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권-불협화음 조정 (17/37)

후버크래프트 3권

목차

불협화음 조정

마각? 몸통? 일단 흔들어보자!

1차 무력 충돌

2차 무력 충돌

입질

상단 흔들기

와일리 상단으로

로한? 쓸모가 있을까?

불협화음 조정

“산채로 돌아간다. 책임자를 포함한 모두를 산채로 압송하도록 해라. 몸값을 지불하실 귀하신 분들이니 반항을 하지 않는다면 칼질은 하지 마라.”

순간 기사들의 표정에 ‘도대체 우리가 산채가 어디 있지?’라는 표정이 떠올랐지만 이내 시키는 대로 상단주를 묶고는 줄을 맞췄다.

“대충 30분 거리 아무데나 가서 중간 지점이라고 하고 책임자만 다른 곳으로 끌고 가 나머지는 묶어두고 감시하고.”

“예.”

“웬만하면 인상 좀 풀고 너희들 복권은 내 손에 달렸으니깐 괜히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고 포박 상태를 확실히 하도록. 전부 확인해서 만약 대충 묶여 있는 놈이 있으면 묶은 놈 손목을 잘라버리던지 어디 하나 상처 좀 내주고.”

“그건…….”

“상인들이 가장 잘 하는 게 뭔지 알아? 사람들 이름하고 얼굴 기억하는 거… 그거거든 너희들 얼굴 봤는데 살려줄 거야? 소문 돌면 아무리 내가 힘써도 너희들 복권 힘드니깐 알아서 잘해.”

“알겠습니다.”

명예로운 기사도 복권이 되어야 가능한 일.

명령을 받은 기사는 이제 이들이 살아 돌아갈 가능성이 없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애초부터 몸값을 이유로 산채로 끌고 가려는 것도 편하게 죽일 곳을 찾으려는 것뿐. 그 외의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럼 모두 산채로 돌아가라 나는 이곳을 처리하고 돌아가도록 하겠다.”

후버는 아공간 주머니를 하나 꺼내서는 상단의 물품들을 담기 시작했다. 이미 출발 당시의 규모와 용병의 수를 파악했기에 이 정도의 규모라면 아마도 사치품에 가까울 것이다.

마차는 가져갈 수 없어 말에게도 석궁 몇 방을 날려두고 먼저 간 기사 일행을 따라갔다.

권력을 이용하면 쉽게 조사를 방해할 수 있지만 아직은 그런 특권을 사용 할 때가 아니었다.

“상행 책임자는 어디에 있지?”

상단의 일행과 용병들을 모두 모아둔 곳에서 후버가 기사들에게 질문했다.

“명령하신 대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상단의 일행을 한 명 더 끌고 가겠다. 이중에 가장 높아 보이는 사람이 누구지?”

“저기 있는 놈입니다.”

기사와 눈을 마주친 한 명의 상인이 몸을 움츠리는 것을 보고 후버가 그의 목덜미를 끌어서는 상행의 책임자가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기사에 의해 무릎 꿇려 있던 책임자가 후버의 손에 끌려온 상단의 인물을 보고는 물었다.

“뭐요? 통행료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용병부터 몰살 시키는 산적단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요즘 우리 살림이 좀 어려워서 말이야… 일단 그 점에 대해서는 참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 이건 정말이야 그런데 쭉 보면 알겠지만 나를 비롯해서 겨울은 다가오는데 산적의 필수품인 얼굴 가릴 천도 없거든.”

느물거리며 말을 하는 후버에게 상단을 책임지는 자는 경멸의 표정을 지었지만 후버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도대체 우리를 왜 잡아온 것입니까? 그 정도는 협상을 통해서…….”

“그 협상 좀 더 원활하게 하려고 잡아 온 거지. 얼굴을 맞대고 하면 좀 더 원활한 대화가 가능하지 않나? 그쪽 상단이 어디 소속인가?”

“와일리입니다.”

“응, 그래. 와일리 상단에서 우리를 신고하고 그럼 끝장나는 것 아닌가? 그래서 크게 한 번 털어먹고 모두 헤어지기로 했거든 그래서 니들 몸값도 좀 필요하고 우리가 회수한 물품도 적당한 가격에 사줄 상대도 필요하고.”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산적 일은 처음이신가 본데 상단과 산적 간에도 규칙이란 게 있습니다.”

