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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187화 (187/458)

188화 오래된 친구 (4)

- 해골님, 따라갈까요?

= 일단은.

자초지종을 파악할 시간이다.

“부디 푹 쉬십시오.”

여관 주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알고 봐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파국을 맞이할 먹잇감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납치범들이 곧 접근할 거다.

낮에 대놓고 쳐들어올지.

한밤중에 몰래 쳐들어올지는 알지 못한다. 경계는 늦출 수 없다.

[탐지 Lv.7을 활성화합니다!]

[심안心眼(C플러스) 적용!]

‘여기인가.’

푹신해 보이는 큰 침대 옆.

멀쩡해 보이는 벽 안쪽이 챙 뚫려있는 게 느껴진다.

단순히 빈 공간이 아니다.

인간 두 명 정도가 들어올 만한 길고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비밀 통로다.

‘식사도 쓰레기 같군.’

보기만 해도 안다.

같은 여관인데도 불구하고.

레나와 함께 왔을 때와 사뭇 비교되는 식사가 내어져 나온다.

여관에 손님이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은 구성이었다.

그런데도 루비아는 허겁지겁 식사를하기 바빴다.

초라한 음식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 놀라웠다.

- 꿀꺽.

루비아가 물을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내 쪽을 보며 웃었다.

“하아?. 살았네요. 그런데.

“그런데?”

“왜 이렇게 졸.

루비아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갑자기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가물거리던 눈이 그대로 확 풀려버렸다.

의식을 잃고 벌어진 입에서 열은 숨이 새어 나왔다.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잠들어 버린 것이다.

‘이런.,

맥박부터 확인했다.

절명은 아니다. 심장이 빨리 뛰는것도 아니다.

‘수면제인가.

아찔한 기분이 든다.

수면제가 아니라 독약이었다면

어땠을까. 허무하게 루비아가 죽는 꼴을 봐야 했을 거다. 강해졌다고 방만하게 생각한 건지도 모른다.

‘독 감지하는 능력도 필요하겠군.’

어쨌건, 당장 루비아가 잠든 게 나쁜일은 아니다.

지금 재운 걸로 봐서.

‘이제 들어오겠지.’

내가 상황을 정리할 동안 그녀는 푹 자고 있으면 된다.

무릎에 파묻은 루비아의 머리를 슬쩍들었다. 머리를 조금 높게 해 비스듬히 침대에 눕혔다.

적어도 표정은 편안해 보인다.

다시 벽을 살피기 시작했다.

비밀 통로의 손잡이로 쓸 만한 게 보인다.

- 드르륵.

잘 보이지 않는 틈을 벌려 옆으로 밀었다. 뻥 뚫린 통로가 안쪽에 휑하니 드러난다.

꽤나 공을 들인 통로다.

인간들이 여기 한두 번 다녀간 게 아닌 듯하다.

은신 상태를 유지한 채 다시 벽을 닫는다. 가만히 안에서 기다렸다. 당장 올라오지는 않는다.

‘여관 주인이 보고하는 건가.’

사냥감을 재웠다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야, 이거 올 때마다 불편한데. 그냥정면으로 들어가면 안 되냐?”

“재밌잖아. 마스터키로 문 따고 들어가면 그게 뭐가 재밌어? 상상못 한 곳에서 나타나야 재밌지, ”

“약으로 다 재워 놓는 거 아니야?

약효가 돌 동안은 어차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도 못할 텐데.”

“그래도 말이지. 기어올라서 짠!

하고 나타나는 거랑. 계단으로 터벅터벅 걸어서 문 여는 거랑. 기분이 다르잖아. 어떤 야생성. 사냥. 그런 짜릿함이 있어야지.”

수면제에 잠든 상황에서 세 명의 경비병이 자신을 납치한다. 반항할수 있을 리가 없다.

의식도 없는 상황에서, 내 갑옷을 사러 유블람에 들어왔던 루비아가 끌려갔던 거다.

분노가 올라온다.

물론 눈앞의 이들은 아직 그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하지만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든, 분노를 매번 풀어낼 생각이다.

더도 덜도 없다.

이들의 생은 항상 여기까지다.

껑껑거리며 올라오는 경비들에게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공포.’

“어? 몸이. 모. 몸이 안. 안움직여.

실체 없는 공포에 세 명의 몸이 전부 굳어 버렸다.

모두 익숙한 얼굴이다.

한 번씩 죽인 얼굴이기도 하다.

루비아의 시체를 찾던 녀석도 이가운데에 있다.

이미 저번 생에 경비대 전체를

가볍게 몰살시켰다.

개개인은 당연히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 모든 능력치에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다.

먼저 한 대쯤 맞아 주려고 해도 맞아 줄 수가 없고, 피해를 입으려해도 입을 수가 없다.

- 철컥.

갑옷을 입고 코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층 더 강렬해진 공포에 눈만 낌렉이면서 말도 하지 못한다. 입은 벌린 채 그대로다.

“에. 에. 히.

