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377화 (377/458)

460화 눈먼 달,지는 꽃 (37)

초롱너울이 요괴 이백여덟 마리를 그림자로 만들었다.

나는 위에서 검뢰를 날리고.

초롱너울은 아래에서 그림자들과 요괴를 쓸어가고 있었다.

순조롭다.

하지만.

그림자들의 숫자는 묘하게도 계속 정체된 상태였다.

“이제 더 안 늘리나?”

“뭐어? 아이고. 이 정도면 웬만한 백귀야행의 두 배를 훌쩍 넘어요!”

초롱너울이 허공에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니,말이 좋아서 백귀야행이지, 꼬맹이들 서른 정도 모아서 데리고 다니면서 나 대요大妖 누구누구요, 무슨무슨 산의 주인이요,그렇게 거드럭거리는 것들이 널렸는데……. 본녀가 지금 그 다섯 배는 넘었어! 여기서 더 통솔하라고?”

아무래도 한계인 건가.

하지만 마음이 급했다.

“인간들을 더 빨리 구해야 한다.

레안드로도 도와줘야 하고……

1초라도 빨리 바람숲의 요괴들을 전멸시키면 넉넉히 인간 서른 명은 더 살아날 거다.

아홉 요괴에게 둘러싸여 있던 레안드로가 떠오른다.

‘절대… 무리야.’

아무리 녀석이라도.

기적으로 해결될 게 있고.

안 될 게 있다.

“더 강해질 방법이 없을까?”

걱정스러웠다.

억지라도 부려 보고 싶은 심정으로 초롱너울을 채근했다.

불꽃이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그럼 네가 직접 그림자들을 이끌어 보는 게 어떨까?”

“내가? 할 수 있나?”

깜짝 놀랐다.

거의 희망 없이 한 이야기였는데 초롱너울이 흔쾌히 답한 것이다.

“그럼. 너에게 묶인 이상 이들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너다. 요령만 조금 깨달으면 어렵지 않지. 다만 그러러면 잠시 군대를 멈춰야 하는데 괜찮겠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멈춘 시간 동안 인간들을 도울 수 없겠지만.

어차피 도박을 걸어야 한다.

‘이 정도의 군세로는 어렵지.’

전력은 상승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상대가 안 된다.

이 속도로 인간들을 모두 구해도 레안드로는 이미 죽어 있을 확률도 높은 데다가.

아니라고 해도.

그를 농락하고 있을 아홉 요괴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결심했다.

“…해 보지.”

예정된 실패를 맞이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으니까.

초롱너울이 어쩐지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방긋 웃었다.

“후후,좋아. 내가 이제 통제권을 놓고 잇는 역할만 할 테니,저들을 움직이는 힘은 전부 네가 줘 봐. 자,여기야……

이백 마리의 그림자가 멈추고.

- 파륵.

초록색 불꽃이 내 뻣속으로 작게 스며든다.

영혼의 특정한 부위를 손끝으로 살살 긁는 것 같은 감각.

“이건……

“그래,거기 힘을 주면 돼. 거기를 움직이는 거야. 잘하고 있어……

써 본 적 없는 낯선 힘이지만.

그 감각을 초롱너울이 계속해서 자극해 주는 탓에 집중하지 않는 게 오히려 어려웠다.

“어차피 너에게 묶여서 움직이던 녀석들이라는 걸 계속 의식하면서 집중해라……

- 크르…….

그림자 하나.

- 크르르…" 그림자 셋.

- 파드드득!! 그림자 아홉.

- 위이이잉……! 위잉!

그림자 스물둘.

“좋아,금방 되겠는데r

이십 분도 지나지 않아서.

이백의 그림자가 모두 내 명령에 따라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자!”

그림자의 숫자는,삼백으로.

“이야……. 넌 정말 말도 안 되는 녀석이야.”

사백으로 늘었고.

“이게… 혹시나 했는데… 이게……. 정말 된다고?”

팔백에서.

“흐흐… 도대체 어떠한… 그릇을 가지고 계신 겁니까?”

