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화 트로이카 (15)
다가온 기스-제-라이가 두 마리 애벌레가 든 상자를 낚아채 갔다.
그녀의 뜨거운 시선이 상자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체를 응시했다.
애벌레의 겉만이 아니라 내부까지 낱낱이 훑어보는 것 같은 시선을 보내며 그녀가 작게 탄식했다.
“크으… 이거… 재밌겠잖아?”
‘재미라고?’
단단하게 솟구치는 머리카락에서 그녀의 홍분이 느껴졌다.
귀와 바로 닿을 정도로 입이 길게 찢어지며 새하얀 삐가 드러났다.
뼈로 된 손은 이미 애벌레 하나의 머리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애벌레는 그녀도 먹겠다는 것처럼 몇 겹의 근육으로 된 두꺼운 목을 꿈틀거렸지만, 네크로멘서는 킥킥 웃으면서 애벌레의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농락하는 손가락에 닿아 한층 진하게 홀러내린 초록 점액이 바닥에 잔뜩 묻어났다.
“어머, 왕성해라. 정말 겁도 없네. 한창때인가 봐.”
애벌레를 보고 저런 반응이라니.
‘특이한 취향은 알았지만.’
설마 나도 저런 식으로 좋아한 건 아니겠지.
불안한 예감이 스치고.
호기심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이 시아를 향한다.
“얘네 뭐야?”
시아가 꿀꺽 침을 삼키고 답했다.
“모습을 먹는 벌레다.”
“모습을?”
“아직 완전한 건 절대 아니지만, 지금 보여 준 벌레는 모습뿐만이 아니라 습관과 기억까지 일부나마 먹고 따라 할 수 있다. 연구가 계속
진행될수록 더 비슷하게 되겠지.”
“큭큭… 훌륭해……
기스-제-라이가 즐거운 듯 웃으며 질문을 이었다.
“이런 건 어떻게 만들었지?”
나도 궁금했다.
애벌레를 만드는 쪽과 같은 편이 된 건 지금까지의 세계선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유령 내사과장.
황실의 두 번째 날카로운 그림자로 불리는 시아 으스노르가 대답했다.
“아쥬라의 탑주들이 한참 전부터 개발에 착수했었지. 지금 전쟁을
서두르는 것도 이게 완성되어서야. 신형이 나왔으니,맺힐 가르베라만 있으면 양산은 금방이겠군.”
전쟁을 반대하는 영주는 물론.
적극적으로 물자와 병력을 징발하지 않는 영주는 애벌레로 바꿔 버리면.
모든 건 완벽하게 황실의 뜻대로 진행된다.
“가르베라요……?”
루비아의 물음에 내사과장이 보충 설명을 한다.
“자기가 작아서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시체가 덩굴에 먹혀 만들어진 마물이지. 끝도 없이 몸집을 키우고,
키우고,모든 걸 휘감아 먹어치우는 녀석이야.”
“저런……
“자신을 더욱 크고 ‘많은’ 것으로 여기기 위해,먹은 것들의 얼굴을 복사해 머리에 심어 놓기도 하지. 적어도 100살은 먹고 나야 가능한 이야기지만.”
“그런 게 있었나요?”
웬만한 책은 전부 읽은 루비아가 모를 정도의 이야기.
몹시 드문 경우임에 틀림없다.
‘어쩌면,숨겨진 걸지도……
시아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오래 묵고… 유례없이 교활하고 강한 덕에,산악 부족들에게 신으로 섬겨진 거대 가르베라를 연구했지. 탑주들은 얼굴을 ‘복사’하는 기능에 집중했고,만 명에 가까운 인간이 희생당한 연구 끝에 저런 열매를 딸 수 있게 됐어.”
열매,라는 말을 하며 내사과장은 철제 상자 속의 애벌레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설명에 마법사들의 광기에 대한 모호한 혐오가 느껴졌다.
만 명이라는 수의 인간이 편안히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가르베라는… 황실 비역에서
길러지고 있나?”
문득 던진 말이었다.
타고 잘리고.
어둡고 치덕치덕한 덩굴들.
새까맣고 끈적한 그림자들이 굳어 부서진 광장이던 곳.
〈둘,넷, 여덟,열넷……. 가르베라 테두리는 10년마다 하나씩 그려져. 140년을 살아온 녀석이야. 거기다 각종 마물들까지 이식시켰어.〉
지금은 사라진 나냐우의 말.
기괴한 장소의 탐험과 독립 행동에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존재였는지 문득 떠오른다.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상실감이 가슴속을 계속 맴돌았다.
시아는 붉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완벽한 추측이야……. 하지만 나도 확실히는 몰라. 너처럼 짐작할 뿐. 애초에 그걸 잡아 연구할 계획을 세운 게 로랑스 공작 그 새끼라는 사실 정도만 알지. 그 이상은 놈이 정보를 차단했어.”
