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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431화 (431/458)

515화 신이 원하는 것 (13)

웨어울프가 꼬리를 흔들다니.

당황스러웠다.

맨손으로 강철도 우그러뜨릴 수 있는 녀석들이 흥흥거리는 콧소리까지 내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저 녀석들은……

저렇게 애교를 부리면서도.

콜로세움에 뿌려진 약품 때문에 내가 있는 쪽에는 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 쿵!

나는 녀석들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거의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늑대들이 털북숭이 꼬리를 흔들었다.

몸을 돌려 배까지 드러내는 녀석이 있다.

가까이 다가와서 머리를 비비는가 하면.

네발을 버둥거리기까지 한다.

웨어울프가 아니라 늑대로마저도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무슨 짓을 한 거냐.’

고개를 돌려 달을 바라봤지만.

달은 저번처럼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진 상태.

그때 였다.

- TZTZ 1= 드....

■ — ■ — ■ ■디

늑대 한 마리의 몸이 인간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네발로 서 있던 상태에서,두 발로 서더니 골격이 갖춰지기 시작하고, 손과 발이 나타났다.

아직 온몸은 윤기 나는 털로 덮여 있는 상태였다. 늑대는 어쩐지 부끄 러운 표정을 짓더니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위대한 달의 신관님,참혹한 처지 에서 구해 주신 은총에 정말 감사 드리오.”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으로 변한 늑대는 한참 동안 감사의 인사를 계속해서 읊었다.

“심지어 신관님 덕분에 더 강해지기 까지 했지. 온몸에 충만한 이달의 힘이라니! 무슨 수를 써서든 이 은혜를 꼭 갚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소?”

예상 못 한 반응은 아니다. 고블린들도 은혜 운운하긴 했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 녀석들은 달의 힘으로 자신이 구원받았다고 생각하고.

신앙이 급격히 증폭된 건 결국 내 힘으로 돌아온다.

숨이 끊길 때까지 달 숭배 신앙을 가지고 있을 건 당연한 이야기.

‘무한 신앙 공급기가 따로 없지.’ 그것도 달과 적성이 맞는 몹시

양질의 신앙이 들어온다.

전혀 녀석들을 위해서 움직인 게 아니라서 머쓱한 기분이 든다.

애초에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회귀를 반복하면서도 이 녀석들을 한 번도 구해 준 적이 없다.

지금까지 다른 사육장이 있었나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녀석들을 강하게 만들어 준 것도 달의 힘이다.

‘뭔가 계산기를 두드리던데.’

실질적으로 내가 한 일은 그냥 중간에 낀 것밖에 없다.

“은혜를 갚을 방법을 말해 주시오.”

그런 무뚝뚝한 말투로 꼬리 흔들지 말아 줬으면 하지만.

“완전히 갚을 때까지 우리 사이는 끝난 게 아니오. 따라가서 도와드릴까? 뭐든 하겠소이다.”

고개를 저었다.

쓸모없는 녀석들은 아니겠지만.

괜히 내 앞에서 이 녀석들이 죽는 다면 기껏 살린 의미가 없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 너희들이 살고 싶은 곳으로 가라.”

“우리들이 살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지 좋다. 너희가 결정하는 거지.”

그들의 결정이라고 해도 당연히 장소는 한정되어 있다.

멀리 보이는 동부 산맥의 깊은 골짜기.

울창한 삼림 정도가 이 녀석들이 가질 수 있는 선택지다.

전쟁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인간의 지배는 견고하니까.

당연히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는 없다. 녀석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지,흘끗 저 멀리 산맥을 바라본다.

“크흐음…. 그럼 우리의 마을을 영원히 달의 영토라고 생각하겠소이다.”

“알았어.”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늑대들은 자신들이 향할 장소를 대략적으로 설명하고,그동안 열심히 신앙을 전파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결연한 눈빛과 으르렁거리는 이빨을 보니 어떤 식으로 신앙을 전파할지 두려워진다.

“평화롭게,평화롭게 전파하자.”

웨어울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직립 전투 형태로 변한 녀석들의 머리는 딱 타이탄에 탑승한 상태로 쓰다듬기 좋은 위치에 있다.