후버를 바라보는 상단의 책임자의 얼굴에 후버를 경멸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후버 역시 그 표정을 보았지만 역시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래서 용병들만 죽이지 않았나?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습격을 한 산적들과 상단은 어떤 협상도 하지 않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에 후버의 얼굴에 조소가 어렸다.

최소한 후버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말은 우위에 서 있는, 이런 경우에는 후버가 저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이지 무릎이 꿇려 있는 자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그럼 한 발자국 더 가보지 밝히는 게 땅인지 물속인지 한번 내딛어볼까?”

그 말을 끝으로 함께 데리고 왔던 상단의 인물의 팔에 칼질을 하는 후버 정확하게 베었다면 출혈은 심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우린 저 물건을 처리할 능력이 없어. 말 그대로 산적이니까 그래서 와일리 상단이라고 했던가? 그쪽에 판매를 해야 하는데 자네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 저들은 필요가 없거든.”

다시 한 번 칼질을 해서 피부를 얇게 베어냈다.

“알았으니 그만 하시오.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정당한 상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자네들이 너무한 거지 사람을 가려가며 손님을 받으면 쓰나? 대충 저 물건의 30% 가격에 모든 것을 넘기면 서로가 좋은 거 아니야? 단, 계산은 금괴로 해주었으면 좋겠어. 금화는 다른나라 금화로 환전을 하면 가치가 조금 달라진다고 하더라구.”

각국은 국부의 외부 유출을 막는다는 핑계로 자국 내에서는 자국의 인장을 넣은 금화의 유통만을 허가하는 만큼 금괴가 금화보다는 환전시의 가치가 더 높았다.

금화는 다시 한 번 녹이고 금괴로 만든 후에 주조를 해야 하는 반면 금괴는 녹이는 과정이 없는 만큼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었다.

“금괴로 드리는 것은 상관이 없습니다만 30%는 너무 비쌉니다.”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해줄 일이지 자네가 협상의 대표자니까.”

“원가만 5,000골드나 하는 상품들입니다. 통상 통행료로 지불하는 금액은 원가의 1% 미만입니다.”

“그럼 1,500골드만큼의 돈을 내고 15,000골드만큼의 물건을 건네받는 것 아닌가? 충분히 남는 장사 같은데 게다가 인질은 싼 가격에 넘겨주지 대충 500골드가 적당하겠군.”

책임자가 원가를 이야기하자 후버는 그 물건의 판매가를 이야기했고 날강도 같은 계산법에 책임자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건 무슨 말이 안 통하는 수준이지만 저 정도로 뻔뻔하게 군다면 오히려 할 말이 없었다.

상단의 책임자로서는 최대한 이들에 대한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기에 약간 무리한 요구를 해보기로 했다.

조금 생각해보니 이 집단이 다소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하게 절도 있는 동작의 도둑들 그리고 일사불란한 명령체계 일인당 한 개 이상의 석궁을 소지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산적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그자를 치료해 준다면 내가 가보겠소 .”

“뭐, 그 정도야.”

대답과 동시에 후버가 포션 한 병을 상처에 발라주자 상처가 금방 아물었다.

피를 흘려서 어질어질한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지만 잠시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될 것이다.

“치료가 끝났다. 이제 갈 수 있겠지?”

포션을 꺼내는 것을 보고 책임자는 자신이 생각한 이상함이 확신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굴 가릴 천도 없다는 산적들이 고가의 포션을 상처를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경우였다.

자잘한 정보이지만 책임자는 상단에 돌아가 여러 가지 정보를 이용하면 이들의 정체를 밝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이들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

*

*

“이곳으로 오면 되는 것이오?”

“아니 통신 수정구로 서로 연락을 하도록 하지.”

“그럼 내가 먼저 상단에 의사를 타진한 후 연락을 주도록 하겠소.”

“말은 내어주지 못하니 그 점은 이해하도록 갑자기 먹일 식구들이 많아졌으니.”

“그건 그러도록 하지요. 다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소.”

멀리 사라지는 상단의 책임자 일별하고는 다시 상단의 인원들이 모인 곳으로 돌아가서는 그들을 이끌고 원래 자리에서 4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된 이동에 후버가 피곤함을 느꼈지만 지체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에 후버는 디그 마법을 이용해 땅을 뒤집고 기사들은 부드러워진 땅을 파서는 한 곳에 쌓아두기 시작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뭐가 문제지?”

