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독식자-13화 (13/78)

퀴벨 마을의 퀘스트 (2)

<미션 1-D: 퀴벨 마을 방어전>

등급 – E

설명 – 당신은 갖가지 위험을 뛰어넘어 모험대에 합류하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방심하기에는 이릅니다. 최근 그 영역을 확장한 고블린들은 호시탐탐 이 퀴벨이라는 작은 마을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모험대장 존스 파커는 자신을 지킬 무기라고는 낫이나 쇠갈퀴밖에 없는 불쌍한 마을 주민들을 돕고 싶어 합니다. 10일 동안 마을을 쳐들어오는 고블린들을 막아내십시오. 그러면 그들은 이 작은 마을을 집어삼키려는 더러운 야욕의 손길을 더 이상 뻗지 못할 것입니다.

성공 조건 – 고블린으로부터 마을 방어(3/10일)

실패 조건 – 마을 주민들이 모두 사망(현재 주민수 114명) 혹은 마을 시설 절반 이상 파괴(96/100%)

보상 – 300루페, 미션 포인트 3, E급 스페셜 마정석 3개, E급 기본무기(선택 가능)

수혁이 받은 미션의 내용이었다.

수혁은 지금 오수연에게 마을 안내를 받아 마을의 대로를 걷고 있는 중이었다.

작은 마을인지라 볼만한 것도 없었고, 특별히 활기가 차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자신이 지킬 마을이니 둘러 봐야 한다는 것이 이주성의 생각이었다.

사실, 이주성의 생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수혁은 이 마을을 이 잡듯 구석구석 뒤졌을 게 분명했다. 이곳에 와 미션이 갱신된 뒤부터, 수혁의 눈에는 무수한 노란 화살표들이 어지러이 뻗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어쨌든 그게 아니더라도 마을에 대한 상황은 들어둘 필요가 있었다. 수혁은 잠자코 수연이 하는 설명을 들었다.

“현재 이곳에는 46명의 사람들이 남아 있어요. 아, 수혁 씨까지 포함하면 47명이군요. 이들은 3개의 팀으로 나뉘어서 서로 번갈아 가며 고블린들의 습격을 막는 걸로 되어 있어요.”

“3개 팀이라구요? 하지만 조금 전에 싸우던 사람들은 전부 해서 10명밖에….”

“그게 웃긴 점이죠. 수혁 씨, 처음 튜토리얼에서 저에게 달려들었던 남자 기억 나시죠? 이름이 조강태라고 하는….”

수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안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자신이 수연을 대신해 막아낸 녀석이었으므로, 당연히 얼굴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은 그 조강태라고 하는 남자가 이 모험대의 실세라고 할 수 있어요. B급 어빌리티를 얻은데다가 성격도 포악해서 누구도 건드릴 수가 없거든요.”

“흠, 그렇군요.”

“네. 그래서 그 남자는 3교대의 팀을 나눌 때 일부러 저희 팀에 인원수를 적게 해서 배분했죠. 이 팀에는 처음에 그 남자와 싸웠던 주성 아저씨도 있는데다가, 저 역시도 조강태에게는 이미 찍혀 버린 모양인지라….”

“저런.”

수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 수혁은 그런 그녀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때는 실연당한 후유증으로 수연에게 매몰차게 대했던 수혁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차였던 슬픔도 어느새 꽤 옅어져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혁이 곧바로 수연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다짜고짜 수연에 대해 마음의 벽을 칠 이유는 없어진 셈이었다.

그런데 그때, 거리를 걷는 수혁과 수연에게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걸어오는 폼부터가 어쩐지 불량해 보이는 남자였다.

남자는 곧바로 수혁을 향해 다가왔다.

“어이, 형씨. 처음 보는 얼굴인데? 세금은 내고 데이트 하시나?”

데이트라는 말에 수연의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수혁은 다른 쪽에 의문을 가졌다.

“세금이라고?”

“그래. 세금 말이야. 우리들 조강태 팀이 어려운 적을 막아주는 덕에 너희들이 약한 몬스터와 싸울 수 있으니,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하는 거지.”

“하지만 강한 몬스터를 상대하는 만큼 더 좋은 보상이 나올 테니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약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편이 더 성장이 늦어지니 안 좋을 텐데….”

“뭐야, 감히 모두가 이미 합의한 내용에 따르지 않겠다는 거냐?”

“너 말투가 조금 이상한데.”

