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339화 (339/458)

383화 트로이카 (5)

그러나 이굴쿠가 알려 준 신전은 여기까지다.

더 이상 녀석의 각인을 새길 만한 장소는 없었고.

각인을 새긴다고 같은 일을 바로 두 번 당해 줄 것 같지도 않다.

‘다음에 또 해야지.’

어차피 강림이 가까워지면 신전은 쉽게 발견할 수 있을 터.

“흐음……

한 손에 쏙 잡히는 크기의 램프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곳에 힘을 축적해서 나쁠 일은 없겠지.

주황색 램프를 인벤토리에 넣고 다른 곳으로 달렸다.

- 파앗!

망령의 납골당.

무성한 수풀을 넘어 입구에 섰다.

‘여기가 맞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동안 누가 드나든 혼적이 없다.

[망령의 납골당]

[던전 랭크: F]

‘이건 똑같고.’

던전 랭크도 F.

플러스 하나 붙지 않았다.

어떤 마왕도 이런 납골당 따위에 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은 거다.

‘어지간히 쓰레기 취급이었지.’

물론 나도 그 가운데 하나였고.

끼긱!

육중한 입구가 손짓 한 번에 밀려 곧바로 열렸다.

一 터벅. 터벅.

방문한 지 오래되긴 했지만.

적어도 3년이나 살아온 던전.

계단을 을라 탁 트인 공터가 앞에 펼쳐졌을 때 위화감을 느꼈다.

‘이상하군.’

모험가들이 쉬어 가던 화롯불이 없었다.

‘잘된 일이긴 하지만……

세계선의 변동 때문일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던전은 오래전 모두로부터 잊힌 것 같다.

- 푸스스!

말라붙은 덩굴을 한꺼번에 헤치고 안으로 진입했다.

- 달그락!

그제야 배회하는 해골이 내 쪽에

다가온다.

‘문지기로군.’

익숙한 모습의 문지기 해골.

오래전 부서졌다가 붙은 걸까.

뼈가 잘못 붙은 모습이 안쓰럽다.

녀석의 몸 여기저기 쌓인 먼지를 바라봤다.

요즘은 심지어 인간들에게도 공략 대상으로 선택받지 못한 것 같다.

경험치도 얼마 안 되겠지.

무시하자.

안에 있는 우두머리나 쓰러트려서 던전을 끝내자.

그렇게 생각하며 앞으로 걸어간 순간.

“우어……! 우어어엇……!”

예전과 달리 박력이 넘친다.

- 과당!

나를 한번 훑어본 녀석이 갑자기 주저앉는다.

아니,주저앉는다기보다.

‘무릎을… 꿇어?’

- 캉!

절삭력은 조금도 기대할 수 없는 녹슨 칼을 충성을 맹세하는 것처럼 바닥에 꽂고.

무릎을 꿇은 채 나를 을려다본다.

‘얘는 지금 뭐 하는 거지?’

당황스러웠다.

저번에는 친근하게 말을 걸어도 공격했던 것 같은데.

“우어어어……!”

[망령의 납골당 소속 문지기 해골의 호감도가 15 올라갑니다.]

‘뭐야?’

아니,대체 뭘 했다고 호감도가 을라간다는 말인지.

설마 무시당하면 호감도가 오르는 녀석일까?

어이가 없어서 녀석을 바라봤다.

하지만 상태창 메시지는 끝나지 않고 빼곡하게 올라와 있었다.

[직업: 죽음의 기사가 적용됩니다.]

[문지기 해골은 해골병사의 궁극에 닿은 당신에게 무의식적으로 강렬히 끌리고 있습니다.]

[지배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지배력 충돌 : 없음.]

[문지기 해골이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문지기 해골을 복종시켰습니다.]

“꾸어어……!”

[경험치가 45 올라갔습니다.]

경험치도 약간이나마 오른다.

‘혹시,이거… 죽인 것보다도 살짝 더 오른 거 같은데?’

[통솔 경험치가 을라갔습니다.]

[통솔 Lv.2]

- 유효 범위: 1/150

[종족: 해골을 상대로 카리스마가 개화합니다.]

한 것도 없는데 통솔이라니…….

당황스러운 전개다.

- 달그락!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해도, 무릎을 꿇었던 문지기가 일어나서 내 쪽으로 졸졸 따라온다.

