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435화 (435/458)

519화 신이 원하는 것 (17)

〈구속마법 감지됨.>

〈변이마법 감지됨.〉

마력이 덮쳐온다. 오베론과의 완벽한 동조로 시간을 몇 배나 느리게 감각 하기 시작했는데도,마력은 옆에서 솟아오르는 것처럼 빠르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데서리가 보아왔던 수많은 시체는 뭐가 일어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데서리 바티엔느/오베론은 생각한다.

‘0.2 초.’

타이탄의 안팎.

심지어 중앙에까지 새겨진 대마법진을 생각하면 공격의 감내는 가능하다. 하지만 기체에 대미지를 누적시키는 것은 어리석다.

- 우우웅!

사방에서 감싸오는 마력에 염동력이 반발한다. 하지만 마력을 밀쳐내려던 염동력 그 자체가 즉시 ‘변이’ 되어 버린다.

- 파직!

염력 자체가 거울이 되어 산산히 깨져 나간다. 본체에 손상은 없었지만, 데서리 바티엔느는 섬뜩함을 느꼈다.

‘에너지 자체를 변환시키다니.’ 목숨에 미련은 없다.

수도에서부터 모든 걸 내려놓았다.

하지만,짧은 만남이었어도 많은 걸 느끼게 해준 등 뒤의 여자를 지키고 싶었다.

자신이 여기서 쓰러지면 그녀는 어떻게 될까?

오래도록 지켜 주고 싶었지만.

‘여기서 죽는다.’

불가능하다면 동귀어진이 목표.

〈필사의 결의,받아들였다.〉

〈부작용은…….>

‘말할 필요 없어.’

〈신경계 일체화 가동.〉

머릿속이.

온몸의 신경이 지직거린다.

타이탄과 하나가 되는 섬뜩한 느낌.

증설되는 이질감이 신경을 유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건.

일체화가 풀릴 때의 고통과 비교 한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전신전뇌의 신경이 분리 되는 지옥.

그것을 각오하고一

〈일체화 완료. 염력 효율 350% 상승.

상시전개 가능.〉

〈’조종’ 개념 삭제.〉

〈’지연’ 개념 삭제.〉

〈검술 이식 완료.>

〈체술 이식 완료.>

- 지이이잉!

염동력이 폭주한다. 다른 타이탄의 거추장스러운 날개 따위나 공기의 분출이 없이도 타이탄 오베론은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다.

한정된 궤도로 날고, 곡예라고 해 봐야 머리를 치켜세운다거나,빠르게 강하하는 정도인 새의 비행과도 다르다.

오베론은 모든 방향으로,그 즉시.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다.

- 파앗!

‘시선’ 그 자체가 권능이지만.

- 솨아아아아아앗!

그 눈으로조차 쫓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면,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 퍼버버벅!

미스릴로 만들어진 오베론의 주먹이

추기경을 난타한다. 양옆에 주먹을 휘두르고,팔꿈치로 찍고,잡고 무릎을 배에 꽂고,다시 안면을 발로 강타 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기계가 사방에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무지막지한 폭력.

추기경이 바닥에 처박힌다.

얄팍한 잿빛 로브가 보풀처럼 뜯어 진다.

늙은 살갗은 날아가고,내장이 터져 입에서 피를 쏟는다.

온몸의 뼈는 부서져 신경을 유린하지만,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뇌가 튀어 나와 추기경은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분명,분명히.

그래야 했을 터였다.

“•••뭐야?”

시시각각 염동력으로 가속화되어 꽂히는 타이탄의 권풍.

모조리 사각에 꽂히고 뒤로 빠졌던 강렬한 공격의 연쇄를 맞은 추기경은,

- 뚜두둑.

작게 목을 돌리고,옷매무새를 정돈했다

저런 건 ‘치유’도 아니었고.

‘방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어떤 차원에서 일정 이하의 물리력은 무효화되어 버린 것이다.

데서리 바티엔느는, 얼음계곡을 흐르던 물처럼 차갑게 얼어붙었다. 저런 건 계속 피해를 누적시킨다고 어떻게 되는 게 아니다. 추기경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도 않고 버티고 서 있었다. 그가 버티고 선 자리의 얼음은 깨지지도 않았다.

잿빛추기경은 일견 단순한 광신도 처럼 보이지만,암계에 능했으며, 한 명의 성자로서도,지금까지 보여 줬다고 일컬어지는 기적이 많았다.

충분한 경계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로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추악한 배교자여.”

그레이시엄이 작게 읊조렸다.

추기경은 말투마저 달라져 있었다.

