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생매장 (3)
<야! 너, 뭐 하냐? 왜 나를. 야!>
루비아한테 맞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건가.
무방비로 당한 아이작은 얼이 빠진 기색이다.
얼이 빠지긴 주위의 다른 인간들도마찬가지.
“.으에엑?”
“흐익?”
허공에서 쏟아진 보석비에 주변의 시선이 전부 쏠렸다.
가장 얼이 빠진 것은 점원.
“저, 죄, 히끅! 죄송합니다!”
루비아를 무시하던 점원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허공에서 쏟아져 나온 보석들.
마법사라고 생각한 탓에 저러는 것 같지는 않다.
점원의 관심사는 그보다, 대놓고 무시하던 손님에게서 딱 봐도 값진 보석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 사실이겠지.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루비아는 점원이 대체 왜 그러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다.
“죄송하긴요.”
루비아는 투명한 유리 진열대 위에 뿌린 보석을 쑥 바라보곤 말을 계속이어갔다.
“이 정도도 거래해 주는 거 맞죠?”
“네, 물론입니다! 아니. 네! 손님!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저게 뭐야.?”
“세상에.
무시하던 다른 인간들도, 쏟아진 보석을 보고 뭐라 할 말을 잃은 채 눈만 깜빡거렸다.
“홈.
보석 상점 안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점원이 안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곧 밖으로 은색의 모노클을 쓴 50대 여자가 걸어 나왔다.
“저는 ‘가넷 윙’의 점장인 바레시블랙베리라고 합니다. 저희 점원이 있을 수 없는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일단은.
백발의 여자는 진열대 위의 보석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안으로 모시게 해 주십시오.”
점장은 두꺼운 문을 열었다.
긴 통로를 지났다.
바깥과 달리 은은한 조명의 밀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의외로 보석은 드러나게 진열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벽 한쪽의 원목보관대에 도자기 수십 점이 진열돼있었고, 투명한 원형 액자에 검은색자개 같은 것들이 그림처럼 끼워져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엇보다도.
내부는 밀실密室이라고 말하기에 지나치게 넓었다.
열 명 가까운 인간이 돌아다니고, 보석이 빼곡하게 진열된 바깥보다우리만 있는 안이 더 넓었다.
“부디 느긋하게 계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귀빈실은 하루에 한 손님밖에 받지 않습니다.”
- 쪼르륵.
딱 적당하게 데워진 물이 루비아앞에 놓인 작은 잔에 따라졌다.
망고 과육이 듬록 들어간 케이크와 큼직하게 갈린 딸기 푸딩, 매끄러운 표면 옆으로 존득한 크림이 살며시튀어나온 마카롱이 곧이어 루비아앞에 내어졌다.
나는 소파에 앉은 루비아의 뒤에 별말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점장 블랙베리가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한 점 흐트러짐도 없으시군요.
분명히 명망 높은 기사분이시리라생각됩니다.”
“글쎄.”
뭐에 감탄한 건지 알기 어려웠다.
남이 주는 음식은 먹거나 마시지 않는다는 것?
어차피 그럴 수도 없는 처지다.
“다시 한 번 무례를 사죄드립니다.”
“블랙베리 씨, 저는.
루비아가 뭐라고 말을 떼기도 전에 블랙베리가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빠르게 대화를 선점했다.
“저희 점원이 저지른, 그야말로 <가넷 윙>의 본점에서 일어날 수 없었던 일에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사죄드립니다. 바레시 블랙베리의 이름을 걸고 오늘 거래의 수수료를 9할 1푼 공제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나요?”
“네. 그러니. 제발 여기서 거래를 마쳐 주시지 않겠습니까, 손님?”
어마어마한 거래 수수료 할인.
어차피 여기가 제일 큰 보석 상점이라는 걸 고려하면, 여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나쁠 일은 전혀 없다.
다만 문제는 그 제안이 거짓말이 아니냐는 건데.
