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438화 (438/458)

522화 신이 원하는 것 (20)

밤이라서인지, 얼음 계곡 안이라서 인지, 아니면 목 없는 수도사의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기 때문인지 몰라도, 어른거리는 초록은 어쩐지 물 빠진 낮은 검정 같은 느낌이었다. 시체와 나 사이에 영롱한 달빛이 반짝인다. 왠지 달빛에 뒤덮여 흩어져 버릴 것 같아서, 조금 더 서둘러 시체에게 다가갔을 때였다.

〈역시…. 내 사제로군…. 정말 훌륭하다…. 이곳의 달빛에서 흔적을 읽어냈다…. 생각했던 것 이상의 전투력…. 흡족….〉

나는 모든 상황이 끝난 지금에서야 말을 거는 목소리에 짜증이 치솟았다.

“넌 어디서 뭘 하다 이제 나타난 거냐?”

몇 번이고 부를 때도 나타나지 않았다.

〈보다시파... 너는 아주 뛰어난 사제...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뭐 어째? 그런 걸 왜 네놈이 판단하냐!”

애초에 베트라스가 힘을 발휘했으면. 루비아가 위험에 처하지도 않았으리라.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개입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음…? 내가…. 판단할 수도…. 있지…. 그런다고 해서…. 어…. 그렇게 화내고 정색할 일인가….〉

달이 당황한 듯 항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그 뱀의 비늘도 공양하지 않지 않았느냐…. 그런 상태에서 내가 직접 쓸 수 있는 힘은 별로 없다….〉

그런 거였나.

“힘이 그렇게까지 없다고?”

〈직접적인 개입은…. 반드시 신성을 띤 제물이 있어야 한다. 제물을 바친다면 화끈하게 힘을 보여 주마….〉

‘뭐가 이렇게 뻔뻔하지?’

마치 제물을 맡겨 놓은 듯한 말투에 조금 기가 질렸지만, 어쨌거나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그런데 대답도 없이 뭘 하고 있었지?”

〈내가 힘을 내려 준 아이를 관찰 하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지…. 혹시 위기에 처하면 너를 얼른 부르려고 했다.〉

엿들은 루비아의 이야기에 나오던 바로 그 소녀.

루비아가 보호해 주었다던 그 일곱 살 소녀의 이야기인 것 같았다.

대외적으로 성녀로 알려진 루비아는 죽든 말든, 자기가 선택한 소녀만 챙긴다는 건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하는 게 기가 막혔지만, 문득 이 녀석의 쓸모가 떠올랐다.

‘둘은 함께 움직일 거라고 했는데.’

“그 소녀를 볼 수 있다는 거지?”

〈아직 힘이 극단적으로 제약된 상태라... 언제나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내가 가장 잘 볼 수 있는 건 그 아이다.〉

“그렇다면, 함께 있는 루비아라는 여자도 보이나?”

〈주변이므로…. 잘 보인다…. 둘이 함께 손을 잡고 가고 있군….〉

신성을 띤 제물을 받지 않으면, 직접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는 녀석이지만.

그런 쓸모라도 있기는 한 것 같다.

루비아가 위기에 처하면 베트라스에게 알려 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비아가 상처 입고, 피를 흘리고, 위기에 처한 걸 뻔히 알고도 참을 수 있을까?

내가 개입하면 위험해지는 상황에서도-

무작정 달려가 버리지는 않을까?

‘차라리 모르는 게 낫겠지.’

알려 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어차피 내가 아니라도, 베트라스가 함께 있는 제 성녀를 위해 도와줄 터.

약간 짜증이 났지만, 녀석의 힘을 강하게 만드는 게 루비아를 도와주는 간접적인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그 루비아라는 인간은… 너에게 무슨 의미인가?〉

‘정수 흡수.’

달빛 속에 중얼거리는 베트라스를 무시하고, 흡수를 시작했다.

[참회의 여신, 예메라의 교리 Lv.2(new!)를 흡수했습니다!]

- 뒤늦게라도 제정신이 들어 참회하며, 온몸의 피와 뇌수를 다 쏟아 뉘우쳐 참회하고 애원하거든…….

‘쓸데없군.’

하지만 이어서 흡수되는 스킬은 제법 흥미로웠다.

[이단판별 Lv.l을 흡수했습니다.]

