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독식자-39화 (39/78)

사원의 열쇠 (1)

<아티팩트: 끈끈이 혀>

등급 – D

희귀도 – 희귀

남은 사용 횟수 – 5

설명 – 개구리의 혀와 같은 끈끈이 혀를 사출할 수 있는 아티팩트. 버튼을 누르면 작동되며, 끈끈이 혀에 닿은 가벼운 대상을 끌고 올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의 장난감용.

<마법 주문서: 발화>

등급 – C

희귀도 – 흔함

남은 사용 횟수 – 3

설명 – 대상의 재질에 관계없이 발화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마법 주문서. 재질에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마법 저항력에 영향을 받는다.

던전 탐사를 하며 수혁은 여러 가지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었다.

놀라웠던 것은, 던전 안에 사원의 열쇠가 또 하나 존재하였다는 것.

던전은 크게 나눠 총 2층으로 나눌 수 있었고, 그것은 크리스탈의 서식지 층계와 수혁이 처음 들어온 유목 층계의 두 가지였다.

각 층마다 하나씩, 보스를 격파하고 나서 들어갈 수 있는 장소에 사원의 열쇠가 존재하였다.

이로서 수혁이 얻게 된 사원의 열쇠는 총 2개. 앞으로 깨야 할 호수에서의 낚시 미션을 생각하면 3개의 열쇠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우선은 낚시 미션부터 깨고 나서 다른 미션으로 이동하는 게 좋겠지.’

수혁은 람바다 호수로 돌아갔다.

리첸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낚시를 하며 수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군. 그 동안 낚시는 많이 하였는가?”

리첸이 껄껄거리며 수혁을 맞아주었다.

긴 말이 필요없었다. 수혁은 바로 자신의 낚시 스팟으로 이동하여 낚싯대를 꺼내들었다.

기본 낚싯대였다. 별다른 어떤 기능도 들어있지 않은, 평범한 초보자용의 낚싯대.

하지만 발현에 의해 강화된 지금은, 작은 상어 정도는 낚는다고 해도 낚싯줄이 끊어질 일이 없는 튼튼한 낚싯대로 변모하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발현에 의해 강화된 낚시 마스터리가 어느새 B급으로 강화되었던 것!

<마스터리 스킬: 낚시>

등급 – B

위력 – 334

효과 – 1. 수면 감지: 수면에 전해지는 미세한 파동을 감지한다.

2. 수중 투시: 수중 밑의 시야가 확장된다. 수질이 맑을수록, 낚시 마스터리의 위력이 증가할수록 수중에서의 시야가 늘어난다.

설명 – 낚시를 할 때 적용되는 마스터리 스킬. 낚시 도구를 이용할 때 적용된다.

위력으로는 B급에 아슬아슬하게 걸칠 뿐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청은잉어를 낚을 자격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터였다.

적어도 지원서의 최소 자격 요건은 맞췄다는 느낌.

하지만 이것만으로 수혁이 이리도 자신만만하게 나타났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낚시의 달인이나 되는 자가 수십 년을 걸려도 낚아내지 못했던 청은잉어라는 녀석인 것이다.

수혁은 무채색의 반지에 장착되어 있는 황금 풍뎅이의 정수를 꺼내들었다.

한때는 테니스공의 크기까지 커졌던 황금 풍뎅이의 정수이지만, 어느 지점에 도달하게 된 정수는 오히려 성장을 멈춘 상태였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너무 커진다고 해도 다루기가 곤란했을 테니 말이다.

‘자, 이걸 이 정도만 떼어서….’

수혁은 황금 풍뎅이의 정수를 아주 조금만 뜯어냈다.

정수라고 하는 것이 아주 딱딱한 무언가가 아니라 약간은 물렁물렁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혁은 그것을 낚싯대의 바늘에 미끼 대신 끼웠다.

“음? 특이한 짓을 하는군. 그런걸 물고기가 먹이로 착각하고 물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하하하!”

리첸이 비웃든 말든, 수혁은 낚싯대를 휘둘렀다.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후….

촤악!

-‘청은잉어’를 획득하였습니다. ‘마스터리 스킬: 낚시’의 위력이 10 올랐습니다.

“……!”

수혁은 그것 보라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리첸을 돌아보았다.

리첸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떠오른 상태였다.

