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452화 (452/458)

536화 신이 원하는 것 (34)

〈후후.... 고맙다. 오랜만이니 적자를 감수하고 대활약해 주지…. 저런 것들도 신이라고 설치는 꼴이 끔찍하니 말이다….〉

- 크득. 크득. 크득. 크드드득.

땅이 부서지고 깨지며 울부짖는다. 단단한 지층이 휘어지고 끊어지는 소리가 온 세상을 가득 메우는 진동을 일으킨다.

‘약해지지는 않았군.’

한동안 사용하지 않기는 했고, 전쟁도 진행되었지만, 베트라스의 힘은 마지막보다에 썼을 때보다 두 배는 강해졌다.

‘그만큼 성녀가 활약해 준 건가.’

믿을 수는 없지만, 베트라스가 정말 적자를 감수하고 힘을 쏟아붓는 것일지도 모른다.

- 고오오오…….

몸 안에서 무한한 마력이 도는 것과 동시에 베트라스의 권능을 그대로

밀어붙인다.

- 콰콰콰과과광!

달빛이 폭주하며 사방을 휘저었다. 지층이 뒤집히지만, 피해 범위는 지진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밀하다.

이미 인력을 극도로 날카롭게 다듬어, 보티스의 각인만 추출해 낸 적까지 있다. 원하는 것만 땅속에 파묻는 것 정도야 간단하다.

- 콰광! 콰광! 콰광!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며 난동을 부리던 것들이 휘말려들어 간다. 땅이 부서지는 것만이 아니다. 베트라스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듯, 영체화되어 떠도는 그림자들까지 벌어진 땅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이, 이제 살았어.”

주위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현상에, 두려움에 다리도 눈도 풀려 있던 인간들이 눈물을 흘리며 손을 잡고 꼭 끌어안았다. 두려움과 절망이 녹아서 눈물로 흘러내렸다.

“우리 딸, 아빠 알아보겠니?”

“엄마, 달이 빛나고 있네……

“달이야……

“우리는 안 다쳤어.”

“살았어…. 하하…. 살았어….”

“멍멍! 멍멍멍멍!”

짐승들도 더이상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듯이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투명한 액체만 뱉어내고 껍데기로 쓰러졌던 인간들이 다시 살아날 수는 없었지만.

구름이 만들어 내는 주파수에 홀려 이지를 잃었던 인간들은 조금씩 정신을 되찾기 시작했다.

땅 자체는 갈라지고 무너졌다. 그러나 평야는 역설적으로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멀리까지 밀려나 있던 일리엔의 사제들은 땅속으로 빨려가는 검은 그림자들을 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저게… 말로만 듣던 그 달빛인가?”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저런 권능이라니….”

〈후후…. 후후후…. 힘들었군….〉

‘된 건가.’

〈만족스러운가? 하지만 아직 한참

남았다.〉

필'찌에서 날카로운 보티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

나는 주위를 돌아봤다. 베트라스의 힘이 폭풍처럼 지나간 뒤인데도, 남아 있는 녀석들의 숫자는 적지 않았다. 부서져 버린 뒤 오히려 흩어져서, 곤충떼 대신 주변의 인간 이나 짐승에 깃들어 버린 숫자가 많았다.

- 뚜드드득.

빙의된 인간은 순식간에 머리가 발끝까지 길러지고, 척추가 목만 길게 뽑혀서 구불거렸다.

“이런•…”

피부가 푸르게 물드는 녀석도, 온몸의 관절을 꾸물꾸물 부자연스러운 방향으로 구불구불 비틀어 대는 녀석도 있었다.

딱히 방패로 쓰려고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뭉쳐 있는 무리가 흩어 져서 동물과 인간들에게 들어가자 쓸어버리기가 까다롭게 느껴진다.

〈저기다.〉

〈저거구나!〉

〈그래, 바로 저 녀석이다.〉

〈엄청난 힘이군…….>

〈후후… 후후후…….>

빙의된 인간과 짐승들이 사방에서 내게 몰려들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게 광기의 거대한 덩어리였다면, 지금은 분열된 영체들이 날카롭게 나를 노리고 있었다.

형태가 계속 바뀌었기에 그들은 형체가 아니라 온도로 느껴졌다. 어떤 영체는 뜨겁고, 어떤 영체는 차갑게 느껴진다. 거기에 휘말린 생명들은 얼어붙거나 불에 타면서 일그러지고 있었다.