문득 더 이상 못 견디겠다는 듯이 네크로멘서가 끼어든다.
“통솔은 어떻게 하는 거지?”
“안에 새겨진 마법진이 애벌레에 복종할 상대를 알려 줘. 탑주들이 건네준 표식을 보이면 애벌레를 통솔할 수 있지.”
시아가 품에서 은색 마패 모양의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약한 빛이 뿜어지는 순간 애벌레들이 고개를 조아린다.
애벌레의 눈동자에 떠오른 붉은 표식이 마패에 동조하는 듯했다.
하지만 네크로멘서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런 표식은 하나뿐인가?”
“많… 지는 않지만……
“둘 이상?”
“최소한 다섯은 떠오르는걸.”
“그럼 통제권을 언제든 빼앗길 수 있다는 말이잖아.”
시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공작이나 이 제작에 참여한 탑주들은 나보다 훨씬 높은 권한을 가지고 있겠지. 멀리 떨어져서도 조종할 수 있다고 짐작하고 있어. 그래서 이 애벌레들은 봉인하거나 죽이려고……
과연.
혹시 처음부터 루비아를 먹으라는 명령이 세뇌되었을지도.
애벌레들을 그냥 놔뒀다간 밤중에 꿈틀거리며 수면 중인 루비아에게 기어 올 가능성이 크다.
당연한 생각이라고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려 할 때였다.
네크로멘서가 말을 끊었다.
“그럴 거면 이쪽에서 가져가지.”
“어쩔… 생각인데?”
내가 끼어들었다.
“아이디어가 하나… 둘……. 아니, 너무 많이 떠오르네. 당장 실험을 해 봐야겠어. 가르베라에서 배양한 녀석이면, 이렇게 보여도 결국은 식물이라는 거잖아? 이걸 들으면
굉장히 좋아할 친구가 있다구.”
기스-제-라이는 무척 사랑스러운 눈길로 애벌레들을 바라봤다.
진녹색 점액을 흘리며 꿈틀거리는 벌레들을 보는 그 눈길에 레나마저 고개를 내저었다. 좀비로 만들어 조종할 생각이냐고 시아가 물었지만, 네크로멘서는 기쁜 듯 큭큭거리며 웃을 뿐 답하지 않았다.
“기스 님은 참 재미있는 분이세요. 또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요?”
어느새인가.
루비아도 수녀처럼 네크로멘서를 애칭으로 부르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걸 부자연스럽게 느끼지 않았다.
* ♦ ♦
열흘 뒤.
- 달그락! 달그락!
나는 지하 속을 내달렸다.
기스-제-라이는 그사이 제국의 레드 플레이크 단원.
달리아크의 경매상에게 연락해서 터무니없는 정보를 알아냈다.
- 파앗!
그녀가 개척한 지하 도로 아래를 미친 듯이 달릴 만한 정보를.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지.’
자라나고 있는 가르베라의 위치를 알게 된 것이다.
아직 사냥꾼들에게 발견되지 않은 야생의 녀석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녀석이라고 했는데… 벌써.’
기괴한 마물들의 위치를 계속해서 갱신하는 레드 플레이크의 정보력에 감탄할 따름이었다.
- 달그락!
〈가르베라가 필요해.〉
네크로멘서의 말을 떠올린다.
직접 다녀오겠다는 것을 말렸다.
지하에서 농성 준비를 하는 그녀가 자리를 비우면 곤란하다.
마력 공급 외에 하는 일도 없는 내가 움직이는 게 낫겠다는 판단.
다녀오는 시간 정도야 네크로멘서 본인의 마력으로 해도 상관없으니.
‘그런데… 가르베라로…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빨리 돌아갈수록 알게 되겠지.
계속 달리며 지하도의 이정표를 바라본다.
지금 위치가 지도에서 파악된다.
스스
S S •
‘이쯤인가.’
가르쳐 준 방식에 따라서 숨겨진 기계를 작동시키자.
- 쿠구구궁
달빛.
기다란 사다리 한 줄 위로 뚫린 작은 구멍이 보인다.
곳곳에 박혀 있던 야광주와 달리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빛이다.
사다리 끝에서 틈이 생긴 천장을 밀어붙이자 그대로 열린다.
차가운 공기가 쏟아 내려온다.
그러고 보니 살짝 열린 돌 천장에 새하얗게 서리가 끼어 있었다.
통로 앞은 바로 깊은 숲.
기스-제-라이가 전해 준 향수통을 바라봤다.
에페타 잎과 브레라스 베리.
가르베라가 숲의 끝에 있더라도 냄새는 맡을 수 있다던가.