“크르르…. 평화롭게…. 평화"롭게…. 이해했소.”

웨어울프들이 주먹을 쥐었다.

‘전혀 이해 못 한 거 같은데.’

오우거라도 전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더 이상 묻지 않고 보냈다.

늑대들이 떠난 극장에 차가운 밤바 람이 불었다.

‘저 녀석들은 일단 됐고.’

마법사의 시체에 다가갔다.

머리 없는 시체는 아직 굳지 않아 말랑말랑했다.

‘신경 쓰이는 녀석이란 말이지.’

一 철컥.

타이탄에서 내리고 마법사의 시체를 뒤졌다. 주머니에서 몇 개의 금화가 나왔다. 깊은 품을 뒤지자 지도가 나왔다.

‘흐음.’

커다란 제국 전도 곳곳에 검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동그라미는 주로 동부 산맥을 따라서 띄엄띄엄 그려져 있었는데,그 가운데 두 곳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여기는……

한 곳은 내가 거쳐왔던 고블린 부락.

다른 한 곳은 네크론 회원들에게

페어리들이 있다고 들은 곳이다.

두 지점의 공통점은 명백했다.

‘사육장 지도인가?’

마법사와 지도를 번갈아 살폈다.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혹시 이 녀석이 사육장 총괄일지도 모르겠군.’

머리를 잡고 부숴 버리긴 했지만 목은 멀쩡히 남아 있다.

피를 대충 닦아내고 목을 살폈다.

‘각인이 없잖아?’

자세히 봐도 마찬가지였다.

피가 닦여 드러난 하얀 목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했다.

옷을 벗겨 샅샅히 뒤졌지만 마찬가지 였다.

사육장 총괄이라면 보티스의 고위 사제일 텐데.

몸에서 각인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상하군.’

팔다리를 샅샅이 뒤졌지만 비브리오와 연락하는 단검 따위도 없다.

대신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작은 수첩 하나와.

품 안에서 천이 싸인 불투명한 수정구가 하나 나올 뿐.

‘괜히 건드리진 말아야지.’

상당한 실력을 가진 마법사의 물품 이다.

용도도 모르고 건드렸다가 괜히 뭔가가 소환되거나 어딘가 연락이 갈지 모른다.

수첩과 수정구를 인벤토리에 수닙한 뒤.

이번에는 차분히 땅을 살폈다.

네크론 회원들을 묻을 때,순간적 으로 보티스의 기운이 느껴졌던 장소다.

무시하고 넘어가긴 힘들었다.

‘탐지.’

여러 차례 이동해 가며 꼼꼼히 살폈지만.

아무리 봐도 더 이상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더 할 수 있는 건 없겠군.’

관객석 아래나.

극장 어디를 둘러봐도 아예 보티스의 결계나 제단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애초에 그런 용도로 쓰였던 곳이 아니었으며.

마법사가 잡아온 웨어울프들을 임시로 학대하던 곳.

막 만들어진 곳에 불과해 보였다.

대충 정리를 끝내고,나는 페어리 사육장으로 향했다.

지도의 다른 지점들과 비슷하게.

페어리 사육장은 동부 산맥 깊은 곳에 위치했다.

인간을 피해서 깊은 곳으로 들어왔을 텐데.

깊은 산맥까지 끝끝내 쫓아올 만한 가장 악질적인 무리에게 당해 가장 끔찍한 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필연을 알면서도 도망쳐야 했을 페어리들을 생각하니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 *

네크론이 운영하는 페어리 사육장은 깊은 계곡에 있었다.

- 과과과과과……!

짐승의 목구멍처럼 생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점차 거대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떨어지는 물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지도,유쾌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계곡을 두들기는 물소리는,

- 까아악!

오직 페어리들의 높은 비명 소리를 묻어 버리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 같았다.

탐지로 한쪽을 샅샅이 훑었다.

꽤나 짓궂고,지독히도 장난을 좋아하고,가끔은 인간들을 펑펑 울리고,재산을 훼손시키고,무척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페어리들은 약하다.