〈나 마엘리아는 반드시 너를 가지겠다.〉

개종된 일리엔의 주교가 온몸에 덩굴을 휘감은 채 요사스럽게 웃었다. 주교는 말 그대로 빛을 잃어버렸다.

원래 가지고 있었을 두 눈이 사라져, 안와에서 덩굴이 솟아나 더듬이처럼 바깥을 더듬었다. 덩굴 끝에 빼곡하게 피어있는 꽃무릇은 너무 진해서 어두웠다.

〈탁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그렇게 말하는 신은 빙의된 짐승들의 가슴을 탁 터놓고 있었다. 그 안에서 심장이 뛰고 폐가 부풀었다 오그라 들었다. 빙의가 끝난 이후에 가슴을 다시 닫아 주지 않으리라는 건 분명했다.

〈너 였어.〉

〈나랑도 계약하지 않겠나? 나는 갉아먹는 신 마오네다. 잊혀진 영역이 분명히 더 있을 거다…….>

〈데티스는 네가 원하는 대로 모두 맞춰 줄게.〉

〈나 샤핀은 이런 쓰레기들 따위는 당장이라도 버릴 생각이야. 처음부터 너를 찾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거든?〉

〈나도! 나도!〉

신들이 내뿜는 파장이 머릿속에 웅웅거린다. 사방에 퍼지며 인간들을 미치게 만들었던 주파수가 주위에 맴돌았다. 모두가 나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욕망은, 온도는 어느 것 하나 나에게 편하지 않았다.

〈그러길래 나한테 바치면 얼마나 깔끔하고 좋았느냐…….>

보티스의 빈정거림도 잘 들리지 않는다.

"……."

어지럽다.

동방의 기억이 겹쳐진다.

〈먹어!〉

〈먹어!〉

〈전부 빨아먹는 거야!〉

〈이 자식, 왕이 어쩌니 하면서도 엎드려서 눈알을 굴리고 있잖아?〉

〈뭐? 건방지게 눈알을 굴린다고? 눈알부터 파먹자!〉

〈귀도 떼어 먹고!〉

〈나는 껍질이 좋은걸?〉

〈인간… 도깨비 따위 말고 최고로 야들야들한 인간이 먹고 싶어••…•.〉

〈이 자식들, 씹는 맛도 모르냐?〉

〈먹어••…•.〉

〈먹어……

〈먹고 싶다…….>

〈배고파••…•.〉

〈빨리 먹어 줘••…•.〉

〈먹어…….〉

요괴들의 사념에 잠겼던 기억.

이들 자체는 약하지만.

‘하지만, 그때도, 분명히 내가 지배 한다고 생각했었지.’

제대로 이겨낼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이어져 있다.〉

〈네가 강하다는 사실은 안다! 독점 하지 않겠다! 그냥 나를 이용해도 된다!〉

〈신앙만 있으면 돼…….>

〈신앙만…….>

〈제일 유리한 계약을 맺어 주면 되잖아!〉

〈일단 계약을 맺고 골라서 키우라구!〉

〈왜 안 하는 건데!〉

〈우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일단 거절부터 하지 말거라. 사실 나도 알고 보면…….>

너무 시끄럽다.

“좀… 꺼져라.”

막아 내며 대꾸한다. 이들은 눈앞에 떠다니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 절대 내 머릿속에서 목소리를 울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경험은 이미 지겹다.

이들이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세 여신의 사제와 싸운다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나와 얽히게 만들 생각은 없다.

〈거절이라니!〉

〈달의 힘이 사라졌어.〉

〈지금이라면…….>

〈강제로라도 취하자.〉

〈나눠 가지자.〉

〈못 참겠어! 눈앞에 있는데!〉

한꺼번에 달려든다.

‘죽여야 하나.’

지금 빙의된 녀석들은 자신의 의지 와는 조금의 관련도 없이 몸이 지배 당한다. 세뇌도, 최면도 없이 강제로 움직여진다.

〈얼른 고기째로 짓이기자고! 사소하지만 영성이 머무른 고기들이야. 괜찮은 제물이라니까? 저런 것도 모이면 꽤 도움이 돼…….>

보티스가 속삭인다.

학살을 마음먹는다면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다만 선택지도 없이 몸을 빼앗긴 자들을 죽이고 싶지 않기에 상황이 곤란해진다.

