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독식자-34화 (34/78)

유목의 던전 (1)

수혁은 찬 바람이 흘러나오는 동굴형의 던전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했다.

‘뭔가 으스스하군. 꼭 유령이라도 나올 것처럼 생겼는데.’

어쩌면 자신이 나왔던 오거스 던전 역시, 입구에서 뒤돌아보면 이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수혁은 손에 쥔 땀으로부터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던전의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목의 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던전에 떠돌아다니는 마나의 빛이 느껴집니다.

유목의 던전.

인간과 동물만이 유령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오만.

이곳은 유령이 되어 버린 나무들이 던전의 벽과 지면을 타고 흐르며 들어오는 자의 목숨을 빼앗는 무서운 곳.

쉬고 있을 틈 같은 건 없었다. 벽에 기대어 앉아 있더라도, 어디에선가 나타난 유령화된 나뭇가지가 목을 조를지도 몰랐으니까.

“일단 들어가볼까.”

수혁은 열기가 느껴지는 라인플레임을 들고 던전 안으로 입장했다.

마가의 서는, 미션이 시작된 이후로는 발현을 쓸 때에만 잠깐씩 빼서 사용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두는 중.

애초에 자기 자신에 대해 발현 쿨타임이 4~5시간으로 유지되고 있는 이상 마가의 서를 항상 빼내둘 필요는 없었다. 마가의 서를 들고 있으면 쿨타임이 1시간 정도는 줄어들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쓸데없는 관심을 받고 싶지 않았다.

‘물론 거점이라면 마가의 서를 손에서 놓을 수 없겠지만 말야.’

거추장스럽게 책을 온종일 들고 있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었다.

물론 그런 사소한 귀찮음 따위는 자신의 강해지는 기쁨에 비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

하얀 빛이 스며들어가 자신의 스텟이, 무기들이, 스킬들이 조금씩 강화되는 그 맛이란!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발현이 참 좋아.’

현재, 수혁이 사용하는 발현의 위력은 무려 250이나 되었다.

마가의 서를 장착할 경우 마력이 400이 넘기 때문에 발현 자체의 위력을 더 강화할 여지가 있었지만, 일부러 강화하지 않았다.

발현의 위력이 너무 높으면, 전투를 하면서 마력이 애매하게 소모되었을 때 바로바로 발현을 써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투를 한 뒤, 찰랑거리는 마력을 어떻게든 사용해주고 싶은데 애매하기에 놔둬야만 하는 그 안타까움!

그래서 마력 자체는 꽤 높은데도 불구하고 함부로 발현을 강화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발현의 효과는 꽤 나쁘지 않았다.

현재, 단일 스텟을 가지는 아이템을 대상으로 하여 발휘되는 발현의 효과는, F급의 경우 80, E급은 60, D급이 40에 C급이 25 정도.

F급에 사용할 경우 한 번만 성공해도 단숨에 C급이 될 정도이므로, 하위 등급 대상에 대한 발현의 효과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 발현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이것이었다. 원래는 스펙을 올릴 수 없는 장비류나 숙련도를 올리기 어려운 스킬들을, 단숨에 자신이 사용하기 좋은 레벨까지 이끌어내는 능력!

실제로 낚시 마스터리는 처음에 F등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발현에 의해 성공과 실패를 거쳐, 현재는 C등급, 135의 위력을 가지는 상태.

수혁은 이 마스터리를, 최대한 B급 커트인 300을 넘긴 뒤에,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최대한 근접한 상태로 만든 뒤에 청은잉어 낚시에 도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미션 등급이 B급이었으니 B급까지 올리면 그 미션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물론 그 동안 소드 마스터리나 탐사 마스터리 같은 다른 마스터리에 투자하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쉽지만.’

다만 이렇듯 유용한 발현 어빌리티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발현 자신보다 등급이 높은 대상에 대한 스텟 상승률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기 자신에 대해 가해지는 발현의 위력 역시, 스텟이 8개로 골고루 분배되어 버리므로 체감되는 스텟 상승량은 스텟당 2~3 정도로 그리 높지는 않은 편.

발현에 있어서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자신의 스텟이 강해지는 것을 생각하면, 일반적인 동급 몬스터를 사냥하는 속도와 성장 효율 자체는 비슷했다.

