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275화 (275/458)

노인이 쉿쉿거리는 소리를 냈다.

“괜찮을 리가 있나. 바로 그것들 수장에게 뒤통수를 맞은 거다.” 유령의 수장이라면.

로랑스 폰 바르티에,자칭 소녀.

나는 직감적으로 여기 끼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소녀 공작.

레안드로 폰 바티엔느.

그리고 보티스의 대리자.

세 녀석 사이의 관계를 훨씬 더 자세하게 알게 될 기회다.

게다가 여기서 뭔가를 해낸다면, 보티스의 대리자는 나를 훨씬 더 신임하게 될 것이다.

마왕의 훨씬 강한 가호도 받을 수 있겠지.

[보티스가 당신을 보며 느슨하게 눈을 듭니다.]

[보티스가 당신의 짐작이 맞다고 귀 옆에서 속삭입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으음..!”

기다렸다는 둣 반색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노인은 뭔가 고민하는 기색이다.

“자신 있나?”

자신이라고?

의아했다.

다이아몬드를 숨겨 놓은 위치만 알려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은폐의 가호를 받은 상태라 그냥 들고 나오면 그만이다.

“리전트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의 생김새를 들은 뒤, 대머리의 안내를 받아 도둑 길드로 향했다.

비브리오의 집 아래 뚫린 미로는 한 치 앞도 탐지가 불가능했다.

대머리처럼 전부 길을 아는 자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었다.

어떤 뒷골목보다도 지름길이겠지. 이런 미로가 얼마나 될까?

계속 신임을 얻을 수만 있다면, 기하급수적으로 수도에 대해 알게 되는 지식이 늘어날 거다.

그나저나.

리전트 다이아몬드가 그런 역할을 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좀 커다란 보석인 줄 알았는데. 적어도 못 보고 놓칠 일은 없겠지.

사다리를 내려가고,무너진 유적을 지났다.

10미터 정도의 높이.

거대한 기둥이 지탱하는 공간은 어둠 속에 숨겨진 이빨로 가득했다.

하나하나가 문을 잘못 여는 즉시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되는 함정.

대머리는 무수히 늘어선 아치형 통로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다시 하나를 골라 몇 번을 지났다.

삼십 분 정도를 지났을 때였다.

‘이제 미로는 벗어났나.’

제대로 발 디딜 틈도 없는 트랩이 감지됐지만 대머리와 함께 지나니 단 하나도 발동되지 않았다.

“제법이군.”

바닥의 퍼즐을 차례대로 밟은 뒤, 실내 폭포까지 지났을 때였다.

- 광!

멀리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존재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대머리가 슬슬 눈치를 봤다.

“나으리,송구스럽습니다만. 저도 여기서부터 빠지겠습니다.”

미로의 한쪽만 함정을 끄는 법을 알려 준 녀석은,나를 놓고 부리나케 반대편으로 도망갔다.

이제 다이아몬드를 찾아야 하나.

노인에게 설명 들은 바에 의하면 몹시 간단하다.

기분이 나빠지는 방향을 향해서

음직이면 된다.

진실의 빛...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 광! 쾅!

‘신경 쓰이는군.’

후작이 오고 있다.

트랩으로 가득 찬 바닥이 통째로 무너지고 터져 나간다.

- 좌르르!

미로가 짓부숴지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다행히 후작을...

〈리전트 다이아몬드〉를 가진 자도 피하고 싶은 모양이다.

‘비춰지는 불쾌함’이 반대편에서 느껴진다. 아직,보물은 길드원이 가지고 있었다.

- 팟!

최대 질주로 불쾌한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비밀 장부들이라도 급하게 뒤져 꺼냈는지 엉망으로 뒤집힌 길드의 사무 구역을 지났다.

곳곳에 태운 종이뭉치가 보였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인지 이리저리 방치된 것들도 있었다.

물론 찾는 물건은 없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괴음을 일부러 무시하며 빠르게 음직였다.

입이라도 막기 위한 건지,아니면 훔친 물건들을 들고 도망치는 중에 물욕이 동했는지 살해당한 시체가 바닥에 드문드문 널려 있었다.

시체들의 품은 모두 비어 있었다.

‘리전트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을 만한 공간은 없었다.

열 구 정도의 시체를 지났다. 불쾌한 감정이 점점 더 강해졌다. 근처에 있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조금씩 움직이는 노력이 부질없이 느껴졌다.

황실의 보물을 가지고 도망가는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다 보인다,레일리.”

내 탐지에 잡히지 않는 은신은... 이 길드에서 레일리뿐이겠지.

물론,정작 볼 수 있는 건 내가 아닌 레일리 쪽.

[빛의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진실이 당신을 응시합니다.] [은폐가 무효화됩니다.]

노인이 말해 준 그대로다.

‘리전트 다이아몬드. 그건♦". 여신의 유물.

주변 마왕의 가호를 무효화하는 제국의 아티팩트.

가볍게 던진 미끼를 그가 물었다.

아무것도 없던 어둠 속에서 하얀 방패가 나타났다.

혈관처럼 흐르는 방패의 빛줄기 가운데 눈물 모양의 다이아몬드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방패를 내세운 레일리는 뒤에서 날카롭게 칼을 찔렀다.

몸의 절반을 방어할 만큼 커다란 방패였지만 예전보다 전혀 뒤지지 않는 스피드.

마치 방패에 무게가 전혀 없는 것

검기를 실은 칼날은 튕겨 나갔고, 엉겁결에 름은 불꽃은 거꾸로 다시 되돌아왔다.

‘오랜만이라. 너무 우습게 봤나.’

방패를 가지고 있다면,원래 공격 하는 것보다 막는 게 쉽다.

방패를 내세운 레일리는 엇박자로 칼을 휘둘렀다.

칼날에 맺힌 것은 새파란 유형의 검기.

벌써?

푸른 갑옷이 아니라 검은 무복을 입은 레일리는 이미 도둑 길드에

속할 때부터 검기를 쓰고 있다.

무복을 입은 그는 어떻게 자기의 이름을 아냐고 묻지도 않았다.

레일리가 천천히 자세를 낮췄다. 오히려 후작의 장례식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 변칙적인 공격을 쓰는 느낌이었다.

그때는 다른 검술을 받아들이는 과도기였거나,혹은 후작의 죽음에 흥분해서 제 실력을 완벽히 보이지 못한 것임에 분명했다.

물론 나를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빛의 방패를 내미는 녀석을 향해 뛰어들었다.

놀라운 유물이지만 거기까지.

저번 생의 마지막,후작을 복제한 애벌레들과 차륜전을 벌이며 이미 일대일 경험은 극한까지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집중. 중력조작.’

무게 중심을 앞에 쏠리게 만들고, 흡착으로 앞으로 끌어당겼다.

‘참격.’

- 파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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