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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211화 (211/458)

212화 9:1 (7)

- 뭐, 뭐야? 얘가 왜 여기 있어?

어떻게 쫓아온 거지?

도적단과 한바탕 맞붙을 걸 기대했는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이 낄낄거리며 머리 위를 날아다니던 아이작이 기겁했다.

레나는 도적 사이를 말을 탄 채 지나가며 비스듬히 구부러진 칼을 휘둘렀다.

칼이 길면 원심력이 크고 속도가 빨라지겠지만, 레나가 꺼낸 칼은 기묘하게도 칼끝으로 갈수록 뒤쪽도신이 두꺼워지는 칼이었다.

그녀는 한쪽에만 날이 선 칼을 마치 추처럼 빙빙 돌리며 도적들 사이를 누볐다.

빠르게 서너 번 돌린 뒤 내리치는 공격을 받아치는 도적들은 한 명도 없었다.

갑자기 사라진 손목을 찾는 비명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움직임이었다.

인간의 목은 뼈가 두껍고, 각종근육과 피막이 잔뜩 붙어 자르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하지만 손목은 그보다 훨씬 쉽게 잘린다.

당당하게 길을 가로막았던 사막도적들은, 어느새 춤추고 소리를 지르며 사막에 붉은 물을 뿌리는 광대들로 변해 있었다.

- 피잉!

시위를 당겨야 할 손이 잘린 탓에 화살은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가거나 붉은 모래 속에 처박혔다.

레나에게 왜 쫓아왔는지 묻기도 전에 도적 열 명이 죽고, 열 명이 혼비백산해서 도망갔다.

뒤쪽에 구경하고 있던 상인들도 사태를 파악하고 도적들보다 한발앞서 도망가고 있었다.

그들을 막 쫓아가려는 레나 옆에 말을 달려 붙었다.

“잠깐! 어떻게 여기까지 우리를 쫓아온 거지?”

모래를 박차며 달리는 말 위에서 레나가 흘끗 우리를 돌아봤다.

그녀는 터번을 들어 얼굴에 묻은 피를 먼지처럼 털어내며 말했다.

“이럴 시간이 없다. 일단 이들을 전부 죽이고 이야기하지.”

“급한 것 같은데. 방해 안 되게 여기에 남아 있을게요!”

루비아가 끙끙거리며 조심스럽게 말에서 내렸다.

어느새 타고 내리는 것 정도는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 걱정이라도 되냐? 크크. 내가 같이 있어 주마.

“으음.

엉겁결에 루비아를 남기고 밀리듯도적들을 쫓았다.

- 부응! 퍼걱!

도망가는 도적 두 명의 몸을 통째로 갈라 버렸다.

가로로 몸이 잘려 나가며 시뻘건내장이 모래 위로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지금까지 그녀의 말을 들어 손해본 적은 없었으니까.

레나는 첫 열 명의 손목만 깔끔히 잘라 냈지만,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남아도는 게 힘이었다.

지금까지 안 아끼고 계속 찍어 댄탓에 힘 스랫만 90이 넘어간다.

말 위에서 한 손으로 든 대검을 평행으로 휘둘렀다.

풍압에 말려, 낙타 위에서 기우뚱균형이 풀어진 도적이 대각선으로 몸이 터져 나갔다.

손목이 아니라 몸통이 잘려 나가 하얀 척추와 붉은 내장이 드러나자 근처에 있던 도적 두 놈은 놀라서 아예 낙타에서 떨어졌다.

떨어진 두 놈의 목으로 레나가

단검을 던졌다.

손목 아래 투척 장치가 있는 둣, 스냅을 거의 주지도 않았는데 목을 반쯤 관통할 정도로 칼날이 강하게 들어갔다.

한 명은 눈을 부릅뜬 채 죽었고 다른 한 명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죽었다.

“으아아아아!”

따라잡힌 도적 한 명이 뒤를 향해막무가내로 철퇴를 휘둘렀다.

나는 균형도 안 잡은 상태에서 그냥대검을 쭉 뻗어 철퇴를 쳐내고, 몇초 동안 배를 칼로 꿰어 든 뒤곧바로 모래 위에 내다 버렸다.

