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365화 (365/458)

432화 눈먼 달,지는 꽃 (9)

배는 자유 연합 북쪽 아비도니아 항구에 정박했다.

긴 지협으로 이어진 반대편 대륙.

연합은 처음이다.

제국에 쳐들어온 연합군 부대는 만나 봤지만.

다른 화페를 쓰고.

투표와 의회라는 제도로 자신들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에 발을 디디는 건 첫 번째 경험이다.

어떤 곳일까.

기괴할 만큼 방임주의에 자신들의 권리를 브람이라는 초인에게 전부 내던졌던 엠버메어보다,이 사회는 좀 더 나은 답을 보여 줄까.

자신들과 뜻을 함께하지도 않는 네크로멘서에게 암살을 의탁하고, 영웅들의 무덤을 팔아먹는 걸 보면 큰 기대는 안 되지만.

선단의 마지막 배까지 아비도니아 항구에 닻을 내렸을 때였다.

“이제… 켜질 겁니다.”

선장이 붉어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보고 말했다.

하늘이 저무는 것과 함께 등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노을과 등불이 수면에 반짝였다. 등불은 그대로,해도 그대로였지만 바람이 밀어낸 파도 탓에 불빛이 물빛 위에서 춤을 췄다.

제 몸 너머까지 들어온 불빛들에 홀려 항구의 물고기들은 첨벙첨벙 뛰어다녔지만,결국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빠졌다.

가끔, 입을 벌리고 불빛을 향해 뛰어든 물고기를 향해 정확히 빛이 투과되었다.

그럴 때마다 물고기는 3초 후면 잊을 만족감에 젖어 불빛을 피처럼

흘리며 다시 바다에 젖어들었다.

“대륙 3대… 야경이라고 이 동네 사람들은 말하죠. 제가 보기에는 동네 3대 야경 정도입니다.”

선장 넥스몬드는 기습하듯 풍경을 혹평했다.

“자동 점등 시스템을 구축한 것 정도는 오히려 칭찬할 만하지만. 이제 가시지요.”

물감처럼 홀러내리는 풍경을 뒤로 하고 단단한 육지에 발을 디뎠다.

조금씩 어둑해지는 항구의 거리를 넥스몬드는 외운 것처럼 자연스레 걸어갔다.

한참 동안이나 항해를 지휘했는데 피곤한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부관 밋시를 따라 다른 선원들과 후작은 항구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선장은 같은 일정을 소화했는데도 아예 피로가 쌓이지 않은 듯하다.

“항해를 지휘했는데도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는군.”

“그건……

선장이 잠시 망설인다.

물론 짚이는 이유는 있다.

긴 진청색 코트 아래 있는 것.

펄럭이는 코트 자락을 바라보자, 선장이 창문을 열 듯 옷을 젖혔다.

- 따르륵.

“인공 심장이군.”

- 쿵. 쿵. 쿵..

혈액을 펌프질하는 맥박 소리가 눅눅한 밤공기 사이로 퍼지기도 전 정답을 꺼냈다.

“이걸… 아시는… 겁니까?”

선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4년 정도 됐나?”

흔들리던 눈망울이 순간 경악으로 물들었다.

더듬거리는 혀가 다음 말을 차마 뱉어내지 못한다.

“저… 저에 대해서… 뭘… 어떻게 아시는……

〈사실 저는 4년 전에 사망했어야 했습니다만,이 녀석 덕분에 아직 살아 있습니다…….>

어떻게 알긴.

예전에 다 말해 줬으니까 알지.

“뭐,그냥.”

이럴 땐 뱉어 놓고 얼버무리는 게 최고다.

알아서 상상하게 만드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

“다른 부분까지 전반적으로 갈아 끼운 것 같은데?”

상체는 절반 이상.

하체의 상당수도 차가운 금속과 특수 섬유로 짜여 있다.

“저는……

선장이 말을 이었다.

“세상이 바뀔 때까지 살아남을 생각입니다. 버티기 위해서 몸을

바꿔 왔습니다.”

세월과 과로에,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문득 브람이 떠올랐다.

몸을 바꿔 끼우는 일은 본능적인 부분에서 거부감을 수반한다.

그걸 적극적으로 행하는 자들은 삶에서 바라는 것이 자기 바깥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의,라든지……

“가지.”