“저들은 죄가 없는 사람들 아닙니까?”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고 그들을 도운 자들이다. 그래도 죄가 없는 것이냐?”

“생계를 위한 것일 뿐입니다. 저들 중 지금 후버 님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가 몇이나 있다고 생각 하십니까?”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들이 살아 돌아간다면 우리의 존재를 알리겠지 스스로 생각해보아라. 책임자가 모른 척했지만 포션을 들고 다니는 산적이나 너처럼 절도 있게 움직이는 산적은 없다.”

후버 역시 상행의 책임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모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오해가 자신들의 정체를 숨겨줄 것이기에 방관한 것일 뿐.

“그럼 포션으로 치료를 해주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이미 들켰으니 더 과감하게 나와야지 저들이 호기심을 느껴야지 거래에 응할 것이다.

호기심이 없다면 이딴 상인들 죽든 말든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즉, 거래도 없겠지.”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모르는 일이지 그러니깐 가능하면 확실하게 해야지.”

“그건…….”

그냥 물품과 돈만을 교환한다면 모르지만 인질들까지 가치를 매긴다면 그것은 후버의 말이 맞았다.

인질들은 상단의 가장 말단 저들을 위해서 돈을 내줄 리가 없었다.

상단주가 바보가 아닌 이상 물품을 받는 것도 확신하기 힘든 상황에서 거래를 덥석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다.

“수백, 수천 명의 삶이 달린 일이다. 이 정도면 작은 손실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기사로서 자긍심은 결과를 통해 찾는 것이다. 그 과정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너는 전장에서 상대가 고통을 적게 느끼는 방법을 통해서만 적병을 공격할 것인가?”

그 말에 기사는 아무런 대답도 안 하고 돌아갔다. 굳이 그들이 하지 않겠다면 바이스와 후버 그리고 한스가 함께한다면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단지 저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매번 기사의 양심이 꺼려질 때마다 저런 식의 반대를 받을 것이고 일의 효율성은 좀 더 떨어질 것이다.

“너희들 중 마음을 정한 사람은 한 사람씩의 목을 베라.”

“…….”

구덩이에 몰린 21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살려달라고 아우성쳤지만 당장은 그런 그들의 외침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샌가 후버의 옆에 서 있는 바이스만이 칼을 뽑아 들고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

“너희들이 하든 그렇지 않든 이들은 전부 죽는다. 결과는 같다. 하지만 너희들은 왕의 명령을 어긴 불명예를 얻을 것이고 나는 끝까지 왕명을 완수할 것이다. 어쩔 것이냐?”

후버 자신도 왕명에 묶인 몸.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자신이 선택되었을 뿐.

“아무도 대답이 없군.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한스, 바이스, 그리고 나는 10초에 한 명씩 목을 베겠다. 1~2분의 시간을 주지. 그 안에 한 명이라도 목을 벤다면 너희들은 남을 것이고 아니라면 너희들에 대한 권리를 나도 포기하겠다.”

“후버 님이 권리를 포기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전에도 말했지만 너희들이 갈 곳은 없다. 이상이다. 왕국은 필요한 순간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는 기사 따위는 원하지 않는다.”

그 말과 함께 후버가 당당하게 걸어가 한 상인의 배를 찌르고는 고통스러워하는 상인의 뒷덜미에 다시 칼을 꽂았다.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상인은 고꾸라졌고 푸들푸들 마지막 움직임을 보였다.

후버를 시작으로 한스와 바이스가 한 명씩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들과 후버가 다른 것은 칼질이 서툰 후버와는 다르게 그들은 깔끔하게 목을 베어버렸다는 것.

“3명이다.”

첫 칼질이 끝나고 후버는 몇 명을 베었는지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남은 것은 이제 18명 기사들의 손끝에서 갈등이 느껴졌다.

“6명이다.”

“9명이다.”

“12명이다.”

숫자가 점점 커질수록 검병에 손이 가까워지는 기사들 그중 한 명이 검을 들어 후버가 목을 내리치려고 했던 상인의 목을 베었고 후버는 옆에 있던 다른 상인의 목에 칼을 찔러 넣었다.

“젠장…….”

“16명.”

“젠장 내가 이런 짓을 하려고 기사가 된 줄 아십니까?”

목을 벤 기사의 항변.