사냥을 할 경우 두 배의 성장 속도. 사냥을 하지 않아도 사냥을 하고 있는 정도의 성장 효과.

무기나 스킬에까지 발현을 걸어주는 것을 생각하면 성장 효과는 통상의 5~6배 이상!

다른 사람들이 힘들게 몬스터를 잡고 있을 것을 생각하며 수혁은 속으로 작게 웃었다.

‘그나저나 이제 몬스터가 나타날 때가 됐는데.’

수혁은 주위에 대한 경계를 잃지 않으며 걸음을 옮겼다.

던전의 초입부. 통로로 나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을 맞아주는 몬스터는 바로 커크 트리.

빛을 받지 못하는 던전 안에서 목질화되고, 석질화되어 기괴한 형상으로 자라난 나무 형태의 몬스터였다.

딱딱한 몸체에 생겨난 눈코입의 검은 구멍이 수혁을 향해 거대한 포효를 터뜨린다.

“크워어어어—!”

수혁도 물러서지 않았다. 마침 상대방은 불에 타기 쉬운 나무형의 몬스터. 수혁의 라인플레임이 빛을 발할 때였다.

수혁은 라인플레임을 든 채 커크 트리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생각보다 단단했다. 게다가 라인플레임의 화염 속성은, 예상 외로 커크 트리에 대해 타격을 입히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째서지? 나무니까 불에 약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커크 트리가 수혁보다 월등하게 강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고려해도 수혁의 공격이 잘 먹히지가 않았다.

나무를 친다기보다는 돌덩이를 치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평범한 나무의 느낌은 아닌데. 속성으로 우위를 보려는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겠어. 그것보다….’

커크 트리가 양팔을 땅 속으로 파묻자, 땅 속으로부터 날카로운 채찍이 튀어나와 수혁을 노렸다.

수혁은 커크 트리가 양팔을 땅 속에 집어넣는 순간부터 몸을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왼쪽 팔의 팔목을 커크 트리의 손가락에 관통당하고 말았다.

높은 물리 저항 덕에 그 이상의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커크 트리의 공격력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증거였다.

‘큭, 위험하다. 이전 미션과는 몬스터의 강함 자체가 달라졌어. 아직 100번대 미션도 아닌데 이 정도라니.’

만약 수혁이 얌전히 미션이 지시하는 대로 따랐다면, 이 정도의 몬스터와 마주치게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얌전하게 패잔병들과 섞여, 신임 대장의 인솔하에, 적당한 임무를 맡고, 적당히 도망쳐가며 게릴라 활동을 벌인다.

이번 미션의 적정 등급은 E~D 정도. 그 정도의 적들만 나오고, 그 정도의 위기만이 수혁에게 닥쳤을 것이다.

강해지는 것도 단순히 그 정도였을 터.

하지만 수혁은 히든 피스를 추구하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을 선택한 이상, 적정 등급인 E나 D등급보다 훨씬 강한 적들과 만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대신 그만큼 강해지게 되겠지!’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레밀리아가 전해준 체력 포션을 꺼내 들었다.

상처 부위에 체력 포션을 붓는 것과 동시에, 인벤토리로부터 마가의 서를 꺼내 든다.

일반 책처럼 굳이 힘을 줘가며 집어들 필요는 없었다. 그저 손을 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그 위에 환한 빛을 내며 떠오른다.

자잘하다면 자잘한 성능이었지만, 한창 전투 중이라 손 하나가 바쁜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명품의 가치는 디테일한 부분에서부터 결정되는 법! 그런 면에서 S등급을 가지는 이 마가의 서의 성능은, 그 등급에 맞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보통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면, 강화시키는 방법밖에!’

마가의 서에 잠들어 있는 두 개의 마법.

하나는 엘리멘탈 차지. 물, 불, 바람, 땅의 네 가지 속성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그 속성을 무기나 신체, 혹은 스킬에 부여하는 스킬.

나머지는 아이언 차지로서, 금속 속성을 무기나 신체, 스킬에 부여할 수 있는 스킬.

스킬이라면 한 번까지. 무기나 신체에 부여하였다면 세 번까지.

공격 자체에 대한 추가 속성 공격력을 부여한다.

