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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35화 (35/225)

35화. 넬라 (1)

마탑주인 알베르토의 집무실.

-쾅!

“뭐!? 누가 나타나!?”

격앙된 목소리의 알베르토는 책상을 부술 듯 내리쳤다.

“아만 교수가 나타났답니다.”

“그자가 거기엔 왜!”

“아마도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타타에 들른 것 같습니다.”

“하! 로드리고가는 재수도 좋구먼. 그러니 내가 웨어울프 말고 고블린이나 몇 마리 실험하라고 했지 않았는가!”

알베르토의 앞에 선 남자는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쭈뼛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

“되었네. 아만 그자가 그곳에 얼마나 머무를지는 모르지만, 평생 거기에 있을 것은 아닐 테니…….”

“그럼…….”

“이번엔 더욱 깊숙한 곳에 머무는 마물들에게 실험하게. 웨어울프는 행동반경이 넓기도 하고…… 상대하기도 까다로우니.”

“예. 알겠습니다.”

“그래, 어차피 로드리고 백작가는 돈도 뭣도 없는 가문 아닌가? 제 아들이 마법사라 기대 좀 했겠지만… 그 아들도 별 볼 일 없고 말일세.”

제 수염을 만지작거리는 알베르토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호오…… 어차피 다 망해가는 가문…… 그래, 백작가가 몰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니 때가 되면 황제께 시타타를 내게 내려달라 청해야겠구나!”

“좋은 생각이십니다.”

“클클클…… 아무것도 없는 영지쯤이야 당연히 주시겠지. 일은 조심히. 약속된 날까지 시간은 충분하니 말이야…….”

“예. 알베르토 님.”

제 앞에서 굽실거리는 남자에게 손을 휘휘 내저어 보인 알베르토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나가봐.”

“예, 그럼…….”

남자가 방을 빠져나가자 알베르토는 입이 찢어지게 웃었다.

“크하하! 그래, 시타타를 내게 달라 하면 되는 것을!”

***

후원에 모인 아이들은 모두 얌전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루카스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 그때 했던 거 기억하지?”

아이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와 같이 하는 거야.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스으읍…….”

“내쉬고…….”

“하아아…….”

루카스의 말에 작은 입들이 공기를 들이마셨다 내쉬기를 반복했다.

루카스가 마나를 조금씩 흘려보내자 아이들은 저번보다 빠르게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배에 마나가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하고, 그 마나들은 심장 부근으로 빠르게 옮겨가기 시작했다.

‘호오, 제법인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카스는 저도 모르게 작은 감탄을 내뱉었다.

“자. 다들 잘하고 있어. 천천히 마나를 느껴봐.”

“으으음…….”

“으으…….”

감탄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들이 아이들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넬라의 마나 운용 능력이었다.

분명 정령술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았는데 마나를 운용하는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흠… 정령사가 아닌 마법사로 키워야 하나?’

물론 정령과 마법을 같이 운용하는 천재들도 가끔 있었다.

하지만 두 가지를 같이 운용하다 보면 한계는 빠르게 찾아왔고, 잘못하면 두 가지 능력 전부 하위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오오! 우리 학생들이 방학 때도 열심히네요!”

어느새 다가온 아만이 루카스 옆에 서서 작은 소리로 감탄했다.

“훌륭하네요.”

“조용히 좀 해주세요.”

아이들이 한참 집중하던 때에 아만이 나타나 옆에서 호들갑을 떨어대자, 짜증이 난 루카스가 결국 눈을 흘겼다.

“앗, 죄송!”

제 입을 틀어막으며 빠른 사과를 해 보인 그가 아이들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오… 꽤 빠른데?’

아이들을 지켜보던 아만 역시도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루카스가 조금씩 주입하는 마력을 아기 새들처럼 잘 받아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자. 이제 그 마나를 가둔다고 생각해. 천천히 심장 부근에 마나를 가두고 빠져나오지 못하게 해봐.”

마나의 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루카스에게 아만은 경외심마저 들기 시작했다.

“으으…! 자꾸 나가려고 해.”

“도망치지 마라… 너는 위대한 내 몸에… 으으으……!”

루카스와 아만은 넬라에게 다시 한번 놀라고 있었다. 저마다 한마디씩을 하며 끙끙거리는 폴라나 스키르와는 달리, 넬라는 입을 꾹 다문 채 미간만 잔뜩 구길 뿐이었다.

“자, 그만.”

루카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폴라와 스키르가 온몸에 힘을 탁 풀었다.

“끄아아~ 죽는 줄 알았네!”

“그래도 오늘은 조금 더 버텼다. 그렇지 않나?”

“……?”

하지만 단 한 사람. 넬라가 마나를 운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넬라? 넬라!”

“쉿.”

넬라의 이마에는 이미 작은 땀이 송골송골 맺히다 못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고, 작은 아이의 몸은 미세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폴라가 다급하게 넬라의 이름을 외쳤지만, 루카스가 얼른 그녀를 제지했다.

‘거의 다 됐다. 거의 다…….’

넬라의 몸에 모이던 마나가 서클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만은 마음속으로 열띤 응원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끄으으…….”

넬라의 입에서 결국 신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루카스는 그 신음에 맞춰 미세하게 마나를 조종해 넬라를 도왔다.

‘조금만… 조금만 더 힘내라 꼬마!’

“끄으으으… 끄으……!”

작은 신음이 어느새 끙끙 앓는 소리로 바뀌자, 아이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루카스와 넬라를 번갈아 바라봤다.