“그런…! 낚시 마스터리 A+인 나도 잡지 못한 청은잉어를 갓 낚시 마스터리를 배운 애송이가 이렇게도 간단하게…!”

수혁은 청은잉어의 입에 걸린 낚싯줄을 빼낸 뒤 리첸의 앞에 내밀었다.

가지라는 의미가 아니라, 청은잉어가 맞다는 것을 두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라는 의미에서였다.

“청은잉어가… 맞군.”

-‘히든 미션: 람바다 호수의 아름다움’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3000루페, 미션 포인트 2, 사원의 열쇠를 획득하였습니다.

수혁은 흡족하게 미소 지으며 청은잉어를 도로 가져왔다.

사실, 이렇게 간단하게 청은잉어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유목의 던전에서 몬스터의 정보가 담긴 쪽지를 얻은 것이 컸다.

수혁이 던전에서 얻은 쪽지에 적힌 정보에, 이런 것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청은잉어: 황금색의 빛나는 것을 좋아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음.

“허허. 설마 이 내가 낚시 승부로 지게 될 줄이야…. 그건 그렇고 자네는 청은잉어가 어떠한 물고기인지 알고 있는가? 내가 보기에는 그것도 모르고 있을 것 같군.”

여기서 허세를 부려 봐야 별 수 없었다. 수혁은 순순히 모른다고 대답했다.

리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청은잉어는 매우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생명체라네. 그런 청은잉어의 깨끗함 탓에 청은잉어는 여러 곳에서 명성을 가지고 있지. 잔치를 벌이려 하는 왕과, 병이 낫고 싶은 환자와, 심지어는 숲에 사는 요정들까지. 청은잉어의 순수함과 그 치유의 힘을 동경하는 자들이 많다네. 하지만 청은잉어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물의 힘에 있지.”

수혁은 새삼 청은잉어의 설명을 쳐다보았다.

물의 기운을 품고 있는 순수한 물고기.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랑할 수 있고, 낫기 힘든 병을 치유할 수 있으며, 요정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런 청은잉어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힘의 정수.

리첸은 수혁에게 청은잉어를 넘겨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설마 빼앗을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 수혁은 순순히 청은잉어를 넘겨주었다. 리첸은 받아든 청은잉어를 받아들고는 신비한 힘을 불어넣었다.

파닥파닥—

청은잉어가 꼬리와 지느러미를 흔들며 파닥거렸다.

청은잉어의 온몸이 청은의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윽고…. 청은잉어의 입에서 하나의 동그란 내단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이것이 바로 청은잉어의 정수라네. 청은잉어 자체도 물론 아직 가치는 남아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청은잉어는 바로 이 정수 자체라고 할 수 있지.”

수혁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청은잉어와 그 정수를 받아들었다.

정수의 정보를 확인하였다.

<청은잉어의 정수>

등급 – B

희귀도 – 희귀

물속성 친화도 – 350

설명 – 맑고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청은잉어의 정수. 소지하면 물속성의 친화도를 350만큼 올려준다.

물속성 친화도. 그것은 말 그대로 물속성이라는 것과 얼마나 친하느냐 하는 것.

친화도가 높을수록 해당 속성의 공격력이 강화되며, 해당 속성에 대한 저항력 역시 상승한다.

다만 수치 그대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공격의 종류에 따라 어느 정도의 가감이 이루어져서 적용된다. 일반 공격이라면, 물속성 친화도에 의해 오르는 공격 수치는 친화도의 약 10% 정도.

물론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애초에 속성이 담기지 않는 일반 공격과 속성이 담겨 있는 공격은, 속성이 담겨 있는 유무만으로도 전략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 당연.

게다가 속성 친화도는 공격의 강화뿐만이 아니라, 해당 속성의 정령들과의 친화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친화력이 높을수록 정령에게 더 복잡한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소환시의 소모 마력이나 정령을 이용한 공격의 위력 측면에서 이득을 가진다.

지금은 수혁이 정령을 사용하지 않지만, 만약에 수혁이 정령 소환 마법을 배우게 된다면 이득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었다.

무채색의 반지에 끼면 어떤 옵션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일단은 리첸이 하는 말을 듣기 위해 집어넣었다.

“자, 그러면 이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약속을 지켜야만 하겠지. 명심하게나. 저 사원에서 시련이 나온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한 가지뿐인 걸세.”