‘하지만 어차피……

[다시 시작]하면 살아날 자들이라고, 없던 일이 될 테니 모두 죽여 버리라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올라온다.

아니,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니까 아예 대륙을 전부 말살하고 용사 상점의 포인트를 얻자고…….

- 달그락.

나를 차지하겠다고 달려드는 어떤 신격들보다도, 내면의 목소리에 아연해져 몸이 굳어 버린다. 그건 마왕 보티스도 누구도 속삭이지 않은 스스로의 목소리다.

이런 위기에서 효율적이라고 눈앞의 생명을 모두 죽여 버린다면.

나 스스로가 그동안 신물나게 겪어 온 〈이 세계〉가 되어 버린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뭘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어차피 이 천박한 세계가 무력과 기만과 악의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뭘 망설이는 걸까.

이미 동방에 사는 인간을 수없이 살해하고, 사방에서 피로 점철된 길을 걸어왔으면서, 오만이나 위선 에라도 젖고 싶은 것일까.

내 행동은 수많은 지점에서 모순적이고 불완전하다.

하지만 효율만을 선택하는 일은 오히려 뭔가 내몰리는 느낌이 든다. 그런 선택을 할 때마다 내 안의 어딘가가 조금씩 파괴되어 버린다.

가끔은 굳이 느끼지 않아도 될 죄책감을 느끼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호의를 베풀고, 굳이 빠지지 않아도 될 혼란에 빠지고 싶었다.

이것이 수없는 회귀를 거치며 살아 가는 내 선택이며, 아직까지 서 있기로 결심한 좌표다.

- 투두둑.

그러는 시간에도, 무리하게 빙의되어 있던 육체들은 저절로 알아서 조금씩 부서져 간다. 입에서 피가 토해지고 살이 부풀어오른다.

‘방법을… 찾아야 해.’

심장이 파열되고 뇌가 터지는 순간 까지도 금세 닥쳐오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죽어가는 그들과 대치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 쿵! 콰광! 콰과광!

포위망이 외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 촤르르륵!

‘아니, 빨려들어가고 있어……?’

〈으아아아아악!〉

피와 살은 온전한 채로, 인간의 몸속에서 신들의 영체들만 회오리처럼 어딘가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빙의한 신들은 스스로 몸을 버리고 흩어지려고 애써 봤지만 소용없었다.

〈벼, 별것도 아닌 미물들에게 강제로 빙의한 게 어떻다고…. 이런 인과율이…. 있을 수 없는….〉

〈사기다…. 이건 억지 배율이다…! 무효다! 다시, 다시 하자!〉

회오리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을 잃은 자들을 출구로 인도해 주는 것 같은 음성이었다.

‘누구지‘?’

정체 모를 기묘한 존재다.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합리적이겠지만, 눈앞의 갑갑한 상황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있었다. 인간과 짐승들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자 반가움부터 느껴졌다.

“계약자들의 망가진 몸과 마음이 온전히 복구될 수는 없으니 모든 절차는 이미 유효하다.”

- 슈르륵! 슈르르륵!

〈사, 사기…. 이런 게 어디 있…. 크아아아아!〉

도망조차 치지도 못하고 있었다. 영체들을 찢고 빨아들이는 하얀 회오리를 본 순간, 나는 경악에 빠졌다.

“너는……

저 녀석이 대체 왜 여기 있는 걸까. 머릿속에서 한 번도 떠올리지 못한 녀석이 갑자기 나타났기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몸을 감쌌던 새하얀 후드를 펼치며 회오리를 만드는 존재. 사방으로 팔을 뻗어 도망가는 영체를 잡아당기는 그는, 나를 마계에서 도와준 적이 있는 녀석이었다.

M         |

하지만 하얀 후드도 나를 직접 바라보자 뭔가를 발견하고 흠칫 놀란 기색이었다.

‘왜 저러지?’

이번 생에는 본 적도 없을 텐데.

심지어 나보다도 더 놀랐는지, 영체들을 빨아들이는 회오리가 한순간 균형을 잃고 강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끄아아아!〉

〈도망쳐라!〉

〈아니, 금방 붙잡힐 거야!〉

〈차라리 저 녀석에게……!>

〈가라!〉

거기서 풀려나온 신격들이 일제히 내 쪽으로 몰려들었다. 나도, 하얀 후드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들은 사형장에서 탈출한 죄수처 럼 달려들었다. 아까와도 비교할 수 없는 필사적인 기색이었다.

