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160화 (160/458)

161화 매듭 (1)

앞에 나타난 나를 보고 레나의 눈이 커졌다.

“어. 어떻게? 기색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나도 놀고먹은 건 아니라서.”

“그래도 고작 7일간 어떻게. 스승님은 정말 저를 놀라게 하시네요.”

레일리에게 흡수한 은신 레벨.

고작 한 단계 차이였지만.

일반 등급과 레어 등급의 차이가 여기에서 구분되는 건가 싶었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고는 해도, 어쎄신 직업레벨까지 가지고 있는 레나가 나를알아차리지 못했다.

‘확실히 달라졌군.’

하지만 은신을 얻게 해 준 레일리 본인이 으스러져 죽은 모습을 생각하자 우풀한 기분은 곧 사라졌다.

손을 내저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것보다, 네 동생 말인데.”

레나는 말을 듣기도 전에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요. 그럴 수 없어요.”

의외의 거절이었다.

“왜 안 된다는 거지?”

나만 한 적임자는 없다.

푸르손 일당과 적대 관계다.

게다가 보육원 근처 지리까지 모두 다 꿰뚫고 있다.

심지어 그 내부까지.

‘한두 번 가 본 게 아니니까.’

신뢰도나 경험면에서 나만큼 그 부탁을 잘 들어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레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실력이 문제인가?”

하지만 슬라임과 싸워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도망칠 정도의능력은 충분히 있다고 자부한다.

레나는 두 손을 내저으며 강력히 부인했다.

“그럴 리가요! 아니에요.”

“그럼 왜?”

대답을 추궁하는 것처럼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레나는 고개를 숙인채 작게 말했다.

“전. 항상 받기만 했는데. 이런 큰일까지 부탁드릴 수는 없어요.”

그녀의 얼굴과 손짓 위에 그려진많은 감정이 읽혔다.

걱정과 미안함, 부담감 같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받기만 했다고? 그거 참 황당한 소리인데.’

레나는 크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녀가 나에게 해 준 건 하나둘이 아니다.

옆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여기 도착할 때까지 다섯 번 정도는 더죽었을 터.

‘며칠 전만 해도 마찬가지지.’

레나에게 받은 펜던트.

시나리오 클리어의 상징이라는, 그‘계승 아이템’ 덕분에 다시 한 번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살아났다.

게다가.레나와 함께하며, 그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꽤 즐거웠다. 새삼 고마운 감정이 다시 올라왔다.

“우리가 그 정도는 서로 해 줄 수있는 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이라니.

레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때.

“냐옹.”

테이블에 앉아 있는 흰 고양이 한마리가 울었다.

- 철컥!

깜짝 놀라 움찔했다. 나도 레나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파란 눈의 고양이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슬쩍 꼬리를 흔들었다.

본 적 있는 모습이었다.

“너는. 그때 그.!”

고양이가 흰 수염을 종긋거렸다.

[어. 오랜만이야.]

레나의 직속 상사.

자신을 쓰다듬어도 된다며 지부를 맡아 달라고 했던 녀석이었다.

‘털만 부드러운 게 아니었군.’

내 탐지를 무효화할 정도로 뛰어난은신 능력에 감탄이 나왔다.

“본부장님!”

레나가 날카롭게 외쳤다.

이번에는 의외로, 내가 나타났을때 만큼 놀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익숙한 건가.’

- 스르르록.

고양이는 곧 부스스한 백발의 인간여자로 변했다.

“레나? 재가 한다고 하잖아. 그냥좀 하게 놔두는 게 어때?”

“본부장님! 본부장님은 하실 일 있잖아요! 오늘 간다고 하시고는!”

여자는 몸을 흠칫 응크리곤 머리를긁적 였다.

“그치만. 역시 네 임명식은 보고가고 싶은걸?”

“하아. 본부장님도 정말.”

“왜 샤루라고 안 해 주는 거야?”

“제 말을 잘 들으셔야죠. 엠버까지 먼 길을 가셔야 하는데 아직도 출발안 하셨으면 곤란해요.”

어이쿠, 상사가 말을 잘 들으면 친근하게 부른다는 이야기인가.

레나에 대한 상대의 의존도가 짧은 대화에서 곧바로 읽혔다.

“흐이 잉.

기괴한 소리를 내던 백발의 묘족이다시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리 감사하지. 나도 얘기 들었어.

꼭 내가 해 주고 점수 따고 싶지만,

아쉽게도 쌓인 일이 많아서.”

“하아.

레나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본부장님은 또 어떻게 아셨어요?”

“에이. 내가 몰랐겠어? 요즘 내 관심의 절반은 너한테 있는걸.”

레나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자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정식으로 의뢰하지. 그녀의 동생을 그곳에서 빼내 줘. 대가는 내가지불하겠어.”

