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독식자-4화 (4/78)

노란 화살표 (4)

<어빌리티: 발현>

등급 – F

위력(마력 소모) – 1

설명 – 대상의 능력을 발현시킨다. 발현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설명을 읽어 봐도 잘 모르겠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니. 그럼 실패하면 꽝이지 않은가.

수혁은 시험 삼아 자신의 무기 육모 방망이에 발현을 시도해 보았다. 사용 방법은 스킬과 똑같았다.

마력이 소모되는 느낌과 함께 육모 방망이에 작은 빛이 스며들었다.

-발현에 실패하였습니다.

왼쪽 손목의 시스템 창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수혁은 육모 방망이의 아이템 창을 확인했다.

<육모 방망이>

등급 – F

희귀도 – 흔함

공격력 – 1.01

설명 – 육각형으로 모가 나 있는 나무 방망이. 모서리 부분으로 맞으면 아프다.

공격력이 1에서 1.01로 늘어나 있었다. 실패했는데도 0.01의 능력치는 올랐다.

수혁은 한 번 더 발현을 시도해 보았다.

-발현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성공이었다. 그러자 육모 방망이의 공격력이 1.81로 변했다.

‘나쁘지는 않네. 하지만 지금이야 능력치 0.8이 크지 나중이 되면 이 정도로는 아무것도 못할 텐데….

수혁은 또다시 발현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육모 방망이에는 쿨타임이 걸려 있어서 한동안은 사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쿨타임마저 있는 건가. 여러 모로 실망이었다.

수혁은 한숨을 내쉬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상태창에 나온 발현 어빌리티에 발현을 걸어보았다.

그러자 마력이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상태창에 작은 빛이 스며들었다.

-발현에 성공하였습니다.

<어빌리티: 발현>

등급 – F

위력(마력 소모) – 1.6

설명 – 대상의 능력을 발현시킨다. 발현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수혁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때, 한쪽에서 미친 듯한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내 꺼다! 내 꺼! B급 어빌리티는 이제 내 꺼라고!”

조강태가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B급 어빌리티를 차지한 상태였다.

카드에서 붉은 빛이 흘러나와 조강태에게 흘러 들어간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조강태를 부러워하며 지켜볼 뿐이었다.

한편, 다른 곳에서도 착착 어빌리티의 주인이 정해져 갔다.

대부분이 C부터 시작하여 D, E급을 집어 갔고, F급의 어빌리티를 집은 이는 거의 없었다. 사실, 그중에서도 일부러 노리고 F급을 집은 사람은 최수혁밖에는 없었다.

이윽고 모든 이들이 어빌리티의 선택을 마치자, 텔레비전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로써 튜토리얼을 종료합니다. 15분 뒤 첫 번째 미션이 시작됩니다. 모두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남으시기 바랍니다.

흉흉한 격려와 함께, 텔레비전에 00:15:00이라는 숫자가 표시되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불안에 빠졌다.

그런데 그때, 사람들 앞에 CRT 모니터가 켜지는 팟— 하는 이펙트와 함께 하나의 노점상이 나타났다.

노점상 안에는 머리 위에 큼지막한 코의 하마 머리를 달고 있는 반인반수의 인물이 서있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풍선을 나눠주는 인형탈 알바 같은 생김새였다.

구피. 서바이벌 월드의 NPC에 해당하는 존재였다.

“웰컴! 서바이벌 월드에 온 것을 환영한다구피! 이곳은 루페를 사용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서바 상점이구피! 현재 우리 상점에서는 앞으로의 미션에서 굶을지도 모를 여러분을 위해 빵과 물을 판매하고 있다구피! 많이많이 사주었으면 좋겠다구피!!”

술렁이는 기운이 사람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 그제서야 사람들의 머릿속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떠올랐다.

물과 식량.

앞으로의 미션이 무엇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결코 예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먹고 마시지 않고서 진행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물과 식량. 이 두 가지야말로 앞으로의 불확실한 미래에서 제일 확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듯 사람들의 경각심이 점점 높아져 가는 가운데, 노점상의 판매대 위에 홀로그램으로 된 빵과 물의 이미지가 올라왔다.

“여기 있는 홀로그램 빵과 물을 여러분의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면 그대로 결제가 진행되는구피! 어차피 결제를 하지 않으면 빵과 물은 이용할 수 없으니 마음껏 가져가라는구피!”

거기서 구피는 깜빡 했다는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참고로 가격은 빵 두 덩이에 30루페, 물 두 병에 20루페 총 50루페다구피!”

50루페!

그제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조금 전, 하나의 생명을 해치우라는 미션을 깨지 못한 다른 이들이 어째서 아무런 패널티를 받지 않았는지.

