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독식자-33화 (33/78)

두 번째 미션 (6)

리덴 길드 3인방은 누구보다도 먼저 와서 사원 근처를 조사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노란 화살표가 보이지 않는 그들은 사원 근처의 광범위한 지역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분명 이 근처에 뭔가가 있는 거야. 사원이 있는 것만 봐도 그건 확실해. 하지만 그 단서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군….”

이세광이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여러 번의 시도와 시행착오, 그리고 아바레카에 떠도는 소문들을 통해 이 사원 근처에 마신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앞으로가 문제였다. 열쇠가 일정 범위 이상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들, 그 범위가 km 단위인 이상, 6개의 열쇠의 행방을 찾는 것은 짚단에서 머리카락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근처에 마을이라도 있다면 사람 하나 붙잡고 물어보았을 텐데. 하지만 이 주변은 온통 숲뿐인지라, 어떻게 정보를 구할 방법도 없었다.

“참 난감하네요. 이 사원 주변에 마신과 관련된 히든 피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아내는 것만 해도 상당한 희생이 따랐었는데, 여기서 또다시 백지부터 시작해야 한다니….”

오광수의 한탄이 허투루 들리지가 않았다.

히든 피스라는 게 원래 그랬다. 미션마다 얻을 수 있는 히든 피스가 몇 개씩은 정해져 있었지만, 말 그대로 숨겨진 요소였다. 이것은 플레이어들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최소한 2에서 3, 많게는 10이나 그 이상의 미션 포인트를 소모하여 특정 미션을 반복해서 클리어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수많은 정보들을 조합하여 단서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얻어지는 정보들이 전부 히든 피스와 관련이 있다면 모르겠으나, 히든 피스와는 전혀 관련 없는 쓰레기 정보인 경우도 많았다.

지금 이 경우만 해도 그랬다. 사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히든 피스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고 있기는 하나, 서바이벌 월드의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원이 히든 피스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냥 버려진 사원인 경우도 많았고, 사연이 존재한다고 해도 마신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힘들게 인력을 투입하여 히든 피스를 얻어낸다고 한들, 투자한 것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이번의 경우에도, 만약에 제보자가 없었다면 이 사원은 수많은 미션들의 수많은 오브젝트 중의 하나로서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설마 그 녀석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겠죠? 이건 단서가 없어도 너무 없는데요. 애초에 추정 등급 A인 다리온에게 적대당하고서 살아 돌아왔다는 것 자체가 저는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 그 정도면 다른 길드에서는 거의 길드장 급이라구요.”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닐 거야. 실제로 그 자를 다른 자들이 만났을 때, 그는 거의 빈사 상태였던 모양이니까. 게다가 우리 리덴 길드에게 거짓말을 했다간 어떻게 될지 녀석도 모르지는 않을 테지.”

이세광의 눈빛이 냉혹하게 번들거렸다.

애초에 그들이 아까운 미션 포인트까지 써가면서 이미 미션 포인트를 회수한 이 변방의 미션에 재도전하게 된 것도 바로 그 소문 때문이었다.

다리온이, 다리온을 쫓아간 플레이어에게 검을 찔러 넣으면서 남겼다는 한마디.

이제부터 자신은 마신을 봉인하러 간다고 하는.

“마신이 안 날뛰고 있는 걸 보면 봉인은 이미 되어 있는 거 아닌가. 아무튼 기껏 다리온을 앞질러왔는데 단서가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난감하기 그지 없네요.”

“이렇게 된 이상 다리온의 뒤를 밟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대장?”

이세광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자신 역시 다리온의 뒤를 밟아, 그가 벌이는 일을 확인하는 편이 간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실력으로는 다리온을 결코 감당해낼 수 없었다. 기껏해야 C와 B급으로 이루어진 자신들로서는 결코.

다리온의 날카로운 감에 포착되기라도 하면 자신들은 그날로 끝장인 것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보는 걸로 하지. 그보다도 지금은 좀 더 이 근처를 수색해보는 것이… 응?”

이세광은 미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눈썹을 찌푸렸다.

어빌리티 ‘기척 감지’에 의한 진동의 감지.

주변에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그 상태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감지하여 적의 위치나 움직임을 알 수 있다.

격렬한 전투 도중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비전투시의 기척을 읽어내는 데에는 상당히 유용하다.

그리고 그 기척 감지가, 자신에게 무언가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고개 숙여!”

이세광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나머지 두 명 역시, 세광이 외치는 것과 동시에 스프링처럼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숙인 그들의 머리 위로, 화살이 세 발, 나란히 스쳐 지나간다.

이세광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살펴본다.

저 멀리 어딘가의 나무 위. 후드를 덮어쓴 그림자의 모습이 비친다.

그림자는 이세광이 그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엘프족이나 뭐 그런 건가.’

이세광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궁술 실력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이 정도의 화살 실력은, 엘프족이 아니고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됐다. 이제 간 듯하군. 아무래도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야.”

이세광이 음습한 미소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

수혁은 어렵게 매단 벌레 미끼가 물고기에게 쏙 빼 먹히고 낚시바늘만 올라오는 상황을 벌써 세 번이나 경험해야만 했다.

옆에 있던 리첸이 그 모습을 비웃었다.