“이들과 너희들이 목표로 삼는 전쟁터의 병사가 뭐가 다른가? 전장의 일반 병사들이 무엇인가? 대부분이 징집병으로 이루어진 화살받이들뿐이지. 복장 하난 다르다고 왕국의 일에 힘을 못 쓰는 너희들이 기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냐?”

“젠장.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어떻게 상인과 병사들이 같습니까?”

“이들이 이번 상행에 죽을 것이란 걸 몰랐듯이 징집된 병사들도 자신들이 전쟁터에서 죽을 것을 몰랐을 것이다. 원한다면 이들에게 기사의 갑옷을 입혀주지.”

이죽거린 후버가 마법주머니에서 5벌의 갑옷을 꺼냈다. 처음 이곳에 오기 전에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면서 회수했던 기사들의 갑옷, 그중 하나를 발로 차서는 하얗게 질려 있는 상인에게 밀어주었다.

“입어라. 저기 계신 기사님들의 칼이 내 칼질보다는 고통이 없을 테니깐.”

“살려주십쇼.”

다수였을 때는 의미가 전달되지 않던 목소리가 자신을 향하는 한 명의 목소리로 변하자 울컥하면서 토악질이 나올 듯했다.

후버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일반인에 가까운 자들을 도륙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저항 못하는 일반인을 몇 명이나 베어 넘기고 다른 이들에게도 그 모습을 강요하는 자신의 모습이 더욱더 역겹게 느껴진 것이다.

“이 악마 같은 자식. 그래, 죽여라.”

기사들과 눈앞의 상인들을 신경 쓰는 동안 용병이던 사내가 단검을 들고 후버를 찌르기 위해 피로 미끄러운 구렁텅이를 밝고 달려왔다.

“살려준다고 항복을 받고는 이따위 짓을…….”

바이스의 깔끔한 한 번의 칼질에 달려오던 용병이 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수고했다. 17명.”

“딱 4명이 남았군. 이제부터는 나 혼자 베겠다. 내가 한 명을 벨 때마다. 너희 중 한 명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겠군. 마지막으로 희망자는 없는가?”

“…….”

말은 없었지만 3명의 기사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돌아갈 곳이 없어서 이러는 것은 아닙니다. 후버 님께서 말씀하신 왕명이니 따를 뿐입니다. 어디 어떻게 왕명을 따르는지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모두 그 생각에 공감하듯이 한 명의 기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각자 한 명의 상인을 잡고는 목 칼을 찔러 넣었다. 첫 살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들 역시 후버가 느꼈던 진창에 빠지는 느낌… 그 느낌을 지금 느끼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 한 명. 어떻게 할 건가?”

“나는 베지 않겠습니다.”

“왜지?”

“신념입니다.”

“그럼 돌아갈 건가?”

“그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네가 필요가 없다.”

“이 모든 것을 왕궁에 보고하겠습니다.”

“원하는 대로.”

후버는 흙을 운반하기 위해 땅에 내려 두었던 위협용 석궁 중 하나를 집어 들고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상인의 머리를 겨누고 쏘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상인이 놀라 얼굴을 방어 하벼 했지만 빠르게 날아간 화살은 그의 손목을 뚫고 이마에 틀어박히는 것으로 한밤의 살육은 그렇게 끝이 났다.

“시체는 모두 묻고 돌아간다. 그리고 너는 이제 우리 소속이 아니다. 왕궁에 그렇게 보고하도록 하겠다.”

생각 같아서는 그에게도 화살을 쏘아 끝장을 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비밀이 중요한 만큼 집단 외로 빠져나가는 기사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단속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현재 자신의 뜻에 마지못해 동의한 기사들의 반발을 살 것이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한 명의 전력 유출이 생겼다. 여러 가지로 입맛이 쓴 후버였다.

후버의 쓴 입맛이 한 명의 기사를 잃은 것이라면 20명이 넘는 상인을 잃음과 동시에 5천 골드어치의 물품을 잃어서 입맛이 쓴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5천 골드어치의 상품을 전부 털리고 산에서부터 걸어왔다는 건가?”

“면목 없습니다.”

“상대는 몇 명이었나?”

“정확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전면에 나선 사람은 6명 정도입니다.”

“겨우 6명한테… 용병만 10명에 상단 인원이 20명 아니었나?”

“상대가 협상 시도도 없이 석궁부터 쏘는 바람에 대응 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럼 용병들은 모두 죽은 건가?”