샤루니안은 그사이 레나한테 몹시빠져든 듯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의뢰 성립이다.”

“스승님.!”

레나를 무시하고 계속 샤루니안에게 말을 걸었다.

“착수금은 수도를 안전하게 빠져나가게 해 주는 걸로.”

명색이 정보 길드다.

상대는 최고위 간부.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지금쯤은 파악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역시, 알아들은 듯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 동안 꽤 세게 놀았던데?

그리 싼 대가가 아닌 건 알지?”

“레나도 아무 인력은 아니니까.”

T&T 길드.

그곳에 레나가 필요한 존재라는건 이미 확인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레나의 동생을 구해 오는 일이다.

이 정도도 해 주지 않으면 말이되지 않는다.

동의하는 걸까.

새초롬하게 경계하는 것 같던 샤루니안의 얼굴이 문득 풀어졌다.

그녀가 작은 입을 열어 오물오물말을 하기 시작했다.

“맞아. 레나가 뒷골목 고양이들을 불러 모으라고 했을 때, 나는 얘가완전히 농담하는 줄 알았다니까? 매출이 열 배 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상상도 못 했지!”

역시 이 주점은 레나의 아이디어인 모양이었다.

나는 한마디를 보랬다.

“위기에선 더 유능하다고. 아니지,

애초에 말만 잘 들으면 위기가 닥칠일도 없겠지만.”

“얘기하는 걸 보면 예전에 말 좀안 들어 봤나 봐?”

“.몇 번은.”

레나의 말을 안 듣고 동굴에 박혀있었던 일, 푸르손의 제단으로 향했던 일이 떠올랐다.

모두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래도 덕분에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한동안 나와 샤루니안은 레나를 코앞에 두고서 그녀를 계속 칭찬했다.

“레나는 정말 뭘 해도 잘할 거야.

손만 대면 성공할 거 같아.”

샤루니안 역시 귀한 보물을 아끼고 자랑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 태도에 괜히 내가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몇 번의 생을 함께 거치며 성장한 그녀는, 가만히 보다 보면 내가 키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러분. 저, 여기 있는데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나는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어, 내가 칭찬할 때는 이런 표정 아니었으면서 너무한 거 아니야?”

샤루니안이 미간을 좁히며 입술을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묘족 샤루니안.

실제 나이는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 모습은 레나보다 다섯살은 어려 보이는 모습의, 양 갈래머리를 좌우로 길게 늘어뜨린 여자아이가 그런 모습을 취하니 꽤 우스꽝스러운 느낌이었다.

나는 칭찬 세례에 얼굴이 새빨개진 레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미 네 상사에게 의뢰를 받아들였다. 무르진 못해.”

또 안 된다고 할까 봐 얼른 말했다.

그렇지만 레나는 더 이상 거부하지않았다. 그저 몸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듯 울컥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해요.”

나는 못 들은 척을 하면서 슬쩍 한구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가 천에 덮여 있었다.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레나를보기 민망해서, 말을 돌리기 위해질문을 던졌다.

“저건 뭐지?”

“아. 잠시만요.”

레나가 천을 벗겨 보였다.

반짝거리는 한 벌의 갑옷이 모습을드러냈다.

“원래 쓰시던 갑옷이에요. 아끼는물건 같아서 고쳐 놨어요.”

“.고맙다.”

루비아가 사 줬던 갑옷이다.

‘이것도 여러 번 수리되는군.’

“그런데.

레나가 미간을 좁혔다. 그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와 샤루니안을 번갈아 바라봤다.

“스승님이 일주일 동안 세게 놀았다는 게 무슨 소리죠?”

“.그렇게 됐어. 빠져나가는 편이더 안전하지.”

<뱀>과 정수 흡수에 관한 사실을 제외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레나는 속이 바싹 타들어 가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

“.그럼 한동안 수도로 돌아오지않으시는 게 좋겠네요.”

“그래야겠지.”

레나는 조심스레 손을 맞잡았다.

복잡한 심경일 것이다.

“본부장님.”

“응.”

“이거 언제부터 아셨어요?”

“나도 오늘 알았어. 너한테 알려주려고 여기 쫓아온 거 아니겠니.”

“후우.

레나는 깊게 한숨을 쉬며 나에게말을 걸었다.

“동생은 그라스미어에 맡겨 주시면 좋겠어요 챈들러는 믿을 만한 사람 같았으니까生 좀" 재수 없기는 했지만.”

‘그랬었나?’

레나가 챈들러를 대하던 방식은,

확실히 조금 묘했다.

‘죽이려고도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날 듯 말 듯 했다.

