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231화 (231/458)

232화 생매장 (12)

루비아가 누군가를 제압하는 건지금껏 처음 본다.

“이, 이게 무슨.!”

시셀 리드바랜이 놀라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루비아가 언제 이렇게 강해졌지?

놀라서 그녀의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레이 루비아]

[사령술사: Lv.8] (new!)

[체력: 13] (new!)

[힘: 12플러스9.3] (new!)

[민첩: 13] (new!)

[지혜: 19] (new!)

[호감도: 50] (new!)

- 루비아가 하는 생각은 당신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습니다.

- 당신 외의 다른 것들에 대해서 관심이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특전] (new!)

- 스탯 공유: 줄곧 하나의 사령만 소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해당사령과의 관계가 매우 깊으므로, 가장

높은 스랫의 10%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 해당 스랫: 힘 (93)

당황스럽다.

루비아도 성장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전반적으로 스탯이 오른 건, 내가 사냥한 것들의 경험치가 그녀에게 흘러 들어간 탓 같다.

게다가 내 스랫 중에 가장 높은 스랫인 힘 스탯을 비록 10%라도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계속 성장하면, 루비아는 어쩌면 혼자서도 ‘첫 번째 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갈게요.”

루비아의 가녀린 뒷모습이 어쩐지 든든해 보인다.

그 순간 뒤에서 시셀이 외쳤다.

“가, 가드들을 불러.!”

[공포 Lv.l 스킬을 사용합니다!]

- 털썩.

정말 최대한 약하게 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셀과 두 시녀는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최대한 약하게, 가 이 정도인가.

지혜 스탯이 오르면서 이건 조금귀찮아진다.

아무래도 좀 더 섬세하고, 약하게 쓰는 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 어서 가자.

<네!>

저런 모습이 된 게 좀 수상하긴하지만.

시녀들이 몰라도, 가드들이 하나둘몰려오면 루비아가 감당할 수 있을리 없다.

내가 안 보이게 끼어든다고 해도, 루비아가 가드들까지 모두 쳐내고 갔다는 건 역시 부자연스럽다.

시셀을 반쯤 기절시켜 놓은 덕에 길을 가로막는 자들은 없었다.

느긋하게 마차를 타고 돌아오며 루비아에게 물었다.

= 어이.

<네?>

= 언제부터 힘을 숨기고 있었지?

루비아는 볼을 발갛게 물들이고 고개를 저었다.

<무, 무슨 말씀이세요! 제일 잘알고 계시는 거 아니었어요?>

그게 무슨 소리일까.

당황하는 내 반응을 본 루비아가 말을 이었다.

<숨긴 건 없어요! 저도 이렇게 막수치가 ‘변한’ 건 처음이에요. 함께 다닌 효과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일 잘 알고 계실 줄 알았는데.>

이런 오해가 있었나.

그녀에게 지나치게 무관심했던 것같다.

스킬 목록을 확인했다.

원래 있던 것들도 조금씩 레벨이 올라 있고, 심지어 새롭게 생겨난스킬까지 보인다.

그중에서도 두 가지가 특히 눈을 잡아끈다.

[사막 적응 Lv.l](new!)

- 해당 지형 (사막)에서.

붙는 설명은 나와 당연히 같다.

그녀와 함께 사막을 달린 추억이 스킬로 생성됐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다.

[평정 Lv.2](new!)

- 짧은 시간에 놀라운 일들을 너무많이 겪은 당신은, 이제 대부분의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태 이상 스킬에 미약한 확률로 저항합니다.

이건 심지어 레벨이 2나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녀가 지금당장 싸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변화는 그 자체만으로 놀랍고 뿌듯했다.

처음에는 내가 입만 한 번 열어도 기절할 듯 놀라며 진흙 위에 넘어지던 그녀가, 이런 스킬까지 가져 버리다니.

장대비가 내리는 무덤가에 서서, 오들오들 떨며 나를 깨우던 어설픈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그녀가 변하고 있었다.

어서 에라스트의 영주로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번 작전으로 조금이나마 거기 가까워질 수는 없을까.