수혁은 리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리첸의 말을 듣는 수혁의 표정이 점점 흥미로 물들기 시작했다.

***

리첸의 미션을 마친 수혁은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 장소는 숲속 깊은 곳의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열쇠는 3개. 절반을 모았으니, 이제 나머지 절반만 모으면 돼. 후후후. 이제 곧 저 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도 다 모을 수가 있겠군.’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잊고 있던 녀석들에 대한 것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리덴 길드의 녀석들이랑 다리온도 먼저 이쪽으로 왔었을 텐데. 걔네들도 나랑 같은 이유 때문에 여기 온 거 아니었나? 왜 못 만났지?’

작은 의문을 품고서 노란 화살표를 따라 나아갔다.

멀리서 불타고 있는 마을의 모습이 보였다.

‘어라? 이런 곳에 마을이 있었네. 그런데 마을이 불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수혁은 어쩐지 불길한 기분을 느꼈다. 다급한 마음으로 마을을 향해 달려나갔다.

“으으…. 그 개 같은 자식, 가만 둘 수 없어…!”

마을의 한구석에, 철창이 있고, 그 철창에 수많은 엘프들이 잡혀 있었다.

못해도 수십명은 되어보이는 그 엘프들의 숫자에 수혁도 약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혁은 그 잡혀 있는 엘프들 중 하나에게 다가갔다.

엘 살바가 다가온 수혁을 증오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흥, 네 녀석도 우리들 엘프를 이용하기 위해 쳐들어온 건가? 하핫, 하긴 이제와서 뭘 어쩌겠나. 마음대로 하시지. 어차피 우리들에게서 빼앗아갈 건 몸뚱이밖에 안 남았으니!”

수혁은 엘 살바의 죽일 듯한 눈빛을 무시하며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하! 어이가 없군. 사원의 열쇠를 빼앗기 위해 우리에게 이런 짓을 저지른 인간인 네 녀석이 그런 얼빠진 소리나 하고 있다니!”

“사원의 열쇠를 찾으러 온 게 맞긴 한데…. 그보다도 마을이 불타고 있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건가? 너희들을 가둔 것도 그 녀석들이야?”

엘 살바는 입술을 씹으며 분노를 삼킬 뿐이었다.

하지만 이내 이대로 화내도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수혁의 말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신원을 알 수 없는 3인방이 이곳에 와서 사원의 열쇠를 내놓으라고 난동을 부렸다. 하지만 사원의 열쇠를 시련 없이 얻는 것은 안 되기에, 우리는 저항했다. 물론 그 결과는 보다시피….”

엘 살바가 말하는 것을 들은 수혁은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들이 얘기하는 것을 듣자하니, 리덴 길드의 3인방은 이미 이쪽으로 왔었던 모양이었다.

사원의 열쇠는 아직 찾고 있는 도중인듯 하지만….

“그 녀석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사원의 열쇠가 있는 곳에서 매복 작전을 펼친다 하였다. 데 롬바님을 살해하였을 정도의 강한 자가 이곳으로 향하는 모양이더군. 어찌하여 우리들 엘프에게 이런 일이….”

수혁은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

3인방은 이곳에 있다.

강한 자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다리온이겠지. 붉은 화살표가 붙어 있을 정도이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에서 한바탕 붙게 될 것이다.

‘난감하게 됐군. 내가 열쇠를 얻어내는 동안 녀석들도 놀고 있지는 않았을 테니, 사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녀석들이 가지고 있을 열쇠를 지금 당장 빼앗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데. 다리온 녀석은 이기기 힘들 테고, 3인방 녀석들도 모여 있으면 상대하기가 힘들 것 같은데 말이지….’

그래도 그 두 세력이 이곳에서 맞부딪치게 된다는 정보를 얻은 것은 행운이었다.

각자가 따로 있을 때보다는, 그래도 두 세력이 맞붙고 있는 상태여야 그나마 비벼볼 건덕지가 있을 테니까.

만약 그들에게 덤비려면, 지금이야말로 그 타이밍이었다.

수혁은 다시 케이지 안에 갇혀 있는 엘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엘 살바는 여전히 희생당한 자기 부족들을 떠올리며 피눈물을 흘리는 중이었다.

수혁은 엘 살바에게 제안을 건넸다.

“너희들, 여기서 풀어줘도 나 공격 안 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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