목구멍에서 메아리 같은 소리만 내면서 딱딱하게 굳어져 있다.

내가 처음 동굴 밖에서 레안드로 후작을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의 나와 후작의 정도.

그 정도가 아마 이들과 내 힘의 차이가 될 것 같다.

“아, 해 봐.”

“아, 아, 아.

- 콰득.

흑색 철통을 맨 앞에 선 남자의 입에 처넣었다.

사냥을 운운하던 녀석은 루비아의 시체를 찾아가던 바로 그자다.

자꾸 입을 벌리면 뭔가를 처넣어줄 수밖에 없다.

마침 잘 타는<불>을 가졌다.

“읍. 윽. 히윽.

뭐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유언을 남기는 건지도 모른다.

물론 알고 싶은 생각도 없다.

“너흰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

입에 흑색 발화기가 꽂힌 놈과, 다른 녀석 두 명이 일제히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사실 그저 경련에 가까운 음직이지만, 굳어 있는 몸으로 저 정도 움직이는건 정말 필사적으로 끄덕거리는 거다.

수면제를 먹고 쓰러진 루비아를

‘사냥’하러 가다 이런 꼴을 당했으면서도, 세상없이 억울하다는 듯 탁한 눈물을 뚝뚝 홀리고 있다.

“그게 너희 문제다.”

- 화르륵!

<불>이 앞장선 남자의 입안으로 뿜어졌다.

불은 혀를 태우고 목젖을, 길게 뻗은 식도를, 폐를, 위와 장을 모두 태우고 가슴과 팔다리로 번졌다.

남자는 충격적인 공포와 고통에 굳어몸부림도 제대로 치지 못하고 재가 되어 절명했다.

불꽃에 먹혀 버린 비명이 진회색재가 되어 입 밖으로 흩날렸다.

첫눈이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툭.

안쪽에서 타 버린 몸을 건드리자 곳곳에 금이 생겨나며, 경비병은 다리부터 머리끝까지 허물어졌다.

“다음.”

세 남자의 발화發火가 끝났다.

한때 살아 꿈틀대는 인간이었던 것들이 하얀 재가 되어 흩어졌다.

뼈와 거죽이 모두 없었던 것처럼 되어 버렸다.

거죽 안에 가득 차 있던 욕망들도 이제는 조용한 침묵이 되어 있다.

깔끔해졌다.

몸에 묻은 재를 툭툭 털고 다시 방 안으로 돌아갔다.

“흐으음.

루비아가 더운 듯 몸을 뒤척인다.

‘이제 안심인가.’

적어도 이제 벽 안쪽에서 타 버린 경비들에게 당할 일은 없어졌다.

물론 식도에 발화기를 쑤셔 넣고 장기를 다 태우는 것보다 고상하고 우아한 방법도 많이 있을 거다.

교화라거나, 교정이라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인신매매와 납치 고문을 즐기는 자들이지만 향후 마음을 고쳐먹을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내 알 바 아니다.

이제 아래쪽을 확인할 때다.

마침 여관 주인이 천천히 계단을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상황을 엿들으려는 듯 그가 문에 귀를 가져다 댄다.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탐지 스킬로 모든 걸 파악한다.

“궁금한가?”

- 끼이익.

그대로 방문을 열어 줬다.

“어엇.? 엇?”

호기심과 욕구로 반짝이는 눈빛이 의아함에 젖는다.

‘이자는 대체 누구지?’

‘다른 경비병들은?’

하고 싶은 말들이 쉽게 읽힌다.

소리를 지르기 전에 공포 스킬로 목을 굳혔다. 꺽꺽거리는 소리만 간헐적으로 새어 나왔다.

“히끅, 21, 끄헉!”

‘확실히 그때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군.

방앗간 근처에 있는 녀석의 집에 갔을 때가 떠오른다.

지금은 꽤나 깔끔한 모양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자도 역시 고문을 당하고 버려지게 된다.

그 전에 죽여 주는 것도 꽤 관대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려가지.”

‘‘ ㅇ 아으. 아으아.”

심장이 몇을까 봐 다른 녀석들보다약간 더 약하게 스킬을 썼다.

“지하실로.”

내 말에 그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려 한다. 혀를 깨물려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차피 다불가능하다.

완전히 뻣뻣해진 상태다.

크라켄에게 공포를 흡수할 때는 이걸어디에 써먹을까 싶었는데, 실제활용도는 압도적이다.

별도 레벨 업 없이도.

상대와 내 능력 차에 따라 효과가 커진다는 것도 무척 편리하다.

“열쇠.”

여관 주인이 바들거리며 덜덜덜 떠는 손을 내민다.

손끝에 걸린 지하실 열쇠를 받아비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죽는 길인 줄 알면서 억지로 가게하는 게 공포 스킬의 효과다.

- 덜컹.

지하실 안쪽은 꽤 넓었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형벌 기구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물론 이따위 지하실이 제국 특별법원일 리는 없다.

참회의 여신 예메라의<정화소>일가능성도 없다.

