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벨카 유적지의 진실 (2)
라인플레임을 횡으로 휘두른다.
라인플레임에 직격당할 때마다 큐버들은 고철 깡통처럼 날아갔다.
여기저기가 찌그러지고 부서져 제 모습을 잃는다.
수혁의 두 눈이 다음의 사냥감을 찾아 날카로운 빛을 발한다.
“으랏차!”
콰직! 지지지직— 펑!
라인플레임에 제대로 직격을 맞은 큐버 하나가 연기를 내며 폭발했다.
그러나 다른 큐버가 달려들었다. 수혁은 대검으로 녀석을 공중에 띄워 올렸다.
그리고 내려오는 타이밍을 맞춰 녀석을 향해 호쾌하게 대검을 휘두른다.
쾅—!
터져 나가는 큐버.
“허억… 허억…!”
벌써 몇 마리째인지 셀 수가 없었다. 아마도 스무 마리나 그 이상일 거라고 수혁은 추측할 뿐이었다.
비슷한 등급인 고블린 파이터에게 빌빌대던 것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성장했다고 할 수 있는 상태.
그러나 숫자 자체가 기본적으로 너무 많다 보니 고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수혁은 곁눈질로 자신의 상태창을 살펴보았다.
<스테이터스>
이름 – 최수혁
계층 – 지하
미션 포인트 – 15
근력 – 18 민첩성 – 16 체력 – 16 물리저항 – 10(+10)
법력 – 16 지력 – 16 마력 – 27(+2) 마법저항 – 10(+7)
주요 스킬 – 세 번 휘두르기/E, 라이트닝 빔/E
어빌리티 – 1. 발현/D
2. 동족 상잔/B
원래 민첩성과 체력이 다른 스텟에 비해 조금 낮았기에 마정석을 이용해 보충한 것이었다.
하루하루 고블린들을 사냥하는 다른 이들이 스텟을 최대한 높여 봤자 주요 스텟만 8~9라는 이 시점에서 수혁의 이런 스텟은 정말로 괴물과도 같았다. 하지만 정작 더 괴물 같은 것은 따로 있었다.
물리저항과 마법저항의 스텟.
스페셜 마정석으로만 올리는 것이 가능하기에, 다른 이들은 많이 올려야 3정도이거나, 심지어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자들은 찍지조차 않은 상태.
이후에 나타나게 될 미션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기 때문에 벌이는 바보 같은 짓이었다.
-‘마스터리 스킬: 소드’를 습득하였습니다.
안내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너무 오랫동안 검을 지속적으로 휘두르다 보니 이런 스킬까지 생겨났다.
수혁은 소드 마스터리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마스터리 스킬: 소드>
등급 – F
위력 – 1
설명 – 검으로 공격할 시 위력 보정을 추가한다. 검을 사용할 때에 적용된다.
수혁의 입가가 슬쩍 비틀렸다.
지금은 비록 위력이 1이지만, 수혁은 알고 있었다. 발현 어빌리티는 자신보다 랭크가 낮을 경우 위력 상승폭이나 성공 확률이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발현 자신보다 랭크가 높은 것을 강화하는 것은 힘들어도, 자신보다 랭크가 낮은 것은 순식간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레벨까지 올리는 능력이 있었다.
수혁이 발현 어빌리티를 사용하자, 당연하다는 듯 발현이 성공하여 소드 마스터리의 위력이 상승한다.
단번에 1에서 11로 뻥튀기되는 소드 마스터리의 위력! 게다가 F였던 랭크가 E랭크로 상승하며 보너스 위력 +3까지!
‘크으, 나쁘지 않군!’
기분이 좋아졌다.
수혁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나는 쇳덩이 두들기는 소리가 더 커져 있었다.
자연히 수혁의 팔도 그만큼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수혁은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한다.
‘계속 검만 휘두르니 지겨운데. 이쯤에서 마법 하나 정도 써주는 건 어떠려나.’
마침 라이트닝 빔이라는 마법을 받았으니, 이 마법을 활용해볼 차례였다.
수혁은 다가오는 큐버에게 라이트닝 빔을 사용해 보았다.
“라이트닝 빔!”
파지직—
전기가 튀는 소리와 함께 수혁의 손끝에서 번개의 선이 쏘아져 나갔다.