아비도니아 항구는 세로로 무척 길어서,가도 가도 양옆에 정박한 배들이 나왔다.

- 우우웅

그 사이로 짐을 하역하는 거대한 크레인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꽤나 빠른 속도로 커다란 선박에 실린 짐들을 정확히 실어 나른다.

“저런 크레인 같은 건 고객님의 수준에 유치해 보이시겠지만……

[기계공학 Lv.3!]

[기계 분석을 자동 발동합니다…….]

[공학 레벨이 부족합니다.]

[현재 수준으로는 기초 구조밖에 추측할 수 없습니다.]

‘아니,모르겠는데.’

물론 자기가 장착한 인공 심장의 연식까지 알아보는 듯 굴었으니까, 당연한 반응이긴 하지만.

넥스몬드가 말을 이었다.

“제가 어릴 때는 저런 건 꿈조차 꾸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직접 짐을 나르다 다칠 때가 많았지요. 저도 그런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아주 작은 배를 사고, 몇 번의 무역을 성공시키고… 다시

큰 배를 사고……

넥스몬드가 감회에 젖는다.

저렇게 말하지만 절대 간단하지 않을 일이었을 거다.

막일로 배를 사다니.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때 였다.

“아저씨!”

선박용 밧줄에서 실밥 푸는 일에 몰두하던 소년들이 어둠 속에서도 넥스몬드를 알아보고 달려왔다.

“선장님! 오셨어요?”

“항해는 잘 하셨어요?”

“재밌는 얘기 해주세요!”

마르고 꼬질꼬질한 아이들이 선장을 둘러쌌다.

넥스몬드는 손에서 동전을 꺼내 정확히 하나씩 그들의 손바닥 위에 을려 줬다.

“조금 있다가 돌아오마. 지금은 중요한 손님이 함께 있어서.”

“네!”

아이들을 뒤로 물리고 넥스몬드가 다시 나를 안내한다.

“아는 사이인가?”

“저도 저런 아이였으니까요.”

어릴 때는 막일조차 구할 수 없어 항구에서 소매치기나 하며 살아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우우웅…….

하역용 크레인들이 움직이는 사이 공간으로.

[짓밟힐 필요가 어디 있는가?]

[권좌에서 미신을 끌어내어 즉각 처형하라!]

[특권 없는 세상으로!]

비교적 제국에서 가까운 항구이기 때문인 걸까.

‘누굴 보라고 써 놓은 건지.’

곳곳에 신분제를 규탄하고 연합 체제의 우월성을 외치는 문구들이 내걸려 있었다.

하지만 증기선에 무연탄을 싣고 작은 궤짝들을 들고 나르는 항구의 일꾼들은 제국의 시민들보다 딱히 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걸친 옷도,표정도,그들의 식사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합니다.]

커다란 표어를 흘끗 바라봤다.

나와 같은 마물이 저기 포함되지 않는 건 물론이고,인간들도 사실 그리 평등해 보이지 않지만.

조금 당황스럽다.

아까 봤던 소년들이 떠올랐다.

슬라임이 사재私財를 털어 풍족히 운영하던 보육원이 낫지 않은가.

그늘 하나 없이 맑은 웃음을 짓던 보육원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항구에서 경매장으로 더 가까이

갈수록 병사들은 촘촘히 서 있다.

얼굴을 드러낸 부두 노동자들은 경비대에게 검문을 당하거나 아예 통행을 제지당했지만,투구를 쓰고 있어도 넥스몬드와 함께하는 나를 검문하려는 병사는 없었다.

부유해 보이는 인간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그런 인간들이 갈 만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거리의 풍경이,점점 달라진다.

“…실망하셨습니까?”

상인답게 무척 눈치가 빠르다.

잠시 망설이다 토로했다.

“그냥,제국과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여서. 평등과 자유를 이야기하는 동네치고는 조금 비루하지 않나.”

내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우리를 숭고하게 만드는 이상이,명예롭게 품은 희망이……. 본성과 맞닥뜨리면 결국 극복하려던 현실보다도 자주 더 참혹한 결과를 낳곤 하죠.”

“하지만 이상을 품은 것과 품지도 않은 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한 발자국 차이라고 해도 앞으로 걸어갈 희망이 있는 쪽과 없는 쪽은 분명히 다르죠.”

