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335화 (335/458)

379화 트로이카 (1)

一 띠링!

- 띠링!

- 띠링!

[계승되었습니다.]

[51.73%…….]

[용족이 몹시 혐오하는 대상에게 당신의 목숨을 걸고 ‘숨결 개방’을 성공시켰습니다.]

[충분한 마력에 남긴 숨결들이

기꺼워했습니다.]

[용족과의 친화도가 매우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용은 개인주의자이며, 그들에게

평판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들에게 본능적인

호의를 받게 될 것입니다.

[용의 숨결은 마법의 종주입니다.]

[숨결 사용으로 인해 마력 저항이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항마抗魔(A마이너)를 회복합니다.]

[항마抗廢 (A플러스)를 습득합니다.]

- 원하지 않는 빙의,세뇌,암시와 착란을 원천적으로 무효화합니다.

- B랭크 이하의 인위적인 마법을 무효화합니다. 원소력을 가진 자연 현상에 대해서도 비슷한 저항력올 가집니다.

[모든 마법의 레벨 제한이 5만큼 상승합니다.]

[용의 아류S流에 대한 전투력이 큰 폭으로 증가합니다.]

[‘묶어 둘 수 없는 빛’을 검의 형태로 개방했습니다.]

[‘신음처럼 내려앉는 어둠’을 검의

형태로 개방했습니다.]

[마왕의 혼을 일부 베어 냈습니다.]

[검술 레벨 상한이 올라갔습니다.]

[잊혀진 초상의 존재들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계속 떠오르는 상태창을 가만히

바라봤다.

'바싸고의 손 하나를 베어 내고… 상처는 입힌 것 같은데.’

‘…레벨 업 메시지는 없군.’

“뭘 보고 있는 거야?”

- 우둑! 우두둑!

해칠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감히 자신을 무시하느냐는 것처럼, 뼈 사이사이와 척추에 가느다랗게 침입해 나를 조이는 기스-제-라이의 촉수들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턱뼈와 팔다리는 분해되어 곱게 개인 채 바닥에 놓여 있고.

그렇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시나리오를 시작했던 것이다.

‘예전에는 이쯤에서 힘을 했던 것 같지만……

붉은 기운을 번뜩이는 촉수들이 한층 더 위협적으로 몸 구석구석을 샅샅이 조였다.

힘이 들어온다.

그렇다고 정말 날 부숴 버리기야 하지 않겠지만.

이걸 계속 유지할 필요는 없다.

- 우우웅.

나는 영역을 발동시켰다.

“어?”

기스-제-라이가 반탄력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촉수를 물렸다.

나는 거기에 맞춰,

하얀 후드가 인벤토리에 녹여 준 매듭을 의식하면서 결빙의 영역을 전개했다.

〈열〉이,〈소리〉가.

나의 영역에서 다시 사라진다.

얼음이든,번개건,확실히 표상이 있으니 영역화가 훨씬 더 편하다.

아니면.

역시 매듭 덕분일지도.

기스-제-라이가 깜짝 놀라며 뒤로 두 걸음을 물러섰다.

- 달그락! 달그락!

영역 안에 있는 팔다리가 조금씩 움직이며 몸에 다시 붙었다.

마지막으로 턱뼈를 다시 끼우자, 기스-제-라이는 촉수들을 완전히 물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물었다.

“어라? 용언의 흔적이 왜 갑자기 너한테서… 느껴지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우두둑!

영역 안에서 간단히 몸을 풀었다.

[시야 감소가 사라집니다.]

[전능 억제가 사라집니다.]

그녀가 만들어 낸 결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기스-제-라이도 굳이 억지로 나를 결계에 가두려 하지 않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펴는 그녀를 바라봤다.

‘갑자기 때리진 않겠지.’

바싸고의 전 제사장을 맨손으로 으깨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빨리 이야기를 진행하자.

“기스-제-라이.”

“•••말해.”