번개에 맞은 큐버는 마비된 것처럼 부르르 떨더니, 몇 초 지나지 않아 새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그 자리에 쓰러진다.
수혁은 황당함을 느꼈다.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게 아니니 위력도 그다지 세지 않을 텐데…. 설마 지 딴에 로봇이라고 전기 회로가 녹아 버린 건가…?”
엄밀히 말하자면 마력 회로가 녹은 것이었다. 일단은 전투용 로봇이니만큼 감전이란 사태에도 어느 정도 저항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긴 하지만, 큐버의 약점은 지속적인 전기 주입이었다.
만약 수혁이 체인 라이트닝과 같은 단발성의 마법을 들고 나왔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터였다. 퓨즈가 끊어지는 것처럼, 큐버 내부에 들어 있는 보호 장치가 작동했을 테니까.
수혁이 지금 가지고 있는 라이트닝 빔이야말로 큐버들을 상대하기에는 최적의 마법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뭐야, 지금까지 괜히 생고생했다 이거잖아.”
상대하는 방법을 알게 된 이상 큐버들은 별다른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수혁은 달려드는 큐버들을 라인플레임과 라이트닝 빔으로 처리하며 계속 안으로 나아갔다.
그러다가 수혁은 하나의 난관에 봉착했다.
거대한 낭떠러지가 펼쳐진 가운데, 천장에는 굵은 두 줄의 와이어가 걸려 있었고, 그 와이어에 매달린 발판이 하나 존재했다.
마치 스키장의 와이어 리프트 같은 형태였다.
수혁은 당황했다. 노란 화살표는 낭떠러지 너머 보이지 않는 저편 어딘가를 향해 있었다.
“설마 저걸 타고 건너라는 건가. 하지만 대체 어떻게….”
그때, 수혁의 눈에 마치 하이라이트 처리가 된 것처럼 반짝이는 와이어의 모습이 보였다.
와이어의 한쪽 끝을 붙잡고 있는 도르레 장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스터리 스킬: 탐사’에 의해 이용할 수 있는 장치를 발견하였습니다. 장치를 더욱 조사하십시오. 그러면 장치를 이용할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흐음, 탐사 스킬이라는 건 이런 거였나.”
수혁은 흥미롭게 와이어 장치를 살펴보았다.
일단은 발판을 타고 이동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으므로, 일단 발판 위에 올라타 보았다.
작동하지 않는다.
‘뭔가 전기 장치 같은 게 있어야 작동되는 게 아닐까. 아, 그러고 보니 라이트닝 빔이 있었지.’
수혁이 라이트닝 빔으로 와이어에 전기를 공급하자, 도르레 장치 쪽에서 위잉— 하는 울림과 함께 도르레가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발판이 한쪽에 매달린 와이어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난감한데. 계속 전기를 공급해 줘야 한다는 건가. 마력이 부족할 텐데.’
아직 라이트닝 빔에 발현을 시전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 편이 다행이었다. 만약 발현을 시도해서 성공했다면 라이트닝 빔의 초당 소모 마력은 지금보다 더욱 늘어났을 터였다.
‘현재 내 마력 총량은 27. 최대 마력으로 90초 동안 이 발판을 움직일 수가 있다. 만약 도중에 멈추게 된다면 그동안 마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수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저편을 눈을 좁혀 노려보았다. 중간에 꺾이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어디까지 이 길이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동시에 수혁은 발판 밑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도대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끝 없는 어둠뿐이었다.
“일단은… 가볼까.”
수혁은 결심을 다지고 와이어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수혁이 올라탄 발판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우웅—
도르레 장치가 움직이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발판의 크기는 생각보다 좁았고, 따라서 수혁은 와이어에 연결된 막대를 잡은 채 끊임없이 긴장해야만 했다.
‘무슨 놈의 운행 장치에 안전 장치 하나 없냐!’
수혁은 투덜거리며 와이어에 계속 마력을 공급했다.
한 60초 정도의 시간이 지나, 수혁이 낭떠러지의 한가운데까지 도달했을 때였다.
수혁의 귀에 무언가 얇고 긴 소리가 포착되었다.
‘뭐, 뭐지. 설마 이런 곳에도 몬스터가 존재한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말야.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캬아앗—!”
