장의 죽음보다도, 내 감에 따른 판단으로 죽었던 실패를 다시 반복하는 게 두려웠다.

가만히 엎드린 채 버렸다.

일 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새벽을 잡아먹는 뱀>의 권역에 들어왔습니다!]

[저항에 ‘압도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이동속도가 95% 감소합니다.]

[공격 속도가 95% 감소합니다.]

[전능全能 80% 하락.]

[모든 스킬이 봉인됩니다.]

‘이런 젠장.!’

이건 확실히 잘못 선택한.

_ 스스스스스스!

온갖 끔찍한 공격을 예상했다.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

펜던트를 원망하면서.

- 쉬익.! 쉬이잇.!

하지만 곁에 왔던 괴기한 소음은 나를 지나쳤다.

그대로 주위를 빙빙 돌기만 했다.

섬뜩한 소리에서 어찐지 짜증이 섞이는 것 같았다.

‘.뭐지?’

발견하지 못할 리가 없다.

소리는 처음부터 내 쪽으로 똑바로 다가왔다.

죽은 척하기가 먹혔다고?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가까이 와 놓고.

‘왜 안 죽이지? 공격 안 하나?’

여전히 상대를 탐지할 수 없었다.

[<새벽을 잡아먹는 뱀>의 권역을벗어났습니다.]

[이동속도 감소가 회복됩니다!]

[공격 속도 감소가.]

[전능全能 하락이.]

소리가 멀어졌다.

탐지 스킬을 작동해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악몽이라도 꾼 걸까 했지만.

레일리의 기척도 사라지고 없다.

‘.죽었어?’

꿈이 아니다.

곧바로 움직일 수는 없다.

지금도 등 뒤에 숨어, 비웃으면서나를 노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움직이는 순간 몸을 짓눌러 부술 가능성도 있었다.

엎드린다.

펜던트를 믿었으면 끝까지 간다.

맨땅에 계속 엎드렸다.

의문이 초침이 되었다. 두려움과 추위가 분침과 시침 노릇을 했다.

열 시간 가까이가 지났다.

파리한 새벽이 막 땅 위에 금을 그어 갈 때였다.

- 저벅.

- 저벅. 저벅. 저벅.

체력이 깎여 가며 최고 수준으로발휘한 탐지 스킬에, 산 아래에서 다가오는 녀석들의 기척이 잡히기 시작했다.

좀 더 가까워지자 그들이 나누는대화까지 들려왔다.

“후우! 제사장님 덕분에 하루 푹쉬고 왔네.”

“그래. 가끔 이런 날도 있어야지.

우리가 죽치고 있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고.”

‘.제사장?’

놈들은 알 수 없는 말을 뱉었다.

산길을 따라 즐거운 듯 올라오는 자들. 오는 방향은 서북쪽.

‘여기서 서북쪽이면. 황궁인데?’

나는 은신 상태를 유지한 채 살짝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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