확신이 담긴 목소리지만,어쩐지 스스로를 세뇌하듯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현실을 미화하거나 은폐하려 들지도 않는데 트집을 잡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경매장에 입장할 때도 까다로운 검사가 있었지만, 아예 리스트에 있는 건지 넥스몬드를 막는 병사는 없었다.

“자유의 영사… 넥스몬드 님. 호위와 함께 참석.”

그렇게 곧장 통과했다.

경매장에 들어가는 입구는 불편한

사이의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않게 해 주기 위해서인지 좁은 입구가 여러 개 있었는데, 탁 트인 안쪽은 무척 넓었다.

부두에서 둘러본 노동자들이나, 밧줄에서 실밥을 떼던 꼬질꼬질한 아이들과는 다른 인간들이 경매장 안에 가득했다.

옷값에만 얼마를 들였을지 짐작이 가지 않을 만큼 갖춰 입은 사람들이 세련된 드레스는 기본이고,색색의 보석 장신구,고급스런 스트랩에 크리스탈이 을을히 박힌 구두까지 신고 반짝이는 눈으로 경매장에서 웃음 짓고 있었다.

돈도 많지 싶다.

저 부를 어떻게 다 이룩한 건지.

제국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상당히 더 경박해 보이는 느낌조차 있고.

어쨌거나.

굳이 여기까지 온 게 저런 자들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목적은 하나.

치고 빠진다.

그 여자는 어디 있는 걸까.

주위를 계속 둘러봤다.

어떤 사람들은 파티에 참석하는

것처럼 해적이나 광대 복장을 하고 서로 낄낄거리기도 했고,깔끔하게 연미복을 차려입기도 했다.

“일단 술부터 먹이는군요.”

넥스몬드가 사람들이 돈을 지르게 만들기 위함이라며 설명했다.

“제철 과일로 만든 칵테일입니다!”

“30년 포르트 와인입니다! 농익은 오크향이 풍기는 달콤한 주정 강화 와인입니다. 부드러운 바닐라향과 목넘김도 꼭 느껴 보세요.”

각종 술과 간단한 안주가 쟁반에 받쳐져 경매장을 빙빙 돌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술에 취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눈치만 보고 있던 사람들끼리 볼에 입을 맞추고 팔짱을 끼기도 했다.

음주를 북돋으려는 것처럼 음악이 연주됐고,경매장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춤을 추는 무희들도 있었다.

'너무 요행을 바란 걸까?’

크렉소르 가문이 주최하는 제법 중요한 경매 같은데.

야망이 넘쳐 보이는 인간이어서 행사라는 행사는 다 끼지 않을까 생각했다.

틀린 추측이었을지도 모른다.

애매한데.

계속 미련을 버릴 수 없는 건, 사실 직감 때문이다.

있을 거라는 왠지 모를 믿음.

처음에는 눈으로만 훑어보다가, 아예 넥스몬드와 떨어져서 경매장 곳곳을 한 바퀴 차분히 돌아봤다.

변장에 가깝게 차려입은 인간들도 종종 있었기에 한 명 한 명을 모두 주의 깊게 살폈다.

하지만 정말 안 보인다.

기척을 죽이고 돌아다녔지만.

넥스몬드도 곧 내가 뭘 하려는지 알아채고 은근히 물어온다.

“찾는 게 있으십니까?”

“글쎄… 좀……

말해 버릴까.

하지만 몰래 열쇠만 홈치겠다는 계획을 털어놓는 것도 사실 조금 부끄럽긴 하다.

“그런데 볼수록… 이곳 부자들은 오히려 제국보다 더 화려한데.”

나는 괜히 말을 돌렸다.

“그건 말입니다……

정말 궁금한 건 그게 아니라는 걸 안다는 눈빛을 하면서도,선장은 조곤조곤 설명을 시작했다.

제국 귀족들은 신분 그 자체로서

명백히 하층민과 구분된다.

후작 가문의 사람이 남루한 옷을 입고 있다 하여 백작이나 자작들이 감히 넘볼 수 없다.

하지만 자유 연합에서도 유서 깊은 가문은 있으되,명시되고 명백하게 구분 짓는 계단은 없기에 상류층은 자신의 부를 훨씬 더 전투적으로 과시한다.

최고급 의류.

더 커다란 보석.

