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화 틈 (4)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다시 보고.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확인해도 눈앞에 또렷하게 서 있는 상대는 레이 루비아.
나를 처음으로 무덤에서 일으킨 인간이다.
“당신…….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예전… 처럼… 에라스트에 그대로 살고 있었던 건가?”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몸이 떨린다.
처음으로 나를 차가운 무덤에서 일으켜 세우던 사령술사의 상냥한 목소리가 다시 뼈에 와 닿는다.
내 앞에서 수없이 무너져 내렸던 미소가 지금은 주름 한 점 없이 환하게 피어 있다.
익숙하지만.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목소리.
“네! 맞아요. 제가 영주인걸요?”
영주라고?
에라스트는 지금 탠들러 가문이 통치하는 게 아닌가?
“그게……
하지만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싶기도 했다.
공기 깊이 향 내음이 났다.
눈앞에 그녀가 서 있지 않은가?
나는 정처 없이 떠도는 질문들을 망각으로 던져 버렸다.
가느다란 풀뿌리 같던 의문들이 뽑혀서 봄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펼쳐진 풍경 속에서 그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조차도 더디고 더디게 이루어진다.
한참을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다.
입을 열어 뭐라고 하는 말들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때 였다.
쿵쿵거리며 빠르게 땅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채만 한 크기의 미노타우르스가 허리에 거대한 양날 도끼를 차고 달려오고 있었다.
정확히 루비아가 서 있는 곳으로.
- 스릉!
나는 곧장 칼을 빼 들고 루비아와 미노타우르스 사이를 막아섰다.
“걱정 마세요. 경비대장님이에요.” 루비아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경비… 대장? 미노타우르스가……?”
“네. 함께 사는 세상이니까요.”
“함께… 사는… 세상……?”
루비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나는 홀리듯이 칼을 집어넣었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미노타우르스가 천둥처럼 크게 소리쳤다.
“영주님!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셔서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이분이… 혹시 항상 말씀하시던 그분입니까?”
“맞아요.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오늘은 쉴게요! 절 찾지 마세요!”
“아,그게… 저야 괜찮지만……
“왜 거기 가만히 서 계신 거예요? 총관에게도 전달해 주셔야죠.”
“예,예……
기세 좋게 달려오던 것과 반대로 슬금슬금 물러나는 미노타우르스를 멍하니 바라봤다.
루비아는 내 손을 잡았다.
그 손을 잡은 순간 비로소 내가 아무것도 쥐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에 가 보실래요?”
고개를 끄덕였다.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그녀가 옆에서 흔들렸다.
웃음소리가, 눈동자가, 머리칼이
흔들렸다.
낯선 상황을 빨리 홉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 걸음마다 루비아가 새롭게 느껴져 그럴 수 없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는……
내가 어떻게 지냈더라?
“잘 모르겠군.”
정말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가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면서 쿡쿡
웃었다.
도착한 성에는 마물들이 곳곳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메이드들 중에도,병사들 중에도 인간이 아닌 자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루비아는 자신의 방으로 나를 데려갔다.
“마지막으로 눈싸움을 해 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에요?”
눈싸움이 라니.
“그런 걸 한 적은……
“저랑 했잖아요! 기억 안 나요?”
그걸 눈싸움이라고 불러야 할까.
“일방적으로 맞은 거 같은데.”
그나저나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말인가?
루비아가 소녀처럼 웃었다.
“이제 봄에는 꽃놀이도 같이 가고 여름은 물놀이,가을은 단풍놀이를 가는 거예요.”
그녀의 손이 올라와 슬쩍 어깨를 잡았다.
“글쎄,굳이 그런 걸 나랑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뒤로 몸을 빼려 했다.
“그냥… 당신이 잘 살고 있는 걸
보는 걸로 충분한데……
하지만 루비아는 나를 잡은 손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당연히 같이 해야죠!”
“…전 영주는 어떻게 됐지?”
나는 화제를 돌렸다.
“전 영주라니요? 저희 아버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삼촌이 있지 않았나?”
“삼촌이요? 그런 건 없어요.”