“하하하! 자넨 정말로 낚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군. 낚시는 기다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네.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수면의 흔들림을 지켜보다 이때다 싶은 한 순간, 낚아채는 것이 중요한 법이라네.”

수혁은 열이 받는 것을 느꼈지만,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이 시점에서 무슨 말을 해도 통할 리 없었다. 울컥거리는 감정을 억누르며 리첸에게서 또 다른 미끼 하나를 받아 들었다.

‘젠장, 마스터리 위력을 올린다고 다가 아니었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요령이 받쳐주지 않으면 마스터리고 뭐고 아무 소용 없는 거야.’

낚시뿐만이 아니었다. 이전 오거스 던전에서 채광 스킬을 사용할 때도, 처음에는 마스터리의 위력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요령이 부족해서 난처함을 겪었었다.

위력이 전부가 아니었다. 아무리 발현을 통해 마스터리의 위력을 올린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그 마스터리를 제대로 활용할만한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적어도 물고기 한 마리는 잡고 간다. 마스터리 위력이야 발현으로 따로 올릴 수 있겠지만, 그전에 낚시의 요령을 익히고 가는 게 좋겠어.’

수혁은 속으로 다짐했다. 그리고 호수를 향해 다시 한번 낚시 바늘을 던졌다.

“…….”

침묵이 계속되었다.

낚시는 원래 그런 것이었다.

말소리가 들리면 물고기는 도망가니까.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필연적으로 정적의 세계가 펼쳐진다.

사실, 그것이야말로 낚시의 진정한 묘미라고 할 수 있었다.

고요하게 펼쳐진 잔잔한 물을 앞에 두고, 낚싯줄이 흔들리는 것을 기다리며 자연의 경관을 느낀다.

언제 물고기가 걸려들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감은 유지되고, 그동안 아름다운 경관과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정적을 즐긴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단순히 낚싯바늘을 던져놓고 지켜보는 이 행위가, 의외로 다른 스포츠나 여가보다도 더 큰 쾌감을 뇌에 전해준다는 것을.

‘옛날에는 아빠가 낚시에 빠져드는 걸 보고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지. 단순히 지켜보는 것뿐인데 뭐가 그리 재미있냐고 말야. 하지만 직접 낚시를 하는 지금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낚시는 정말이지 지켜보는 사람과 직접 하는 사람 사이의 온도차가 가장 큰 레저 활동 중에 하나였다.

수혁은 그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했지.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처음에는 물고기가 먹이를 건드리는 타이밍이니 너무 빠르고, 너무 시간이 지나면 물고기가 미끼만 빼먹고 도망쳐 버린다. 그 중간의 타이밍. 물고기가 미끼를 먹기 위해 낚싯바늘에 입을 걸친 바로 그 타이밍에 잡아당겨야 한다.’

수혁의 눈에 낚싯줄과 수면이 맞닿은 부분이 점차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수혁은 낚싯대를 잡아당기지 않고 참았다.

그대로.

그대로.

수면의 흔들림에 무언가 변화가 생길 때까지.

수혁은 긴장된 팔로 낚싯대를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수면의 흔들림이 조금 크게 튄 순간,

수혁은 그대로 낚싯대를 잡아당겼다.

촤악—

수면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무지갯빛을 띤 붕어 한 마리가 딸려 나왔다.

미션의 조건인 청은잉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옆에서 리첸이 놀란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것은…. 놀랍군. 설마 낚시를 시작하고서 처음으로 잡게 된 물고기가 다른 것도 아닌 오색붕어라니. 청은잉어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잡기 힘든 녀석인데.”

리첸은 손가락으로 수염이 난 턱을 쓰다듬었다.

수혁은 오색붕어의 입에 박힌 바늘을 빼내기 위해 오색붕어와 힘싸움을 겨루는 중이었다.

“후후. 재미있군. 낚시를 시작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나를 즐겁게 해줄 줄이야. 좋다. 만약에 자네가 청은잉어를 잡아내는 데 성공한다면, 자네에게 저 사원 안에 존재하는 시련 중에 하나에 대해 그대에게 힌트를 주는 것으로 하지.”

“그거 좋네요.”

수혁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동안 수혁은 간신히 오색붕어에 걸린 낚싯바늘을 빼내어 마침내 오색붕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상태였다.

<오색붕어>

등급 – C

희귀도 – 희귀

근력 – 10

체력 – 10

설명 – 오색으로 빛나는 비늘을 가진 붕어. 섭취할 경우 근력과 체력이 영구적으로 10씩 오른다. 고급 궁중 요리의 재료로서 이용된다.

“그러면 이제부터 계속 이곳에서 낚시 수련을… 응? 잠깐. 자네 지금 낚싯대를 집어넣은 건가?”

“네. 일단 다른 곳도 좀 둘러본 뒤에 다시 오려고요.”

“허… 식음을 전폐하고 낚시에 몰두해도 모자랄 터에 다른 열쇠마저 찾으려 한다? 하하. 자네 참 재미있는 친구로군.”

수혁은 씨익 웃으며 리첸에게 응대했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낚시 마스터리에 대한 발현은 꾸준히 넣어주고 있는 상태였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수혁은 다음의 노란 화살표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긴 끝에, 수혁은 하나의 던전 입구를 앞에 두고 발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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