“.정말 훌륭한 물건들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블랙베리는 커다란 돋보기를 들고 루비아가 내놓은 보석들을 이 각도 저 각도에서 살펴보고 있었다.
“세공이 조금 오래된 풍이긴 합니다만, 어차피 유행이란 돌고 도는 것이니.
와들루스의 꼬리에 의해 그 입구가 막혀 있었다면, 오래된 보석인 건 당연한 일.
보석을 모른다고 후려치려는 인간같지는 않았다.
‘속이려는 기색은 없나?’
<장사 하루 이틀 하고 접을 것도 아니고, 수도에서 이렇게 큰 건물짓고 대대로 하는데 물건을 가지고 장난칠 확률은 조금 낮지. 수수료야 상당히 비쌀 테지만 말이다.>
그런 건가.
“일단 현금화를 원하시는 겁니까?”
“이만큼은, 다른 거 하나로 바꿔주실 수 있나요? 예쁜 보석으로요.”
아이작을 위한 주문이다.
점장 블랙베리는 잠시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이 전부를 하나로.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끼긱. 끼기긱.
점장은 약지에 낀 반지를 옆으로 살살 돌렸다.
세 겹으로 된 반지가 각각 다른 정도로 미묘하게 돌아가며, 돌출된부분이 튀어나왔다.
<열쇠 반지로군. 고전적인데?>
한쪽 벽이 마치 서랍처럼 밖으로 튀어나왔다.
딱 루비아가 아래로 내려 보기 편할정도의 높이.
“혹시 이 녀석들은. 어떠십니까?”
단순히 아름다움뿐 아니라, 은은한 파장이 느껴지는 묘한 보석들.
<흐응. 마법석이군. 가게 입장에서는 쉬운 선택이지. 하나 이 몸의 수준에서는 별로 의미는 없다. 그냥예쁜 거 달라고 해. 제일 예쁜 거.>
‘기능적인 게 좋은 거 아니냐?’
<마력이 한 번 깃든 건 순수성이 떨어진다. 새로 내가 주입하는 게낫지. 그리고.>
‘뭔데.’
<너는 보석을 기능 때문에 사냐?>
대화를 전해 들은 루비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마법석은 괜찮아요. 그냥예쁜 걸로 부탁드려요.”
“으음.
잠깐 고민하던 점장은 다시 열쇠를 조절하곤 다른 벽을 열었다.
“순수한 보석이라면 이것밖에 생각나지 않는군요. 다른 것들은 가격이 조금씩 맞지 않습니다. 하나만 드리기에는.
열린 벽에는.
자주색으로 빛나는 보석이 진열대안에 홀로 자리 잡고 있었다.
<크, 이거 괜찮은데? 순도 봐라.
흐으옷.!>
“머스라트입니다. 현재까지 표본이 여덟 개밖에 없는 보석이지요. 워낙단단해서. 표면에 붙은 돌만 살짝벗겨 낸 표본입니다.”
과연 그 말대로였다.
세공된 단면에 대칭성이나 규칙은 보이지 않았지만, 일정치 않게 비틀비틀 깎인 보석은 그저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도 언뜻언뜻 묘한 영감을 주는 데가 있었다.
“그럼 이걸로 할게요.”
<왜 그리 빨리 결정하느냐? 좋은 보석은 죄다 꺼내 보라고 하지.>
‘보석 볼 때마다 까마귀가 이상한 소리 내는 게 싫어서가 아닐까?’
아이작이 내놓은 보석들은 자주색머스라트로 바꾸고, 나머지는 일단금화로 바꿨다.
아이작의 말에 따르면 가격은 꽤나후하게 쳐준 것 같았다.
보석을 팔며 아이작이 하는 말들을 슬쩍슬쩍 던지자 점장은 나를 점점존경의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1정말 대단한 안목이시군요.!”
“배경이 궁금해집니다!”