일단 향수통은 손에 쥐기만 하고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얼어붙은 숲을 조용히 디뎌 가며 시선을 돌렸다.
인간은 들어오지 않는지 벌목의 흔적이나 모닥불의 흔적도 없었다.
하지만 긴장 따위 없이 계속 숲의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덩굴로 된 몸은 숲속에서 세 배 빨리 움직인다.〉
얼어붙은 바닥에.
얼어 죽은 나무들에 매달린 죽은 동물들이 보였다.
여기저기 시체가 가득했다.
말랑말랑하고 씹기 좋은 부위만 뜯고 먹다 버린 시체들만 곳곳에 남아 있었다.
총총히 떠 있는 아름다운 별들이 찢어진 배와 잘린 목을 비췄다.
‘슬슬 때가 됐군.’
- 또각.
네크로멘서가 준 향수병을 열고, 머리끝에서부터 천천히 뿌렸다.
하얀 서리를 녹색으로 물들이듯 향이 퍼져 갔다.
녀석이 내 위치를 잡도록 천천히 걸어갔다.
어느 순간.
걷는 길이 조금씩 흐트러지는 게 느껴졌다.
디딜 예정이었던 몇 걸음 앞이 움푹 파인다든지.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무언가 얽혀서 발을 걸려고 한다든지.
웬만한 존재라면 마치 숲 전체가
자신을 적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공포에 질리겠지만.
- 달그락.
나는 그냥 그 자리에 서 버렸다.
‘가르베라… 별거 아니잖아?’
나무를 타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녀석이 느껴졌다.
언제 어디서 공격해도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었다.
어둠 속에서 킬킬대고 있겠지만, 영역을 넓혀서 그냥 얼려 버리거나 번개로 태워 버릴 수 있는 입장에서
보기엔 재롱 잔치일 뿐.
짧게 공기를 진동시키는 것 같은 소리가 연달아 바닥에서 들리면서 바닥에 낀 서리가 치솟았다.
동시에 시커먼 덩굴들이 사방에서 빠르게 나를 감쌌다.
칼도 뽑지 않고 있었던 탓에 몸이 전부 묶여 버렸고,기스-제-라이가 선물해 준 향수병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덩굴이 뻗어와 그 향수병을 들고
위로 올렸다.
- 꾸르륵… 꾸르륵…….
그리고 커다란 지네 머리 같은 게 나타나더니 향수병을 오독 오도독 씹어 먹었다.
그 입에는 아직 숲속 동물들의 피가 묻어 있었다.
‘놀라운 식욕이로군.’
모습을 드러냈으니,상황은 끝.
하지만.
- 꾸르륵?
“아… 덩굴은 좀 질기네……
힘으로 한 번에 뜯어내고.
덩굴이 뻗어 나온 방향을 따라서 전부 베어 내려고 했는데.
이미 수십 겹으로 치덕치덕 감긴 덩굴이 잘 뜯겨지지 않는다.
“이게… 아닌데……
- 꾸근 S S I
머리 위에서 거대한 지네의 입이
벌어진다.
당연히.
이렇게 당할 수는 없다.
‘튀길까?’
하지만 여기서 주변 공간을 전부 번개로 지져 버리면 곤란하다.
〈최대한 손상 없이 가져와 줘.〉
〈그래야 연구에 도움이 되거든. 직접 안 가는 대신 부탁하는 거다?>
생생한 기스-제-라이의 전언.
-콰악!
바로 위에서 닫히는 거대한 입을 슬쩍 피했다.
-뚝… ••••••.
어깨로 떨어지는 점액.
“이 새끼가……
[촉수 제어 Lv.3을 발동합니다!]
- 좌르륵!
네크로멘서가 심어 준 촉수가 뻗어 다시 쩍 벌어지는 녀석의 입안을 찔렀다.
- 꾸르윽!
‘아래로… 아래에서만……
인벤토리 영역을 덩굴이 점령한 숲 바닥에 깔듯이 전개.
‘결빙.’
- 사르륵.
0도.
당황한 가르배라가 얼어붙은 덩굴을 느낀 순간.
‘결빙.’
다시 한번 위쪽을 얼어 붙였다.
여기서 더했다가 나까지 범위에 들어간다.
‘그렇게 섬세하게 조정할 자신은 없고……
[결빙 Lv.5를 발동합니다!]
바닥에서 날카로운 얼음송곳들이 솟구쳤다.
[관통/쐐기 속성이 활용됩니다.]
기다란 얼음송곳들이 덩굴을 전부 꿰어 버렸다.
가르베라가 놀란 사이 힘을 주자 수십 겹의 덩굴이 썩은 풀잎처럼 순 식간에 뜯어졌다.
‘검기.’