“나와 함께 온 인간들의 기억을 추출해 보시오. 근위대 병사들이 매복 위치를 본대에 보고했을 거고, 이제 당신은 철수할 수밖에 없지.”

그 순간이었다.

- 콰드득.

기스-제-라이의 주먹이 허공에서 쥐어지는 것과 동시에,내 영역을 그녀의 촉수가 다시 감쌌다.

압력이 느껴진다.

바깥에서부터.

〈열〉과〈소리〉가 균열을 일으키며

억지로 영역 안으로 파고들어 온다.

“싸우자는 게 아니다!”

“알고 있어. 갑자기 오른 네 격을 시험해 본 것뿐이다.”

“얘기를 들어 줄 만한 힘은 맞군. 오웨인,아까 그것들 데려와 봐.”

“복명.”

곧 오웨인은 근위대를 데려왔고, 기스-제-라이는 움찔거리는 시체의 두개골에 손을 박고 직접 정보를 추출했다.

정보 추출을 끝낸 네크로멘서가 입을 열었다.

“듀라한 전원 집결.”

집결… 집결… 집결…….

나지막한 음성이 마력의 묘용인지 동굴 구석구석 균일하게 퍼졌다.

소리의 원리 따위는 무시한 채, 울퉁불퉁한 벽에 부딪혀도 조금의 소실도 없이 퍼지는 음성을 보고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슥

머리 없는 네 명의 기사가 어두운 동굴 곳곳에서 등장했다.

가장 나중에 등장한 길라우트도 그녀의 외침이 울리고 나서 15초도 지나지 않아 빠릿빠릿한 모습으로 앞에 도달했다.

오웨인을 포함해 듀라한 다섯이 나와 그녀를 원형으로 둘러싼 채 대기 자세를 취했다.

‘길라우트……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가운 마음이 솟아올랐지만,저번 세계에서 그가 영원히 소멸한 모습이 겹쳐 떠올라 다시 씁쓸해졌다.

“이제 말해 보아라.”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는 건가.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그 전에……

“또 뭐냐.”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그 어떤 존재도 듣지 못하게 하는 결계를 쳐 줄 수 있나?”

기스-제-라이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호오. 어디까지 의식하는 건지 말해 보아라.”

“천궁도의 존재들… 말이지.”

“아하하하……

그녀가 따듯한 손으로 내 손목을

잡았다.

호감도가 5 을라갔다는 메시지가 허공에 떠올랐다.

“평소에도 차단하고 있다. 지금은 더욱 내용을 들을 수 없게 했으니 괜한 걱정이다.”

‘그랬나… 생각해 보면 저번에도 회귀한다는 사실을 말했지.’

하지만 내가 만난 마왕들은 전혀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바싸고라도 그녀를 감청하는 건 막혀 있다고 보아야 했다.

안심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좋소. 오웨인,안드레이,펜리르,

하멜라인. 그리고 길라우트……

그들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한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 아래 군단병들이……

“황제 암살이 성공하면 너희 모두 희생된다……

암살의 세부 계획부터 시작해.

암살교단 레드 플레이크, 청여우, 잿빛 기사와 린트부름에 대한 것을 모두 차근차근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기스-제-라이와 어떻게 만났는지,그녀가 각각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황실의 비역에서 확인한 것처럼

영웅들의 시체는 대부분 그곳에 보관되어 있고,의뢰의 보상 따위는 받을 수 없다는 추측까지 예전처럼 인벤토리를 보여 주면서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모두 진품이지. 의심의 여지는 없을 거다.”

듀라한들도 감탄을 뱉었다.

그때까지도.

기스-제-라이는 어떤 반응도 없이 가만히 나를 노려보고 있다.

입은 조금도 달싹거리지 않았다.

시선은 일단 나를 향해 있었지만, 내 너머의 무언가를 보는 것처럼 눈빛에 기괴함이 번지고 있었다.

