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독식자-21화 (21/78)

나벨카 유적지의 진실 (3)

수혁이 걸은 길의 끝에는 하나의 작은 방이 있었다.

수혁은 망설임 없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하나의 작은 연구실이었다.

잊혀진 유적 속, 마도사의 연구실.

지금은 망가져 사용할 수 없는 마법 장치들과, 만지면 부서질 듯이 오래된 책들이 쌓여 있는 공간이었다.

“화살표는… 아. 저쪽인가.”

커다란 화살표가 방에서 나가는 다른 문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작은 화살표 하나는 방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혁은 작은 화살표로 다가갔다.

낡아 빠진 책상 위에, 반짝이는 문자 3개가 마치 실체를 가지는 것처럼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수혁이 다가가 그것들을 만지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고대 문자 중 3개를 획득하였습니다. 현재 획득한 고대 문자(3/17)

-라인플레임의 검신에 그려진 고대 문자 중 하나의 정체를 밝혀냈습니다. 라인플레임의 능력이 일부 활성화됩니다.

<대검: 라인플레임(+1)>

등급 – C

희귀도 – 유일

공격력 – 87

고유 스킬 – 라인플레임

옵션 – 증열: 화염 상태의 적에 대해 공격력 50% 추가 적용. 고유 스킬에도 적용됨.

설명 – 강력한 불의 힘이 깃들어 있는 대검. 검신에 새겨진 고대 문자가 의미심장한 빛을 발하고 있다. 현재 밝혀진 고대 문자(1/5)

수혁은 깜짝 놀랐다.

라인플레임에 고대 문자가 적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진화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라인플레임 안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검을 진화시키는 역할도 했을 줄이야.

게다가 진화된 대검의 설명이 더욱 가관이다.

공격력이 87? 이전 라인플레임을 처음 얻었을 때의 22에 비하면 4배에 달하는 공격력이다.

게다가 증열이라는 옵션은 화염 상태의 적에 대해 공격력 증가 효과! 고유 스킬로 화염 상태를 만든 뒤에 때려도 좋고, 라인플레임 스스로도 때때로 화염 상태를 만드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듯했다.

“어디 보자. 고유 스킬은… 이런. 마력 50 소모에 공격력 150이라니. 이러면 한동안 스킬은 사용할 수가 없는데.”

안타깝지만 마력이 상승할 때까지는 참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사실, 검 자체의 공격력만 따져도 이전 마력을 15나 잡아먹던 때의 위력보다 강력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었다.

수혁의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역시나 노란 화살표는 자신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푸흡. 푸흐흐. 고맙다, 박쥐야. 너 아니었으면 진짜 이거 어쩔 뻔했냐!”

뜻밖의 횡재에 실룩거리는 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만약 박쥐 녀석에게 떠밀리지 않았더라면 이런 비밀 장소를 발견하는 것은 극히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죽어서 마정석까지 남겨주었으니, 단순히 고맙다는 한마디로는 넘어가기 힘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수혁이 득템의 기쁨을 누리고 있을 때였다.

“이런 도둑놈을 봤나!”

수혁은 재빨리 방어 태세를 취하며 뒤돌았다.

뭐지. 도대체 어디에서 들린 거지. 인기척 같은 건 전혀 느낄 수 없었는데.

수혁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런 가운데, 수혁의 눈앞에 하나의 반투명한 형체가 나타났다.

“내 연구실에서 도대체 뭐 하는 거냐! 당장 사라지지 못할까!”

그것은 유령이었다. 과거 마도사였던 망령이 실체화되어 수혁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수혁은 베어 버릴까 하다가, 유령의 앞에 작게 노란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그만 두기로 했다.

히든 독식자의 제1원칙! 히든 피스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물론 유령이다 보니 물리공격이 먹힐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그러기로 했다.

“도둑이라니, 나는 아직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조금 전 내 고대 문자에 손을 대지 않았나! 눈앞에서 가져가 놓고서 뻔뻔하게 발뺌을 하려 하다니!”

“아, 그거? 나는 그냥 손만 댔을 뿐인데….”

마도사의 유령은 화가 난 듯 씩씩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 유적지에 들어올 때 받은 히든 미션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너, 이 유적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어? 예전에 이 유적지에서 마도사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고 하던데. 나는 지금 그 전말에 대해 탐사하는 중이거든.”

