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240화 (240/458)

241화 아무 대가 없이 (5)

[정수 흡수 Lv.3을 습득합니다!]

에픽 스킬을,숙련도만 올려 스킬 레벨을 상승시켰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

정수 흡수의 숙련도 같은 건 아예 떠올리지도 않고 있었는데.

그동안 초록빛이 뿜어지는 것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홉수한 보람이 느껴지는 듯하다.

두 자릿수를 죽고 다시 살아나며 정수 흡수를 거듭한 보람이 있다

특히.

잿빛 기사에게 살해당한 강자들을 흡수하며 스킬 숙련도가 급격하게 오른 듯하다.

정수 흡수가 1에서 2로 오르며, 흡수 스탯의 상한과 동시에 흡수 스킬의 격이 올라갔다.

이번에는 어떤 보상이 주어지려나 싶다.

아래로 시선을 내려 줄줄이 뜨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홉수 가능한 스랫 상한이 100으로 상승합니다!]

50에서 75로.

이제는 한 단계 올라가 100으로 뛰어 버렸다.

스킬 레벨이 올라간다고 했을 때 예상했던 결과지만,직접 확인하니 또 다른 기분이 느껴진다.

계속 나타나는 메시지를 주의 깊게 살폈다.

[사망 3달 내의 상대로부터 정수 흡수가 가능해집니다.]

[약자들로부터 더 철저히 정수를 홉수할 수 있습니다.]

[흡수 하한선이 대폭 낮아집니다.]

철저한 정수 흡수?

흡수 하한선이 낮아진다고?

무슨 말인지 곧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시체들에서 초록색 빛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서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흡수한 시체들.

혹은 처음부터 빛이 나오지 않던 시체들.

전에는 상대가 ‘너무 약해서’ 흡수할

수 없던 범위까지 추가 흡수가 가능해 진다는 이야기다.

한 명도 빠짐없이 3천 명에게서 쁨어지는,전장에 가득 찬 초록색 빛이 터무니없게 느껴졌다.

이걸 다 흡수한다면.

대체 얼마나 강해지라는 거지?

흡수 상한선은 지금 당장이라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메시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범위 흡수가 가능해집니다.]

범위 흡수라.

어떤 능력일지 궁금할 것도 없이, 스킬 레벨이 올라가자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익숙하던 것처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역 지정.

범위 흡수.

레벨 2 때는 하나하나를 대상으로 흡수해야 했던 정수를,무려 수십 명에게서 동시에 뽑아낼 수 있다. 압도적인 효율.

- 달그락.

나는 손을 들었다.

주위를 가득 메운,새로운 초록색 빛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 우우우우.!

에픽 스킬 보유자의 숫자가 정상 범위 (1)로 확인되었다는 말이 다시 한 번 마음이 찌른다.

확인할 것도 없이.

예상대로 기스-제-라이는 죽었다.

그녀가 죽은 지금,이런 풍경은 이 세계에서 오직 나에게만 보이고 있겠지.

- 우우우!

[민첩이 0.013 상승합니다!] [지혜가 0.009.]

스킬 레벨이 오르기 전에는 아무 빛을 내지 않던 주위의 시체들은, 소수점 단위로 흡수되고 있었다.

한 명 한 명의 빛은 미약하지만 홉수하는 대상은 수백,수천.

십여 미터 정도의 반경.

그 안의 빛이 동시에 나에게 빨아 들여진다.

전장을 걸으며 기마대와 병사들의 스탯을 통째로 수십 명분씩 모두 빨아들였다.

소수점이 무수히 변경되었다.

전체 스탯 100까지 찍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범위 홉수로 한차례 빨아들이자, 오직 두 구에 초록빛이 남는다.

목이 잘린 뱀과 몸이 반으로 잘린 하피다.

정수 흡수의 스킬 레벨이 오르기 전에는,쓸모없게 푸르손의 교리만 내놓던 녀석들이었지만.

- 띠링!

[불치의 꽃 Lv.l을 흡수했습니다!] [희망 없는 포옹 Lv.l을.]

[둔한 눈물 Lv.l을.]

묘한 이름들이다.

적어도 푸르손의 교리 따위보다는 훨씬 더 좋을 것 같지만.

나는 아래에 뜨는 설명을 자세히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모두 독 스킬의 종류들이다.

희귀도는 레어.

단순히 흡수가 가능하다 아니다를 넘어서,정수 홉수의 효율이 크게 증가한 게 느껴진다.

[독: 불치의 꽃]

- 몸에 흐르는 피의 결정을 뾰족한 모양으로 만들어서 혈관을 모두 찢어 버립니다.

이건 고통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춘 독이고.

[독: 희망없는 포옹]

- 상대의 신경을 녹이며 의존성

높은 금단 증상에 빠지게 합니다. 중독자는 점점 많은 독을 원하며, 한번 독을 접한 신경 조직은 다시 회복되지 않습니다.

신경을 직접 녹여 버리는 종류. 어디에 쓸모 있을지는 모르겠다.

[독: 둔한 눈물]

- 호홉 기관을 무력화시깁니다. 상대는 질식으로 사망합니다.