- 서거각!
정묘한 공격은 칼로 하는 게 훨씬 편했다.
덩굴이 뻗어 나온 방향을 따라서 길게 칼을 휘두르자 죽은 나무들이 푸른빛에 터져 나갔다.
피 묻은 입을 벌리던 가르배라를 지지하던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
- 광!
황급히 다시 숲에 숨으려고 하는 본체를 칼등으로 후려치고,멀리 나가떨어지려는 녀석을 재빠르게
발로 밟아 고정시켰다.
그리고 칼등으로 턱을 후려쳤다.
- 꾸르륵!
2미터 정도 되는 본체는 계속해서 발버둥 쳤지만,다시 한번 겉면을 검기로 깎아내자 덩굴은 돌아오지 않았다.
“휴……
레나가 건네준 혹철 사슬로 녀석을 칭칭 감고 숲 밖으로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됐다.’
너무 방심하긴 했지만.
어쨌건 손상 없이 잡아 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가르베라가 튀긴 피를 슥 닦으며 생각했다.
‘인벤토리에 넣고 갈까?’
하지만 혹시라도 녀석이 거기서 난동을 부릴 수도 있다.
인벤토리 내부의 원리는 아직까지 불명.
어쩌면.
회귀 때마다 활용하는 애슈턴의 책 들이 손상될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는 씹어 먹는다거나.
다 찢어 버린다거나.
보물에 피가 튈 수도 있다.
‘관두는 게 낫겠군.’
- 퍼억!
숲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계속 반항하는 녀석을 적당히 쥐어패며 나아갔다.
“어디 보자……
사방을 내 영역으로 막아 버리자 녀석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아예 발도 못 움직이네.”
마왕급이 아니면 통하는 것 같다.
이걸로 봉쇄한다면.
인간계의 검주들 정도는 충분히 해 볼 만하다.
어쩌면.
시나리오 클리어 따위를 고려할 전력은 이미 넘어섰는지도 모른다.
♦ ♦ ♦
가르베라를 들고 지하를 걸어간 지 이틀이 지났다.
‘이쯤 오면 있다고 했는데.’
기스-제-라이와 만나기로 한 곳은 출발지와 다른 곳이었다.
수천 명 이상 넉넉히 살아갈 만한 거대한 공간.
에라스트 지하에 거미줄처럼 뻗은 비밀 통로를 네크로멘서는 자신의 영역으로 발전시켰다.
다시 한번 세워진 지하 요새.
언제든 지상으로 쳐들어오는 적을 아래에서부터 영격迎擊할 수 있는 장소다.
‘여기인가.’
과연 약속 장소 건너편에서 연구 도구들을 정리하는 네크로멘서의
모습이 보였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에라스트에서 살해한 스무명의 유령 좀비들도 함께.
“어? 왔다!”
나를 본 기스-제-라이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별거 아니야. 연구할 때 습관.”
기스-제-라이는 두 종류의 머리칼을 하나로 묶고 있었다.
단지 머리카락을 뒤로 묶은 것에 불과했지만 마치 현실과 비현실이 접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 스륵.
그녀의 뒤에서 처음 보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래로 부스스한 생머리.
빙글빙글 돌아가는 안경.
단순히 도수가 높다는 차원을 넘어, 무언가 장치가 되어 있는 느낌이다.
“이자는… 누구?”
“내가 특별히 모셔온 암살교단의 멤버야. 닥터 설아지.”
“닥터… 설아… 라고?”
뭔가 기묘한 인간이었다.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식물 권위자야. 애벌레 샘플과 함께 가르베라를 연구하실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안녕… 안녕……?”
허물어진 접면을 더듬는 것 같은 작은 목소리.
분명한 인사.
하지만.
저 여자는 처음부터 나를 한 번도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말을 삼켰다.
‘지금 누구한테 인사한 거야?’
“반가… 워……. 내가 만든 향수에… 끌렸니……? 바보… 7살이라고……? 아하하……
음침하게 웃는 모습에 홈칫 놀라 옆으로 비켰다.
- 꾸륵. 꾸르르륵.
가르베라가 작은 소리를 냈다.
“맞았어……? 묶여서 괴로웠다고……? 아,그래……. 나랑 있으면……. 앞으로 행복해질 거야……. 너의 가능성을 꽃피우게 될 거야……
- 꾸루루룩!
“아하하하… 도망갈 수 없어……. 바보… 바보… 녀석… 아하하하.”
‘닥터 설아’가 한 걸음 더 나에게.
아니,가르베라에게 다가왔고.
나는 옆으로 일곱 걸음을 물러나 벽에 붙었다.
아무래도.
끼어들지 않는 게 좋겠다.
정말 저 녀석이 레드 플레이크의 일원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