“넷 남았군.”

“당신. 생각보다 훨씬 말이 잘통하는데? 이랴!”

레나는 질 수 없다는 듯 빠르게 말을 달렸다.

혼자 떨어져 멀리 도망가는 도적한 명의 목을 단칼에 날려 버렸다.

아직도 낙타 고삐를 잡고 있는, 목없는 녀석의 새빨간 피가 푸른 하늘로 솟아올랐다.

남은 셋을 쫓아갔다.

“으아! 으아아아!”

한 덩어리가 되어 달려가는 녀석들이, 내가 뒤에 붙은 걸 알아챘다.

“흩어져! 흩어져!”

서로 다른 세 방향으로 흩어지려할 때, 270도로 칼을 휘둘러서 셋모두를 한 번에 베어 버렸다.

그제야 옆으로 붙은 레나가 작은 탄성을 질렀다.

“당신. 대단한 전사로군.”

대검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턴 뒤레나를 바라봤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추적장치는 이미 떼어 냈을 텐데.”

“들켜 버린 건가. 대단한 솜씨네.

당신 연기에 당해 버렸어. 시조와 샤루니안은 북쪽으로 갔지.”

그렇다면 더 알기 어려웠다.

“그럼 너는 왜 여기로 온 거지?”

레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건.

말을 가만히 기다렸다.

“추적 장치는 북쪽을 가르켰지만.

만에 하나라도, 당신이 여기 오면 위험해지니까. 혹시 몰라 경고하러온 거다.”

“위험하다고?”

나는 바닥에 널려 있는 시체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 정도의 인간들이라면 스물이 아니라 이백 명이라도 아무 부담이 없다.

루비아를 지키면서 싸우는 건 또다른 일이겠지만, T&T 본부장인지금의 레나가 그걸 걱정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았다.

그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혹시. 피리를 불려고 하는 놈은 없었나? 당신이 죽인 도적들 중에 말이야.”

“전혀.”

그런 녀석은 없었다.

모두 낙타 고삐를 쥐고 도망가거나 무기를 들고 발작하듯 덤볐을 뿐.

레나가 바짝 긴장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사막 도적단이라고 했는데.

- 히히힘!

레나는 뭔가 떠오른 듯 다시 말에 박차를 가했다.

뭘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그녀의 뒤를 쫓아 모래 언덕을 넘었다.

부리나케 도망가고 있는 상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왜! 왜 우리까지 쫓아오는거요? 도적이나 죽이면 되지!”

후미에 있는 상인이 외쳤다.

낙타를 타고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있었지만, 짐을 실은 채 이동하는 탓에 말보다 느렸다.

레나는 대답도 없이 말을 달리며 차분히 얇은 투창을 꺼냈다.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상인들이 사막 도적들보다 낙타를 모는 솜씨가 더 뛰어난 것 같았다.

두 무리가 실제로 싸웠다면, 왠지 상인들의 압승으로 끝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피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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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창이 날아가며 뒤쪽에 있는 상인한 명의 어깨를 날려 버렸다.

살아서 비명을 지르는 놈을 보며 레나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피했어.?”

비명을 지르는 녀석이 외쳐 댔다.

“대장! 신神.! 신을.!”

신이라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였다.

- 뿌우우우우.! 뿌우우우.!

도망가는 상인들 가운데서 기괴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종류의 음색이었다.

구불구불한 수염의 상인 두목이, 낙타에 거꾸로 탄 채 우리를 보며 피리를 불고 있었다.

우리에게 물을 건넸던 녀석이다.

도대체 뭘 가지고 만든 건지 짐작할수 없는 묘한 모양의 쁠피리를 보고 레나의 안색이 변했다.

“발밑을 조심해라. 그걸 경고하기 위해 쫓아온 거다.”

“발밑이라고?”

[탐지 Lv.7을 작동합니다!]

모래 아래를 중점적으로 탐색했다.

하지만 아래쪽에서는 어떤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다.

- 화악!

엉뚱하게도, 도망가는 상인들 중 하나가 꽃처럼 쪼개지며 붉은 피가 꽃잎처럼 뿜어졌다.

