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393화 (393/458)

477화 주머니 속의 칼 (1)

一 띠링! [계승되었습니다.]

[47.14%…….] 기억이.

- 띠링! 띠링!

[〈달〉이 당신에게 묘한 친밀감을

느낍니다.]

[특전 활성화가 유지됩니다.]

사냥의 기억.

살육의 기억이.

배신과 망각의 기억이 내 의사 따위는 물어보지 않고 밀려든다.

- 띠링! 띠링! 띠링!

[‘숨결 개방’으로 용을 배신했던 신성神性을 물어뜯었습니다.]

[오랜만에 맛보는 신의 피 냄새에

남겨진 흔적들이 즐거워합니다.]

[용족과의 친화도가 상승합니다.]

‘…나는.’

요괴들의 외침. 수많은 비명.

울부짖던 인간. 무너지는 도시들.

폐허. 폐허. 폐허…….

一 띠링! 띠링!

[용족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세계에 남은 용의 흔적을 알아볼

확률이 상승합니다.]

익숙하다.

눈앞에 펼쳐진 반투명한 글자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 지겨운 풍경.

허공에 계속 떠 있던 글자들이 위로 밀려나고.

[감정 중....]

[조건을 충족합니다.]

[시나리오를 활성화합니다.]

[A-급 시나리오, ‘카린 크렉소르’가

열립니다.]

반투명한 상태창 너머로 여자가 몸을 돌려 걸어 나간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받은 시점.

다시 죽었고.

이번 회귀의 분기점은 여기다.

나는.

- 띠링! 띠링! 띠링

[카린을 크렉소르 가문의 첫 번째

상속자로 만드십시오.]

[그녀를 자유 연합 의회의 의장으로 만드십시오.]

[보상: ???]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외면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지겨웠다.

반복되는 실패.

휘둘리는 정신이.

벌써 몇 번이나 회귀를 반복했는지 모른다.

열 번?

스무 번?

그렇게 계속 힘을 쌓으면서도.

정작 알맹이는.

내면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그때그때 눈앞에 던져진 알기 쉬운 선택지만 잡아 왔다.

돌이켜보면.

방향도 중심도 잡지 못하는 표류.

초롱너울이라는 자극이.

요괴들의 무리라는 자극이.

시나리오라는 자극이 던져지면 그저 하나하나 허겁지겁 반응하기 바빴다.

그때그때 주어지는 힘과 자극에

취해서 전락해 갔다.

아이작과 나냐우가 흡수당하고.

레나가 세계에서 도려져 나가고. 제국에 있는 자들에게 어떤 위협이 가해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동방까지 함께 와 준 레안드로를 베었다.

‘…언제나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판단하지 못하고.

휘둘려 자신을 잃어버리고.

누군가의 희생과 결국은 죽음으로 끝나는 결말.

동방이 특별히 나빴던 건 아니다.

비슷한 종막.

바뀐 것은 없다.

물론,바뀐 것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참혹하게 마음을 흔든다.

‘언제까지… 반복하겠다는 거지?’

이 똑같은 여정을.

같은 실수를.

절망으로 온몸이 무겁다.

- 또각. 또각. 또각…….

카린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지만 잡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끊임없이 들려왔던 요괴들의 목소리.

계속 떠오르는 상태창.

그것들이 증오스러웠다.

거기에 휩쓸리는 스스로는 더더욱 증오스러웠다.

‘끝이야.’

가벼운 결정도 누군가의 조언을 얻어야 하고.

상태창을 뒤져 보는 자신에 대한 지독한 환멸이 을라왔다.

나 스스로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이건 아니야.’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던 소음을.

목소리와 메시지를 모두 한 번에 터트리는 것처럼.

‘휘둘리지… 않아.’

마음속에 결심이 선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

스스로 멈추기를 원할 때 멈추는.

온전한 자신이어야 한다.

무리 지은 요괴들의 힘에.

자기만 따라오라면서 쉬운 답을 보여 주는 초롱너울에게 휘둘렸다.

혼자 동방에서 싸울 자신이 없어

후작에게 의지했다.

애초에.

애슈턴의 안배라고 짐작되는 것에 완전히 의지했다.

시나리오에 맹목적으로 의지하고 따라가기만 했다.