그런 건 없다는 말이 계속해서 머리를 맴돌았다.
향냄새가 진해진다.
“저희 아버지는 외동이신걸요.” 정말,그런 건 원래 없었는지도 모른다.
있을 필요도 없지 않은가.
묘하게 납득이 되는 말이었다.
“파티를 열어야겠어요. 오시기만을 다들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건 내일 하고……
루비아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오늘은 여기 계세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부탁이에요.”
밤새 붙들려 루비아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다가도,
하나하나가 작게 토막 나서 길게 늘여지는 것처럼도 느껴졌다.
마음 어딘가 고여 있던 검은 물이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 따듯했다.
밤이 지나고 해가 밝았다.
- 파드득!
거대한 발톱으로 인간의 뱃가죽을 가르는 화식조 한 마리가 창문으로 날아들었다.
깜짝 놀라 루비아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했지만,노란 눈의
화식조는 발톱에 쥐고 있던 편지만 놓고 다시 창밖으로 날아갔다.
편지를 읽은 루비아가 깜빡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가 보셔야 할 곳이 있어요! 레나 님이 기초 공사를 마쳤다고 하네요.”
“레나가……? 여기……?”
밤새 이야기를 나눴지만 못 들은 말이었다.
“네! 레나 씨도 에라스트에서 같이 살고 계세요. 건축 담당으로요!”
“이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
이곳에 산다는 건 물론이거니오}.
레나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일에 갸우뚱했다.
루비아가 설명을 이었다.
“레나 님은 우리 중에서도 특별히 친화력이 높거든요. 그래서 그들이 많이 필요한 일을 해 줘요.”
“무슨 소리인 건가.”
“가 보시면 알 거예요! 레나 님은 북문 안쪽 공터에 계세요. 굉장히 보고 싶어 하시던데……
- 스르륵.
그대로 루비아의 눈이 감겼다.
밤을 새워서 피곤한 듯 쓰러지는 그녀를 베개에 받쳐 침대에 눕혀 두고, 차양을 두 겹으로 내린 다음 조용히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북문이 라.’
빠져나오면서 이곳저곳을 꼼꼼히 살펴봤다.
위협이 될 만한 요소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마물로 이루어진 경비대도 기합이 제대로 들어 있고,묘하게 안심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었다.
북문 앞 공터에 막 도착했을 때, 무언가 거대한 것들이 보였다.
“사스… 콰치?”
인간 따위는 새끼손가락으로 눌러 죽일 수 있는 신장 6〜7 미터의 사스과치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네 마리나 모여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들이 거대한 벽돌을 바닥에서 들어 올려 쌓고, 그 위에 한 줄씩 어마어마한 양의 모르타르를 차곡차곡 바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얽힌 벽돌들이 물고 물리고,가로세로로 엇갈려 차곡차곡 굳어져 갔다.
건물을 짓는다.
거대 마물들이 인간의 도시에서 터무니없는 효율로 건물을 지어 올리고 있었다.
‘인간의… 도시도 아닌가.’
이곳까지 오는 도중 주위를 보며, 내가 느낀 이상한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깨달았다.
도시 곳곳에 있는 어떤 집들은 인간이 살기에는 너무 커다랬다.
조금 더 섬세한 마감은 트윈헤드 오우거들이 전담해서 하고 있었고, 다른 녀석들이 건축 자재를 멀리서 끌고 오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그 거대한 마물들 가운데
그녀가 있었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덩치들이 압도적이기도 했지만, 그녀가 서 있지도 않고 잔디 위에 누워 있었던 까닭이다.
- 휘이이익…….
익숙한 휘파람 소리였다.
레나가 동굴에 침입한 인간들을 칼로 찔러 죽이고,심장에서 칼을 비틀어 빼낼 때 내던 소리였다.
피기침이 끓는 폐에 화살을 꽂고, 와이어에 발목이 잘려 끅끅거리는
인간을 내려다보며 불던 익숙한 휘파람이 었다.
그런 휘파람 소리를,그녀는 피도 비명도 없이 철없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불었다.
