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독식자-3화 (3/78)

노란 화살표 (3)

모두는 당황했다. 고블린이라고? 판타지 세계에서 나오는 그 잡몹을 말하는 건가?

하지만 이 와중에도 상황 파악이 빠른 자들은 있었다. 바로 이주성이 그러했다.

이주성은 모두에게 외쳤다.

“다들 이 고블린을 죽이시오!”

그제서야 사람들은 잠에서 퍼뜩 깨어난 듯 고블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막 소환된 직후인지라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지금이 적기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들고 있는 무기와 스킬을 이용해 고블린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물론 고블린들도 만만치는 않았다. 깨물고, 손톱으로 할퀴고. 만약 고블린들이 맨몸이 아니었다면, 이들은 고블린을 일대일로 상대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조강태를 붙잡고 있던 이주성 역시 고블린 하나를 포착하고 달려나갔다.

물론 달려가기 전, 수혁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고맙네. 자네 덕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상잔을 벌여야만 했을지도 몰라.”

이주성은 수혁의 어깨를 한번 탁 친 뒤 달려나갔다.

반면 조강태는 잠시 동안 이주성과 최수혁을 노려보았지만, 이내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고 고블린 한 마리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수혁은 그제서야 이마를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수혁의 뒤에서 말을 거는 목소리가 있었다.

“고, 고맙습니다.”

조금 전 수혁이 구해준 여성이었다.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숙이며 귀밑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었다.

수혁은 그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저는 오수연이라고 해요. 저, 실례지만 성함이….”

“최수혁이라고 합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이런 식으로 미녀에게 감사 인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수혁은 잠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곧이어 이곳에 오기 전 매정하게 자신을 차버린 전 여자친구가 떠올랐다.

자신의 여자친구도 예뻤었다. 첫인상도 나쁘지 않았다. 수혁은 단 하루라도 그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돌변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마치 손바닥을 한순간에 손등으로 바꾸는 것처럼, 그녀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수혁을 차버렸다.

수혁은 더 이상 여자 따윈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결심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이 순간은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수혁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것보다도 지금은 고블린을 잡는 게 더 중요해 보이는군요.”

“아, 네! 그런데 수혁 씨는….”

“저는 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

“네, 네….”

오수연은 실망한 듯 말을 흐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블린을 잡기 위해 다른 곳으로 달렸다.

수혁이 잠깐 살펴 보니, 오수연은 불쌍한 고블린을 공격하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마음이 여려서 그런 모양이었다.

수혁은 애써 그 광경을 무시했다. 괜히 울적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제한 시간인 10분이 끝났다.

00:00:00

텔레비전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한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히든 미션을 완료한 모든 사람에게 50루페와 F급 마정석, 그리고 미션 포인트 1이 지급됩니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 환한 빛이 생겨나며 은색 동전 5개와 F급 마정석이 왼쪽 손목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했다.

“뭐, 뭐야! 나는 고블린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아서 잡을 수가 없었다고!”

“징그럽게 그런 걸 때려 죽일 수 있을 리 없잖아!”

이런 저런 이유로 고블린을 잡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50루페도, F급 마정석과 미션 포인트라고 하는 정체불명의 포인트도 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긴장한 채 그들이 도대체 어떤 벌을 받게 될지 주목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황하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텔레비전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지금부터 ‘서바이벌 월드’의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먼저 시스템 창을 불러오는 법을 배워 보겠습니다.

텔레비전의 예상 밖 반응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서바이벌 월드. 그리고 튜토리얼. 너무나도 뜬금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이 튜토리얼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사람들은 금세 조금 전의 일을 잊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네 방향으로 나 있는 텔레비전에 영상이 흘렀다. 시스템 창을 부르는 방법에 대해서였다.

방법은 간단했다. 왼쪽 손목을 가볍게 흔들거나 속으로 시스템 창의 이미지를 상상하면 되었다. 그렇게 하면 스테이터스, 인벤토리, 스킬 및 마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홀로그램으로 된 시스템 창이 나타나게 된다.

수혁은 텔레비전의 말에 따라 시스템 창을 불러내었다.

그러자 맨 먼저 수혁의 스테이터스 창이 떠올랐다.

<스테이터스>

이름 – 최수혁

계층 – 지하

미션 포인트 – 1

근력 – 3 민첩성 – 3 체력 – 3 물리저항 – 1(+1)

법력 – 3 지력 – 3 마력 – 3 마법저항 – 1(+1)

주요 스킬 – 세 번 휘두르기/F

어빌리티 – None

미션 포인트는 미션을 깰 때마다 주는 포인트인 모양이었고, 어빌리티는 아직 뭔지 잘 알 수 없었다. 스텟이나 스킬이야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요소이므로 알기가 쉬웠다.

다만, 계층 표시는 무엇인지 아직 알 수가 없었다.

텔레비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스텟을 선택하면 각 스텟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혁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말대로 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근력과 법력은 각각 물리 공격 및 마법 공격의 ‘세기’를 결정하는 스텟이다.

민첩성과 지력은 각각 신체의 움직임과 마법 캐스팅의 ‘속도’를 결정하는 스텟이다.

체력과 마력은 각각 신체 활동과 마법 시전의 ‘지속 능력’을 결정하는 스텟이다.