수혁이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서려고 한 순간이었다.

수연이 손을 붙잡아 수혁을 말렸다. 수혁은 그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수연이 수혁의 손을 꽉 잡고 있는 탓에 차마 뿌리칠 수가 없었다.

수혁 대신 앞으로 나온 수연이 남자를 상대했다.

“자, 여기요. 이 분은 오늘 여기에 처음 오셔서 세금 같은 건 잘 몰라요. 그러니 제가 대신 지불할게요.”

수연은 F급 마정석 하나를 남자에게 내밀었다. 남자는 마정석을 받고 수혁과 수연의 얼굴을 한번씩 쳐다보더니, 기분 나쁜 미소와 함께 골목 쪽으로 사라졌다.

수혁은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나 다짜고짜 깽판을 치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다. 일단 지금은 남자의 얼굴을 기억해 놓는 걸로 충분했다.

“저건 또 뭐죠?”

“그게…. 조강태 팀이 다른 두 팀을 대상으로 받는 세금이에요. 하루에 F급 마정석 하나씩…. 저희를 보호한다는 명목이긴 하지만,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거스르는 건 불가능해요. 조강태는 무지하게 강하거든요.”

무지하게 강하다라. 하긴, 300개의 카드 중 딱 한 개 존재하는 B급 어빌리티를 얻었으니, 이 중 누구보다도 강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로 강한 걸까.

“조강태의 스텟이 어떻게 되는지는 솔직히 저희도 알 수 없어요. 워낙 흉흉해져서 스텟이나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걸 모두 꺼리거든요. 다만 저번에 있었던 전투에서 고블린 파이터라는 몬스터를 1대1로 상대해서 잡았다고 들었어요. 모두들 놀라더라구요.”

고블린 파이터. 아, 그 녀석인가. 수혁은 자신이 지금까지 몇십 마리나 잡아온 녀석을 떠올렸다.

흠. 그 정도의 몬스터를 잡아서 놀랄 정도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대충 알 만하군. 수혁은 새삼 자신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강해진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들 전력을 감추고 있다고 하는 걸 보면, 자신 역시 함부로 발현이나 라인플레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무튼 마을의 상황은 이 정도면 충분히 알게 된 것 같았다. 이제는 이 무수한 노란 화살표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파헤칠 차례였다.

다만 그전에….

“자, 받으세요.”

“아, 이건 F급 마정석….”

“괜히 저 대신 그런 거 내주시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F급 마정석 정도는 꽤 많으니까요.”

“아, 네….”

수연은 애매하게 웃었다.

솔직히 지금 수혁의 모습만을 봤을 때 F급이라고는 해도 마정석이 넘쳐난다고 생각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럼 이쯤에서 저는 따로 할일이 있어서요.”

“아, 사냥하러 가시는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저도 같이….”

“아뇨. 그거 말고 다른 거예요.”

“……?”

수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수혁은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줄 생각은 없었다.

수혁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다른 이들과 따로 노란 화살표를 쫓아 히든 피스를 찾을 때였다.

***

수연과 헤어진 수혁은 날듯이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마을의 상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탐사를 벌일 차례였다.

노란 화살표는 일단 제일 큰 것이 하나, 마을 밖의 어딘가로 뻗어 있었고, 그 외에 좀 더 작은 화살표들이 마을 안 여기저기를 가리키고 있었다.

수혁은 일단 마을 안에서의 화살표를 조사할 예정이었다.

‘화살표가 너무 여기저기 난잡하게 뻗어 있어서 잘 모르겠는데. 일단은 외곽에 있는 것부터 하나씩 조사하는 걸로 할까.’

선택지가 너무 많다고 해서 어느 것을 골라야 하나 망설일 것은 없었다.

어차피 무엇을 고르든 하나씩 제거해 나가면 될 일이니까.

그러나 수혁이 마을 외곽의 한 골목길 어귀에 있는 개집 앞에 도착했을 때, 수혁은 화살표가 개가 물고 있는 기다란 뼈다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하고 말았다.

‘어… 이건 대체 무슨 히든 피스인 거지.’

개는 덩치가 컸고, 사나워 보이는 인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제대로 싸우면 당연히 수혁이 이기겠지만, 그래도 물릴 수 있기 때문에 수혁은 개에게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다고 뭐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수혁은 물리는 걸 주의하며, 어금니로 뼈다귀를 깨무는 개를 향해 서서히 다가섰다.