나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이걸 얻은 방법은… T&T 라는 길드가 있는데… 이게 시간선이… 지금은 트로핀 여단이라는 존재가 있는 것 같은데… 들어 봐라……

트로핀 나#와 벨’호멧 아이작에 대한 이야기,아이작과 나냐우를 흡수해 버린 구슬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 지이이잉.

[접근 불가.]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해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충족하지 않습니다.]

“으… 으윽… 무슨… 무슨 소리……;

“크으으… 들리지… 않……

예전과 같은 현상이다.

하지만.

고통스러워하는 기사들을 옆에 두고 네크로멘서는 예전과 달리 한동안 그들을 구해 주지 않았다.

자신을 중심으로 촉수를 둥글게

말아 올린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한참 뒤에야 손을 뻗어서 그들에게 검은 기운을 홀려넣었다.

‘내 얘기가 그렇게까지 재밌나? 깊숙이 빠져들었던 걸까?’

두 번째 하는 이야기라서.

이야기 실력이 더 늘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전부 말해 보자!

이미 한 이야기라서 훨씬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었다. 두 시간 넘게 걸렸던 내용을 한 시간도 안 되어 다 말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제 당신은 엠버로 가려 하겠지.

동굴 지하의 잊혀진 길을 통해서. 하지만 그리로 가면 안 돼! 왜냐 하면……

바싸고가 동굴 아래 각인 역전의 함정을 파 놓고 있고,다른 마왕도 합심해서 그녀를 노리고 있으며, 중립지대를 통제하는 영주까지도 린트부름의 힘을 노린다는 사실을 말했다.

“마왕이란 ■이… 히一. 하하……

이야기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어이없다는 듯 반응을 보인 그녀는 곧 다시 입을 다물었다.

각인 역전의 저주를 해제하려면 마왕의 좌에 을라야 한다는 정보.

그리고 내가 마지막에 두 단검을 휘둘러 힘을 해방시키고 바싸고의 영역에서 탈출하며 죽었다는 것도 모두 이야기했다.

마계로 직접 들어가면서까지.

환상 감옥에서 농락당하면서까지 얻어낸 정보들.

“단검은… 당신이 갖고 있겠지?”

그녀는 부릅뜬 눈으로 미약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헛웃음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조용하네… 더 말해도 되겠지?’

중간에 내가 그녀를 구해야 하며,

‘시나리오’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를 돕기 위해 말해 주었고.

도중에 같은 시나리오 진행자인 루비아와 레나의 이야기도 엮어서 설명했다.

기스-제-라이는 아무 말도 없고.

듀라한들도 계속 조용하다.

- 과득!

무슨 의미인지,웅크린 촉수 중에 몇 가닥이 푸른빛을 내며 그녀의 두개골에 꽂혔다.

“아니,무슨 짓을……!

- 파앗!

그녀의 한쪽 눈이 푸르게 변하며 머리카락이 위로 솟구쳤다.

그리고 멍하니 서 있는 듀라한들의 갑옷 속으로 푸른 촉수들이 다시 하나씩 꽂혔다.

그래도 가만히 서 있는 기사들은 자리에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젠장.”

기스-제-라이는 굳은 듀라한들을 어딘가로 번쩍 들고 사라졌다.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아니다.

어떻게든 살리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충실히 정보를 제공했다.

‘혹시 안 믿는 건가?’

자기의 마왕이 배신했다는 건…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일지도.

그래도 나로서는 기스-제-라이의 판단력을 믿고.

회귀로 얻은 정보를 성심성의껏 제공할 수밖에 없다.

‘뭐,차라리 잘됐나.’

나도 나름대로 혼자서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다행이다.

그녀의 시체나 단검을 인벤토리에 넣어 뒀다면 기스-제-라이의 존재는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한참 왜곡되거나.

시체는 미녹에게 빼앗겼고.

고작 자살에 단검 세 자루를 모두 소모한 게 한심하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게 아닐까?