여기는 그냥 납치한 여행객들을 나긋나긋하게 만들기 위한 착실한 고문 장소다.

잡아 늘이거나 관절을 탈구시키는 장치들이 보였다.

날카로운 것, 휘두르는 것, 잡아찢고 벌리는 것들이 있었다.

신체를 기괴하게 구속하는 장치가 많았다.

기구들은 다음 사용을 위해서인지 깔끔히 청소되어 있었다.

하지만 짙게 배인 고통과 절망의 비린내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 쿵.

다시 지하실 문을 닫았다.

자백을 받기 위해 공포를 풀었다.

여관 주인이 바들바들 떨면서 살려달라는 말은 되풀이한다.

비명은 지르지 않는다.

지하실 벽은 무척 두꺼웠고, 모든 면에 촘촘하게 방음재가 붙었다.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둣, 여관 주인은 부들부들 떨면서 고분고분하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이것들, 이것들은 제가 쓴 게 아닙니다! 저는 정리만 했습니다!”

“그만.”

나는 손을 든다.

장황하게 이야기를 들을 생각은 전혀없다. 진실을 말하든 거짓을 말하든 관심도 없다.

어차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나는 놈에게 종이 한 장과 펜을 던졌다.

“써라.”

“무,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그동안 잘못한 거 다 적어.”

“그, 제가 그러면.!”

“살해당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트읍, 하고 그가 격렬하게 숨을 들이쉰다.

“으으으. 정말로.!”

“그래.”

희망을 주는 일은 중요하다.

어차피 그에게 선택지는 없다.

차가운 칼날이 내장을 길게 늘어뜨릴준비를 하고 파랗게 빛나고 있다.

“쓰겠습니다! 쓰겠습니다.!”

이런 반응이 당연하다.

수면제를 타서 먹여 왔고, 고문 장소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세세히 종이 위에 적히기 시작했다.

횟수는 백 회가 조금 넘는다.

그런 대규모 납치를 어떻게 무마했는지 놀랍다.

인간 사회는 얼핏 체계가 잡힌 것 같으면서도, 터무니없이 시꺼멓고 커다란 구멍들이 자리하고 있다.

‘자세히도 쓰는군.

여관 주인은 자세하게 내역 하나하나를 기재했다.

적어도 쓰고 있는 그 시간만큼은 살 수 있기에 그런 건지도 모른다.

‘어차피 마지막 문장은 뻔한데.’

빼곡하게 종이 앞뒤를 채워 가던 여관 주인이 손을 파르르 멸었다.

“다. 썼습니다.”

“그럼 받아 적어. 이로써. 저는, 죄책감에.”

- 사각. 사가각.

“모든 범죄 사실을 공표하고.”

- 사각.

깃털펜이 빠르게 움직인다.

“자살합니다.”

관성적으로 움직이던 여관 주인의 손이 자살, 에서 멈췄다.

“야, 약속, 약속이 다르지 않.!”

“살해당하는 거 아니잖나. 자살당하는 거지.”

‘공포.’

굳은 손을 잡고 움직였다. 마지막문장을 완성시킨다.

“그럼. 자살해라.”

“끅! 끄흐흑!”

놈의 겉옷을 죽죽 찢어 묶은 뒤, 한 가닥 줄로 두 번 감아 허공에 목을 매달았다.

피눈물을 홀리며 버둥거리는 놈을 보면서 할 일을 마친다.

주머니에 그가 쓴 유서와 그라스미어의 불을 넣어 주었다.

흑철의 발화기.

아직 꽤 남았다. 이대로 버리면 조금아깝기는 하다.

하지만 다른 인간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공범을 살해한 도구 정도는 시체가 갖고 있어야 한다.

‘일단 가 볼까.

태워 죽인 자들은 공교롭게도 수레를 끌던 딱 그 무리다.

이 사건이 반복된다면.

다음에도 비슷하게 처리하고 여길떠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

- 띠링!

오랜만에 들리는 효과음과 함께, 허공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네크론 신사회에 대한 정보가 추가 되었습니다.]

- 놀랍군요! ‘두 가지 상태’의 여관주인을 모두 심문하셨습니다.

- 스팟 등록: ‘교육’ 장소인 여관지하실을 직접 방문하셨습니다.

[퀘스트 진행 보상]

[심문 Lv.l을 획득합니다!]

- 패시브 스킬입니다.

- 고통을 가할 때, 상대방으로부터 진실을 들을 확률이 미약하게 상승합니다.

‘.이런 게 있었나.’

[속성: 사형私刑을 획득합니다.]

- ‘당신이 내리는 천벌天罰’

- 카르마 수치 ? 이하의 존재들을 의도적으로 살해하는 중입니다.

- 사형私刑을 계속 집행할 경우, 미약한 확률로 다음 여신의 축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빛의 여신 일리엔

2. 참회의 여신 예메라

3. 불의 여신 비르폰

‘장난하나.’

빼곡이 떠오른 상태창을 보고 든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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