공격하려는 기색은 전혀 없다.

“흐음.”

적당히 녀석이 따라오는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안으로 걸어갔다.

[문지기 해골이 당신의 걸음걸이에 감사합니다.]

통솔 범위라는 건가.

기스-제-라이가 맡겨 준 병사들의 상태창이 떠올랐던 것처럼.

납골당의 문지기가 느끼는 감정도 상태창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녀석들도… 설마?’

- 달그락! 달그락!

어기적거리다가 이쪽으로 다가온 다섯 구의 해골은.

“우어 엇?”

“우어어 어……

포위하듯 나를 둘러싸고 동시에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지배력 충돌: 없음.]

[배회하는 해골 무리가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경험치가 148 올랐습니다.]

[통솔 경험치가 올라갔습니다.]

[통솔 Lv.2]

- 유효 범위: 6/150

어쨌거나.

이건,확실하다.

전부 적용되고 있다.

‘별일을 다 보겠네.’

녀석들은 달그락거리면서 신나서

나를 따라온다.

* * *

[부적응자 해골 무리가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경험치가 231 올랐습니다.]

[통솔 경험치가 올라갔습니다.]

[통솔 Lv.2]

- 유효 범위: 21/150

‘벌써 스물하나.’

세 무리를 더 만나고.

달그락거리는 녀석들이 따라온다. 던전 전체를 뒤에 달아 놓은 것과 다름없는 나는 거칠 것이 없다.

- 구구구구궁!

[전직 모험가 해골이 기관장치를 다루는 당신에게 감탄합니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쿠오오오오!”

다른 해골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상위 해골병사 넷과.

“크워어어어어어엇!”

- 광!

처음부터 커다란 관을 걷어차고 관 에서 뛰쳐나온 녀석이 나를 향해 달 려온다.

‘공격인가?’

곧바로 나를 보고 복종을 맹세한 녀석들과는 좀 다르다.

[던전 보스: 납골당의 우두머리]

[랭크: F플러스]

“스케에에에엘……!”

- 쿵! 쿵! 쿵!

부하 네 명을 이끌고 위협적으로 다가온 우두머리는.

- 훌쩍!

거대한 도끼와 한 손 방패를 위로 치켜든 채 허공에 뛰어든 다음.

- 사뿐.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납골당의 우두머리가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던전을 지배합니다.]

[던전 클리어!]

[랭크 판정: F플러스]

[‘완벽한 지배’를 달성했습니다.]

[포인트 400% 가산…….]

이걸로 던전 클리어란 말인가?

하지만 포인트도 빠짐없이 제대로 들어왔고.

경험치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쌓여 있었다.

켓 f A 켓?”

一— 乂、• ■ 少、•

철판을 기운 갑주를 입은 녀석이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나를 바라본다.

그 순간이었다.

- 띠링!

놈의 머리 위에 반투명한 상태창이 떠올랐다.

[납골당의 우두머리: 낮은 지성을 가지고 있는 던전 관리인입니다.]

[단순한 명령이 가능합니다.]

명령이라.

일단 말을 꺼냈다.

“너,말은 알아듣냐?”

“스켓! 스케엣!”

도끼를 땅에 박고 고개를 숙인다.

철저한 복종.

하지만 뭘 시키면 좋을까?

전력이 될 만한 녀석들은 아니다.

전체 자유 해산 및 휴식, 이라고 지시하려는 순간이었다.

우두머리가 뛰쳐나온 관.

뚜껑이 열린 석관 위에 반투명한 상태창이 떠을라 있었다.

[망령의 납골당]

[던전 랭크: F]

[영지 레벨: 0]

[함정 상태…….]

[마왕의 사원: 0]

[마물 다양성: 매우 낮음]

[침입한 적…….]

함정. 훈련소. 고문실.

던전 스킬. 쌓인 보물. 확장……. 상태창이 계속 아래로 이어졌다.

‘대체… 무슨?’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던전 랭크. 영지 레벨…….

이곳은 내가 지배하는 영지.

‘당신이 지배하는 영토를 달에서

알아차렸을 때 특전이 개방됩니다.’

〈베트라스의 차가운 달>은 영지

레벨 10을 달성할 때 개방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발전시킨다.’

우두머리가 뛰쳐나온 관에 손을 짚 었다.

[경험치가 1 올랐습니다.]

[납골당의 핵…….]

