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벨카 유적지의 진실 (5)
초강력 끈끈이 주문서. 위력 180 이하의 대상을 10분간 붙잡아 둔다. 남은 사용 횟수는 2회.
‘이거라면 저 골렘의 팔을 봉쇄할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확신은 없다. 골렘의 근력이 180보다 높다면 아마 골렘의 팔을 잡아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수혁은 결심하자마자 주문서를 찢었다. 그리고 자신의 발 밑에 하나를 던져 두었다.
“좋아, 어디 공격해 보라고!”
골렘이 수혁에게 거대한 팔을 휘둘렀다.
골렘이 팔을 휘두르는 타이밍에 맞춰, 수혁은 몸을 피했다.
골렘의 팔이 아무리 재빠르다고는 하나, 수혁 역시 충분히 스텟을 상승시켜 왔다. 정면에서 피하는 정도라면 간단했다.
쿠웅—!
수혁이 뿌려둔 주문서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긴장하며 기다렸지만, 골렘은 주문서의 접착 효과를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혁은 쾌재를 부르며 땅에 찰싹 달라붙은 골렘의 팔 위로 올라섰다.
이대로 팔을 따라 올라가 골렘의 머리까지 도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때, 골렘의 다른 팔이 수혁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수혁은 나머지 끈끈이 주문서를 발 밑에 뿌린 뒤 재빨리 몸을 피했다.
퍼억—!
골렘의 다른 쪽 주먹이 수혁이 타고 있는 팔에 달라붙었다.
이제 골렘은 수혁에게 팔을 휘두르지 못한다.
수혁은 음흉한 미소와 함께 골렘의 머리로 달려갔다.
그리고,
“흐아아아앗!!!”
마구잡이로 라인플레임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세 번 휘두르기, 스킬: 라인플레임 등을 가리지 않고 마구 사용했다.
쾅! 쾅! 쾅!
철벽 골렘의 머리가 마구 파여졌다.
스킬: 라인플레임에 녹고, 쇳덩이가 여기저기로 튀었다.
물론 그렇게 자신의 머리가 가격당해도 골렘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적어도 앞으로 10분 동안은.
쾅! 쾅! 쾅!
골렘의 머리 역시도 자가 수복력이 있기 때문에, 수혁의 공격으로부터 입은 손상 부위가 서서히 재생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혁의 공격이 더 빨랐다.
골렘의 머리 부분이 움푹 움푹 커다랗게 파여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콰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골렘의 핵이 드러났다.
수혁은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찌르기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라인플레임으로 골렘의 핵을 꿰뚫었다.
“…….”
쿠웅—!
거대한 골렘의 몸체가 쓰러져 내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싸늘한 거대한 금속 덩어리만이 남아 지면에 널브러져 있었다.
-‘히든 미션: 나벨카 유적지의 괴물’을 완료하였습니다. 망령 벨리온에게 진실을 듣게 되면 미션 보상이 들어올 것입니다.
수혁이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쳤다. 생각보다도 훨씬 어려운 적이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겼다. 이겼으니 되었다고 수혁은 생각했다.
그보다도 일단은 아이템 회수가 먼저였다.
골렘의 시체 위에 생겨난 드랍 창에 손을 뻗는다.
C급 스페셜 마정석, 1200루페, 미다만티움, 그리고 매직 북: 점멸.
자, 잠깐. 뭐라고? 점멸이라고?
수혁은 곧바로 매직 북의 정보를 확인했다.
<점멸>
등급 – B
거리 – 15m
마력 소모 – 30
설명 – 15m 이내의 시야가 닿는 곳으로 순간이동한다. 시야가 닿지 않는 곳은 순간이동할 수 없다.
대박이었다.
판타지 기반의 세계관이라면 어느 곳이든 이러한 순간 이동이 유용하게 사용되지 않는 곳은 없었다.
긴급 탈출 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꼭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유용하게 사용될 확률이 컸다.
걸어서는 넘지 못하는 지형을 뛰어 넘는다든지.