레나에게 루-륨 열두 병을 줬던 결과에 대해 생각했다.

T&T 본부장이 되어 있었던 데다, 과거까지 바뀌어 있었다.

루비아에게도 그런 일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녀가 있어야 할 자리를 곰곰이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도착한 건 금방이었다.

막 안으로 들어갔을 때,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붙은 미행들과는 상대도안 되는 고도의 추적이었다.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루비아가 엮이게 할 생각은 없다.

“잠시만.”

슬쩍 숙소를 빠져나갔다.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던 기척이 사라졌다.

오른쪽, 왼쪽.

아니, 바로 뒤다.

- 까앙!

누군지 확인할 생각으로 가볍게 휘두른 칼에, 십자 형태로 교차된단검이 부딪쳤다.

“너무 살살 내리쳐 준 거 아니야?

큰 걸 갖고 있으면 좀 더 화끈하게 쓰라고.”

“누군지도 모르지 않나. 방금도 큰일날 뻔했군.”

레나가 쿡쿡 웃었다.

“날 죽이면 큰일이라고 말해 주는거야? 그건 기쁜데.”

“농담하지 마라.”

- 톡톡.

레나는 단검을 벽에 부딪쳤다.

“농담이 아닌걸. 거짓말도 아냐.”

“.작전에 대해 말하러 온 건가.

혹시 일정 변경이라도?”

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감이 좋네.”

말을 돌리려고 한 소리가 어쩌다맞아떨어진 모양이다.

“당겨졌어. 오늘부터 일주일 뒤야.

내부자도 놀랄 만큼 급작스러웠어.

전쟁을 서두르는 모양이야.”

왜 갑자기 서두르는 걸까.

혹시 내가 한 일의 결과일까 싶은 생각도 스쳤지만, 뚜렷한 인과가 있을 만한 일은 없었다.

과도한 생각이겠지.

“알았다.”

“사홀 전에는 작전 장소에 대기해줬으면 해. 가능할까?”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잠깐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동안 루비아를 보호해 줬으면 하는데.”

나야 준비할 것도 없다.

하지만 작전 기간 동안 루비아와 떨어져 있는 게 무척 신경 쓰인다.

스랫이 오르긴 했지만, 고작해야 평범한 성인 남성 두 배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제대로 된 암살자가 붙으면 숨도 한 번 못 쉬고 죽을 거다.

게다가 아이작도 없으니.

잠시 멈칫한 레나가 말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우리가 보호를 맡을 거야. 최고급으로 붙일 테니아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물어볼 게 있는데.

“응, 듣고 있어.”

레나가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초롱초롱한 그 눈에 어찐지 묘한 그늘이 져 있었다.

바빠서 피곤한가.

“아니, 됐다. 일단 작전이 끝난 뒤물어보도록 하지.”

변경된 작전을 전달하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듯하다.

이보트 후작에 대해서 레나에게 캐물어 볼까 했지만, 굳이 지금 할 필요는 없으니까.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달라고.”

레나는 내게 작전을 다시 한 번간단히 상기시키고는, 밤을 향해걸어갔다.

다가올 때는 몰래 뒤를 잡으려고 하던 그녀는, 헤어질 때는 자기가 사라지는 걸 계속 알고 있으라는 듯이 천천히 멀어져 갔다.

이제 거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혼자 남겨진 뒤 레나의 펜던트를 다시 한 번 바라봤다.

계획은 변경되었지만,  펜던트의 반응은 그대로다.

위험하다는 반응은 없다.

크게 실패할 계획은 아니라는 말.

절대적으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게 사실이다.

펜던트를 다시 품에 넣고 그대로 숙소로 돌아갔다.

“며칠 내에. 잠깐 어디 다녀와야 할 것 같다.”

루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거군요?”

나는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서약서의 힘이 나를 얽어매고 있는 탓이다.

“아. 알았어요. 괜찮아요! 갈 때 이야기만 해 주세요.”

작전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루비아를 아예 레나의 거점에 맡겨두고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어디서 붙인 건지는 몰라도 미행몇이 늘었지만, 레나의 거점으로 위치를 변경한 뒤에는 전부 알아서 사라져 있었다.