저번 삶뿐만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의구심조차 갖지 않고.

스스로 하나하나 깊게 생각해 보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때그때 따라가기에 바빴다.

인형사의 꼭두각시처럼.

애슈턴에 의해 움직여 왔다.

그 인도를 따라가며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강해진 게,아니야.’

어쩌면.

루비아를 처음 만날 때 한밤중의 무덤 에서보다.

정신적으로는 훨씬 더 나태하고 나약해진 게 아닐까.

그때는 적어도 끊임없이 모든 걸 의심하고 스스로 판단해 보려고는 했었으니까.

눈앞에 던져진 자극을 하나둘 쫓다 보면 그때그때 힘이 강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전부,잃어버릴 수 있는 힘이지.’

이미 황실 비역에서.

내가 가진 능력은 한 번 모조리 빨려들어 갔다.

회귀하고 나면 사라질 힘.

혹은 빼앗길 수 있는 힘.

진정한 힘은.

세계에 대한 나 스스로의 고유한 이해에서만 나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 능력을 모두 빼앗아 갔던 자들.

아이작과 나냐우를 세계에서 아예

사라지게 만든 존재들.

그런 게 진짜 힘이겠지.

‘지금 공작의 몸에 빙의한 녀석도 같은 일당이겠지.’

비역에 있던 녀석들과 같은 힘을 사용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도대체 뭐 하는 자들이지?’

그들이 홉수한 아이작과 레나는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진 걸까.

비역의 플라스크에 봉인되어 있던 인간들은 용사가 맞을까?

그 시기에 동방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비역에 나타난 자들은.

공작은 그 싸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

연속되는 의문 속에서.

한참 동안 고민하던 나는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아는 게 없군.’

정말 뭘 아는 게 없었다.

스무 번에 가까운 회귀를 거치고도.

정작 세계의 진실에 대해서 정말 아는 게 없었다.

‘레안드로를 보고 일찍 죽는다고

비웃었지만……

나도 오래 살아 봤자 제국과 연합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는 시기 즈음 항상 죽어 버렸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오래 살아남았던 것은 모든 삶을 통틀어 가장 약한 시기.

첫 번째 삶.

서큐버스님과 함께 던전에서 살다 용사에게 살해당한 시기다.

그 뒤로는 계속 힘은 강해졌어도,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첫 번째 삶과 비교할 수도 없이 짧은 주기만을 반복했던 것이다.

‘버티자.’

계속 떠오르는 상태창을 무시했다.

반투명한 푸른 상태창.

저절로 떠오르는 이 글자들은 몹시 명료하고 편리하다.

하지만 여기 익숙해지면 모든 걸 의지하게 된다.

상태창이 보여 주지 않는 진실에는 눈을 뜰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상대를.

상황을 내 온전한 힘으로는 볼 수 없게 되어 버려서.

정신은 쇠퇴하고.

판단은 흐려진다.

상태 창이란.

내게 세계의 진실을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걸 가리는 푸른 구름일지도 몰랐다.

‘…비역에서도 그랬지.’

아이작을 구슬로 적출한 존재들은 상태창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런 위험성을 가진 상태창에만 의존하며 정신을 녹슬게 할 수는 없었다.

활용하는 건 좋지만.

더 이상은 그 무엇에도 휩쓸리지 않는다.

‘일단은……

조심스럽게 버티고,버티자.

세계의 흐름과 진실을 내가 직접 목격 하자.

‘움직이지 않아.’

필연적으로 적극적으로 끼어들어 활동해야 하는 시나리오에는 잠시 관심을 꺼둔다.

세상의 그늘에 깊이 숨어 있겠다.

버티고,또 버틴다.

첫 번째 삶에서도 20년을 살았지만, 평범한 해골병사기에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극히 적었다.

‘지금이라면 다르지.’

버티고 버티다 20년 뒤의 세상만 알아보고 죽어도 손해는 아니다.

전혀 몰랐던 것들이 보일 테고.

‘…다 잊어버리자.’

제국도, 연합도,동방도.

루비아도,기스-제•■•라이도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세상에 주는 영향을 없애면 애초에 눈에 띄는 일도 없겠지.

‘할 수 있어.’