뛰어서는 닿지 않는 공중의 어딘가로 순식간에 이동한다든지.
비록 시야가 닿아야만 하고, 15m라는 한계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사용 여부에 따라 엄청나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다만 쿨타임이 현재 28분인지라, 자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조금 걸리는 점이었다.
물론 지력이 늘어남에 따라 쿨타임은 점점 줄어들겠지만, 어디까지나 위기 탈출 혹은 한번의 기습용으로 사용될 것 같았다.
아무튼 이것도 대박. 수혁의 입이 벌어질 줄을 몰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노란 화살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 안쪽에 무언가가 더 있는 게 틀림없어!’
수혁의 눈에 탐욕이 활활 불타올랐다.
벨리온이 철벽 골렘을 해치운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지만, 수혁은 잠시만 벨리온을 세워 두고 노란 화살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대한 홀의 맞은 편에 하나의 문이 있어서, 노란 화살표는 그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혁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와 함께, 저 앞쪽에 간신히 몸을 올려 놓을 만한 발판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거리로 보아 하건대, 딱 점멸을 쓰면 닿을 만한 거리 같았다.
‘철벽 골렘으로부터 점멸을 획득한 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거로군.’
수혁은 매직 북을 쥐고 홀로그램으로 뜬 사용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환한 빛이 수혁에게 스며들어 점멸 마법이 생겼음을 알렸다.
수혁은 저 앞쪽의 발판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마법을 시전했다.
“점멸!”
팟—
수혁의 몸이 한순간에 반대쪽으로 넘어갔다.
시야가 한순간에 바뀌어 당황했지만, 주변을 둘러보고서 점멸 마법이 제대로 쓰였다는 것을 확인한 수혁이었다.
수혁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 발판으로부터 꺾여 이어진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길의 끝에, 하나의 보물 상자가 존재했다.
‘개인적으로 보물 상자 열어서 좋은 아이템을 얻은 기억은 별로 없는데 말이지.’
하지만 이런 비밀스러운 장소에 숨겨져 있는데다가, 색깔마저 다른 보물 상자들과는 달리 황금색으로 칠해져 있다.
조금 정도는 뭔가 다른 것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보는 수혁이었다.
수혁이 보물 상자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무채색의 반지’와 ‘마가의 서’를 획득하였습니다.
뭔가 알 수 없는 아이템들이 튀어나왔다.
뭐가 뭔지 잘 모를 때는, 일단 아이템 감정부터 하는 것이 좋았다.
수혁이 새로이 획득한 아이템들에 손을 갖다 대자 아이템 창이 떠오른다.
<무채색의 반지>
등급 – A+
희귀도 – 유일
소켓 – 비어 있음
설명 – 아무런 빛을 지니지 않은 무채색의 반지. 소켓에 정수를 담을 수 있으며, 소켓에 담긴 정수의 힘을 최대로 이끌어낸다.
<마가의 서>
등급 – S
희귀도 – 전설
법력 – 2000(랭크 패널티로 인한 스텟 감소 1/8 적용 시 250)
지력 – 1000(랭크 패널티로 인한 스텟 감소 1/8 적용 시 125)
마력 – 2000(랭크 패널티로 인한 스텟 감소 1/8 적용 시 250)
사용 가능한 마법 – 엘리멘탈 차지/E, 아이언 차지/D
설명 – 고대의 마법사 마가가 쓴 하나의 책. 고대 문자를 전부 획득하면 책의 내용을 읽을 수 있다. 고대 문자의 획득 정도에 따라 특정의 마법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획득한 고대 문자(3/17)
뭔가 엄청나 보이는 게 두 개나 나왔다.
등급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등급부터가 A+와 S였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에서조차 A+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A+란다. 게다가 마가의 서는 A+를 넘어서 S란다.
어이가 없다 못해 광대가 하늘로 승천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내 수혁은 정신을 차렸다.
등급이 A+니 S니 날뛰고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렸고, 희귀도가 유일과 전설이라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실제 아이템의 성능 자체일 것이다.