모래 바닥에서 솟아오른 몸통이 피를 흠렉 머금은 채로 흔들렸다.

“대, 대장! 이게 어떻게 된.!”

- 푸욱!

다른 한 명의 몸도, 낙타와 함께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모랫바닥이 몇 번 들썩이더니 곧새빨간 피로 물들었다.

- 파악!

씹다가 뱉은 것처럼, 뼈가 전부 드러난 시체가 너덜너덜해져 다시 밖으로 던져졌다.

- 와작! 와자작!

순식간에 상인 한 명이 서 있는 자리에서 바닥으로 끌려 들어가서 씹어 먹혔다.

눈썹이 짙으며 눈이 부리부리한, 예오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상단주가 피리를 불다 말고 멈췄다.

그가 잘생긴 얼굴로 허공을 향해울부짖었다.

“시, 신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계, 계, 계약이.! 끄헤엑!”

상단주가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 옆으로 빠르게 피했다.

민첩한 행동의 결과로 그의 몸은 왼쪽 절반만 뜯어 먹혔고, 먹히지 않은 오른쪽은 잠시나마 모래 위에 서 있다가 풀썩 쓰러졌다.

‘신’이 예오만을 먹어 치울 때에야 생긴 모양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밖으로 드러낸 길이만 해도 십여미터에 달했다.

둘레는 웬만한 영주의 성 기둥보다두 배는 더 두꺼웠고, 바깥쪽으로 다섯 개의 칼날이 달린 입안에는 끝부분이 인간의 손 형태인 혀가 매달려 있었다.

최대한 순화해 말하면 칼날 달린 지렁이 형태인 녀석은 입을 닫고 솟구치면 다섯 개의 칼날로 인간을 꽃잎처럼 잘라 냈고, 입을 쫙 열고 솟구치면 혀로 먹잇감을 감아쥐고 촘촘한 이빨로 아작아작 씹었다.

하지만 큰 긴장은 되지 않았다.

허공에 상세히 떠오르는 상태창때문이었다.

[‘사막의 신’과 만나셨습니다!]

[스페셜 필드 보스입니다.]

[동화울 70.5% 이하.]

[진명: 애쉬 웜]

[랭크: B더블 플러스]

[예메라의 힘에 의해 산 채로 타서 죽은, 옛 인간들의 재로 만들어진 벌레입니다.]

[빙계 공격에 암전한 모습을 보일확률이 높습니다.]

모랫바닥에 파고든 녀석이 점점속도를 높인다.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당신! 뭘 하는 거야!”

레나는 준비해 온 장치 같은 걸 양손에 장착하고 있다.

폭탄이라도 쏘아 낼 셈일까?

말에서 훌쩍 내려섰다.

이 녀석까지 말려들게 할 필요는 없다.

“그냥 보고 있어라.”

레라지에의 유적에 있던 녀석을 처리할 때처럼 뭔가에 씌이는 듯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내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 Lv.2를 발동합니다!]

[탐지 Lv.7을 하나의 대상에 사용합니다.]

[추적 Lv.15 발동!]

[타깃: 애쉬 월]

[타깃의 은신 레벨이 당신의 추적스킬보다 낮습니다. 지형 은신을 실시간으로 간파합니다.]

[심안心眼(C플러스) 적용.]

녀석에게 정신을 집중하자, 모래아래쪽이 투명한 물 아래를 보는 것처럼 훤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특수 상태: 명경지수明鏡止水에 도달하셨습니다.]

[관련 스킬의 경험치가 모두 크게 상승합니다.]

[검기 최대 출력.]

‘결빙.’

[더블 캐스팅.]

‘결빙.’

상태창이 가르쳐 줘서가 아니다.

그냥 내가 알고 있는 걸 상태창이 표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질주 Lv.7을 발동합니다!]

[500%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24:59]

? 파사삿!

넘쳐나는 마력으로 바닥을 비스듬하게 얼린 뒤, 딛는 얼음이 모조리깨져 나갈 정도로 강하게 앞으로 몸을 쏘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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