‘조심해야겠군……

비틀어진 세계선.

루비아도, 레나도.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황.

아이작과 나냐우도 사라졌다.

기스-제-라이가 계속 그 자리에 있다는 데 더욱 상대적인 안도감을 느낀다.

그녀마저 내 실수로 없어진다면 내가 가질 외로움은 지금보다 훨씬 심했겠지.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허둥거리고 괴로워했을 것이다.

기스-제-라이까지 사라질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헤쳐 나온 셈.

너무 무모했다는 후회가 든다.

‘나 혼자 마계라니.’

차원이 다른 녀석이 너무 많다.

마계에서 정보를 얻으려 한 것은 정말 나긋나긋한 생각이다.

바싸고에게 애슈턴의 책을 포함해 인벤토리를 다 빼앗긴 것은 물론, 다시 돌아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정보를 얻은 것도… 정말… 운이 좋았어.’

회귀조차 못 하고 비좁은 공간에 영원히 갇혀 정신이 무너져 버리면 어떻게 될 것인가?

[잔여 포인트: 98]

‘전직도 못 했고.’

[현재 구매력: 97.5%…….]

‘용사 상점도 못 이용했는데.’

두 고지를 눈앞에 두고 그럴 수는 없었다.

문득 손목도 내려다봤다.

수십만에 달하던 마계의 화폐는 흔적 없이 지워진 상태다.

‘이건 부질없군……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 채 한참이 지났을 때였다.

“후우……

솟구친 머리카락이 다시 아래로 가라앉은 기스-제-라이가 터덜터덜 걸어왔다.

혼자였다.

“어… 듀라한들은?”

예전이면 큰 관심은 없었겠지만, 길라우트와 함께 싸운 기억이 있는 지금은 그들이 더욱 궁금했다.

네크로멘서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중간부터는 진작 다들 얼이 빠진

상태였지. 그들의 정신에 마력을 공급했어. 정보를 따라잡기에는 더 시간이 걸릴 거야.”

너무 많은 얘기였나.

“그 정보를 전부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니? 이 몸조차 살짝 미칠 뻔했다고.”

“•••미안하군.”

하지만 지금 그녀의 표정은 제법 개운해 보인다.

“어쨌건… 내 말을 믿는 건가?” 기스-제-라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게 ‘진짜’가 아니면

뭐가 진짜겠어?”

“후후… 이렇게 홍분되는 상황은 처음 느끼는 것 같아. 아주… 좋아. 핏줄이 녹아 버릴 것 같은 전율이 느껴져……. 어쩌면 지금까지는 전부 ‘가짜’였을지도 모르지……

자신의 반신半身이 모두 저주로 반전되리라는 사실을 들었음에도.

그녀는 오히려 생기로 넘치고.

진심으로 기꺼워하는 미소가 온통 얼굴에 가득하다.

“좋아. 그럼,이제부터……

그녀가 천천히 운을 떼며 내 손을

잡았다.

머리 위에 중간부터 계속 호감도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하지만 굳이 내역들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이유도 없다.

기대감이 차오르는 듯한 얼굴.

네크로멘서의 창백한 한쪽 뺨이 달아오르고.

나 역시 뼈가 달그락거린다.

저런 모습을 보니 더더욱 그녀를 살리고 싶다.

돕고 싶다.

린트부름의 힘으로 마왕을 잡으러

가자고 할까?

그게 무리라면.

각인부터 해제한다고 할까?

가능한 일인가?

마왕의 각인을 없애면 사령사역의 힘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자신과 함께 숨겨진 린트부름의 힘을 찾으러 가자고 할지도.

그런 힘은 어디서 찾는 걸까?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고,설렌다.

주먹을 꼭 쥐고 입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에서 나온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었다.

“루비아와, 레나를 찾으러 가자.”

“… 뭐라고?”

“잘못 들었을 리는 없지 않느냐?

루비아. 레나. 그녀들이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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