수혁은 괜히 불길한 상상을 한 자신을 저주했다. 자신이 불길한 상상을 했기 때문에 그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공중에서 거대한 박쥐 괴물 몇 마리가 나타나 수혁에게 달려들었다. 자이언트 배트였다.
수혁의 기분이 매우 더러워졌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이것들아! 라인플레임!”
-마력이 부족합니다.
젠장! 수혁은 혀를 찼다. 지속적으로 라이트닝 빔 마법을 쓴 탓에 수혁의 마력은 상당히 소모되어 있는 상태였다.
어쩔 수 없었다. 수혁은 와이어를 작동시키는데 쓰던 라이트닝 빔을 멈추고, 전투 보조용으로 모든 마력을 돌리기로 했다.
작은 발판 하나만을 의지한 채 박쥐들이 달려드는 것을 마주했다. 지면이 불안정해서 대검을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지나 의문이었다.
우선 한 팔로 연결 막대를 붙잡은 채, 다른 한 팔을 크게 휘둘러 달려드는 박쥐 한 마리를 맞춘다.
“캬캭—!”
다행히도 박쥐들의 얇은 피막은 라인플레임의 열기에 약한 모양이었다. 단지 스치기만 했는데도 피막이 타들어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박쥐였다.
수혁은 멈추지 않고 계속 대검을 휘둘렀다.
“캬캿— 캿!”
수혁이 대검을 휘두를 때마다 박쥐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때마다 발판의 삐걱거림도 증가했다.
‘젠장, 이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면 마정석을 회수할 수가 없잖아!’
괜히 아까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 한눈을 판 순간이었다.
자이언트 배트 중에서도 유독 커다란 몸집을 가진 녀석이 수혁을 들이받았다.
수혁은 순간적으로 막대를 놓치고 말았다.
‘큭, 안돼!’
생각할 틈이 없었다.
수혁은 재빨리 대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어 몸을 가볍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손에 닿는 무엇이든 붙잡았다.
“키키잇—! 캬캿!”
수혁이 붙잡은 것은 자이언트 배트의 거대한 다리였다.
자이언트 배트가 입으로 수혁을 물려고 했지만, 이런 공중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수혁 자체의 무게 때문에 자이언트 배트의 고도가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다.
‘이 녀석을 어떻게든 붙잡은 게 다행이긴 한데.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거…. 응?’
자이언트 배트에 매달린 채 활로를 찾던 수혁의 눈이 순간 좁혀졌다.
분명 위에 있을 때 노란 화살표가 반대편에 향해 있는 것을 보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발판 밑으로 내려오게 되어 다시 보니, 반대편 말고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또 하나 있었다.
아마 처음부터 자신의 발 밑으로 향해 있었는데, 발판 때문에 가려져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화살표인 것 같았다.
‘이런 화살표를 놓칠 뻔하다니. 게다가 위치도 이쪽 바로 아래잖아.’
수혁이 매달린 자이언트 배트가 서서히 하강하고 있었다.
조금 전 수혁이 발견한 노란 화살표는 바로 이 아래, 절벽 한쪽에 나 있는 검은 구멍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 건가.’
수혁은 검은 구멍 근처에 도달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렸다.
그리고 검은 구멍 근처까지 도달하게 되자, 자이언트 배트를 버리고 검은 구멍으로 뛰어 들었다.
“캬캬앗—! 캿!”
드디어 두 발이 자유롭게 된 자이언트 배트가 수혁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두 다리를 굳건하게 디디게 된 수혁에게 자이언트 배트 따위가 두려울 리 없었다.
수혁은 라인플레임으로 자이언트 배트를 두 쪽 냈다.
자이언트 배트의 시체가 떨어지기 전에 재빨리 손가락을 놀려 드랍 아이템까지 획득!
‘흐흐, 이런 거 하나라도 놓칠 수 없지!’
뿌듯한 기분으로 아이템을 회수하였다.
그리고 나서 수혁은 구멍 안쪽으로 이어진 길을 돌아보았다.
노란 화살표는 길을 따라 어디론가 향해 있었다.
“그럼 저 안에는 뭐가 있을지 살펴보실까!”
수혁의 입가에 탐욕의 빛이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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