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325화 (325/458)

348화 잃어버린 세계 (3)

일부러 허공에 진동을 살짝 주며 극적으로 물건을 꺼냈다.

[정욕의 판금]

[수호 모노리스]

[정령의 반지]

[얼어붙은 분수]

[유혹의 부츠]

[불타는 아치]

[수정 무지개]

[무고한 태양]

온갖 불길한 물건들과 오색찬란한 보물들이 튀어나왔다.

- 우우우……!

U I W

“이게 뭐야?!”

“맙소사……

“공간 마법인가?”

“역시! 별게 다 나오는구나!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보물을

숨기고 있었어!”

물건 하나를 꺼낼 때마다 감탄이 쏟아졌다.

마지막의 신난 목소리는 듀라한 길라우트.

기스-제-라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쏟아지는 물건들을 바라봤다.

머릿속이 복잡해 보였다.

인벤토리의 권능은 그녀라고 해도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닐 테니.

‘아이작도 놀랐지.’

- 乂 O 으1

화려한 보물들에 이어 무기들까지 하나씩 꺼내 보였다.

위험성은 있다.

이곳에서 기스-제-라이가 약속을 어기고 물건을 빼앗는다면.

전체 인벤토리의 1/3 가까이 되는 귀중한 보물들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깝지 않아.’

정수 홉수를 전해 준 그녀에게라면 아깝지 않다.

내가 여기까지 을 수 있었던 건 사실상 그녀 덕분이다.

보물 정도는 다 내어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다.

‘다음부터 비숫한 경로로 안 가면 되는 거니까.’

- 스윽.

“그만.”

보물을 몇 개 더 꺼내 놓았을 때, 기스-제-라이가 손을 들어서 나를 제지했다.

붉은 눈빛이 쌓여 있는 보물들을 차분하게 감정하고 있었다.

“좋아. 네가 보여 준 물건은 전부 진짜다.”

‘그렇다면.’

“황실의 비역을 털었다는 주장을 인정하마.”

“크음.”

“놀랍다.”

“역시……! 너,내가 대단한 놈일 줄 알았다니까?”

[기스-제-라이의 호감도가 7 상승 합니다.]

[듀라한 하멜라인의 호감도가 1 상승 합니다.]

[듀라한 안드레이의 호감도가 2 상승

합니다.]

[듀라한 길라우트의 호감도가 8 상승 합니다.]

[현재 호감도: 28]

엉뚱한 녀석의 호감도가 갑자기 20을 훌쩍 돌파해 버린다.

‘으음……

듀라한도 취향은 다양하니까.

잘린 목에서 솟아나,신난 것처럼 출렁거리는 길라우트의 그림자가 살짝 부담스럽다.

뭐,싫어하는 것보단 낫겠지.

“어떻게 된 건지 말해 봐라.”

♦ ♦孝

나는 줄줄이 꺼내 놓은 물건들을 인벤토리 안으로 슬슬 집어넣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물들을 발견하고 난 다음, 동료들과 함께 비역을 확인했어. 당신이 원하는 온갖 영웅은 모두 그곳에 있었지. 플라스크가 끝도 없이 나열되어 있더군. 천,이천… 거의 셸 수도 없을 정도였어.”

거짓말이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하지만 이렇게 잔뜩 과장해야만, 약속받은 영웅들의 묘지가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하겠지.

‘좀 찔리지만,암살부터 막으려면 어쩔 수 없지.’

다 살자고 하는 짓.

어차피 기스-제-라이가 지금 당장 비역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로랑스 공작이 레안드로 후작을 초대했던 것처럼,내부에서 결계를 해제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억지로 돌파하는 방식이라면 대체 얼마나 들어가기 어려울지, 애초에

가능은 할지 상상하기 어렵다.

‘아이작이 파악할 수 없을 정도의 결계라면……

결계에 그토록 집착하는 벨-호멧-아이작이 지금의 힘으로는 들여다볼 수조차 없다고 평한 결계다.

사실상 비역을 억지로 뚫을 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T&T 길드를 만든 트로핀 나냐우. 그라스미어 지하에 갇혔던 주술사 벨-호멧-아이작. 그렇게 두 동료와 함께 움직였지.”