[심문관에게 있어 이단의 판별은 몹시 중요한 과제입니다. 모래알 같은 수많은 영적 현상 속에서, 무엇이 마의 장난이며 무엇이 신령한 것인지 분별하는 것은 이단심문관의 가장 중요한 소양이라고 보아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상대의 신앙이 무엇을 향하는지 정확히 판별할 수 있습니다.] 그레이시엄은 이 능력을 사용해서 수많은 생명을 학살해 온 것이다.

‘그렇지만… 별로 나한테 쓸모는 없을 거 같은데?’

남의 신앙을 분별해서 뭐 한단 말인가?

게다가 붙은 설명을 살펴보니 Lv.l 수준에서는 가까이서가 아니면 거의 알 수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예메라를 믿는 동지들이라면 멀리서부터 그 올바른 믿음을 감지해 낼 수 있습니다.] 예메라의 신도라면 꽤 멀리서도 기척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무슨 부하 관리용 능력이라도 되는 걸까……

[참회 Lv.l을 흡수했습니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조차도 죄인들은 쉽게 뉘우치지 않습니다. 그들의 하잘것없는 영혼을 계도하기 위해 이단심문관은 참회를 강제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정신에 회개를 위한 참혹한 고통을 안겨 줍니다.]

[고통은 상대가 지금까지 지은 죄에 비하며, 죽거나 정신을 날려 버릴 수 있습니다.]

[감히 신을 대리해 행사하는 권능 이므로, 막대한 마력의 소모를 요구 합니다. 전투를 위한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기를 추천합니다.]

‘참회라.’

말이 참회지 그냥 고문용으로 딱 적합한 스킬인 것 같았다.

‘마력이야 많으니까… 써도 상관 없겠지만……

쓸 일이 많을지는 모르겠다.

슬슬 이 정도로 끝인지 그레이시엄의 시체에서 반짝이던 초록색 빛이 조금씩 사라져 갔다. 이제 빛이 사라진 시체였지만, 그냥 놓아둘 생각은 없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칠 수 없어.’

- 스륵.

시체를 샅샅히 뒤졌다.

내가 모르는 것.

뭔가 루비아에게 위험 요소가 될 만한 게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나를 그렇게 애타게 찾던 루비아 앞에 나타날 수 없다면, 지금 이 장소에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꼼꼼히 도와주고 싶었다.

‘루비아를 위해서……

물론 귀중한 유물 따위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왜 이리 아무것도 없어?’

이리저리 뒤져 보아도 딱히 무기나 귀중품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 털썩.

안주머니를 뒤적거리자 작은 교리집 하나가 떨어졌다.

‘이게 전부라니. 최소한 청렴하다는 말은 해 줄 수 있겠군.’

페이지를 하나씩 넘겨 보자 닳고 닳은 교리 페이지 사이, 세 번 접어 끼워진 커다란 지도 한 장이 있었다.

‘지도?’

대륙 전체를 나타낸 군사용 지도였다.

전부 펼친 뒤 살피자 한쪽 구석의 X 표시가 보였다. 지도 자체는 꽤 오래된 것이었지만, 그곳에 표시된 X는 최근에야 표시된 것 같은 느낌 이었다. 이곳에서 꽤나 떨어진 서부 사막.

‘그런데 이거… 좀 묘한데.’

사막을 살피며 사냥하던 기억을 되살렸다.

‘이 부근이라면.’

추측은 곧 확신으로 변했다.

좀처럼 잊기 어려운 기억이었기에 생생하게 떠올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 말투 이상한 거북이잖아?’

〈와들루스 궁금해요……. 이건 설마… 부패와 퇴폐……. 금기와 모독의 기운인 건가요……?> 하지만 단순히 말투가 이상한 것에 끝나지 않았다.

높고, 둥글고, 굵은 하나의 거대한 산. 직경 200미터를 훌쩍 넘는 거대한 모래의 산.

A랭크조차 한 번도 보지 못했었는데.

상태창에 무려 S랭크라고 표시됐던 거대한 괴수였다.

아이작의 말에 따르면 수수께끼의 신에게 길러지다가, 그 신이 사라져 버린 뒤 예메라에게 방치되었다는 존재.

‘대체 왜 그걸 지도에 표시해 놨지?’ 거북이 꼬리 부근의 신전 때문일까.