땅과 하늘이 만나는 그 한가한 경계에 그녀는 자신만의 실루엣을 드리운다.
“레… 나?”
“아……
실루엣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으아앗!”
외마디 비명과 함께,그녀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뛰어와
나를 안았다.
“그게……
- 우드득.
부러뜨려 버릴 것처럼,압사시켜 버릴 것처럼 끌어안는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나도 침묵했고,그녀도 한층 더 여운을 즐기듯 강하게 끌어안을 뿐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언젠가 오실 거라고 믿었어요. 기다리고 있으면 마지막 순간에라도 꼭 오실 거라고……
나를 기다렸다고?
대체 언제부터?
뭘 알고 나를 기다렸다는 걸까?
하지만 짙은 향냄새가 을라오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기억이……
“당연히 전부 있지요! 몇 번이나 저와 함께 죽으셨잖아요.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어딜 가든 안전한 세상이에요.”
“저들은… 도대체 뭐지?”
“제가 저 녀석들과 감정 교류가 유독 원활히 잘되더라고요. 대신 일해 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랄까?”
“아,일단 저희 집에 오실래요?”
레나가 거대한 마물들을 향해서 몇 번 손짓하자,그들은 말을 바로 알아듣는 것처럼 공사를 멈추고 들판으로 되돌아갔다.
초대받은 집에는 보육원에서 함께 지내던 동생도,오래전에 죽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녀의 어머니도 있었다.
‘저게… 팬던트……
마르고 조금 무기력해 보였지만, 친절함을 잃지 않는 우아한 여자가 목에 걸고 있는 건 분명 레나가
몇 번이고 내게 건네준 어머니의 유물이었다.
꼬박 이틀을 그곳에서 레나와 이야기 하며 보내고 난 뒤였다.
- 파드득!
화식조가 날아와서 다시 편지를 전했다.
편지를 흘끗 쳐다본 레나가 나를 바라봤다.
“영주님이 파티를 연다는군요.” 보고싶어 하는 사람들을 많이 모아 놨다며 편지는 끝을 맺었다.
누가 오는지는 쓰여 있지 않다.
저녁에 만나자는 이야기만 있을 뿐이었다.
“가야겠네요?”
산산한 바람이 부는 저녁,레나가 내 팔을 잡고 파티장에 올라갔다.
편지에 쓰인 시간보다 늦었지만, 주인공은 늦게 나타나는 거라면서 나를 잡고 천천히 움직이게 했다.
안내를 받아 움직이자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파티장에서 나를 기다리는 자들은 하나같이 익숙한 면면이다.
“오오오오!”
무수한 인사가 쏟아졌다.
슬라임,랜들러, 크리스티나,유베, 별빛청여우,심지어 늑대인간 루멘 같은 이들까지도 모두 루비아를 도우며 살고 있었다.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그들은 신기하게도 나와 만났던 일을 모두 기억했고,별로 연관이 없던 이들마저도 나에게 굉장히 고마워하며 다들 나한테 경쟁적으로 질문을 던지고,나와 함께하고 싶어 했다.
“좀 부담스러운데……
슬쩍 레나에게 심경을 토로했다.
“어쩔 수 없어요. 그렇게 화려한 발자취를 남기면서 살아 버리신 이상은. 만나고 싶어 하는 분들이 하나둘이 아니라고요.”
“누가 또 날 만나려고……
“레안드로 후작도 해골님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요!”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절대 내가 없다고 해 줘.”
“우훗. 그렇게 싫으세요? 앞으로 제 말을 잘 들으신다면 그럴게요.”
왜 그런 녀석까지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걸까?
슬쩍 스쳐 지나갔던 인연들까지 한 번씩 에라스트에 들러 나와의 인사를 요청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겨우 몸을 뻘 시간이 났다.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 파앗!
레나와 루비아에게만 이야기하고 조용한 산으로 갔다.
에라스트 근방 야산은 이미 지형을 샅샅이 파악한 뒤였다.