장인의 신발.

단골 리스트에 등재된 고객들에게 한 시즌 먼저 파는 신상 컬렉션.

공작도, 후작도,백작도,자작도.

공식적인 신분제가 없는 연합에는 대신 부의 크기와 디테일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있다.

“무엇보다, 동방입니다.”

“동방……?”

“예. 연합의 부유층들은 자신들이 못 가진〈유서 깊은〉가치를 애써 찾으니까요. 그게 돈이 됩니다.”

“그러니까, 말씀하신 〈진짜〉에의 길을 뚫는다면 그건 제 입장에서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가치가 되죠.”

“O으”

그런 뒷사정은 몰랐는데.

선장의 말처럼, 여기서 누구보다 시선을 받는 건 동양풍의 비단옷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붉은 비단 위에 새들이 푸른 실로 수놓아진 옷을 입은 여자.

검은색 비단에 발아래에서부터 번지듯 하얀색 꽃이 피어을라 오는 수가 놓인 옷을 입은 여자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좌중의 뜨거운 시선을 받는다.

“〈흑색 유류품〉은 보셨나요? 동방 가면극의 묘미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워요. 연출자를 바꿔 보라고 건의해야겠어요.”

“맞아요. 그레이비 연출은 정말 최악이라니까? 전부 다 애정관계로 왜곡해서,죽음의 승리로 끝나는 느낌이 안 든다니까? 어휴, 정말 생각만 해도 열 받는다니까.”

문득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푸른 바탕에 큰 올빼미 얼굴이 그려진 부채를 흔들며 숨을 내쉬었다.

“하아,동방의 장인이 만든 부채로 일으키는 바람은 역시 달콤하네요.”

- 좌륵!

검은 비단옷을 입은 여자가 하얀

바탕에 희미하게 먹구름이 그려진 부채를 펼쳤다.

주르륵 펴지는 부채를 본 순간.

붉은 옷을 입은 여자의 눈이 크게 부릅떠 졌다.

“그건… 수묵… 화……?”

“호호호……

검은 옷의 여자가 부채로 귓가에 살랑살랑 바람을 불어넣었다.

뭘 하는 걸까.

부채로 귀에 바람을 넣으며 몸을 움찔거리는 모습이 기괴하다.

무슨 깊은 병에 걸린 게 아닐까.

놀랍게도.

분위기를 휘어잡은 수묵화 부채의 여자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어머나,넥스몬드 선장님이시네? 별일 없으셨죠? 동방에는 또 언제 가실 계획이세요? 어떤 신비롭고 아름다운 물건을 구해 오실지……

넥스몬드가 접대용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죄송합니다만 당분간 항해를 조금 쉴 생각입니다.”

“정말요? 아쉬워라……. 선장님만큼 동방을 안전하게 다녀오시는 분도 없는데……. 그런데 제가 실례했네요.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실까요?”

“잠깐만.”

문득 대화를 끊고 끼어들었다.

슬슬 참기가 힘들다.

“당신, 혹시 카린 크렉소르라고 알고 있나?”

눈앞의 여자는 제법 영향력 있는 인간처럼 보인다.

역시 높은 신분인 카린을 알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린의 이름을 듣자마자 여자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하하……

입맛이 뚝 떨어진 표정을 지으며 여자가 엉거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 사람을… 찾으시는구나……

뭐 하나는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상대는 대답도 없이 사라졌다.

“뭐야……?”

넥스몬드에게 물어볼까 싶었지만.

녀석도 어깨를 으쓱하는 사이에, 어느새 경매가 시작된다.

“귀빈 여러분! 크렉소르 가문에서 주최하는 특별 경매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늘의 경매 테마는 역시 동방!”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동방에서 온 진귀한 상품들이 선택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과연 누가 오늘의 승리자가 될지?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긴 머리의 여자가 그려진 그림, 사람이 불타는 지옥을 그린 그림, 요괴가 그려진 병풍,청동 조각상, 도자기,잘 만들어진 갑옷, 명검이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열광하고,천정부지로 가격이 을라갔지만 지루할 뿐이다.

‘괜히 왔나.’

검이나 갑옷은 넘쳐나고,그림은

애초에 관심이 없다.

약간의 주술적인 기운이 감도는 작품도 굳이 가지고 다닐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그만 일어날까 싶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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