그 순간이었다.

그녀는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T'&T… 길드? 그게 뭐지?”

‘확실하군.’

아이작과 나냐우가 사라진 영향이 세계 전체에 퍼져 있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황실 근위대.

그들은 아이작을 모를 수도 있다.

그들 셋이 아주 우연한 확률로, 모두가 지독히 역사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솔직히… 그것도 억지지만.’

하지만 기스-제-라이는 암살교단 레드 플레이크의 일원.

이면의 존재인 그들이 정보길드인 T&T조차 모른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엠버를 중심으로 활약하는 정보 길드다. 정말 모르나?”

“주군,그거라면 트로핀 여단을 말하는 거 아닌가?”

듀라한 길라우트가 끼어들었다.

“그렇겠어.”

기스-제-라이가 수긍했다.

“트로핀… 여단?”

나냐우의 성이다.

“트로핀 라즐로라는 남자가 세운 길드 이름이야. 해결사,기술자들의 모임이지만 정보도 제법 다루지.”

“혹시 그자가 살아 있나?”

“무슨 소리야? 당연히 300년 전 죽었지.”

트로핀 나냐우가 이름만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별도 다르고.

은빛 마력액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지도 않다면.

역시 전혀 다른 존재겠지.

“게다가 나냐우? 아이작? 개네가 도대체 뭐야? 누구 아니?”

다섯 듀라한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 사라졌어.’

먹먹함이 마음을 치고 을라왔다.

안타까움인지 허무함인지,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감정이었다.

“으음……

나는 잠시 침묵하다 다시 설명을 이어 나갔다.

두 시간에 걸쳐 조금은 버벅거리던 이야기가 끝났다.

하지만 어차피 내용을 이해하느라 듀라한들이 훨씬 더 버벅거렸다.

그들은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해서 몇 번이고 다시 묻기도 했으니까.

특히 아이작과 나냐우의 존재를 홉수해 버린 구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 지이이잉.

허공이 색을 잃고 파직거렸다.

띠링거리며 호감도 상승 메시지가 떠오르던 듀라한들의 머리 위에,

불길하게 깜빡이는 혹백의 글자가 나타났다.

[접근 불가.]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해에 필요한 최소 정보값을 충족하지 않습니다.]

“들리지… 들리지 않아……

“으아아… 으… 으아아.....”

- 탈적

듀라한들이 고장 난 기계처럼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신 차려라.”

- 파앗!

기스-제-라이가 허공에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자 검은 기운이 듀라한들에게 스며들어 가며 비틀거리던 그들이 다시 똑바로 섰다.

“주군……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기스-제-라이가 나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검은 구슬과 두 인간에 관한 언급은 어디서 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녀나 아이작이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를 할 생각도 없었지만,문득 궁금해서 물었다.

“어째서지?”

“그들의 존재… 그 지식 자체에 강한 결계가 쳐져 있다. 고작해야 전해 듣는 말이 이 정도라니,나도 좀 당황스럽지만.”

그녀의 표정도 이야기를 듣는 동안

심각하게 변했다.

- 지직… 피지직…….

[경고: 불법 대화 발생.]

[이 작업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기스-제-라이의 머리 위에 떠오른 글자들도 불길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보이지 않는 곳에 타격을 입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녀가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세계가,굉장히 중요한 두 존재의… 과거도… 미래도… 지워진 시간선이라는 거잖아?”

“맞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기스-제-라이는 고치를 형성하고, 그 위에 앉아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일단 하나씩 진행하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첫 번째. 내가 정수 홉수 권능을 너에게 직접 심어 줬다고?”

“그렇지.”

“신기하군. 네 이야기처럼 그렇게 능력을 무한정 흡수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한계가… 있다는 말인가?”

“그래. 가진 그릇이란 게 있으니. 나도 이미 내 그릇을 다 채워서, 더 이상은 홉수할 수 없어.”

“그런가…….,,

문득 아이작의 말이 떠올랐다.