순식간에 천으로 늘었다.

“요괴들의 왕이여… 크흐흐……

그림자들은 요괴를 죽이고.

죽은 정수는 온전히 다시 그림자로 일어나서 요괴를 죽인다.

그 순환에 그림자 군단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이천이 넘는 그림자들.

내 말 한마디에 절대적인 복종을 바친다.

쌓아온 인연 따위는 없다.

끈적한 유대 따위도 있을 리 없다. 이익으로써 설득한 것도.

계시를 보여 매혹시킨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끈다거나 조종하는 차원조차도 훌쩍 넘어서서.

이 요괴들 모두가.

나의 일부로서 심겨 있다.

그들이 보고 듣는 걸 모두 내가 알 수 있었고.

누굴 공격하고,공격하지 않고.

내 팔다리를 움직이듯 세밀하고 자유로운 조종이 가능하다.

수많은 군령群靈들을 받아들여서, 그들과 일체가 된다.

감각도. 역량도.

나 자신이라는 경계를 훌쩍 넘는 압도적인 고양감이 일었다.

그림자가 오백을 넘어선 시점에서, 인간들의 희생은 거의 없었다.

‘목표는 달성인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인간이 살아남았다.

“숲 밖으로 도망쳐라.”

그림자가 된 무수한 요괴 무리를 이끄는 모습을 두려워하며 인간들은

곳곳으로 흩어졌다.

인간들은 모두 두렵고,두려워서, 사랑하는 이의 시신조차 수습하지 않고 덜덜 떨며 도주했다.

“후후후… 신의 위엄에 인간들이 도망가는군요.”

“나를 신이라고 부르는 인간들은 이제 없는 것 같은데.”

“신이라도 종류는 다양하니까요. 존경과 믿음뿐만 아니라,공포나 절망도 신이 받을 중요한 양식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다음 목적지로 행차하시지요……. 크크크……. 이런, 벌써 우둔한 무리가 제 목숨을 바치러 오고 있군요.”

언제부터인가 녀석의 말투와 태도가

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 * *

[먹어라.]

명령과 함께 이천이백의 그림자가 다섯 요괴를 덮었다.

“마". 말도 안 돼……

다섯 요괴는 사냥꾼으로서 자신을 잊었다.

절망감이 그들을 휩쓸었다.

밟으면 죽는 인간의 무리일지라도

저 정도 군세는 부담스러운데.

덮쳐 오는 그림자는 이천이 넘는 요괴의 군세.

승산은 없다.

이 자리는 완벽한 그들의 덫.

그나마 얼어붙지 않은 건 오랜 세월 쌓아 올린 대요로서의 격 덕분이지만.

“…도망친다.”

그림자들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사방에서 그들을 덮쳤다.

물론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 서걱!

무수한 그림자 병사들 중에 다섯 요괴의 공격을 한 번이라도 버틸 녀석들은 없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생명을 낱알처럼 수확해 온 공포의 주인들.

그림자라 할지라도 액운의 주먹에 짓이겨 너덜너덜해지고.

영靈을 베는 칼날에 잘려 나간다.

그럼에도 하나가 사라진 자리를 순식간에 둘이 메우고,옆과 뒤를 대기하고 있던 여섯이 둘러싼다.

게다가 베이고 으스러진 그림자는 마치 어딘가에서 다시 생성되는 듯,

유린하려 달려드는 군세의 규모는 조금도 줄어드는 기색이 없다.

이대로라면 지구전.

‘그건……

조금의 승산도 없다.

“안 돼! 잠깐 협력이다! 어둠빛! 가운데로 들어가라! 모두 원진으로 녀석을 보호해! 광선을 준비해라!”

“무슨… 너희를 어떻게 믿고……

“모두 다 여기서 죽을 생각이냐! 일단 길을 뚫고 북으로 도주한다. 다른 녀석들과 합류하면 도망치기 용이해지겠지……. 사냥은… 끝이다! 도망치자!”