머리를 감싸고 있던 로브는 완전히

걷어붙이고,이마에 달린 두 개의 눈은 거울의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사악한 승배의 근원을 제거하라고 신께서 내리신 힘이오,이로써 나 그레이시엄은 스스로 모두를 깨우치는 계시가 되었느니라.”

“고작 마음이 썩은 배교자에게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느냐?”

“네 주먹은 지나가는 그림자요, 네 위세는 한낱 숨결에 지나지 않는다.”

“예메라께서 나를 축복하시거늘 누가 감히 나를 불의하다고 하느냐?”

- 고오오오

추기경이 서 있는 곳으로부터,주위의 얼음이 서서히 은빛으로 변해 갔다.

‘거울……?’

“지은 죄에 눌려 쓰러지거라.”

불투명하게 달빛을 난반사하던 얼음들은 티 없는 거울로 변했다. 계곡 전체가 사방에서 타이탄을 비췄다. 비뜰어진 거울 속에 비친 형상들이 타이탄을 노려봤다. 각자가 주먹을 쥐었다. 다리를 풀었다.

그리고.

- 과직.

거울 속에서.

- 과직.

- 콰지직.

“사형을 집행한다.”

- 과드드드드드득!

오베론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몸이 삐뜰빼뜰하지도,무너지고 있지도 어딘가 불완전하지도 않았다.

그것들은 일방적으로 잿빛추기경을 구타하던 타이탄 그 자체였다.

- 파아앗!

그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빨랐다. 마법이라고 한들,정작 추기경은 시선으로 쫓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저런 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거울 그 자체가 그곳에 비춘 걸 담아낸 것 같았다.

이건 추기경과 별개의 권능이다.

데서리 바티엔느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추기경은 어떤 운반자에 불과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 파각!

첫 번째 ‘자신’이 먹이는 깔끔한 발차기를 흘려보내기 위해서,데서리 바티엔느는 거의 얼음 바닥을 구르 다시피 해야 했다.

‘염력을 운용하고 있어.’

그것까지 복제되어 있다. 한 번의 격돌로 충분했다. 전투 경험이 하루 이틀 쌓인 건 아니다. 판단은 명확히 내려졌다.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따져 볼 필요도 없었다.

당장 거울 속에서 뛰쳐나온 오베론만 해도 열 기가 넘었다.

거기에 더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지만.

절대로 도망갈 수는 없다.

- 타타타탓!

그 사이에도 서너 차례의 주먹이 덮쳐왔다. 그 가운데 몇 명은 성녀를

확보하려는 건지 뒤쪽으로 가려고 했다.

“안 돼!”

소리를 지르며 그쪽으로 달려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 쿠구구구구궁!

거대한 소리를 내며, 계곡의 일부가 하늘로 높게 솟아올랐다. 그 아래의 암반이 무언가에 끌려서 위로 솟아 오른 것 같았다. 무수한 파편으로 거울이 부서졌다. 얼음에서 아예 거울이 되어 버린 계곡이 달빛을

폭주하듯 반사시켰다. 너무 밝아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버린 달빛에 거꾸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폭발하는 달의 광휘 속에서 거울은 아무것도 비추지 못했다.

‘이게 대체……/

〈복제품이 기동을 정지.〉

〈투영投影이 복제와 기동으로 조건으로 파악됨.>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으나.

一 철컥.

칼을 꺼내 들었다.

이런 천우신조의 기회가 언제 주어 질지 모른다.

무수히 춤추는 거울들이 다시 바닥에 떨어지고,빛이 가라앉으면,상황은 끝난다.

‘주먹이 안 된다면……

- 고오오오오…….

검기를 한 점에 집중시킨다.

지금까지처럼 자유자재의 움직임을

보일 수는 없다.

그런 식의 공격은 먹히지 않는다.

모든 염동력을 사용해 증폭한 가속의 가속으로.

하나의 선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한 점에 그 힘을 집중시켜 뚫는다.

‘찌르기.’

데서리 바티엔느/오베론이 만들 수 있는 최강의 공격.

〈궤적계산 완료.〉

음성이 울려 퍼지건, 일체화된 신경망은 이미 서서히 가라앉아가는 빛 사이로 추기경의 목을 포착하고 있었다.

〈성공 확률… 15% 이하.〉

알고 있다.

염력을 딛고 움직인다.

상대는 멀다.

한 번에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자유롭게 움직이며 짧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달려가서 베는 선의

공격과도 다르다.

점에 집중된 힘으로 적을 꿰어야 한다.

적은 그 ‘점’만 피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달려가는 자신의 궤적은 노골적인 직선.