아직까지 인간의 몸속에 있는 자들도 이때가 마지막 기회라는 듯이 몸을 버리고 연기가 되어 나를 감쌌다.

- 퍼버버버버벙! 허공을 뒤덮고 터지는 새까만 연기가 사방에서 나를 집어삼켰다. 달의 힘도 사라진 상황에서 마치 안개와 같은 거대한 영체의 덩어리들을 한 번에 끌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피할 공간도, 시간도 없었다. 디디고 있는 땅조차 검은 안개와 함께 우그 러지며 나에게 달려붙었다. 너덧이 아니라 최소한 수십이 넘는 새까만 빙의의 파도가 나를 쥐어짜온다.

하나를 피해내도 그다음에, 둘을 튕겨내도 그다음이, 셋을 쳐내고 그 몇 배가 다가온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안 돼.’

닿아서.

삼켜진다, 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 퍼벅.

〈어어어……?>

그들은 내 몸에 닿더니 푸르스름한 막에 막혀서 튕겨나가고 있었다. 무언가에 미끄러지듯 흘려났고, 멀리 흘려나가 뱀의 팔찌가 뿜어내는 기운에 물려서 찢기며 괴로워했다.

‘ 으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팔찌에서 보티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직접 겪어 보니 확실히 알겠군. 역시 처음부터 위기 따위는 없었어. 내 가호는 장식 정도일 만큼 다른 것이 강력하다.〉

“무슨 소리지?”

〈너는 저런 버러지들에게 정신을 뺏기고 싶어도 이제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 빙의의 기점을 잘라내 버린

흔적이 있어.〉

‘잘라내 버린 흔적?’

보티스의 말을 듣자 짚이는 게 있었다.

‘설마••••••!’

레안드로가 나를 베었던 게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뜻인가.

단순히 살해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신성도 요성도 모두 소진하고, 순수한 인간으로서, 끝없이 내 영역을 베어오던 검에 그런 게 있었다는 걸까.

그저 추측이지만. 동방에서의 삶과 지금과의 차이는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회상에 잠겨 있을 때였다.

태세를 정비하고, 순식간에 다른 영체들을 빨아들인 하얀 후드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저 녀석,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은데.’

경계심이 들었다.

혹은 힘을 숨기고 있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결코 범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신격들을 상대로 저렇게 까지 할 수 있는 존재였나?

〈계약자여, 저놈은 누구냐.〉

문득.

보티스의 차가운 목소리가 팔찌에 흐른다.

〈아.... 그냥.... 예전에 스쳐 지나간 사이라고 할까…….>

〈계약자여, 그렇다면 어째서 네 공양이 저기에 절반 넘게 바쳐져 있는 것이냐.〉

<…….>

‘공양… 이라고?’

‘설마, 저 녀석이……

제신諸神의 일부.

잊혀진 신격이라는 이야기다.

‘저 몸이 녀석의 계약자인가? 아니면 신체神體? 그럼 대체 무슨 신이길래 마계와 지상을 자유롭게……

하얀 후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점점 가까워졌다.

〈주의해라. 위험한 존재다.〉

보티스가 신격 전체가 다가올 때보다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 뭐야••••••

하늘을 가득 메웠던 검은 구름도, 꿈틀거리는 투명한 액체도, 흩어져 난립했던 신격들도, 회오리도 사라 졌지만 지금이 더 갑갑하게 느껴진다. 이제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밀밭을 하얀 후드는 계속 걸어왔다.

〈더 간격을 허용하지 마!〉

팔찌만이 시끄러운 순간.

- 덥석. 사박사박 걸어온 하얀 후드가 손목을 잡아챘다.

- 고오오오!

녀석이 심어 놓은 매듭이 허공에서 수십 배로 팽창하며 인벤토리 안에서 강력한 진동을 일으켰다.

“무슨 짓이지?”

빼앗기라도 하려는 걸까.

“설마 싶었지만, 내 매듭까지 가지고 있다니.” 전개해 놓은 인벤토리를 회수했지만, 진동은 계속 이어졌다. 녀석이 일으킨 진동은 내게 영향을 주기보다 오히려 녀석의 손목 쪽으로 홀러들어갔다.

“ 혹시••••••

마지막 진동을 느끼던 하얀후드가 가라앉은 눈빛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세상이 사라지는 풍경을 본 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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