“저의 견식 없음에 다시 통탄하게 되는군요. 이런 분에 대해서 그동안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니!”
“아, 뭐.
어차피 내 지식이 아니라 뭐라고 답변하기도 껄끄러웠다.
무시에 가까운 대답에도 점장 블랙베리는 더욱 사근사근하게 굴었다.
거래를 전부 마친 뒤에도 적극적인 제안이 이어졌다.
“수도가 처음이시라면, 혹시 묵을 숙소는 생각해 두셨습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루비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저희 쪽에서 숙소 소개를 해 드려도 될까요?”
해당 숙소에서 대가를 받고 소개해주기라도 하는 걸까.
블랙베리가 나와 루비아를 번갈아바라봤다.
그다지 내키지 않는데, 아이작이 말을 걸었다.
<얌전히 소개받아라.>
‘왜? 숙소를 뭘 소개까지 받아?’
<수도의 좋은 숙소들은 대부분이 완전 소개제다. 그때마다 다 겁줘서 어거지로 들어갈 생각은 아니겠지?
그런 모양 떨어지는 짓 하지 말고 순순히 받아들여라.>
‘완전. 소개제?’
<그렇다. ‘덴 메쵸 페라스(모르는 손님은 거절한다).’라는 오랜 원칙이 남아 있지. 하여튼 수도 것들이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블랙베리의 제안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하지.”
“그럼 제가 곧바로 모시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점장이 잠깐 안쪽으로 간 사이에 말을 이었다.
“기괴한 관습이군. 손님이라는 건, 애초에 처음 오는 건데 모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가게의 손님도 격에 관계되니까.
모르는 것들과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지.>
“외상으로 다니고, 달의 마지막에 한 번에 지불하는 문화가 있는 탓이 크다고 해요. 모르는 손님은 외상을 달 수 없으니까요.”
루비아도 알던 관습인 모양이다.
그때 다시 점장이 나와서 꾸벅 고개를 숙였다.
“기다려 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실례합니다만, 이 카드 한 장 받아주시겠습니까?”
진한 보라색 위에 새하얀 글자가 음각된 명함이었다.
[보석을 맡겨 주세요.]
[바네시 블랙베리]
[가넷 윙, 수도 본점. 하얀 광장 옆11번 골목.]
문득 기시감이 느껴졌다.
아래에 까만 카드 한 장이 겹쳐 있는 게 보였다.
“상인 연합인가?”
“역시 아시는군요!”
블랙베리가 한층 더 깊은 미소를 지었다.
여러 의미가 섞인 표정이었다.
이걸로 상인 연합의 카드가 수중에 세 장 들어왔다.
한 장은 유블람 경비대장의 비밀창고에서.
다른 한 장은 진네이 유베, 그리고 이번에는 수도의 보석 상점이다.
역시, 획득 자체는 어렵지 않다.
일단 만나서 능력을 보이면 상대가 알아서 손에 쥐어 준다.
다시 죽고 살아나더라도 세 장은 곧바로 얻을 수 있는 셈.
회원 자격을 얻으려면.
앞으로 두 장 남았다.
녀석들이, 얼마나 쓸모 있을지는 경험해 봐야 알겠지만.
두꺼운 귀빈실 문을 열고 나오자 바깥에 있던 귀족 영애들의 눈길이 일제히 루비아를 향해 쏟아졌다.
“누가 저기 가는 거 처음 봤어.
“설마 블랙베리 님이 직접 거래해주신 거야? 대체 누군데?”
“블랙베리 님 눈썰미로 보석 하나옷 하나 맞추는 게 소원인 사람들이 많은데.
상점을 막 나갈 때였다.
“저. 저기!”
루비아보다 서너 살 어려 보이는 곱슬곱슬한 금발 여자아이가 루비아에게 접근했다.
키는 루비아보다 머리 하나 이상작았고, 큰 용기를 낸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아가씨.!”