공격을 당할 위험조차도 크다.

하지만.

‘한다.’

그녀와 추기경 사이에 깨끗한 하나의 선이 그어진다.

- 파앗!

출발하자마자,

〈아니… 이건 을바르다!〉

음속으로 공기를 가르는 오베론의 장갑이 온전히 제 피부로써 느껴질 때.

〈성공확률 상승…….>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오베론의 놀라움에 찬 외침과 함께,

<99.98%.>

모든 검기를 집중시킨 오베론의 칼끝이 음속으로 추기경의 경추를 뚫었다. 소형이라고 해도 타이탄용 미스릴 도검이었다. 거대한 칼날은 목을 뚫고,측두골과 쇄골까지 부숴 버리며 자루까지 박혀 들었다.

- 털썩.

목 부위가 완전히 소멸된 추기경의 머리가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칼의 굵기 때문에 아래턱이 전부

날아가 있어서,입을 벌리고 죽었는지 다물고 죽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무수히 깨져 흩날리던 거울 조각들도 그와 비슷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빛이 가라앉았다.

데서리 바티엔느는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의 복제품들도 털썩털썩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리고 곧바로 연기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염동력이 투과하지 못하는 파장이 역적을 둘러싸고 있었다.>

적은 움직이지 못한다는 확신.

무언가에 완전히 짓눌리고 있다는 감각.

마지막 순간 오베론과 데서리는 그 감각을 공유했다.

‘그래서… 갑자기 성공률이 폭증했던 건가.’

〈파악불가능한 조력의 존재.〉

‘그렇다면……

〈데서리 바티엔느에게 ‘신’의 존재를 제안한다.〉

데서리 바티엔느는 신경망 일체화를 해제하지 않고 얼음 위에 서 있었다.

해제가 늦을수록 고통은 커지겠지만. 이 순간 오베론과 함께 맛본 감각. 칼을 쥔 손끝에 묻었던 전율.

핏줄로 생생하게 스며든 아찔한 여운을 조금 더 유지하고 싶었다.

주위가 완전히 정리된 걸 확인한 뒤.

O O 으 ”

—L      一거 •

데서리 바티엔느는 천천히 신경

일체화를 풀어 갔다.

육체적인 고통 때문에 입술이 덜덜 떨리고,흰자위에 붉게 잔금이 가듯 혈관들이 돋아났지만 괴롭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전투 복기를 시작한다.〉

‘그러자고.’

통각이 없는 뇌의 일체화는 계속 유지되는 상태였다.

이런 전투라면 복기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

〈처음에는…….>

오베론에 기록된 전장의 변화가 머릿속에 펼쳐졌다.

〈그 이후…….>

뭔가 묘했다.

‘운이 좋았군.’

되새겨 볼수록 어마어마한 권능 이었다.

조금만 잘못됐더라면 자신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기묘한 조력 외에도,그녀의 목숨을 구한 건 하나 더 있었다.

‘경험이 부족했나.’

오베론의 탐지에 따르면 무언가가 추기경을 네 방향에서 짓누르고 있었다.

좌우,뒤,위에서.

하지만 딛고 있는 얼음을 깨거나.

가진 힘을 정면의 그녀에게 집중 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추기경은 당황하며 죽어 버렸다.

〈어마어마한 힘을 손엔 넣었지만, 지금까지도 단순히 학살만 해 왔을 뿐.〉

〈비등한 적과의 전투 경험이 전무 했던 것 같다.>

혹은.

새로운 권능을 손에 넣은 만큼.

그게 무언가에 밀려서 갇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패닉에 빠진 건지도 몰랐다.

〈이를 교훈으로 삼아,전투 복기를 더욱 성실히 할 것을 권유한다.>

‘옳은 말이지.’

〈또한 데서리 바티엔느는,더욱 강한 자들을 찾아 생사결에 힘쓰길 장려하겠다.>

‘그건 조금 생각해 보자고.’

이걸 정말 할비 팔커스가 만든 게 맞는 걸까?

방금 죽을 뻔한 파일럿에게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一 저벅.

데서리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나저나,이걸 어떻게 치워야 하지….’ 안에 있던 사람들을 보호해 준 기적의 방벽이지만.

좀처럼 처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 거대한 봉우리다.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 쿠구구구구구궁!

하늘 높이 솟아올랐던 봉우리가,

그 부분만 정확하게 다시 아래로 내려앉고 있었다.

“이런 맙소사.”

가라앉는 봉우리 너머로 환한 달빛을 받은 루비아가 보였다.

데서리는 기어이 달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신앙을 가져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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