‘그것도 예메라의 신전이긴 했는데.’

하지만 신전에 보석 말고 다른 건 없었다.

광기에 사로잡혀 있긴 하지만, 물욕은 없어 보이는 추기경이 그런 것 때문에 지도에 표시를 해 놓을 것 같지는 않다.

와들루스와 무슨 관련이라도 있는 걸까?

‘신경 쓰이네.’

얼마 되지 않은 X 표시.

추기경은 죽기 전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건… 확인해 봐야지.’

여기서 할 마지막 일은 흔적 제거.

‘다시는 나타나지 마라.’

추기경의 시체를 근처 얼음까지 검기로 감싸 피 한 방울까지 깨끗이 증발시켜 버린 뒤, 나는 곧장 사막 으로 이동했다.

- 파앗!

예전에는 꽤나 이동하는 데 애를 먹던 지역이었지만, 산이나 사막 등의 지형을 무시하고 아예 허공을 날아 가듯 움직이자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인벤토리의 활용을 점점 정교하게 익혀가고 있는 이상 종일 하늘에 떠 있다거나, 날아가는 것 정도는 이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루비아는 무사할까.’

곧 동부 산맥에 잘 숨어 있을 거고, 그레이시엄도 사라졌으며, 곁에 데서리 바티엔느도 붙어 있긴 하지만.

달의 성녀라는 이름으로 이목을 끌어 버렸다.

‘당분간은 그래도 좀 조용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머릿속에서 생각을 떨쳐내고 한층 속도를 높였다.

- 슈우우웅!

까마득한 저편.

끝도 없이 이어진 거대한 모래언덕이 보였다.

‘바람에 휩쓸리지 않는 모래언덕….’

거북이 와들루스다.

나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녀석의 덩치라면 갑자기 순식간에 나를 덮치는 건 일도 아니 었다.

— 스르르륵......

가까이 접근했다.

모래에 덮인 지독한 존재감은 예전 보다도 오히려 지금이 한층 선명했다.

내 경지가 훌쩍 올라가서, 와들루스의 강함을 훨씬 더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깨울 필요 따윈 없어.’

한 번 다녀간 데다, 동상의 루-륨은 물론 참회료까지 다 털었던 적이 있다.

위치는 아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의미.

천천히 뒤로 돌아가며 추억에 잠겼다.

‘루비아가 모든 수수께끼를 맞춰 준 덕에 간신히 살았헜지.’

와들루스의 기척조차도 파악하지 못하던 시기.

지금보다 훨씬 약한 시절이었지만 아이작과 루비아와 함께 움직이던 그때가 그리웠다.

괜히 우울해지는 생각을 떨쳐 버리고 머릿속의 기억을 활용해 움직였다.

아이작이 세계에서 사라졌다면 내가 녀석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지도에 표시된 X는 정확히 예메라의 신전 지점에 있었고.

그쪽으로 다가갈 즈음이었다.

‘으음•…"?’

원래라면 아무도 없었던 곳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인간들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 열셋.’

나는 기척을 죽이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레이시엄에게 흡수한 능력으로, 그들이 예메라의 사제들 이라는 건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제대로 찾아왔군.’

안에 있는 녀석들에게서 느껴지는 힘의 크기도 범상치 않았다.

절대 평범한 신자나 흔한 사제 따위가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엿들었다.

모조리 때려눕히고 고문해서 정보를 캐낼 수도 있겠지만, 예메라의 신전에 늘어져 있던 자기 학대적인 고문 도구들을 생각하자 왠지 먹힐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화가 켜진 지 여섯 시간이 지났 습니다. 확실합니다.”

“하나 그 추기경께서 선종하셨다니 쉽게 믿기지 않습니다.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분이 아니셨습니까?”

나는 놀라서 몸이 굳어 버렸다.

‘그레이시엄이 죽은 걸 바로 알았 다고?’

여섯 시간 전이라면.

딱 데서리가 추기경을 죽였을 시간 이었다.

‘정보가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시체까지 완전히 소멸시켰지만 모여 있던 이들은 추기경이 죽은 즉시 그걸 알아차린 것이다.

‘이것도 예메라의 힘인가?’