양산을 든 누군가가 황급히 아이를 쫓아오려고 했지만 아이는 손을 내저었다.
저지할까 싶었지만, 몸에 무기도 없었고 허약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괜한 움직임은 상대 쪽의 호위를 자극할 염려가 있다.
“저, 저기.! 영애.!”
“어라? 저요?”
루비아가 아이에게 다가갔다.
금발의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어느새 루비아의 옷깃을 살며시 잡고 있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전. 이보트 세나 에렌가에데라고해요. 세나라고 불러 주세요.”
옆에서 블랙베리가 작게 ‘이보트후작 영애입니다.’라고 속삭인다.
“네, 세나 아가씨.”
루비아가 방긋 웃자 아이의 긴장한 표정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혹시 수도에 계속 계실 거라면.
제가 여는 티. 티 파티에 와 주실 수 있을까요?”
뭔가 억압받고 주눅 든 말투였다.
후작 가문이라면, 눈치 볼 상대는 얼마 없을 터인데.
타고난 성격인지도 모른다.
“와아. 티 파티에, 저를요?”
아는 사이인가 싶었지만, 루비아도 의아해하고 있다. 애초에 에라스트에만 있었던 루비아가 수도에 아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아까.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서.
저. 친구가 되고 싶어서.
말을 더듬거렸지만, 진지한 뜻은 충분히 전해졌다.
루비아의 행동이 이 아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모양이다.
“저는 수도 풍속도 잘 모르니까, 자칫 누를 끼칠 것 같은데요.”
루비아는 싱긋 웃으며 부드럽게 거절했다. 하지만 금발 곱슬머리의 소녀는 무척 적극적이었다.
“그. 그래도! 상관없어요! 생각이라도 한 번 해 주세요, 꼭이요!”
억지로 초대장을 건네주고는 도망치듯 상점 바깥의 마차에 올라탔다.
그 뒤를 시녀와 호위가 허겁지겁따라 나갔다.
<이봐, 해골. 경쟁자가 등장해서 어떡하냐? 저런 귀여운 애가 상대니승패가 너무 뻔한데?>
‘쓸데없는 소리.’
블랙베리가 미소를 지었다.
“이보트 가문의 티 파티 초대장이 라니, 귀한 걸 얻으셨군요.”
“네, 갑자기 이런 걸 받아서 조금놀랐지만 기쁘네요.”
“영애께서 낯을 가리시는 편인데, 손님이 무척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축하드립니다. 보는 저도 마음이 참훈훈하군요. 그럼. 숙소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번화가 중심지에 있는 숙소는 무척쾌적했다.
루비아는 블랙베리가 나가자마자 가볍게 탄성을 지르며 객실 안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책이 만 권은 들어갈 것 같아요!”
“그런 것부터 생각나나.”
“다른 것도 다 굉장히 멋지네요.”
한참 여기저기를 구경하던 그녀는 객실 창문에서 섰다.
2층이라서 그런지, 곧바로 아래의 넓은 정원이 내려다보였다.
“산 히코리, 파라비치, 재채기 꽃에 유카까지 피어 있네요. 나무들도 다너무 관리를 잘했어요.
나도 느긋한 기분이 되어 한쪽에 기댔다.
끊임없이 달린 여정.
즐거워하는 루비아를 보고 있으니 작은 쉼표 하나를 찍는 기분이었다.
무려 네 시간에 걸친 목욕을 마친루비아는 어딘가 멍한 표정이다.
그녀는 흐적흐적 풀린 표정이 되어 벽 한쪽에 기대어 있었다.
어디 아픈 건가?
하지만 탐지 스킬을 써도 맥박은 정상이다.
<???야.>
아이작이 부리로 나를 쿡 찔렀다.
‘뭔데.’
<얼른 티 파티 가라고 해야지.>
‘티 파티.?’
