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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204화 (204/458)

205화 오래된 친구 (21)

허공에 떠오른 반투명한 상태창을 멍하니 바라봤다.

[종족 판명.]

[전직이 해제된 상태입니다.]

[루-륨의 충분한 습득으로 전직권한이 부여됩니다.]

[현재 클래스: 해골병사]

[다음으로의 전직이 가능합니다.]

- 해골 검객

- 해골 기사

- 해골 사냥꾼

전직.

상태창.

나는 주위를 돌아봤다.

“왜. 그러세요?”

-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확신했다. 아이작은 물론이거니와, 루비아도 이 창은 보지 못한다.

전직 상태창은 나에게만 보이고 있었다.

클래스 체인지.

진화.

이 선택지가 다른 자들에게는 전혀나타나지 않는다.

[웹슬링거의 흥옥]을 감정했을 때 뜨던 창이 생각났다.

아이템을 감정했던 슬라임조차도 전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껏 만난 존재들 중에서는 나만 할 수 있는 게 분명하다.

각각의 직업 밑에 작게 뜨는 창이 있었다.

[현재 가능한 전직 횟수: 1]

한 번인가.

세 선택지를 가만히 들여다봤다.

반짝이는 글자#은 그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자세한 설명이 하나씩 뜨기 시작했다.

[1. 해골 검객]

“검(劍)은 피 맛을 보기 전에는 칼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훌륭한 검객은 검의 눈에 잡히지 않는다.”

- 칼은 역사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무기였습니다. 전장과 일상에서 칼만큼폭넓게 사용되는 무기는 없었습니다.

- 당신은 무엇을 목적으로 칼을 휘두르시겠습니까? 명예를 위해?

재물을 위해? 누구를 지키기 위해?

무(武)의 한끝을 보실 생각이라면, 검객은 일반적인 시작점입니다.

[특전]

- ???

- ???

- ???

- ???

[패널티]

- ???

- ???

[전직하시겠습니까?]

이게 다 뭐야?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충 적당한 말로 얼버무린 직업설명만 나오고 끝이다.

특전과 패널티는 모두 ???으로

점철되어 있다.

뭘 얻고 뭘 잃게 될지도 모르는데 대체 무슨 전직을 한다는 말인가.

다음 선택지로 시선을 옮겼다.

[2. 해골 기사]

“어린 소녀들은 빛나는 갑옷의 기사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자란다. 유감이지만 그렇지 않다.

혹시 있을 ‘용감한’ 기사들이 영웅적인 행위로 이 세계를 축복했더라도, 결국은 전쟁터에서 신들의 질투로 파괴되었을 테니까.”

- <어쨌거나 웃어라>, 리첼.

- 기사는 말 위의 전투기계입니다.

그들에게는 용기와 명예, 전투 전문가로서의 탁월한 무술 실력이 기대됩니다. 이상과 신념을 지닌 낭만적존재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 하지만 결국 기사란, 삶의 대부분을 누군가의 머리와 몸통에 창과 도끼를 박아 넣거나 박아 넣는 연습을 하며 살아가는 무리입니다.

- 당신에게 충분한 토지와 공물이 바쳐지지 않나요? 약탈하세요. 살해하세요. 칼과 창이 무엇을 위해있는지 보여 주세요.

[기본 특전]

- ???

- ???

- ???

- ???

[패널티]

- ???

- ???

[전직하시겠습니까?]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를 지경이다.

[3. 해골 사냥꾼]

“사냥하거나, 사냥당하거나.”

- 징표를 찍고 덫을 놓으세요.

그 아래에 있는 ‘해골 사냥꾼’도 다를 바가 없었다.

??? 라고 표시되는 부분을 가만히 바라봤을 때였다.

一 띠링!

[루-륨이 부족합니다.]

여기서 더 필요하다고?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총량이 부족하다는 걸까.

각각의 직업 설명 아래에 떠 있는 <전직하시겠습니까?>라는 글자를 들여^봤다.

하지만.

- 띠링!