그것은, 굳이 패널티를 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패널티를 주지 않아도, 미션 보상 50루페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저절로 굶어 죽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빵이 없어도 빵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구걸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빵을 나눠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어찌 되었든, 빵을 구하지 못한 자들은 결국 철저한 을의 입장에 놓여 있을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한편, 수혁은 망설이고 있었다.

‘지금 내 수중에 있는 돈은 총 582루페. 이 정도라면 상당히 많은 양의 빵과 물을 살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다른 녀석들 앞에서 나 자신의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겠지. 하지만….’

갑과 을의 관계. 그것을 유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 상황에서 모두가 필요로 하는 빵과 물을 가질 경우 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수혁으로서도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뒤의 일에 대해서.

‘갑이라는 위치는,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비로소 갑인 거지. 만약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엄청나게 많은 빵과 물을 가질 경우 사람들에게서 그것을 지켜내는 게 가능할까?’

물론 인벤토리에 있는 물건을 간단히 빼앗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많은 식량이 있다는 걸 알면 자신에게 쓸데없이 많은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집단으로 둘러싸여 협박을 당할 수도 있고, 어쩌면 더 심한 짓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럴 수는 없지. 우선은 성장해야 해. 그전에는 되도록 철저히 자신을 숨긴다.’

다행히도 자신에게는 노란 화살표가 있었다. 이 노란 화살표가 자신을 성장시켜줄 것이다. 수혁은 그렇게 믿었다.

수혁은 얌전하게 빵 두 덩이와 물 두 병만을 구입했다.

“와! 순식간에 전부 팔렸구피! 그럼 구피는 이만 가보겠다구피! 언젠가 또 만날 날이 올 거구피!”

“자, 잠깐! 난 아직 못 샀다고!”

“부, 부탁이니 빵 하나만이라도!”

각자의 사정으로 빵과 물을 사지 못한 사람들이 아우성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서, 구피는 처음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팟— 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아, 안 돼!”

“젠장, 누, 누가 빵이나 물 하나만….”

그리고 그에 맞추어, 15분이라는 미션 대기 시간이 지나갔다.

사람들은 눈앞의 배경이 어지럽게 일그러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이이잉—

수혁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각자의 미션이 시작되었다.

***

수혁이 눈을 뜬 곳은 하나의 동굴이었다. 어디선가 은은한 빛이 퍼지고 있는 작은 동굴.

“으으…. 미션이라고 해서 뭔가 했더니, 이런 식인 건가.”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그러나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수혁은 머리를 털어 정신을 차린 뒤, 눈앞에 나타난 홀로그램 창을 확인했다.

<미션 1-A: 던전 탈출>

등급 – F

설명 – 오거스 던전은 믿기 힘들 정도로 광대한 던전입니다. 최근 휘말 왕국은 이러한 오거스 던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휘말 왕국의 의욕 넘치는 모험가로서 던전 토벌을 위해 발을 들였다가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찾으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자랑스러운 휘말 왕국의 모험가로서 활약했다는 증거를 보이십시오.

성공 조건 – 1. 고블린 10마리 처치(0/10)

2. 바깥으로 나가는 길 찾기(미완료)

실패 조건 – 플레이어의 사망

보상 – 1. 미션 포인트 1

2. 미션 포인트 1, E급 마정석 1

마치 게임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미션이라는 건 아무래도 RPG 게임의 퀘스트와 같은 것인 모양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고블린 한 마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와 마주친다면, 당신은 싸움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충분한 대비를 한 뒤 길을 나아가십시오.

시스템 창에서는 이런 식의 조언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게임에서 나레이션을 흘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블린이라…. 조금 전에 보니 상당히 사나워 보이던데. 무기를 갖추고 있다든지 하면 어쩌려나.”

약간 긴장되는 것을 느끼며 나아가려고 하는 그때, 수혁의 눈에 또다시 노란 화살표가 보였다.

노란 화살표는 앞의 통로 쪽이 아닌, 막혀 있는 바로 뒤의 동굴 벽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혁은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대로 동굴 벽을 향했다.

깊숙하게 갈라진 동굴 벽의 틈에서, 하나의 하얀 꽃이 피어 있었다. 화살표는 그것을 가리키는 중이었다.

수혁은 망설임 없이 그 꽃에 다가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 꽃을 채취하였다.

채집 스킬이 없었기에 뿌리가 조금 상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온전해 보이는 꽃을 채취해낼 수 있었다.

<은백초>

등급 – D

희귀도 – 희귀

설명 – 어둠 속에서 은은한 빛을 밝히는 정체 불명의 꽃. 달여 먹으면 기침, 발열, 오한 등에 효능이 있다.

감기약 같은 건가. 어디에 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수혁은 이 꽃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기로 했다.

그 뒤, 또다시 화살표가 생겨나 있었다. 이번에는 통로 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수혁은 화살표를 따라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고블린과 마주쳤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