이건 빠른 살상이 목적.

한눈에 봐도 강렬한 스킬들이다.

문득,아까 뱀이 나에게 뱉으려던 독이 생각난다.

이것들 중에 하나는 아니었겠지.

날 상대로 하기에는 아무 효과도 없을 테니까.

아마 산성 효과를 가진 독이었을 거라고 추정되는데.

난 이미 높은 레벨의 산성 스킬을 보유한 탓에 그건 못 흡수했던 것 같다.

다시 빛이 꺼진 뱀의 시체를 떠나 하피에게로 향했다.

범위 흡수로 소수점 단위 스랫은 빨아들일 수 있지만,한 자릿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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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 같다.

예전처럼 하나씩 해야

시간은 역시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몸이 절반으로 잘린 상태에서도, 스킬은 전수해 주는 녀석의 모습은 기괴하고 성실하게 느껴진다.

하피에게서 흡수한 스킬을 하나씩 확인했다.

[바람 발톱 Lv.l]

- 공중에 머무르는 적에게 공격이

적중했을 때, 당신을 향해 조금 더 끌어당기거나 추격할 수 있습니다. 날개 달린 것들도,한 대 때리고 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도약 Lv.l]

될 수 있는 높이가 최대 15% 올라갑니다. 패시브 스킬입니다.

꽤 괜찮은 스킬들이다.

조합이 좋다.

하피는 근거라 타입이라 상대하기 편했지만,하늘을 날면서 활이라도 쏘아 대면 몹시 귀찮을 게 뻔하다.

검기를 흉탄처럼 날릴 수 있는, 압도적 힘을 가지기 전에는 상당히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스킬이라고 생각된다.

하피 시체에서 초록색 빛이 다시 사그라든다.

- 철픽.

작은 웅덩이를 향해 걸어갔다.

독을 시험해 보기 위해 물에 손을 넣고 스킬을 발동했다.

‘불치의 꽃’을 발동하자 녹색 빛이 손 주위로 빠르게 퍼져 나간다.

봄이나 여름의 풀빛과는 달랐다. 어둡고,적막하고,마구 비뜰어진 녹색이다.

생명을 피우는 녹색이 아니다.

죽음의 혀로 핥아 삶을 깨트리고 바싹 그을리는 녹색이었다.

〈호오. 색깔 예쁜데? 그런 권능을 얻어낸 거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독을 계속 시험했다.

‘희망 없는 포옹’은 보라색.

‘둔한 눈물’은 아무 색도 없다.

〈다들 액체를 매개로 해야 되는 것들이군.〉

“그럼. 다른 건 뭘 매개로 할 수 있지?”

〈공기로 할 수 있는 게 살상력은 좀 더 낫겠지. 마시게 하는 것보다, 숨 쉬게 하는 게 쉽잖아?〉

“•••독에 대해 좀 알고 있나?”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지는 못해.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의외였다.

독을 잘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작이 침묵하는 나를 가만히 보면서 느긋이 말을 이었다.

〈난 멀쩡한 상태에서 미치는 게 좋다고. 밖에서 추출한 걸로 망가뜨 리는 건 그다지 취향이 아니야. 뭐, 그 얘긴 됐고. 아무튼 나 좀 따라와 봐라.〉

- 파드득!

일단 묻지 않고 따라갔다.

정수 흡수 레벨이 오른 뒤.

전장 여기저기서 초록빛이 새롭게 반짝이는 탓에 어차피 돌아볼 생각 이었다.

‘흡수.’

소수점 단위로 스탯이 올라간다는 메시지가 빼곡히 눈앞을 메웠다.

〈여기! 얼어붙은 애들 좀 다 강에

집어넣으라고.〉

냉기 폭풍으로 얼린 뒤,검격으로 한 번에 서른 명 정도를 부숴 버린 현장이다.

반으로 부서진 채,아직 햇햇하게 얼어붙은 시체들을 바라봤다.

〈이거 너무 수상해. 지나친 관심거 리가 된다고.〉

아이작의 말을 받아,죽은 자들을 말없이 강으로 쓸어 넣었다.

〈다음은.〉

서로 죽인 것들 사이로 내가 죽인 것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앞,뒤,옆모습들. 모두 내가 비어 버리게 만든 모습들이다.

다들 어딘가 억울한 표정을 하며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 같다.

혹은 삐밖에 남지 않은 주제에, 아직까지 아등바등 움직이는 나를 비웃는 표정인지도 모른다.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지웠다.

저들에게 화해를 구할 여유 같은 건 없다.

시체들의 상처를 확인한다.

칼. 창. 도끼. 주먹.

전부 죽인 흔적들이 다르다.

아이작의 조언을 받아들여,초반부터 적을 최대한 다르게 살해한 흔적들 이다.

〈이건 철인을 지나치게 깔끔하게 잘랐어. 좀 지저분하게. 그렇지. 잘하네.〉

여섯 시간 정도가 걸렸다. 푸르손 추종자들의 시체까지,뭔가 끼어든 흔적을 조금이라도 지워야겠다는

아이작의 말을 따랐다.

슬슬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것들을 한 번에 죽인 탓인지,꽤 장엄한 풍경에도 아무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하늘에서도 핏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 파드득!