여기에 내가 딱 맞춰 온 건, 이번 에는 분명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새로 발호한 사도의 무리가 어지 간한 게 아닌 거 같습니다. 우리가 예메라의 군대가 되어 모두 정화해야 합니다.”

“추기경께서 선종하셨으니, 그분에게 내렸던 신의 축복도 서서히 우리 주교들에게 홑어져 들어올 것입니다.”

‘이 자식들, 여기서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지?’

이곳으로 찾아온 게 새삼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기경의 힘이 이들에게 흩어진다면 모조리 쫓아다니면서 막는 건 훨씬 더 귀찮은 일이 되었을 게 뻔하다.

“모레까지 신수를 깨워서 이단 척결에 따르라고 지시를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말을 듣겠습니까?”

“추기경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이 신수는 일단 깨어난다면 반드시 충실히 지시를 따를 것이라고……

아무래도 와들루스를 건드리려는 것 같았다.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성흔이 트인 분들께서는 모두 이곳에 계신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지금도 추기경의 힘이 내려오고 계십니다. 다들 성흔이 더욱 뚜렷해지지 않았습니까?”

나는 조심스레 신전 안쪽으로 진입 해서 녀석들의 모습을 살폈다.

‘이게… 예메라의 〈성흔〉이라는 이야기인가.’

얼굴 표면은 물론, 동공까지도 다닥다닥 갈라져 있는 녀석, 척추 뒤쪽에 삐뚤삐뚤한 뿔이 솟아 있는 녀석, 몸 곳곳의 반점 부분이 안쪽의 혈관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녀석, 뒤꽁무니에서 거미줄이 돋아나 신전 기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녀석…….

‘확실히 눈에 띄긴 하는군.’

예메라의 취향이 어떤 건지는 감이 잡힐 것 같았다.

이대로 놔둔다면 곧바로 루비아를 공격하러 갈 게 뻔했다.

“이교도는 모조리 죽일 것입니다.” ‘더 이상 들어 줄 필요는 없겠지.’ 신전 기둥에 거꾸로 매달린 주교의 말이 끝난 뒤, 나는 주교들 절반을 범위에 넣고 인벤토리를 휘둘렀다. 넓지 않은 신전에서는 바람도 불지 않았다. 그대로 인벤토리는 곡선을 그리며 주교 일곱 명을 도륙 냈다. 투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피와 내장이 바닥에 쏟아졌다.

“으아아악!”

남은 여섯 명은 깜짝 놀라 뒤로 주저앉거나, 후들거리며 벽에 손을 짚었다. 예메라의 동상 옆에 바싹 붙거나, 품에서 황급히 성물을 꺼내 앞으로 내밀며 허둥거리는 자들도 있었다. 완전한 허세는 아니었다.

과연 성흔이란 걸 받은 영향인 건지, 평범한 인간이라면 산 채로 태우거나 얼려 버릴 만한 신기가 성물에서 뿜어져 나왔다.

“너, 너는, 누, 누구냐!”

“이교도?”

가볍게 휘두른 공격에 예메라의 축성이 걸려 있던 성물들이 모조리 깨져서 나뒹굴었다. 그 너머로 주교들의 손이 잘리고, 가슴이, 허리가 잘려 나가며 피가 터져 나갔다.

‘시간이 더 지났으면 강해졌다는 거 겠지.’

일찍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10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모조리 시체가 된 녀석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순간.

기묘한 위화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추기경은 왜 지도에 X 표시를 해 놓은 거지?’

녀석의 품에는 향후의 계획을 적어 놓은 일지 따위도 없이, 그저 교리집과 마치 ‘여기를 봐라’라는 것처럼 X 표시를 해 놓은 지도 한 장만이 들어 있었을 뿐이었다.

지도를 발견한 순간에는 꼭 가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빠르게 움직였고.

모여 있던 주교들을 발견한 순간에는 몹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모두 척살했다.

그게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으니까.

“ 흐음••••••

나는 머리를 짚고 생각에 잠겼다.

와들루스를 깨우라는 지시도 기묘한 감이 있었다.

‘수수께끼를 못 풀면 다 죽이는 녀석일 텐데.’

아무리 예메라에게 맡겨졌다고 해도, 정말 이 하찮은 주교들 말을 와들루스가 그리 순순히 들었을까?

‘뭔가 걸려.’

고개를 갸웃거린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