“괜히 스승님한테 끈적거릴지도 모르니 거리는 확실히 두세요. 오해를 사면 큰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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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제가 찾아서 연락드릴 때까지는,

이쪽으로 오지 말아 주시고요.”

“그러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도에서 붉은 신분증의 네크론이 암약하는 모습을 파악하고 싶지만,

일단 살아남는 게 먼저다.

여기 있다가 레나에게까지 피해가 미치게 하느니 당분간 멀리 떨어져지내는 게 현명하다.

“본부장님?”

“이야기하렴.”

“우리 스승님한테 뭐 드릴 만한 거없을까요?”

“비밀 통로를 이용하게 해 주려고 했는데.

“부족해요.”

“수도에서의 흔적을 될 수 있는 대로 말끔히 지워 주도록 하지.”

“부족해요. 좋은 걸 많이 가지고 계시잖아요. 제가 열심히 일할게요.”

“그럴 것까지야.

내가 끼어들었지만 레나는 아무 말하지 말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하이고. 이거 참. 언제쯤 되면너만큼 나를 좋아해 줄까?”

샤루니안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나를 향해 불평을 내뱉었다.

“이거 받아.”

그녀는 품에 손을 넣더니, 철사에종이를 꼬아서 만든 것 같은 묘한팔찌를 내밀었다.

“뭐지?”

“마법의 흔적을 지우는 부적이야.

네 회로에는 특정한 각인이 새겨져있어서 추적당하기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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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하지 말고 조심히 써. 엄청비싼 거니까. 죄다 물 건너온 걸로만든 거라서 구하기도 어려워.”

“이런 걸 줘도 되는 거냐?”

“누가 너 예쁘다고 줘? 레나 동생구하러 가는 거니까 주지.”

뾰로통한 말투가 싫지 않았다.

“종이 다 타면 끝난 거니까 알아서잘 봐 둬.”

샤루니안은 팔찌를 들고 잠시 동안나에게 설명해 줬다.

흔적을 지울 때마다 조금씩 철사에 꿰인 종이 부분이 타들어 가는 방식이었다.

“확실히 알아보기는 쉽겠군.”

“한 번 정도는 온갖 난리를 다 펴도 될 거야. 적당 적당히 꼭 필요할때만 나눠 쓰라고.”

“그러지. 고맙다.”

“샤루, 고마워요.”

“뭐.

레나의 말에 백발의 묘족은 어깨를 으쪽하며 은근히 좋아했다.

고양이의 갸르릉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가 건넨 부적 팔찌를 품에 넣었다.

기름 먹인 종이가 꼬여 있었는데,

허술한 겉보기와 달리 만져도 전혀 짓눌리지 않는 게 상당한 내구성이있어 보였다. 보존 마법이라도 걸린걸지도 모른다.

‘역시 괴물이 많아.’

잠시 후, 혼자 2층 장난감 방에서놀고 있던 밤톨이와 만났다.

- 달각! 달각!

달려오는 녀석을 보고 바로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녀석은 미친듯이 꼬리를 흔들며 내 품에 안겨 몸부림쳤다.

바닥으로 갔다 다시 뛰어 안겼고,

안긴 채 마구 꼬리를 흔들다가 다시뛰어내려 주위를 빙빙 돌며 뛰어다녔다.

“흠. 심하게 반가워하네.”

백발의 묘족은 탐탁치 않은 기색이었다.

“나랑 둘이서 놀 때보다 훨씬 신나보이는걸.

“샤루는 고양이 형태로 밤톨이랑 여기서 많이 놀았어요. 꽤 친해진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스승님이 더좋은가 봐요.”

“데리고 가지는 않으실 거죠?”

“그래야지.”

어쨌건, 위험한 길이다.

밤톨이를 데리고 간다고 했다간,

혹시 레나가 자기도 갈 거라는 소릴할지도 모른다.

밤톨이와 한참 놀다 보니 어느새 임명식 시간이 됐다.

저녁에 치러진 임명식은 생각보다 절차가 간단했다.

무척 바빠 보이는 트로핀 나냐우가 헐레벌떡 나타나더니 빠르게 배지를하나 달아 주는 게 끝이었다.

“다들 뭐가 바쁘다고 레나 임명식에도 안 오는 거야!”

샤루니안은 회의에서 봤던 인원이 거의 오지 않아 분통을 터트렸지만 나냐우 편으로 보내온 선물 몇 가지를 보고 조금 분이 풀린 듯했다.

“엠버에서 보낸 선물들이야. 먼저 현혹과 공포를 떨쳐 주는 반지.”

“흐응.

“이건 관절을 보호해 주는 목걸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안전하지.”

“<급소를 노리는 장갑>에다, <발소리를 죽이는 신발>까지 가져왔어.

이 정도로 용서해 주라고. 다들 정신 없으니까.”