[루-룸이 부족합니다.]

전직 권한을 습득했다더니.

막무가내 전직조차 불가능하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루-름으로는 직업 소개만 하고 끝인 모양이다.

“.아이작.”

- 왜 그러느냐?

“루-륨 남은 거 있나.”

- 딱!

아이작이 부리를 닫으며 말했다.

- 이런 어처구니없는 녀석 같으니.

너에게 다 쓴 게 안 보이느냐?

“그 큰 놈을 잡았는데 나한테 전부 다 썼다고?”

- 그래도 나오는 양 자체는 얼마안 돼. 아니, 이 정도면 얼마 안 되는게 아니지. 바로 네놈에게 그만큼많이 썼다는 이야기다.

“여기 말고 다른 곳은? 루-름이 있을 만한 곳을 알고 있나.”

아이작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뭘 어쩌냐는 듯 대답했다.

- .두 군데면 많이 아는 것이다.

여기서 뭘 더 알려 달라고 하느냐?

“캐빈 애슈턴의 유적들에 데리고 다녀 준다고 하지 않았나. 나를 또다시 속인 건가.”

- 속이긴! 이거 봐. 이런 유적을나 아니면 누가 하나라도 아느냐!

아이작이 성내듯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 어디 다른 데 가서 물어보거라.

레라지에의 성지를 나 말고 그 누가 알겠느냐. 이런 비밀 결계를 내가 아니면 누가 또 알겠느냐.

“그거. 다 하나 아닌가요?”

가끔 보면 루비아는 배려가 없다.

아이작이 말이 없어졌다.

이 녀석은 사실 별로 쓸모없는 게 아닐까?

역대 그라스미어 가주들의 시야을 공유했다고 해도, 갈 수 있는 곳과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꽤나 한정되어 있었던 거다.

결국 이 녀석이 잘나갔던 건 사백 년전일 뿐.

지금은 그저.

- 야! 너, 무슨 생각 하냐?

“네가 모른다니 곤란하다는 생각.”

“저. 해골님.”

루비아가 입을 열었다.

“뭐지?”

“정보를 찾아야 하면, 달리아크로 가는 건 어떨까요?”

“달리아크로?”

“네. 예전에 책에서 읽었는데.

루비아는 달리아크에 대해서 아는 것들을 털어놓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미 내가 아는 정보였다.

<등불>달리아크. 고위 정보상과 암살자들의 임시 평화 지대.

레나에게서 들은 바가 있다.

저번에도 직접 갔었고, 레안드로 후작에 대해 신선한 정보를 얻었다.

황실에 반란을 꾀하던 중, 은밀히 살해당한 뒤 자살로 위장당했다고.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달리아크를 무의식적으로 배제한 이유가 있기는 하다.

그곳에서, 애슈턴에 대한 정보를 단칼에 거절당했으니까.

일말의 여지도 없이.

그래도 꼭 캐빈 애슈턴과 루-름을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

루-륨에 대한 정보는 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문득 아이작이 끼어들었다.

- 어차피 너희는 못 들어가는데?

달리아크 회원권도 없잖아. 근처도 못 가고 쫓겨날걸. 참,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다 알려 줘야 되냐? 괜히 <다가갈 수 없는 등불>달리아크라고 불리는 게 아니.

“그건 300년 전이다.”

- 뭐라고?

“일반인 투숙 지역이 따로 생겼지.

이제<꺼지지 않는 등불>이다.”

무심코 아이작의 말을 끊었다.

맞나?

레나가 이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 띠링!

[루비아가 당신에게 색다른 면모를 발견했습니다!]

[루비아의 호감도가 2 올라갑니다!]

색다른 면모라.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의외였던 모양이다.

하긴, 저번 생에서 레나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한 것뿐이니까.

아이작도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었냐?

“그냥.”

적당히 대꾸한 뒤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았다.

아직 주위에 초록빛을 뿜는 시체가 많이 남아 있으니까.

- 띠링!

[숲 적응 Lv.2를 흡수했습니다!]