삿갓바람이 냉정하게 선포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벨 만한 규모도 아니며.

재생 속도가 더 빠른 군세.

이대로라면,분명히.

‘먹혀 버린다.’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원초적인 공포가 돋아난다.

먹힘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

지극히 오랜만에 느끼기에 더없이 이질적인 그 공포가 다섯 요괴를 하나로 묶었다.

“...좋다.”

서로를 조금도 믿지 않는 그들이 서로 등을 기대고 조밀한 방어진을 만들었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들이 최소한의 소모만으로 모든 방위의 공격을 차단하며,시간을 벌어 주는 사이.

- 고오오오…….

가운데 선 거대한 해골이 입속에 암흑의 광선을 머금었다.

각기 다른 색의 거대한 두 안구가 흉흉하게 빛났다.

어두운 빛이 점점 커져만 간다.

네 요괴 모두 이 권능의 위력은 익히 알고 있다.

1초 사이에 생사가 몇 번 갈리는 실전에 사용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면.

이것만 완성한다면.

* * *

‘광역기 인가.’

나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네 요괴가 중앙의 거대한 해골을

필사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잘못하다간 정말 다 죽겠다는 걸 확실히 느낀 듯 뒤통수를 치려는 녀석조차도 없다.

애초에 그런 시도를 한다면 다른 녀석들이 가만두지 않겠지만.

해골의 두개골이 주위의 암흑을 모조리 빨아를이며 빠르게 커지기 시작한다.

‘일 분.’

“왕이시여… 저 힘은……

불꽃이 응응거린다.

대충 안다는 손짓을 했다.

한 번의 손짓으로 그림자 서넛을

해치우는 녀석인데.

일 분 넘게 준비하고 있는 기술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강할지 상상 하기는 어렵지 않다.

나는 그걸 그대로 방관한다.

이미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면서 느꼈다.

‘되겠군.’

[상대의 정신 방벽이 낮아졌습니다.]

[특전: 언데드 사령관이 발동됩니다.]

[종족: 해골을 상대로 카리스마가 절대적인 능력을 발휘합니다.]

[지배력이 발동됩니다.]

사실은,이미 진행 중이다.

이천이 넘는 요괴가 나와 엮이고, 나에게 심어지면서,격이 한층 더 올라가서 그럴지도 모르고.

녀석이 이 기술에 모든 정신력을 모으면서 정신적인 방어가 내려간 탓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지금은… 먹힌다.

- 고오오오오……!

3분 30초.

암흑이 강하게 공명하며 해골의 두 눈이 검게 물들었다.

‘지금이군.’

거대한 해골이 앞을 향해 어둠의

광선을 쏘아내기 직전.

나는 녀석에게 명령했다.

“돌아라.”

타깃은 물론 정해져 있다.

- 쿠콰콰콰

0.3초만 방심하면 죽는 전장에서,

네 마리 요괴가 3분 30초 동안 시간을 벌어 주며 모은 엄청난 힘의 광선이 폭발하며,바로 그 시간을 벌어 준 네 요괴에게 쏟아졌다.

“크아아아아악……!!”

- 콰콰콰과.라.쾌.돠]

“크허허어억……. 이런 미친……!”

전혀 예상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얼토당토않게 뒤에서 공격을 맞은 요괴들은 그 강한 요력의 방어마저 완전히 뚫리고, 몸의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나간 채로 경악에 떨었다.

“이… 끄아... 서… 설마… 이런

상황에서 배신을……!”

순식간에 전력의 절반 이상을 날린 궤멸적인 타격.

“아니……! 그게 아니라……!”

내 지배력에서 순간적으로 다시 정신을 되찾은 어둠빛이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무… 무슨 일이 있어도 네놈만은 내가 짓이겨 놓고 가겠다!”

격렬한 배신감과 절망감에 눈이 완전히 돌아간 네 요괴는 일제히 거대 해골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어쩔 테냐?〉

다시 녀석에게 지배력을 행사해서 사념을 보낸다.

이번에는 아예 반항도 하지 않고 순순히 지배를 받아들인다.