선물을 한 아름 받아 든 레나가 나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거 다.

“나한테 준다는 소리면 거절하지.”

내가 선수를 쳤다. 더 이상 받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지부장 기념 선물들을 내게넘겨 버린다면, 레나의 입지가 길드내에서 나빠질지도 모른다.

“흐응.

“이제 수도를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려 줘.”

사정을 들은 나냐우는 한참 동안 비밀 통로를 지나는 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지도를 보여 주며 구석구석을 짚어 가며 말했다.

“여기서 네가 지나야 할 통로는??.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고.

레나와 밤톨이와 헤어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기약 없이 떠날처지가 되니 조금 마음이 복잡했다.

그라스미어에 동생을 데려다주고 난 뒤에도 나는 수도에서 먼 곳들을 떠돌며 수련할 테니까.

수도의 문제가 정리된다면 레나가 연락해 주기로 했지만.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생각하면,

수도는 점점 더 마경 그 자체가 될게 분명하다.

다시 죽지 않는 한.

레나를 보는 건 이번이 마지막 일지도 몰랐다.

왠지 지금 이 순간은 한 번밖에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삶이 반복되더라도 만날 수 없을것 같은 느낌이었다.

“.듣고 있는 거야? 잘 봐 두라고.

꽤 복잡하니까.”

나냐우가 내 주의를 환기시켰다.

설명을 마친 그녀는 문득 묘한 눈빛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실상을 좀 접하니 어땠어?”

“실상?”

“사육 시설 봤잖아. 어때, 더 깊이 파고들고 싶지 않아?”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보지.”

“그럴 시간 없을지도 모른다니까?

전쟁 터지면 진짜 정신없을 거야.

난 지금도 정신없지만.”

?.W■타".?

“뭐, 일 다 터지고 나서 합류하는게 어쩌면 나을 수도 있지. 그럼,

둘이 작별 인사 나눠.”

T&T 의 시조는 나와 레나만 통로앞에 남겨 놓은 채 사라졌다.

어색한 침묵이 잠시 이어졌을 때,

레나가 나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동생에게 줄 편지예요. 글씨체는 틀림없이 알아볼 거고, 우리 둘만 알 만한 얘기도 잔뜩 썼어요.”

“암호도 넣었으니까,  협박 당해서 썼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거예요.

편지로 충분해요.”

“잘 전달할께.”

“무엇보다. 꼭 조심하세요.”

“걱정 마. 펜던트가 날 위기에서지켜 주거든.”

나는 레나가 준 펜던트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펜던트 위에 반투명한숫자가 떠올랐다.

[다음 발동까지: 28:59:59.]

얼마 남지 않았다.

레일리처럼 온몸이 으스러질 위기에서 피한 지도 벌써 엿새 가까이지났다.

펜던트의 권능이 곧 활성화된다.

“스승님, 그런 말씀까지.!”

레나는 감동해서 울먹거렸다. 아무래도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것 같았다.

‘아니, 진짜 지켜 준다니까.

레나를 나를 힘주어 와락 껴안으며 붉어진 눈시울에서 눈물을 홀렸다.

‘으음.

“스승님.

레나를 나를 껴안았다가 한 발자국 물러선 채 가만히 바라보고, 다시 달려들어 껴안고를 몇 번 반복했다.

‘많이. 진행됐군.’

호감도도.

그녀의 지위도.

레나는 다음 생에 어떻게 변해 있을까?

동굴에서 만나게 될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다음 생에도 그녀에게 접근해야 할까?

거듭 안기며 머릿속은 더 복잡해 질뿐이었다.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면 그대로 놓아둬도 좋을지 모른다.

괜히 내가 끼어들어 파란을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홋날 등장할 용사들을 쓰러트릴 만큼의 힘을 얻고 싶다.

그 길은 고난으로 가득 차 있을게 분명하다.

‘웬만하면. 내가 가는 길에 엮어봤자 좋은 꼴은 못 보겠지.’

- 팟!

어렵게 이별을 마친 뒤 나냐우가알려 준 비밀 통로를 달려갔다.

‘역시 대단한 곳이야.’

이런 곳이 던전으로 취급된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난이도로 책정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나냐우가 지도를 주며 설명한 곳은통로의 일부에 불과한 것 같았지만,

꼬박 하루를 넘게 달려야 했다.

- 위이잉.

목에 매달린 펜던트에서 부드러운 진동이 전해져 왔다.

[권능 발동이 다시 가능해집니다.]

‘벌써 다시 된 건가.’

비밀 통로에서 위기에 처할 일은전혀 없었다.

삼십 분 정도를 더 달렸을 때.

펜던트가 회복되는 시간에 맞춘 듯눈앞에 높은 사다리가 나타났다.

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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