몸 어디 한군데만 잡히면 평범한 인간에게서도 도망갈 수 없다.

날개는 있지만.

도리어 그 날개를 잡히는 순간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들이 커다란 우리에 갇혀서,

- 끼히히이이익! 꺄하아아악!

세상을 부수고 싶어지게 만드는 비명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인간들은 자신을 페어리의 우리 속에 함께 가두고,그들의 민감한 날개를 손으로 바스락거리고 못을 박아 괴롭히고 있었다.

저런 행위가 저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물줄기의 폭음 속에서.

바깥에 있는 녀석들의 뒤편까지 접근한 나는 인간들의 머리통을 전부 증발시켰다.

페어리들은 우리 속에서 비참할 정도의 힘의 차이를 느꼈지만.

- 콰직.

나는 그 우리를 가볍게 부숴 버리고, 안에 있는 녀석들을 살해한다.

생을 반복하며 수많은 것을 접해 온 탓일까.

점점 더 무언가가 느껴진다.

숨을 쉬지 않지만 질식을 이해할 수 있고.

눈물은 없지만 흐느낌을 위로할 수 있고,

통각이 없지만 비명에 분노할 수 있다.

나는 점차 이들과 포개어진다.

“으극…. 으그그극…!”

네크론 회원들의 단말마는 짧았다.

‘이런.’

생각해 보니 달의 힘을 쓰지 않았다. 우리 안에 들어가 있어 쓰기 좀

곤란한 상황이기도 했다.

‘이득은 못 보겠군.’

못이 박힌 녀석들과 목이 묶인

녀석들을 하나하나 풀어 줬다.

“이제 너희들은 자유다.”

혹시나 하고 웨어울프들을 풀어 줄

때와 같은 대사를 했지만.

역시 상황이 상황이라서인지 달빛 같은 건 환해지지 않았다.

애초에 너무 낮이기도 했다.

나는 기대를 버리기로 하고 그들을 바라봤다.

- 파드드득…….

페어리들이 주위를 빙빙 돌았다.

요란하게 폭포만 떨어지고 있었을 뿐.

어쩐지 흐릿해져 있던 주변의 풍경이 선명한 색을 되찾았다.

-

- 토독.

페어리들이 만들어 내는 날갯짓에 꽃들이 고개를 들고.

바람이 줄기를 휘감자 녹색이 또렷해 졌다.

‘페어리의 힘이… 꽃을 피워 내는 거였나.’

토지가 비옥해지는 건 아니다.

아무런 영양가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구할 가치는 중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우리에 갇혀 있을 때는 메마르고 황량했던 풍경이 지금은 각각의 다채로움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저 난폭하게 튀어 오르던 물방울도 지금은 하나하나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페어리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걸 주위에 나눠 주고 있었다.

세상이 달콤해진다.

‘으음.’

확실히 이거라면,인간들이 페어리 에게 왜 그렇게 번번이 골탕을 먹고 번번이 홀리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었다.

한참 동안 제멋대로 주위를 돌던 페어리들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그래.”

〈저희를 구해 주신 목적이 뭐예요?〉

〈페어리 가루?〉

〈그건 더 못 만들어요!〉

〈안 만들 거야!〉

녀석들이 옹알거린다.

‘마약이었던가.’

요정의 가루.

싸구려 조합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품질의 환각제다.

감각이 확장되어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고.

생각하는 속도가 두 배나 빨라진다.

복용할수록 급속도로 점점 많은 양을 요구하는 다른 마약들에 비해,동일한 양으로 같은 효과를 오랫동안 볼 수 있으며.

계속 복용할 경우 어느 순간 스스로 횟수를 줄이게 되므로 천사의 마약 이라고 불린다.

네크론에서 페어리들을 가둔 목적일 거다.

〈갇혀 있으면 재미없어서 못 만들어!〉

〈절대! 절대 못 만들어!>

하지만 녀석들의 말대로.

주위에는 반짝이는 그 황금빛 가루는 한 톨도 보이지 않는다.

‘뭐,관심도 없지만.’