[종족값을 해골로 판명…….]

[레벨 30까지 1 분마다 경험치…….]

‘변함없군.’

“너.”

“스케에!”

“석관에… 다른 애들 넣어놔라.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오래 넣어.”

“스,스케에엣!”

예전에 했던 방법이다.

구성원 강화.

이러다 보면 납골당 영지 레벨이 오르겠지.

‘아니,너무 느린가.’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나간 다음에나 하고, 한 명씩 나한테 와 봐. 너부터.”

나는 문지기 해골을 가리켰다.

“우어……! 우어어어……!”

녀석이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며

다가온다.

완전히 뒤틀어진 녀석의 척추에 살 짝 손을 얹었다.

[뼈의 군주 Lv.3을 사용합니다.]

- 우둑! 우두둑! 뚜두두뚝! 콰직!

나면 안 될 것 같은 소리들까지 울리며 삐가 맞춰진다.

‘이렇게 하면 되겠지……

발,다리.

골반.

척추.

어깨.

팔에서 손끝까지.

갈비뼈도 균형을 잡아 주고.

마지막 교정을 끝냈을 때.

[교정 완료!]

[〈뼈의 군주〉의 숙련도가 약간

올라갑니다.]

[민첩이 3 상숭했습니다.]

[체력이 4 상승했습니다.]

[달려도 더 이상 내구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바닥에 누웠다 일어나도 내구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문지기 해골의 호감도가 30 상승합니다!]

[문지기 해골이 당신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합니다!]

엄청난 상승이다.

게다가.

[문지기 해골이 잃어버린 스킬을 회복합니다!]

[스킬: 방패 막기]

스킬 회복까지.

놀라운 일이다.

'방패는… 저기 있군.’

“내놔.”

“스케엣……?”

우두머리 해골의 방패를 빼앗아서 문지기 해골에게 건넸다.

“네가 써라.”

“우어어!”

[문지기 해골의 호감도가 5 싱슴헛睦니대]

[문지기 해골의 호감도가 상한에 도달했습니다.]

문지기 해골은 방패를 소중하게 끌 어안고 둘레를 손으로 조심스레 만 지고 있다.

철로 제작된 투박한 방패를 약한 그릇처럼 애지중지다.

“자,다음!”

* ♦ ♦

- 우두둑! 우둑! 뚜둑!

[배회하는 해골의 체력이…….]

[부적응자 해골의 민첩이…….]

제일 많이 부서지고.

비틀어진 채 굳은 녀석이 문지기 해골이라서 일까.

다른 해골들의 상승은 문지기처럼 극적이지는 않았다.

[구성원이 대폭 강해졌습니다.]

[던전 랭크가 을라갑니다!]

[던전 랭크: F더블 플러스]

던전 랭크가 을라갔고.

[구성원의 행복도가 상승합니다!]

[통치 경험치가 상승했습니다.]

[영지 레벨: 이

아쉽게도 영지 레벨은 그대로.

‘꼭 같이 가는 건 아니군…… 더 이상 여기서 할 일은 없다.

날짜가 여유롭긴 하지만 몇 주씩 머물면서 도와줄 정도는 아니고.

적당히 손을 흔들어 주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을 때였다.

- 달그락! 달그락!

방패를 든 문지기가 내 뒤에 붙어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안 들어가냐?”

“우어……

던전 밖으로 나갔는데도 끝까지 따 라온다.

“홈……

당연히 녀석을 달고 가긴 어렵다.

방관한다고 해도 녀석을 발견한 누군가 나를 공격할지도 모르고.

위험을 지는 셈.

고민에 빠졌을 때였다.

- 차드드득! 차드득!

날카로운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

어딘가 익숙하다.

- 차•드드드드!

조그만 칼날들을 계속 철컥거리며 황동색 풍뎅이가 근처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날아다니는 녀석을 손으로 간단히 잡아챘다.

“이건……?”

기계 풍뎅이의 배 부분에 편지가 묶여 있었다. 돌돌 말려 붙어 있는 편지를 풀어 펼쳤다.

편지에는 계획이 변경되었으니, 유블람 뒷산에서 보자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발신자는 없지만 내 위치를 알고

이런 편지를 쓸 만한 자는 당연히 하나뿐이다.

유블람 근처 산도 하나뿐.

루비아가 버려졌던 산.