위에서 햇볕이 잘 내리쬐면서도,
나만 아는 깊숙한 장소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땅을 파고 네크로멘서의 시체를 조심스레 묻었다.
그리고 단검을 함께 묻어 주려다 멈칫했다.
검은 단검 위에는 하얀 글자들이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다.
후작과 싸울 때에는 잠깐 버티는 정도밖에 하지 못했지만,루-륨을 잔뜩 홉수한 지금이라면 위기에서 어떤 힘이 발동될지 모른다.
혹시 올바른 사용법을 깨닫는다면,
기스-제-라이가 보여 줬던 것처럼 터무니없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장품으로 묻기에는 조금 아까운 아티팩트.
‘•••이건 갖고 있자.’
에라스트에서 본 세상은 무척이나 안전해 보이지만,혹시 모를 일이다.
단검 세 자루를 모두 인벤토리에 소중히 집어넣었다.
‘기스-제-라이도 여기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내가 묻는 네크로멘서는 애초에 왜 죽었을까?
간질거리는 감정이 올라온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다.
깊게 생각하려고 할수록 어딘가 불 편해진다.
一 퍼억.
깊게 생각하는 대신 계속 땅이나 더 파기로 했다.
그녀를 깊숙이 묻어 주고 성으로 되돌아왔다.
도시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혹시 수상한 무리가 있을까 싶어, 은밀히 순찰했지만 사소한 마찰조차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째서 레드 플레이크의 단원들까지 에라스트에서 루비아를 돕고 있는지에 대해서 느끼는 위화감은 이제 사라 지고 없었다.
고민할 일도.
해야 할 일도 아무것도 없다.
가끔 지도를 요청하는 마물이나 인간들을 훈련시키고, 다시 산이나 성에서 책을 읽었다.
오후의 잔잔한 햇살처럼 평온한 날들이 지속됐다. 불편한 감정의 찌꺼기조차 하나 끼어 있지 않은 맑고 투명한 날들이었다.
이제 더 회귀할 일이 있을까?
회의적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속되어도 좋을 것 같았다.
자꾸 나에게 무언가를 잘해 주려 애쓰며 끙끙거리는 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곤란하다면 유일하게 곤란한 일이었다.
갑옷을 입지 않고 백주 대낮에 돌아다녀도, 어떤 인간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내가 영주의 손님이라는 걸 알고 존경어린 눈빛을 보내며 악수의 요청을 하는 이도 많았다.
성보다도 산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다.
이제 인간들과 조금씩 떨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새들은 지저귀고,나비도 꽃도 피고, 냇물은 고즈넉하니 졸졸 흘렀다.
언제 그런 폭우가 내렸냐는 듯 날씨는 기적처럼 좋았다.
아침마다 햇빛 아래서 애슈턴의 책을 한 권씩 꺼내어 계속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우웅……!
[잔여 스탯: 74(new!)]
인벤토리에 남은 책을 한 권을 제외하고 모두 읽자 추가 스탯이 74에 도달했다.
예전에 홉수한 채집,독약 지식과 사막이나 숲 지형에 대한 패시브, 골동품에 대한 지식마저 회복할 수 있었다.
100권에 가까운 책을 읽는 일이 쉬운 건 아니었다.
두껍고 내용이 복잡한 책들까지 있어서 시간은 꽤 많이 걸렸지만, 결국 두 달 안에 해낸 것이다.
“•••이걸로 끝인가.”
〈세이론의 황권 약화 노력〉을 빼고는 모두 완독.
- 스윽.
인벤토리를 열고 마지막으로 읽은 책을 넣었을 때였다.
미묘한 허전함이 느껴졌다.
아주 오래전에 익숙하게 느꼈던 무언가를 내가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감각은 인밴토리를 열고 닫을 때마다 조금씩 농밀해졌다.
아주 중요한 뭔가.
하지만 이 세계는 너무 행복하다.
조금만 더 한산하게.
조금만 잔잔한 햇살을 찍고,
조금만 더 가라앉아 있고 싶…….
- 까악!
다닥다닥 포개진 평온의 저편을, 불길한 까마귀 울음이 비집으며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