다시 말해 이후 수혁이 어떤 방식으로 전투를 하게 되든, 이 마법은 수혁의 전투 스타일에 병행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야말로 미래의 효자 스킬인 셈!

그리고 그 속성들 중에서, 수혁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엘리멘탈 중 바람 속성의 윈드 차지.

‘내가 보기에 저 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냐. 딱딱한 걸 보니 돌덩이가 섞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저 커크 트리에게 유효한 수단은 바로 바람.’

엠페도클레스가 4원소설을 주장한 이후, 4개의 속성들이 물>불>바람>땅>물의 상호 관계를 가지는 것은 게임 업계에서는 이미 하나의 표준이었다.

그리고 한때 다른 중고딩 남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RPG 게임을 플레이한 바 있는 수혁 역시, 이러한 상호 관계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처지였다.

수혁은 마가의 서를 이용해 라인플레임에 윈드 차지를 걸었다.

불 속성의 라인플레임에 윈드 차지가 걸릴까 약간 걱정되긴 했지만, 다행히 수혁의 걱정과는 달리 바람 속성의 초록색 기운이 라인플레임을 감싼다.

라인플레임에 불과 바람의 두 가지 기운이 동시에 감돌고 있었다.

“어디 이것도 맛 보시지!”

수혁은 단숨에 돌진하여 검을 내리 꽂았다. 커크 트리와 맞닿은 부분으로부터 불꽃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단순히 속성만이 부여된 것이 아니다. 마법 본연의 위력과, 마가의 서에 의해 강화된 법력이 일정 계수가 붙어 더해졌다.

마력도 많이 소모되었다. 하지만, 그만큼의 효과는 있었다.

커크 트리의 허리가 깊게 패였다. 커크 트리는 고통의 비명을 지른다.

“크오오오!”

“됐다! 효과가 있는 모양이야.”

커크 트리의 속성인 나무와 돌. 나무는 불에 약하고, 돌은 바람에 약하다.

수혁의 공격은 두 가지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단단한 커크 트리의 몸체라 하더라도, 양쪽에서 명치를 잡고 때려대는데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좋아. 이대로 마무리를 지으면!’

커크 트리가 긴 팔을 횡으로 휘둘렀다.

수혁은 그 공격이 닿기 전에 커크 트리를 꿰뚫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마무리를 지을 생각으로 찌르기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수혁은 커크 트리의 마무리를 지을 수가 없었다.

던전의 벽에서 생겨난 유목의 뿌리가 수혁의 팔을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뭐, 뭐지?’

반투명한 나무의 촉수가, 수혁의 팔을 휘감는다.

무언가 끈적끈적하고 차가운 액체 같은 것이 파고드는 느낌.

수혁은 커크 트리의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커크 트리가 휘두른 팔은 수혁에게 적중한다.

수혁은 뼈를 파고드는 고통과 함께 나가 떨어진다.

“커헉!”

벽에 부딪힌 수혁은 오랜만에 느끼는 끔찍한 고통에 신음했다.

그나마 물리 저항이 있어서 이 정도지, 만약 일반적인 수준의 물리 저항을 가지고 있었다면 피를 토했을 것이다.

물론 수혁은 이대로 맞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수혁은 왼손으로 다시 마가의 서를 펼쳤다.

수혁의 눈에 독기가 감돌았다.

“윈드 차지, 스킬: 라인플레임.”

어느새 사방에서 던전의 벽을 뚫고 나온 유목의 촉수들이 수혁에게 뻗어왔다.

실체를 가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들은 마치 점액처럼, 수혁의 팔이나 몸을 얽어왔다.

수혁은 그것들을 무시하고, 커크 트리에게 라인플레임을 향했다.

그리고 라인플레임의 주문을 외웠다.

“우우우…. 워어어어어!”

커크 트리의 몸체가 적녹색의 불길에 휩싸였다.

진작에 이럴걸. 수혁은 속으로 작게 후회하며, 달라붙은 유목들을 떼어내기 위해 팔을 휘둘렀다.

“큭, 이것들 왜 이렇게 안 떨어져!”