버티는 게 어려울 이유가 없다.

식량이 필요한 것도.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수련이나 할까.’

그것도 안전한 선택지다.

후작이 보여 줬던 힘을 떠을렸다.

‘죽인 줄 알았는데……:

초월자가 되어 온 녀석의 모습이 생생하다.

‘정말 대단했지.’

그걸 떠올리며 20년을 수련하면 뭔가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은둔과 수련.

‘나쁘지 않군.’

이번 삶의 목표를 정했을 때였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곁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분,걸음이 무척 느릿하군요. 아무래도 붙잡아 주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익숙한 얼굴.

다가온 넥스몬드 선장이 카린을 바라보며 내게 말을 걸었다.

“됐어.”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이번 삶은 은둔이다.

저런 여자와 얽히는 일은 없다.

목소리가 너무 컸던 걸까?

여자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뒤를

돌아봤다.

“됐… 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필요 없다.”

시선이 꽤 저릿저릿하지만.

시나리오의 지시대로 의회 놀이에 어울려 줄 생각은 없다.

“저기요!”

뒤를 돌아본 여자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쪽한테 사실 관심 없었거든요?”

“나도.”

!”

여자가 뺨이라도 맞은 표정으로 이마에 핏줄을 세운다.

“경매장에서 눈에 띄는 짓을 해서 말이나 한번 걸어 봤을 뿐이라고요! 조그마한 재능이라도 품어 줄 만큼 본인의 가슴이 넓은 것뿐이에요! 그런 호의를 가진 사람에게 그렇게 예의 없게 굴어야 해요? 다 들리게 필요 없어가 뭐예요! 정말……!”

말을 섞는 것도 자제하자.

외부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니까.

“이봐요! 어떻게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나요?”

“상처받은 것 같은데……

넥스몬드가 작게 속삭였지만.

“하… 상처는 누가 상처를 받았다고! 이런 말 하는 것도 싫고 어이없네요. 진짜 자존심 상하네. 이쯤 할래요. 나는 가요!”

A-급 시나리오의 주인공.

카린 크렉소르는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사라졌다.

물론.

잡을 생각은 전혀 없다.

잠시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보던 넥스몬드가 말을 꺼냈다.

“이제 동방으로 가시는 겁니까?”

어쩔까.

넥스몬드를 데려오긴 했지만.

굳이 동방으로 갈 생각은 없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숨어 있는 게 이번 생의 목표니까.

어쨌거나.

일단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레안드로 후작은 잘 있나?”

레안드로 폰 바티엔느.

제국 대상조.

내 설득을 믿고 동방으로 따라와,

예상외로 끝까지 내게 신의를 지킨 인간이다.

녀석이 아니었다면.

요괴들의 목소리에 휩쓸린 채로 동방에서 수십 년을.

어쩌면 그 이상을 소음에 매몰된 상태로 수백 년을 지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증상은 점점 심해지기만 했겠지.

그런 녀석에게 내가 저지른 일은 악업밖에 없다.

‘•••두 팔을 베어냈지.’

그것도 나 대신 대요들과 싸우며 시간을 벌어 줬을 때의 일.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움푹움푹 마음이 찔린다.

그러나.

결국 이 세계선에서는 없었던 일.

‘원한 같은 건 당연히 없겠지.’

보고 싶었다.

다시 한번 마주하고 싶었다.

설령 무언가 감정이 남아서 나를 원망하더라도.

그 기분 나쁜 차가운 표정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넥스몬드 선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물었다.

“레안드로… 그게 누굽니까?”

그게 누구냐니.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 걸까?

혹시.

제국에 체제를 뒤엎으려는 조직의 일원이기에.

제국의 후작에게 협조하는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일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주위에 엿듣는 기척은 없으니까. 그자가 제국의 관내후이자 대상조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넥스몬드 정도의 걸물이.

밀무역에 종사하면서 제국의 법을 수호하는 대상조를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정체를 아는 티도 이미 냈었는데. 지금 뭘 하는 거지.’

하지만 넥스몬드의 표정은 점점 더 알쏭달쏭해지기만 할 뿐이다.