“그르르르…!”

개는 수혁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수혁은 약간 움츠러드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내 일격으로 에스티거를 불태워버린 것을 생각해 용기를 냈다. 여차하면 라인플레임으로 보내 버릴 생각이었다.

수혁은 개가 물고 있는 뼈다귀에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개는 위협하는 목소리만을 낼 뿐 입을 열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수혁은 마침내 뼈다귀를 잡아 개의 입으로부터 낚아채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개의 힘이 생각보다 셌다.

“크르르르!”

“뭐,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센데! 이거 안 놔?”

본격적으로 개와 수혁의 잡아당기기 게임이 시작되었다. 수혁이 E랭크를 자랑하는 근력으로 최대한 뼈다귀를 잡아당겼지만, 개 역시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낱 개 주제에 이 정도의 힘을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수혁은 열이 받는 것을 느꼈다. 수혁은 개에게 물릴까 걱정되는 것조차 잊은 채 양 손으로 뼈다귀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쯤 되면 뼈다귀를 놓고 입을 벌릴 만도 한데, 개는 결코 뼈다귀를 문 입을 벌리지 않았다. 수혁은 결코 뼈다귀를 빼낼 수 없었다.

결국 수혁이 먼저 손을 놓았다. 개는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얌전히 앉아서 다시 뼈다귀를 갉기 시작했다.

‘이상해. 지금 근력 스텟 12인 나보다도 세다고 하다면 이곳에 있는 녀석들 대부분보다도 이 개새끼가 더 근력이 강하다는 건데. 그럴 거면 굳이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이 녀석을 내보내면 고블린 따위는 전부 막아낼 수 있는 거 아냐?’

그때, 수혁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아, 그렇구나. 이 녀석도 혹시 NPC 같은 건가. 뭔가 시스템적인 영향으로 인해 뼈다귀를 집을 수가 없는 거야. 그렇다면 나 정도가 아니라 더 한 녀석이 와도 이 뼈다귀를 빼앗을 수는 없겠지.’

나름대로 타당하다면 타당한 결론이었다.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대상이니만큼, 일반적이지 않은 법칙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이 현상을 설명할 수가 있었다.

아마 화풀이로 이 개에게 라인플레임을 휘두른다고 해도, 알 수 없는 법칙에 의해 개를 죽일 수 없거나 아니면 히든 피스 자체가 무효가 되어 버릴지 몰랐다.

그렇다면 이 녀석의 입을 벌리게 하기 위해 뭔가 다른 수가 필요하다는 건데.

수혁은 그것이 아마도 무수하게 펼쳐진 이 노란 화살표들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란 화살표가 이렇게나 많은데 일일이 조사하는 것도 조금 그래. 서로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의 수만 늘어날 뿐이야. 뭔가 이 녀석을 움직일만한 특정의 히든 피스와의 연결 고리를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때, 수혁의 눈에 머리에 물 항아리를 얹고 지나가는 아낙네 한 명의 모습이 보였다. 수혁은 그 아낙네에게 다가가 물었다.

“실례합니다. 저 개에 대해서 조금 궁금해서 말인데요. 혹시 저 개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아, 저 개요. 저 개는 지금 아마도 주인이 없을 텐데….”

“네?”

“원래 저 개는 한 부잣집 상인이 기르던 개였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고블린들이 쳐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부잣집 상인은 도망가 버리고, 저 개만 이곳에 쓸쓸하게 남은 거예요.”

“아…. 그렇군요. 그럼 저 개는 누가 밥을 주지요?”

“근처의 한스 아저씨나 르이 아주머니가 몇 번이나 밥을 주려고 해 봤지만 저 개는 한번도 밥을 먹지 않았어요. 아마도 부잣집에서 기르던 개이다 보니 밥이 입맛에 맞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아, 네. 참 불쌍한 개네요.”

수혁은 곰곰이 생각했다. 아낙네의 설명대로라면 이 개도 상당히 굶주려 있을 게 뻔했다. 혹시 모르니 남아 있는 패티로 유혹해 입을 벌리게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수혁은 그 즉시 작전을 실행해 보았다. 그러나 개는 가소롭다는 듯 고개를 팽, 돌릴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 방법이 아닌 모양이었다. 역시나 이것만으로는 정보가 모자랐다. 수혁은 조금 더 정보를 모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다른 화살표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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