“알 것 같으냐! 너 같은 도둑놈은 불구덩이에나 떨어져 버려라!”

마도사가 손짓으로 불의 마법을 만들어 수혁에게 쏘아 보냈다.

그러나 진짜로 불의 마법이 아니라 단순한 환상일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 유령은 실제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았다.

“거 참 까칠하시네. 좀 가르쳐 줘도 될 것을.”

수혁에 투덜거림에 마도사는 순간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차분한 태도로 수혁에게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진실을 알려주지. 단, 조건이 있다.”

“그게 뭔데.”

“철벽 골렘 녀석을 해치워라.”

-미션이 갱신되었습니다.

<히든 미션: 나벨카 유적지의 괴물>

등급 – C

설명 – 과거의 마도사 ‘벨리온’은 과거 퀴벨 마탑으로부터 도망쳐온 마도사 중 한 명입니다. 망령이 된 그는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는 이 유적지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의 부탁에 따라 유적 안 깊숙한 곳에 위치한 철벽 골렘을 해치운다면,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털어놓을 것입니다.

성공 조건 – 철벽 골렘의 처치

실패 조건 – 미션 1-D 완료 시까지 성공 조건 미달성(4/10일)

보상 – 미션 포인트 5, 디엘룬의 지팡이, 벨리온의 맹약

성공 조건이 진실의 파악으로부터 철벽 골렘의 처치로 바뀌어 있었다.

그에 따라 등급 역시 D등급에서 C등급으로 바뀌었으며, 성공 보상으로 벨리온의 맹약이라는 것이 추가되어 있었다.

‘맹약이라면 인연 종류에 해당하는 것이겠군. 하지만 이런 녀석과 맹약을 맺어서 뭐가 좋다고.’

“어떤가. 내 부탁을 들어줄 텐가?”

어차피 두려울 것은 없었다. 자신에게는 이미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라인플레임이 들려 있었으니까.

철벽 골렘이 어떤 존재인지는 몰라도, 그냥 때려 부수면 되는 이야기였다.

“좋다. 잘 생각했군. 그렇다면 자네를 당분간 내 동료로서 인식하고 버프를 걸어주도록 하지.”

-버프 ‘벨리온의 축복’이 정신에 활력을 가져다 줍니다. 벨리온의 반경 50m에 위치할 시 모든 마법의 쿨타임이 1/10로 감소하며, 법력과 마력이 조금 상승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버프 효과에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발현을 건 것들의 쿨타임을 살펴보았다.

발현을 거는 데 있어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나 쿨타임. 이 쿨타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지금까지만 해도 쿨타임은 패널티라기보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장치 같은 거였는데… 이 쿨타임이 줄어들면 이 어빌리티는 완전히…!’

“보아하니 무식한 검사 타입 같아 보이니 별 쓸모는 없겠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지 뭐.”

벨리온이 중얼거렸다. 만약 조금 전이었다면 유령 주제에 건방지다고 생각했을 말투!

그러나 수혁의 태도는 이 버프의 존재를 몰랐던 조금 전까지와는 180도 바뀐 상태였다.

“자, 그러면 길을 안내하지. 따라 오도록 하게.”

“네, 알겠습니다. 자, 어서 가시죠.”

비아냥거리는 것조차 잊은 채 고분고분 벨리온이 하는 말에 공손히 대답한다. 혹여 떨어뜨리면 큰일 나는 진주처럼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최대한 미션을 늦게 깨야 해. 그래서 이 버프 효과를 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게다가 미션을 성공시키는 것도 중요하지. 모르긴 몰라도 이런 녀석과의 인연을 놓칠 수는 없어!’

수혁의 머릿속에 계산이 딱 그려졌다.

수혁은 일단 라인플레임부터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이제부터 이 녀석 앞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되었다. 이토록 강한데 왜 보스를 잡으러 가지 않느냐고 징징거릴지도 모르니까!

수혁은 벌써부터 입가가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어디 보자. 자네는 약해 보이니 일단 큐버들을 잡으면서 조금 강해지는 편이 좋겠군.”

수혁은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수혁의 얼굴은, 웃음을 참느라 묘하게 뻣뻣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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