〈정말 터무니없군. 홉수 계열의 부작용은 계획성 없이 그릇이 금방 차 버린다는 건데… 넌 대체…….>

그릇이라.

그때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넘겼지만,기스-제-라이에게 이런 말까지 듣고 보니 깊이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내 그릇이 그렇게 크다고?

성장 한계점이야 클수록 좋지만, 스킬의 창조 주체인 기스-제-라이 본인이나 아이작도 놀랄 정도라니.

‘당황스럽군.’

네크로멘서가 뭘 생각하는지 눈을 붉게 반짝이며 말했다.

“개조 좀 하고……

- 우득! 우드드둑!

새하얀 촉수들이 순식간에 나를 감아올렸다.

기스-제-라이의 하얀 뼈 촉수들이 내 뼈와 합치며 몸 곳곳으로 거침없이 퍼져 나갔다.

신기하게도 몸에 닿은 촉수들이 뼈 위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는데, 그게 내 뼈 위를 계속해서 감싸고 도는 것 같았다.

[특전: 이식받은 뼈(EX) 획득.]

- 소유자: 기스-제-라이

- 뼈는 원소유자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다시 회수될 수 있습니다.

- 회수할 때까지 임시로 스탯이 상승합니다.

- 회수할 때까지 임시로 스킬을 획득합니다.

[시야가 200% 확장됩니다.]

[힘이 20 상승합니다.]

[체력이 20 상승합니다.]

[민첩이 20 상승합니다.]

[지혜가 20 상승합니다.]

몸 위에 살아 움직이는 무언가가 덧씌워진 느낌이었다.

[스킬을 획득합니다.]

[촉수 제어 Lv.3.1

- 속성: 뼈

- 주위의 뼈를 움직여서 물건을 월 수 있습니다. 쥐는 것 외에도 수많은 활용이 가능합니다.

- 방어,공격에도 꼭 촉수를 활용해 보세요!

'촉수 제어라니

기스-제-라이는 이런 스킬조차도 아무렇지 않게 심을 수 있는 건가.

그녀는 놀란 나를 보고 웃다가, 앞으로 끌고 오더니 손을 뻗었다.

“튼튼해졌으니 수술 들어간다.”

- 툭.

손길이 섬세하다.

- 투둑… 서걱… 끼긱....

의식은 거기까지였다.

* * *

“…일어났어?”

기스-제-라이가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곧장 상태창을 띄웠다.

눈빛의 의미를 알고 있으니까.

‘생겼을까?’

[체력: 44]

[힘: 44]

[민첩: 44]

[지혜: 24]

[죽은 척하기 Lv.l]

[촉수 제어 Lv.3](new!)

[정수 홉수 Lv.l](new!)

‘ •••됐다!’

예상대로 정수 홉수가 주어졌다.

순조로운 진행이었다.

너무 원활해서 불안할 정도.

순찰 중인 근위대에게 무덤가에서 몇 번 죽었지만,그곳만 넘어서자 급속도로 상황이 좋아졌다.

기스-제-라이의 나에 대한 신임은 예전보다도 높은 것 같다.

‘아이템을 보여 줘서인가.’

린트부름에 대해 언급한 덕일지도 모르고. 아직 레벨 1에 불과하지만, 잃어버렸던 에픽 스킬을 전수받은

기쁨에 주먹이 꽉 쥐어졌다.

‘다른 스킬도 생길 거고.’

시체들의 스랫도,스킬도 모조리 홉수하면서 가자.

전직 해제 특전이 있으니 성장은 훨씬 빨라지겠지.

이제부터 시작이다.

들떠 있는 나를 기스-제-라이가 빤히 바라봤다.

어쩐지 부끄러워져 황급히 말을 꺼냈다.

“전해 준 힘이… 느껴지오.”

“좋아. 그걸로 '예전처럼’ 전부 흡수해 보도록 하럼. 정말 끝없이

흡수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니까.”

“고맙소.”

“연구 차원에서 옆에서 지켜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리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이제 두 번째. 정말 이 세계가 변했는지 확인하고 싶겠지. 너의 동료들이 궁금할 거다.”

“물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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