이곳의 유목이란 것들은 상당히 특이한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물리적 실체를 가지지 않는 이른바 영체임에도 불구하고, 팔이나 다리에 달라붙는 등 어느 정도는 물리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힘을 주어 뿌리치면 천천히 통과되어 벗어날 수 있고, 통과되는 과정에서 대미지를 입는 것도 아니지만, 달라붙는 느낌 자체가 상당히 짜증 났다.

차갑고, 끈적끈적. 아마도 오징어나 문어의 다리가 달라붙으면 이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었다.

‘이거야 원, 한시라도 쉴 수가 없겠는걸. 만약 이런 곳에서 잠들었다가 이것들이 내 목이라도 조른다면…’

끔찍했다. 영체라서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타격을 입히는 것이 불가능하니 더욱 그랬다.

애초에 영체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신성 속성이나 저승 속성을 띤 공격이어야만 하고, 일반적인 물리 공격이나 마법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마법 공격의 경우 특정 성질을 띤 영체에 대해서는 속성에 따라 공격이 통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었다.

지금 이 던전에서 출몰하는 유목의 경우, 오랫동안 던전 속에 머물면서 나무의 속성을 잃은 상태.

일반적인 물리 공격은 물론, 마법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수혁으로서는 정말로 짜증 나는 일이었다.

“이런 던전은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군. 빨리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거나 찾아서 나오는 편이 좋겠어.”

수혁은 쓰러뜨린 커크 트리를 지나 안쪽으로 나아가면서 중얼거렸다.

커크 트리에게서는 이미 C급의 마정석과 250루페, 커크 트리의 꺼끌꺼끌한 나뭇조각이라는 잡템이 드랍된 상태였다.

“그나저나 이번 던전은 전체적으로 나오는 아이템이 좋아졌는걸. 이전 오거스 던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야.”

커크 트리를 쓰러뜨리고, 유목을 피해 나아가다 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희미한 노란 화살표들.

그것을 따라가면, 보물 상자들이 수혁을 기다린다.

보통은 나무의 갈색이지만, 때때로 동색이나 은색의 상자들도 있었다.

대체로 D나 C급의 보통 장비들이 나왔지만, 등급이 낮더라도 희귀도가 희귀인 아이템들이 나오기도 했다.

<메실라 피리>

등급 – D

희귀도 – 희귀

위력 – 65

설명 – 그라델 왕국의 메실라 지방에서 주로 연주된 피리. 숙련된 연주가가 연주할 경우, 적의 고막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이 가능하다.

<체인 로프>

등급 – D

희귀도 – 희귀

위력 – 50

설명 – 체인으로 연결된 로프. 휘두를 때는 자신이 휘두른 로프에 맞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꽤나 특이한 것들이 나오곤 했다.

‘그건 그렇고 도중에 이것들은 대체 뭐인 거지.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기는 한데, 도무지 뭔지 정체를 알 수가 없단 말이지.’

수혁이 통로를 지나고 있으면, 중간중간 보이는 것중 하나가 바로 이 쭈글쭈글한 작은 고사리 같은 식물체였다.

현재까지 3개째. 말라비틀어진 무말랭이도 아니고, 도대체 무엇에 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뽑아 보려고 했지만, 어쩐지 뿌리가 깊은데다가, 괜히 상하게 할까봐서 실패.

‘흐음, 조금 조사해 보는 게 좋겠는데.’

어떻게 이용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포기하고 다른 노란 화살표를 쫓아 왔지만, 아직까지 뭔가 새로운 것이 발견될 기색은 없었다.

그렇다면 우선은 이 말라비틀어진 식물체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수혁은 계속 던전 안을 탐색하느라 소진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체력 포션을 입으로 가져가며, 식물체의 정체에 대해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그때, 던전 벽에서 튀어나온 유목이 수혁이 마시던 체력 포션을 건드렸다.

툭— 쨍그랑!

“아 나 진짜, 뭔 놈의 던전이 체력 포션도 못 마시게 하는… 응?”

수혁은 깨진 병에서 흘러나온 체력 포션을 뒤집어쓴 쭈글쭈글 식물체를 보고 어이없는 목소리를 내었다.

쭈글쭈글했던 식물체가,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도 맹렬한 속도로.

“어, 어!”

던전의 천장까지 뚫고서 끝없이 올라간다.

수혁의 머릿속에, 하나의 동화 이야기가 떠올랐다.

‘잭과 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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