전장을 빙빙 훌어보던 아이작이 위에서 날아와 내 어깨에 앉았다.

〈이 정도면 됐다. 어차피 작정하고 찾으면 못 숨길 거고. 2주 정도는 이제 가만히 숨어 있거라.〉

“2주씩 이나?”

〈아쉽지만,이런 좋은 이벤트가 그렇게 자주 있는 건 아니라서.〉

이미 안에서 2년을 헛되이 보내 버렸다.

루비아가 갇혀 있는 걸 생각하면 조금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몸이 조급함과 허기로 찼다.

그 덕분인지,머릿속에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었다.

나는 저 멀리 점점 가파라져 가는 산기슭을 보며 물었다.

“여기가 동부 산맥이라고 했나?” 〈응. 그런데?〉

“찾아야 할 녀석이 있다. 고블린 마법사 머드캐쉬라고. 2주 정도는 그 녀석을 찾아보고 싶다.”

〈호오. 고블린 마법사라고?〉

아이작이 눈을 반짝였다.

“이 시대에 딱 하나만 존재한다는 고블린 마법사에 관한 이야기다.

홉고블린 직스키세스 붐텅.

심장과 뇌에서 혈석을 채취당하며 단체로 사육되다가,나에게 구출된 고블린 부락의 족장 같은 녀석이 해 줬던 이야기다.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을 한 채로, 고맙다며 눈물짓던 붐텅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구해 주지 못했다.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결계에서 이 년이 지나 버린 이상 온갖 끔찍한 꼴은 다 봤겠지.

직스키세스 붐텅의 앳된 목소리가 어떤 참혹한 비명으로 변했을지 알 방법은 없다.

전장의 시체들 위에,심장과 뇌가 쪼개진 고블린 시체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환각이 비죽거렸다.

애써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 하며,

붐텅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아이작에게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콕콕.〉

이야기를 들은 아이작이 혼자서 웃기 시작했다.

“뭔가 짚이는 게 있냐?”

〈그거,금화만 들어가는 건 절대 아닐 거다.〉

녀석은 확신에 찬 말투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금화만 골라서 들어가게 하는 것 자체가 공간왜곡보다도 심지어 더 번거로운 일이야. 그따위 짓을 할 리가 없지.〉

아이작이 상식을 운운하니 뭔가가 무척 어긋나는 느낌이었지만,일단 가만히 들어 보기로 했다.

〈게다가 무한의 공간이라는 건. 단적으로 말해서 불가능하다.〉 〈그만큼 금화를 갖고 있는 놈이 없기에,끊임없이 넣을 수 있다고

와전됐겠지. 부피만 큰 걸 넣으면 금방 안쪽이 차 버릴 거라고.〉

사실 기대했던 바다.

기스-제-라이가 죽을 때,그녀의 유해를 넣어 둔 아공간처럼.

뭐든 넣을 수 있는 포켓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들을 때부터 생각했었다.

위험한 곳에서는 루비아를 안에 넣어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반가운 기분이 되어 아이작에게 물었다.

“그럼 대체 왜 금화만 무한하게

들어간다고 말한 거지?”

〈고블린들은 마법 같은 것보다야, 그저. 금화를 최고로 칠 테니까. 동족들에게 대단하게 보이고 싶었을 거다.〉

〈나도 한번 만들어 보려고 했지. 성과에 비해서 드는 노력이 너무 커서 단념했지만 말이야. 어쨌건 찾아볼 가치는 충분하다. 가자!〉

우리는 밤이 되기 전 산맥 초입에 도착했다.

〈찾다가 지치면 말해라. 인간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던전 몇 곳이 있거든. 사냥하자고.〉

문득 아이작의 화법이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마귀 인형에 오래 있다 보니, 거기에 동화되어 버린 것일까.

잠시 침묵하자 녀석이 나를 보고

말했다.

〈왜? 불만이야?〉

지나가듯 그에게 물었다.

“너는 널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인간이냐? 아니면.

아이작은 날개를 한 번 툭 털더니 별 웃기는 질문을 다 듣겠다는 둣 대답했다.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생각해 본 적 없다니

〈내가 나인 건 당연한데 왜 굳이 뭐라고 틀을 만들어서 말할 필요가 있지?〉

아이작은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 말했다.

〈이제 동부 산맥이다. 여긴 특히 고블린들이 많이 살았었고.〉

높게 솟은 바위 위.

울창한 숲이 눈 아래 사방에 넓게 펼쳐졌다.

아직 군대가 지나가지 않은 둣, 주변 환경이 그럭저럭 보존된 높은 장소였다.

〈그럼 그거 해 봐야지?〉

“흐음. 음•

여기서 그 대사를 외치면,고블린

마법사 머드캐시가 당장 나타나는 걸까.

너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며 마법 주머니를 준다고.

그렇게까지 잘 풀리지는 않아도, 일종의 시험 따위에 응하게 해 줄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 암호를 네가 어떻게 알고 있냐면서,곧바로 마법으로 공격해 들어올지도 모른다.

잔뜩 긴장한 채 주위를 둘러보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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