“목적이라……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달의 신을 믿어라.”

〈엥? 달의 신이요?>

“그래,달의 신. 베트라스라고 하는 녀석을 믿으면서 기도하도록.”

하지만 즉각 반발이 돌아온다.

〈그게 뭐야!〉

〈이상해!〉

〈완전 웃긴 이름인걸!〉

〈베트라스래. 말 같지도 않아.〉

“•••싫냐?”

녀석이 들으면 상처받을 것 같다. 낮인 게 다행이다.

〈기도라는 건 이상해요.〉

〈달의 신은 더 이상하고.〉

〈승배는 원래 이상한 거야.〉

〈재밌을 수도 있지만.>

〈꽃의 신은 없나?>

‘꽃의 신이라.’

동방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잠들었다던 미리별.

하지만 만나지도 못한 녀석을 위해 기도하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때 였다.

〈차라리 너를 위해 기도할래요!〉

“그게 대체 뭔……

무심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키키,당황했다!〉

〈당황했네,당황했어.〉

〈당신을 위해 기도할래요! 우리를 구해 준 건 당신이니까!〉

〈히히. 신난다.〉

〈기도하자!>

〈기되〉

〈이제부터 네가 우리 신이에요.〉

〈기도하면 뭘 들어주나?>

〈기도라는 건 원래 안 들어주는 거야. 기도가 뭘 들어주면 일 대신 다들 기도를 하겠지.〉

〈그러네?〉

나를 신으로 섬긴다,라.

단순한 농담일지는 몰라도 당황 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런 게 효과가 있을까?

달의 신앙이 퍼졌던 건 곧바로 힘의 변화가 느껴졌는데.

어쨌거나.

페어리들은 재미없고 싫어하는 걸 하느니 자해해서 죽어 버리는 녀석들 이다.

당연히 억지로 달을 믿으라고 시킬 수는 없다.

“마음대로 해라.”

〈안 그래도 마음대로 할 건데!〉

〈마음대로 하라고 해서 거꾸로 하기 싫어질 줄 알았다면 잘못 생각한 거예요! 왜냐면 우린 그런 계략에 영향받지 않으니까!〉

〈히히 히!>

대체 무슨 사고방식인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알았어,알았어. 편한 곳에 가서 잘 살아라.”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이 끝없이 재잘대며 여기 저기로 흩어져 갔다.

아무리 페어리들이라도.

자신들이 고문당했던 현장에 계속 남아 있기는 싫을 테니까.

나는 혼자 남아 사육장을 천천히 살폈다.

‘여긴… 확실히 오랫동안 쓰인 제단이군.’

비명을 묻어 주는 폭포가 있어서일까.

원형 극장과 다르게.

고블린 부락과 비교해도 훨씬 유서 깊게 사육장으로 사용된 장소인 것 같았다.

작은 페어리들이 갇혀 있던 거대한 우리 아래쪽마다 빼곡하게 보티스의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

‘계곡 전체가 제단이군.’

- 철벅!

마왕의 기운이 느껴졌다.

폭포 아래로 들어가자,바로 안쪽에 좌리를 튼 뱀의 석상이 보였다.

그리고 뱀의 심장에 예의 그 새까만 비늘이 박혀 있었다.

‘여기 있는 건 꽤 크잖아?’

처음 봤던 것보다 네 배 정도 비늘이 넓다.

‘말을 걸어 볼까.’

타이탄에서 내려서 앞에 섰다.

저 너머에 있는 건 비브리오.

보티스의 대제사장.

이대로 지나치긴 아깝다.

계속 정체를 기만하며,늦춰지는 마왕 강림 등에 대해서 의견을 물어볼 수도 있다. 내 활동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는지 힌트를 흘릴 가능성이 있으니까.

아니면 그냥 사육장 세 채 전부 털고 몰살시켰다고 말해 줄까. 각인을 새긴 부하들이 이만큼이나 죽었으니 어차피 알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박박 긁어서 약 올리면 꽤 개운한

기분일 것 같다.

고민에 빠져 있는 순간이었다.

〈아주. 잘했다.〉

비늘 위에 글자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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