“대상조는 이미 오래전 사문화된 지위가 아닙니까……? 제국 전역에 대한 공소권과 재판권을 한 명이 가진다니… 말도 안 되는 지위죠. 제국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그렇긴 하지만……

어떤 개인을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다.

넥스몬드는

대상조라는 직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었다.

“대상조가… 없다고?”

이건 연기 따위가 아니다.

“그렇습니다. 사라진 지 스무 해가 넘었습니다만……

- 팟!

더 이상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기억을 되새겼다.

레안드로와 선원들이 묵고 있는

숙소를 향해 달려갔다.

같은 도시.

같은 풍경이지만.

넥스몬드의 말이 머리에서 맴돌며 기이한 위화감을 만든다.

‘대상조가 없다니……

전력으로 질주한 덕에 머지않아 숙소에 도착했다.

꽤 호화로운 숙소다.

대욕실. 식당. 바. 상점.

세탁실과 주방까지 모두 돌면서 샅샅이 뒤져 봤다.

주변을 빙빙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레안드로는 어디에도 없다.

익숙한 얼굴의 갑판장까지 붙잡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함께 온 남자라니요? 처음부터 혼자 오셨습니다만.”

분명히 여기 묵었는데.

사라졌다.

‘어째서……

“왜 그러십니까?”

뒤따라 달려온 넥스몬드가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물었다.

자초지종을 모르겠다는 듯.

갸웃한 표정을 짓는 넥스몬드를 바라봤다.

더 확인해 보자.

“푸른 사자… 기사단은 잘 있나?”

“푸른 사자 기사단… 아,한때는 이름 있는 기사단이었지만 지금은 귀족 자제에게 작위나 주는 곳으로 전락해 버린 무리지요. 잘 있다고 물어보시면… 뭐라고 해야 할지.”

이것까지.

바뀌어 있다.

푸른 사자 기사단은 레안드로가 통솔하기 전까지 그런 집단이었다.

“…제국의 검주는 몇 명이지?”

“검주라면,셋. 사실상 2명입니다. 2검주는 종적을 감추고 나타나지 않은 지 오래니까,활동 중인 건 제국제일검인 로랑스 타르티에와 크웨르티뿐이죠.”

여기서조차 언급되지 않는다. 메슥거리는 어지러움이 덮쳐 온다.

- 달그락!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확실해.’

바뀌었다.

레안드로 폰 바티엔느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선으로.

‘대체… 어째서……?’

아이작과 나냐우처럼 세계로부터 흡수당해 버린 건가?

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다.

비역의 존재들이나.

빙의된 공작과 만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강해져서, 결국 요괴들과의 연결을 끊어내고 나를 죽인 게 바로 그 녀석.

갑작스레 세계에서 사라지는 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뭐가… 달라진 거지?’

지난 삶에서 한 거라고는 동방에 데려간 것뿐인데.

뭔가 잘못된 걸까.

‘어쩌지.’

고민에 빠졌다.

여기서 동방으로 간다면 요괴들의 상태를 다시 확인해 볼 수 있다.

안개 해역에 갇힌 유령선을 다시 구출해 줄 수 있다.

혹시 레안드로의 흔적이 동방에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험해.’

결론은 이미 내린 상태다.

이번에는 최대한 위험을 무릅쓰지 않기로 했다.

유령선단을 구출하는 것도.

요괴들을 만나는 것도.

동방에서 혹시 모를 레안드로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모두 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일.

“선장.”

“말씀하시지요.”

…동방으로의 항해는 취소다.”

“예?”

당황하는 기색.

동방으로의 황금 항로를 안다고 섭외해 놓고 갑자기 이런 말이라니 그럴만하지.

물론 지금 넥스몬드를 바로 버릴 생각은 없다.

이 남자의.

쓸모라면 얼마든지 있다.

“대신……

- 스륵.

나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곳에서.

도깨비들의 보물창고에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서.

발에 치이던 것들을.

하지만.

넥스몬드 선장이 찾아 헤맨 ‘진짜’ 동방의 사치품 따위를 훌쩍 넘어선 ‘유물’들을 커다란 자루에 수북이 담아서 건네주며 말했다.

“이거 한 자루 주지. 그… 안전한 장소를 구해 줘. 최소한 30년쯤은 아무도 못 찾고,아무도 안 올 만한 은신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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