밤톨이를 구했던 산이다.

〈풍뎅이를 따라 와.〉

- 차드득!

그렇게 끝을 맺은 그녀의 편지를 접고 산을 향해 걸어갔다.

“우어……

“맞춰 주진 않겠다. 따라올 테면 따라오던지.”

달리아크라면 몰라도 에라스트다.

황제 순방도 종료됐을 지금.

이런 시골에서 내 상대가 될 만한 녀석은 거의 없다.

“우어!”

뭐,괜찮겠지.

밤톨이를 덫에서 구한 산이었지만 가는 길에는 덫도 늑대도 없었다.

밤을 틈타 걷지 않아도 왕복하는 사냥꾼이나 여행자도 없다.

‘조용하군.’

풍뎅이는 흙 내음 풍기는 산길을 느긋하게 날았다.

두 시간쯤 위로 을라갔을 때.

하늘과 맞닿은 산 정상.

고요하고,고요하여,고요한 정상에 기스-제-라이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오연하게 서 있었다.

언데드 군단으로 뒤덮인 산등성이 곳곳의 색色을 보고 깨닫는다.

산의 고요함은 죽은 자들로부터 나왔던 것이다.

익숙한 사냥꾼 무리.

모험가,산적들,사냥꾼과 싸웠을 흉포한 트롤…….

아직 숨만 끊겨 살이 붙고.

옷도 걸친 채 섞인 색색의 신병들.

모두 기스-제-라이의 군단에 속해 가만히 바람을 죽이고 있었다.

산 정상의 고요가 만져질 것처럼 선명하다.

차마 깨기 힘든 고요 속에서 나는 기스-제■■■라이와 눈을 마주쳤다.

걸어오는 나를 살핀 네크로멘서는 그 자리에 굳어서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 사박.

도강渡江하는 흰 꽃처럼 사뿐사뿐 나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수련을 할 거라 짐작은 했지만… 솔직히 믿어지지 않는군.”

오연히 세상을 내려다보던 시선이 진심 어린 감탄과 경악으로 변해서 나에게 쏟아진다.

- 스르륵.

차가운 손과 따듯한 손이 번갈아 내 구석구석을 세심히 매만졌다.

“잊힌 상징이 하나, 둘, 셋. 당장 알아볼 수 있는 것만 이 정도에, 개화하는 축복이 다섯. 마력역류의 방지에 회복최적화……

명품을 감정하는 듯 세밀한 억양.

가까이 붙은 탓에 기스-제-라이의 한쪽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친다.

셀 수도 없는 것들을 죽여 노예로 부리고 있음에도 그녀의 눈동자는 얼어붙은 샘처럼 맑았다.

한동안 감정을 이어 가던 그녀가 나를 매만지던 주먹을 꽉 쥐면서 외쳤다.

“이 정도면 경이를 넘어선 저주의

수준이야! 너를 믿고 일을 진행한 보람이… 차고 넘치는걸!”

‘대체 얼마나 자세히 본 거지?’

상태창에도 안 뜨는 것들을 정확히 짚어내는 그녀가 훨씬 대단하다고 생각했을 때.

-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뒤에서 문지기 해골도 껑껑거리며 방패를 들고 나를 힘겹게 쫓아오고 있었다.

“크하하핫… 충성스러운 부하도 하나 구했구나?”

문지기를 보고 긴장이 풀렸는지 크게 눈을 뜨고 있던 네크로멘서가 웃음을 터트렸다.

슬쩍 몸을 빼며 그녀에게 물었다.

“달리아크에서 보자고 하지 않았나? 아직 시간이 좀 남았는데……

네크로멘서가 입을 열었다.

“그건… 네 놀라운 성장에는 감히 미치지 못하겠지만,이쪽 계획도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됐다.”

“레드 플레이크 덕분인가?”

“레드 플레이크는 확정된 요소지. 놀라운 변수가 개입했어.”

“변수라면……

“네가 알아보라고 부탁한 인간. 그 여자를 알아보는 도중,그녀가 조사를 거꾸로 밟아 와서 우리에게 접촉했다. 그 뒤로 일이 엄청나게 빨라졌지.”

그럴 만한 인간이라면.

바로 머릿속에 팍 떠오른 이름을 밖으로 말하려 했을 때.

- 피리리리리리리릭!

하늘에서,거대한 무언가가 산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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