“잘 다녀오세요.”

루비아는 나를 믿는 표정이다.

“예전처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예전처럼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지 혼란스럽다가, 곧 기억해 냈다.

그라스미어에서 유베에게 그녀를 맡기고, 아이작을 찾아갔던 때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기다린다니.

그렇게 말하면 죽으라고 해도 못죽는다.

“이거.

루비아는 나에게 뭔가를 건넸다.

“이게 뭐지?”

“손수건이에요. 심심해서 한번자수를 넣어 봤어요 처음 해 본 건데.

마음에 안 들면 가는 길에 버려주세요.”

그녀가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게도, 특별한 기능은 없어 보이는 손수건이다.

하지만 버릴 생각은 없다.

잘 넣어진 건지 아닌지는 판단할수 없는 일이었지만, 보면 볼수록피식거리는 웃음이 나왔다.

언제 이런 걸 만들고 있었을까.

보라색과 파란색, 갈색 실이 하얀손수건 위에서 몇 종류의 꽃들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출전하는 기사님에게 손수건을 주는 전통이. 있거든요! 전 그냥전통에 충실해 본 거예요. 일단은 위장 신분이라도 제 호위 기사님이니까.

가만히 손수건을 바라보고 있으니 루비아가 당황하며 횡설수설한다.

평정 스킬로도 제어가 안 될 만큼당황한 것 같다.

“고맙게 받지.”

나는 수건을 챙겨서 품에 넣었다.

그리고 비밀 통로를 따라 달려가 환풍구에 몸을 숨겼다.

하루가 지났다.

이 작전만 성공시키면 지금보다훨씬 강해지리라는 확신이 든다.

전직이라는 것도 해 보고, 유용한 스킬들을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만큼 행동의 폭도 넓어지겠지.

루-륨을 잔뜩 흡수하면, 그것의 또 다른 비밀을 알게 될 가능성도높다.

루비아를 에라스트 영주로 만드는

‘시나리오 클리어’에도 한발 더가까워질 거고.

몸을 숨긴 채 이틀이 지났다.

작동하지 않는 환풍구는 조용하고 어둡다.

생각에 잠기기 좋은 환경이다.

루비아는 잘 지내고 있을까.

아이작은 어디 있는 걸까.

어느새인가, 다른 녀석들과 함께 있는 게 익숙해져 버렸다.

어울리지 않게.

- 달그락.

사흘이 지났다.

레나가 말한 날이다.

탐지 스킬을 계속해서 최대한으로 작동시켰다.

다섯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이제 시작이군.’

멀리서, 비밀 통로를 통해 행렬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숫자는 서른 명 정도.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지, 기척을 숨기려는 기색은 보이지도 않는다.

운반하고 있는 건, 레나의 말대로 역시 거대한 금고 하나.

시기도.

물건도, 정보는 정확하다.

제대로 된 황실 내부자를 확보한 모양이다.

그게 누군지 조금 궁금해지지만.

일단 시작이다.

바닥에서 지나는 무게를 감지해, 자동으로 환풍구 뚜껑을 열어 주는 장치가 작동되면.

-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 치이이이익!

앞쪽 환풍구 십여 개가 한순간에 열리며 가스가 뿜어졌다.

- 으옷.

“숨 참아!”

몇몇이 바닥에 쓰러졌다.

- 파츠츠춧!

하지만 가운데 서 있던 마법사의 지팡이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반투명한 장막이 통로를 메우는 가스를 빠르게 밀어냈다.

“마스크 착용!”

저런 것도 가지고 다니나.

게다가 절반 이상은 숨을 참으며, 당황하면서도 큰 마스크를 꺼내서 착용했다.

그라스미어의 전당에 있던 까마귀마스크와 비슷한 역할을 해 주는 것 같았다.

과연 만만치 않은 녀석들이다.

슬슬 나가야 하나 싶을 때였다.

- 과과과과광!

위에서 전해지는 거대한 굉음이, 지하 통로 전체를 뒤흔들었다.

- 광!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갈색 하늘이 좁은 통로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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