등급이 아무리 높아 봤자, 저번에 얻었던 푸른 구슬처럼 퀘스트 템 같은 무능력한 거라면, 자신에게 쓸모는 없다.
수혁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일단은 무채색의 반지로군. 일단은 정수라고 하는 걸 넣어서 강화시킬 수 있는 모양인데. 마침 황금 풍뎅이의 정수가 있으니 한번 넣어 보는 걸로 할까.’
수혁의 손이 오랫동안 인벤토리 안에서 쉬고 있던 황금 풍뎅이의 정수를 꺼냈다.
처음에는 우황청심환 정도로 작았던 정수가, 지금은 테니스 공 만한 크기까지 성장해 있었다.
수혁은 그것을 무채색의 반지에 나 있는 홈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황금 풍뎅이의 정수가 마치 빨려 들어가듯 무채색의 반지로 흡수되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반지의 홈에 황금빛을 띠는 작은 보석이 생겨나 있었다.
수혁은 다시 아이템 정보를 살펴보았다.
<무채색의 반지: 황금 풍뎅이의 정수>
등급 – A+
희귀도 – 유일
소켓 – 황금 풍뎅이의 정수
물리저항 – 46
마법저항 – 46
옵션 – 황금 풍뎅이의 날갯짓: 착용자에게 걸려 오는 저주 계열 마법을 70% 확률로 회피한다.
설명 – 원래는 무채색인, 황금빛을 띠고 있는 반지. 황금 풍뎅이의 정수가 깃들어 있다.
기본 스텟이 23이었으니, 무려 두 배의 스텟 상승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게다가 저주 계열 마법을 회피하는 옵션이 추가되어 있었다.
엄청난 성능의 향상. 게다가 탈착식인지라 필요한 종류의 정수를 원할 때에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대단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사용할 수 있는 정수가 황금 풍뎅이의 정수밖에는 없지만, 정수의 종류에 따라 바뀌는 추가 옵션은 분명 상황에 맞추어 쏠쏠하게 사용할 수 있으리라.
일단은 만족. 수혁은 흡족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은 마가의 서였다.
일단 스텟만 봐도 2000이니 1000이니 하는 것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완전하게 쓸 수는 없다. 자기 자신과 랭크가 2단계 차이 날 때부터 1/4, 1/8 식으로 성능이 감소하게 되는 랭크 패널티 때문.
현재 수혁의 매지컬 스텟은 C랭크였고, S랭크까지는 3계단이므로 이러한 스텟 성능의 감소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혁이 이 마가의 서를 들게 된다면 매지컬 스텟이 무려 2~3배는 상승하게 된다.
C급의 스텟이 80~300이므로 최종적으로 B급의 스텟에 한 발짝을 걸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냥 들고만 있어도 발현에 의한 성공률과 쿨타임이 대폭 증가!
그런 마가의 서를 내려다 보던 수혁은 입에서 침이 흐르려 하는 것을 깨닫고 자기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감히 이런 엄청난 아이템에 더럽게 침을 흘리려 하다니, 불경도 이런 불경이 따로 없었다.
‘스텟 랭크가 하나씩 오름에 따라 마가의 서의 제한된 성능은 두 배씩 증가한다. 마지막에 A랭크가 되면 스텟 제한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지. 그때가 되면 내 발현의 성능도… 큭큭큭!’
뺨은 얼얼했지만, 그만큼 수혁의 마음도 풍족해졌다.
엘리멘탈 차지니 아이언 차지니 하는 마법들이 있긴 했지만, 수혁의 마음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무기나 스킬 등에 속성력을 더해주는 무척이나 좋은 마법들이었지만, 아무래도 당장 눈에 들어오는 스텟 때문인지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점멸의 쿨타임을 기다리는 동안, 수혁은 마음의 평안을 느끼며 얌전히 이 충족감을 만끽했다.
A+, 그리고 S!
세상을 전부 다 가지게 된 것 같은 느낌에 당장이라도 두 다리를 뻗고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