“예, 2명이 살아남았지만 나머지는 지금쯤 모두 출혈로 인해서 죽었을 겁니다.”

“상단의 일행은 몇 명이 살아 있나?”

“대부분이 살아 있습니다.”

상단의 대부분이 살아 있고 용병은 모두 죽거나 다쳤다면 일은 심각했다.

상인들을 살리려면 협상을 해야 할 텐데 상대가 어느 정도의 금액을 부를지도 그렇다고 금액을 줘서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당장은 2,000골드이지만 돈만 받고 튈 수도 가격을 올릴 수도 있었다.

“뭔가 특이한 것은 없던가?”

“그게… 앞뒤가 맞지 않았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처음에는 돈이 없다더니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데는 포션을 아낌없이 썼습니다.

뭔가 다른 노림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산적들이 아무런 힘도 없어 보이는 한 젊은이한테 복종하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럼 산적이 아니라는 뜻인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산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산적이라면 지금처럼 한두 푼 걷어서 편하게 살 만한 시기가 어디 있습니까? 영지전이니 전쟁이니 물류의 이동은 활발하고 전부 지급을 다투는 물품이나 사치품이기 때문에 통행료만 잘 요구해도 아무런 위험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군… 무엇보다 굳이 금화가 아니라 금괴로 요구 했다는 게 마음에 걸려.”

“저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타국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금화보다 금괴가 좋다고 했습니다만 그게 사실이라면.”

“사실이라면?”

“혹시 탈영병이 아니겠습니까?”

나름대로 설득력은 있었다. 복장이 부실한 것은 지급된 병사복을 입지 않아서이고 그래도 포션이 있는 것은 군납물자를 횡령해서는 이곳에서 활동 하는 것이 아닌가 했다.

묘하게 군기가 잡혀 있다는 것도 오랫동안 한 부대에 소속되어 있다가 일부는 죽고 일부는 탈영병이 되었다면 맞을 것이다.

“탈영병이라…….”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만약 탈영병이라면 정말로 다른 국가로 도망을 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추측입니다만 보급부대 쪽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5천 골드어치의 물품이라고 했을 때 대략적인 판매 가격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5천 골드라는 것에 별 이견을 달지 않았구요. 일반적인 탈영병이라면 눈앞에 보석으로 가공된 사치품만 보고 금액을 속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경쟁 상단에서의 습격이라고 보는 게 좀 더 타당하지 않은가?”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저희에게 다시 물품을 팔기보다는 스스로 소모하는 편이 더 이익 아니겠습니까? 상품에 이름이 쓰여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알 수 없군. 그자가 자네에게만 협상을 하자고 이야기했나?”

“아닙니다. 협상 자체는 특정인을 지칭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내가 전면에서 나서는 게 어떤가?”

“그건… 위험합니다. 만약 경쟁 상단이라면 상단주님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 유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음… 결국 자네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건데… 그래도 통신은 내가 하겠네. 아무리 그래도 금괴를 6개나 내놓으라는 거는 무리한 요구야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조정을 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협상 장소에는 제가 가고 전체적인 지휘는 상단주님께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상단주에게 통신용 수정구를 넘겨주고는 남자는 밖으로 나가버렸고 상단주는 통신용 수정구를 이용해서 후버에게 연락을 취했다. 상대의 목적이 무엇이었든 간에 지금은 상대방에게 따라줄 필요가 있었다.

사만다의 레리하이트 상단 조율에 대한 전체적인 상황을 받은 후버는 확실히 능력 있는 인물이 자신과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편한지를 알 수 있었다.

“좋군… 아주 잘했어.”

짤막한 후버의 평에 사만다의 얼굴이 펴졌다. 인정을 받은 만큼 앞으로 자신의 권한은 강해질 것이다.

사만다가 짐작하기에는 자신이 발령된 이 문제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국가의 대형 상단 한두 곳이 무너질 일이었고 어떻게 보면 국가 단위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이었다.

당장 이 후버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정도의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분명히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일 것이라는 짐작을 하고 있었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빈말이 아니야~ 이 정도로 깔끔하게 조직을 정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기대 이상이군.”

“감사합니다.”

자신을 알아주는 후버의 말에 사만다가 고개를 깊이 숙여 후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때 후버의 책상 서랍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부르르르르.

“미안하군. 어딘가에서 연락이 온 모양인데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일단 앞으로 그쪽 부분에 대해서는 사만다 너에게 전권을 위임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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