<왜 이렇게 눈치가 없냐? 재, 저거아까부터 계속 그 생각 하는 거 안보였어? 어?>
“ ㅇ ”
■o*.
잊고 있었지만, 그녀도 나름대로 백작 영애다.
아무리 원했다지만 사막을 달리며 힘겹게 모래바람을 뒤집어쓰고, 모든 연고와 단절된 채 살아온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아무래도 마음 기댈 곳이 필요하지 않을까.
게다가 영애들의 티 파티라니.
책에서만 잔뜩 봤을 거고, 머리로 상상만 해 봤겠지.
“티 파티에 가고 싶은가?”
“아니요! 전 괜찮아요. 괜히 걱정끼쳐 드렸나 보네요.”
‘괜찮다는데?’
- 깡!
아이작이 등을 부리로 찍었다.
<괜찮다는 건 굉장히 안 괜찮다는 뜻이다, 멍청아.>
‘그게 뭔 소리야.’
<하아. 괜찮다고 하는 거 자체가 엄청나게 가고 싶다는 뜻이잖아.>
“가지 그래. 사막에서 막 돌아온참이니 기분 전환이 될 거 같은데.”
루비아는 곤란한 표정으로 슬며시눈을 깔았다.
“그렇지만. 저는 여기서 신분도 밝힐 수 없고.
잊고 있었다.
에라스트는 지금 루비아의 삼촌이 차지하고 있다.
레이 백작의 영애이자 정당한 작위계승자로 밝히면 여러모로 곤란해지는게 아닐까?
“그건 내가 해결해 보지.”
어차피 레나와 접촉할 참이다.
그 과정에서 수도에서 쓸 신분을 얻게 될 확률이 높다.
T&T 본부장이라면 위조 신분은
넓게 골라잡을 수 있겠지.
티 파티에 참가할 영애 정도가 뭐가 어려울까. 하지만 루비아의 안색은 여전히 밝지 않다.
“또 무슨 문제지?”
“어, 그게.
루비아가 내 눈치를 살폈다.
<애 옷이 없잖아. 어? 딱 내가 사주겠다, 이래야 될 거 아니야.>
지금 입은 것도 괜찮은데.
하지만 아이작의 말이 옳다.
티 파티에 오는 영애들은 죄다
보석 상점에서 봤던 것 같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겠지.
아이작의 의외의 쓸모를 발견했다.
보석에 집착하더니, 은근히 이런쪽에 밝은 녀석이다.
“혹시 옷이 걱정이라면.
막 말을 이을 때였다.
- 똑똑.
“손님, 옷 배달 왔습니다.”
“옷. 이요?”
그런 거 시킨 적 없는데.
어색한 분위기에서 도피하듯 먼저문을 열고 나갔다.
방문을 열자 유니폼을 입은 직원두 명이 서 있었다. 각각 평상복과 주황색 드레스를 손에 든 채였다.
직원이 작은 엽서 한 장을 건넸다.
[즐거운 티 파티 되세요!]
[바네시 블랙베리]
“열홀분 숙소 대금은 저희 쪽에서 결제 완료했습니다. 그럼 부디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둘은 방 안에 옷을 곱게 걸어 주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대단한 호의다.
이번 보석 거래로 그런 큰 이득을 얻었다는 걸까.
아니면 빚을 지워 두고 싶은 걸까.
“우와.
가만히 드레스를 보더니, 갑자기 루비아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루비아의 호감도가 3 올랐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딱 맞춰서
[루비아의 호감도가 2 올랐습니다!]
“보기만 해도 저한테 딱 맞을 거같아요.
[루비아의 호감도가 5 올랐습니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아래로 뚝뚝떨어졌다.
‘???해골님은 참 다정하시네요.”
[호감도 상한 붕괴!]
[루비아의 호감도 상한이 60으로 상승했습니다!]
[호감도가 2 올랐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아. 너, 방금 이번 생의 운을 다 쓴 거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