〈대체 무슨 짓을……. 항복하겠소! 도와주시오!>

어둠빛의 사념이 머릿속으로 바로 전해진다.

〈그럼 나와 함께 싸워라.〉

녀석에게도 어차피 방법은 없다. 지금 상황에서 뭐라고 해명해 봤자 씨알도 먹힐 리가 없다.

〈으… 으으……. 알겠소!>

- 과광!

몸의 절반이 날아간 채 공격하는 네 요괴를 어둠빛이 난도질당하며 버티는 사이.

〈가라.〉

하늘에서 옆을 돌던 군단의 정예를 아래로 쏟아부었다.

왕꽃게도,너구리도 모두 훌륭한 정예의 일원이다.

죽인 요괴들 가운데서 가장 강한 마흔 마리 요괴의 시커먼 그림자가 사투 중인 네 녀석에게 각각 열씩

달라붙었다.

“이런 귀찮은……!”

그들의 그림자만큼은 네 요괴도 쉽사리 베지 못했다.

그들은 주름살의 흉악한 손아귀에 잡히고 나서도 꿈틀대며 저항했고, 삿갓바람이 휘두르는 귀검鬼劍에도 겉만 베이고 훌쩍 물러났다.

!휘이이이잉

“어딜.”

- 번쩍! 콰콰광!

차륜전에 지친 적들이 힘을 모아 큰 기술을 준비하면 곧바로 내가 검뢰를 날려 견제했다.

마흔의 그림자 친위대는 나름대로 엄선한 녀석들.

하나도 아까웠기에 함부로 죽게 할 수 없었다.

“흐윽……! 크으윽… 막내야……

- 스르륵.

애초에 결과는 정해져 있는 싸움. 잠시 후 두 자매가 한 명씩 차례로

쓰러졌다.

초롱너울은 곧바로 그들에 다가가 커다랗게 입을 벌렸다.

“후후후… 맛있군요. 반만 남은 몸이 다시 처음부터 반이 날아가,영과 육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꽤나 힘들 었겠지요. 수하로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크크… 저물녘 그년이 이걸 알면 대체 얼마나 분할지… 크하하하 !”

이들은 묶여 있지 않다.

이천의 요괴들 가운데 은은히 빛나는 녀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요괴들의 혼을 내게 심고, 묶을 수 있는 초롱너울이 함께하는

이상 정수 흡수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들의 힘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사역하는 게 최상이다.

- 두근!

두 자매를.

- 두근!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광역기가 없는 탓에 수백의

그림자에 둘러싸여 찢긴 주름살 요괴를.

- 두근!

빠르게 도망치려다 결국 검뢰에 맞아 죽은 삿갓바람을 끌어당긴다.

그림자로 다시 태어난 삿갓바람이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녀석의 영안靈眼과 귀검鬼劍은, 이제 내 힘이다.

“좋군……

상쾌했다.

이천이백의 요괴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본령.

‘포식.’

그 충족에서 오는 만족감이 강한 기쁨으로 차오른다.

하지만.

금세 곧 다시 갈증이 차오른다.

‘방금… 먹었는데.’

어째서일까.

두려움에 대한 갈증.

사냥하고 싶은 갈증.

파열,절단,해체에 대한 갈증.

박피,삽관, 압착,흡수에 대하여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갈증.

범하는 갈증.

학살하는 갈증.

먹고,먹어서.

더욱 커지고 싶은 갈증.

머릿속으로 솔직하고 진한 갈증이 계속해서 흘러들어온다.

“어둠빛아.”

옆에 있던 초롱너울이 허공에서 거대한 해골을 부른다.

“어서 왕에게 길을 인도하지 않고 뭘 하느냐? 잔당들의 위치를 어서 고하거라.”

“예,예… 왕이시여.”

어둠빛이 내게 고개를 조아리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간다.

나머지 네 요괴는 레안드로를 잡고 있는 걸까?

‘하긴……

그 정도로 맛있는 인간이라면,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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