[궁술 Lv.l을 흡수.]

[쌍검술 Lv.3을.]

흡수를 전부 끝마쳤을 때.

루비아가 곁에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엘프들이 가여워요. 혹시, 여기다매장이라도 해 주면 안 될까요?”

“그러지.”

거절할 이유는 없다.

별 노력이 드는 일도 아니다.

‘부스러기’가 쳐서 구멍이 파였던 곳곳에 엘프들을 묻어 주기만 하면 끝이다.

그들의 시체를 안장할 때였다.

“이게 뭐지?”

바닥을 향해 엎어진 엘프의 시신을 슬쩍 들었을 때였다.

그녀의 가슴팍 아래에 묘한 물건이 떨어져 있었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자그마한 나무 피리가 시선을 끌었다.

“유품인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 그건 아니다. 백魂도 념念도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아.

“그래? 그런 것도 볼 줄 아냐.”

- 으흠. 내게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듣도록 하여라.

아이작이 말을 이었다.

나름대로 고급 정보인 것 같은데, 방금 전 내게 면박당한 걸 만회해보려는 듯 설명에 열심이다.

- 설령 그 육체가 분쇄되어도, 백은 소유했던 물품에 흔적을 남긴다.

지워질 때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흔적이지. 완벽하게 지워지지도 않고.

잠자코 녀석의 설명을 들었다.

- 한데 그 피리는 여기 있는 어떤 시체와도 끈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백 년 전에 죽은 것도 아니고.

방금 죽은 녀석의 유품이라면 절대이럴 리가 없지.

“그럼, 이 피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여기 있던 거네요.”

- 그렇다.

신전의 장식품이라도 되는 걸까.

- 그런데 왜 관심을 가지지? 뭐보이는 거 있냐?

“글쎄.”

상태창 같은 건 뜨지 않는다.

그러나 기묘하게 익숙한 느낌이다.

익숙한 모양, 익숙한 감정.

아주 오래된.

아이작에게 나무 피리를 보여 주며 물었다.

“너한테는 뭔가 느껴지나?”

- 전혀. 아까 말했지만. 그 어떤 주술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버리지 그러냐.

≪으 W

하지만 어쩐지 끌린다.

어설프게 직접 손칼로 깎은 듯한 피리에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가만히 들여다봤다.

입을 대고 부는 구멍이 하나.

그리고 소리를 내는 구멍이 비뜰비뜰나란히 셋 있다.

멍하니 피리를 손에 쥐고 있는 날보고 루비아가 눈을 빛냈다.

“가지고 다니실 거면.

그녀가 허리에 묶고 있던 깨끗한 끈 하나를 풀었다.

그리고 몇 번 꿰더니 금방 피리위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거는 끈이에요.”

- 달그락.

나는 끈에 묶인 피리를 느릿하게 만지작거렸다.

“뭐 다른 건 없었나?”

- 그래. 애슈턴 이 자식. 책에 굉장히 중요한 곳인 것처럼 썼으면 보물이라도 잔뜩 숨겨 놔야지.

“루-륨을 얻었으면 된 거 아닌가.”

- 그건 네가 싸워서 얻어 낸 거고.

대체 보물 창고가 왜 없는 거야?

- 파드득!

아이작이 크게 날갯짓을 했다.

깃털 안에 파묻힌 각종 장신구가 드러났다.

그중에는 쌍검을 쓰던 다크엘프가 가졌던 ‘루틱의 인장’도 있었다.

“???그게 다 뭐냐?”

- 니들이 기절해 있을 때 시체에서 챙긴 것들이다. 이거라도 있어야지.

나중에 레라지에 놈들에게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느니라.

루비아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저. 유품은 죽은 분들과 연결돼있다면서요. 안 껍껍하세요?”

- 전혀 안 찜찜하니라. 산 자들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살 거라면 잘 살아야지. 그럼.

- 파드득!

아이작이 강하게 날갯짓을 했다.

- 달리아크든 어디든 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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