마지막으로 물리저항과 마법저항은 각각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의 대미지를 줄여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스텟은 마정석을 소지한 상태에서 스텟 올리기 버튼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조금 전 여러분이 획득한 마정석을 이용해 원하는 스텟을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텔레비전의 말에 따라 원하는 스텟을 올려 보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F급 마정석으로는 끽해 봐야 0.1 정도의 스텟밖에는 올릴 수 없었다. 그마저도 고블린을 잡지 못한 사람들은 올릴 수가 없었다.

수혁은 자신이 얻은 마정석으로 어느 스텟을 올려야 하는지 고민했다. F급 마정석과 E급 마정석을 합쳐 0.4의 스텟을 올릴 수가 있었다.

‘일단 보류하기로 하자.’

지금 당장 어느 스텟이 중요한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결정하는 것은 경솔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스텟은 언제라도 올릴 수 있었다.

한편, 당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 왜 물리저항은 스텟이 안 올라가지?”

“마법저항도 안 올라가는데!”

-스텟 중 물리저항 및 마법저항은 장비품이나 스페셜 마정석을 통해 올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곳 서바이벌 월드에서는 여타 게임들처럼 HP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 대신, 물리저항과 마법저항을 올려 강력한 대미지를 줄이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이러한 물리저항과 마법저항은 다른 스텟과는 달리 몬스터에게서 아주 낮은 확률로 떨어지는 ‘스페셜 마정석’을 통해서만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따라서 이러한 물저와 마저는 스텟 중에서도 상당히 귀중한 스텟에 속했다. 앞으로 이들도 저항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 되도록이면 좋은 저항 조건이 붙어 있는 아이템을 눈에 불을 켜고 찾게 될 날이 올 터였다.

수혁은 조금 전 자신이 얻은 황금 풍뎅이의 정수를 떠올렸다. 성능이 F급이라 어떤 쓸모가 있는지 회의적이었지만, 생각보다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은 인벤토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윽고 텔레비전을 통해 인벤토리를 이용하는 방법이 상영되었다.

인벤토리 탭을 선택하면 네모난 시스템 창을 입구로 하여 작은 배낭 정도 크기의 반투명한 홀로그램 주머니가 생겨나는데, 그 안에 또 홀로그램으로 어떠한 아이템이 들어있는지가 비쳤다.

네모난 창은 이 인벤토리 주머니의 출입구 역할도 하면서, 동시에 리스트 형식 혹은 아이콘 형식으로 인벤토리 안에 들어 있는 아이템을 나타냈다.

내용물이 비쥬얼화되어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으므로 매우 편리했다. 단, 다른 사람들에게 내용물이 보일 가능성이 있기에, 내용물을 보이지 않는 형태로도 사용 가능했다.

수혁의 인벤토리 주머니 바닥에는 조금 전 얻은 F급/E급 마정석과 황금 풍뎅이의 정수가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다음으로 스킬 및 마법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나 원하는 스킬 또는 마법을 속으로 생각하면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 외에는 별 다른 정보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어빌리티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어빌리티는 이 서바이벌 월드의 모든 개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능력으로서, 스킬이나 아이템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빌리티는 앞으로의 미션을 돌파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므로, 여러분도 신중하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 뒤, 처음에 무기나 스킬북이 늘어섰던 것처럼 카드들이 공중에 촤라락 늘어섰다. 그런데 그 수가 조금 많았다. 이곳의 사람 수가 약 100명 정도인 것에 비해 카드의 숫자는 300개가 넘어 보였으니까.

한편, 카드들은 맨 왼쪽에 있는 것만이 금색으로 달랐고, 나머지는 4개의 색깔로 단계가 나뉘어져 있었다.

-맨 왼쪽에 있는 카드는 B급의 어빌리티로서, 0.1%의 확률을 뚫고 이곳에 나타났습니다. 나머지는 순서대로 C급, D급, E급, F급의 어빌리티로서, 여러분은 이 중 하나의 어빌리티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0.1%! B급!

사람들의 눈이 돌아갔다. 아무리 이곳에 떨어진 지 얼마 안 됐다지만, 저 B급의 어빌리티가 앞으로의 그들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삼척 동자도 알만한 것이었다.

B급. 그 하나의 카드를 노리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악다구니와, 욕설과, 격렬한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B급에 손이 닿지 않는 자들은 C급을 노리기도 했다. 300여 개나 되는 카드들 중에서 C급은 단 세 개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다음은 경쟁에 밀려난 순서대로 D급, E급, F급을 노렸다. 아직도 사태가 어떻게 된 것인지 파악하지 못한 자들과 의욕 없는 자들이 이에 속했다.

한편, 수혁은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기분을 느꼈다.

노란 화살표는 제일 오른쪽, F급에 해당하는 카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연히 B급 근처라서 저 다툼에 참여할 만도 했는데.’

하지만 당황하는 사이 이미 버스는 지나간 상태였다. 수혁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터덜터덜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수혁이 가지려던 F급 어빌리티는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수혁은 너무나도 수월하게 목표했던 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수혁은 자신이 손에 넣은 어빌리티를 확인했다.

<어빌리티: 발현>

등급 – F

위력 – 1

설명 – 대상의 능력을 발현시킨다. 발현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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