“으아아아!!!”

귀를 찢는 듯한 넬라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됐다……!”

그려냈다. 저 작은 아이가 마나의 움직임뿐만이 아니라, 서클을 그려내는 것을 성공해 내고 말았다.

-풀썩.

“넬라!! 넬라!!!”

“하하하, 정말 대단하군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만이 결국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교수님! 넬라가 쓰러졌어요!”

넬라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 대던 폴라가 아만을 째려보며 소리쳤다.

“걱정하지 마세요. 몸이 놀란 것뿐입니다.”

아만이 무릎을 굽혀 넬라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자, 아이의 혈색이 빠르게 돌아오고 있었다.

괴로운 듯 찌푸려졌던 얼굴이 이내 편안해지고, 거칠었던 숨이 빠르게 안정되자 아이들의 표정 역시 점차 돌아오고 있었다.

“루키…… 우리 넬라는 하지 말자고 하자. 응?”

“그래. 그것이 좋겠군. 넬라는 아직 너무 어려서 자꾸…….”

“아니. 넬라는 훌륭한 마법사가 될 거다.”

아이들의 걱정을 한마디로 일갈한 루카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대단한 인간 꼬마네.’

아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

마나석이 있는 광산의 발견 이후 백작저는 축제 분위기였다.

아만에게 가장 먼저 발견한 마나석을 주려 했으나 그는 그것을 한사코 거절했다.

“아닙니다. 제가 이것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마저 거절하시면 제 체면이 살지 않습니다!”

“아니요. 저 역시도 이것을 받으면 체면이 살지 않습니다!”

이것은 흡사 창과 방패의 대결. 주려는 자와 받지 않으려는 자.

“그렇다면 이것은 어떠십니까?”

“무엇을…….”

“이 광산의 소유권을 저희 백작가와 나누시지요.”

백작은 애초에 이것을 노리고 했던 제안이었다.

“그건 더더욱 안 됩니다!”

“저 역시도 이것은 절대 양보 못 합니다.”

“저는 이 광산의 소유권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도 이 광산의 소유권을 혼자 독식할 수 없습니다!”

다시 시작된 대결.

“하…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

백작은 무언가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받지 않으신다면 루카스를 아카데미로 돌려보내지 않겠습니다.”

“그, 그게 무슨!”

“아무래도 저희 백작저에 일손도 부족할 것이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제 막 열두 살이 되는 제 아들을 어디에 데려다 쓴다는 말인가!

“여하튼, 소유권을 받아주지 않으신다면 루카스는 아카데미에 다시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시비에 로드리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요!”

백작의 단호한 태도에 아만은 골머리가 아팠다.

“알겠습니다. 그럼…….”

“50퍼센트!”

아만이 할 말을 미리 눈치챈 백작이 얼른 딜을 내걸었다.

“안 됩니다!”

아만은 3퍼센트를 얘기하려 했었다. 자신이 내어준 저 광산의 크기라면 백작의 부는 눈덩이 불어나듯 금세 불어날 것이었다.

“10퍼센트로 하시지요.”

“40퍼센트!”

“10퍼센트!”

“30퍼센트! 이 이상은 안 됩니다!”

“아, 알겠습니다! 20퍼센트! 여기서 마무리 지으시지요.”

“좋습니다.”

백작에게 흡족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의 체면치레는 충분한 수치였다.

거래를 성사시킨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척 내밀어 악수를 청하자, 아만이 그의 손을 떨떠름하게 붙잡았다.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

악수를 마친 백작이 책상으로 가 서류 한 뭉치를 들고 왔다.

‘이런 요망한 인간…….’

백작은 이미 계약서까지 다 만들어 두고 자신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밀어붙여 이 거래를 성사시켰다.

소유권에 대한 지분이 빈칸으로 되어 있는 걸 보니, 수치까지는 정확히 예상하지 못한 듯싶었다.

빈칸에 모두 20이라는 숫자를 채워 넣은 백작이 서류뭉치를 내밀더니, 서명란을 하나하나 짚어주기 시작했다.

“여기와 여기, 그리고 이곳에 서명하십시오.”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물론이지요! 로드리고 백작가는 약속을 중시하는 가문입니다. 저는 괜찮지만 나중에라도 교수님께서 이 광산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고 주장이라도 하시면 제 체면이 무엇이 되겠습니까?”

이 인간의 심리가 이상했다. 소유권을 전부 주장하는 것이 아닌 소유권이 없다고 주장할까 겁을 내는 백작은 다른 인간들과 묘하게 달랐다.

“하하…… 이렇게까지 나오시니……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아만이 깃펜을 집어들어 서명을 해나가자, 서명하는 곳마다 작게 빛이 일었다.

백작은 이 계약을 혹시라도 무를 것을 대비해 계약서에 마법까지 새겨놓은 것이었다.

“정말 백작님은 철두철미하시군요.”

빛을 내는 서명란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만이 졌다는 듯 양손을 가볍게 들어 보였다.

“얼른 서명하시지요. 저와 우리 가문 역시도 교수님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큰 행운은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백작님께 따른 행운일 뿐입니다. 저는 그저 작은 도움을 드린 것이구요.”

서명을 마친 아만이 작게 미소 지었다.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저 광산에 얼마나 많은 광물이 묻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크든 작든 이 은혜는 평생, 아니 제가 죽어 백골이 되어서도 뼛속에 새기고 잊지 않을 것입니다.”

“죽어서는 잊어주세요…… 조금 무섭습니다.”

“하하하! 예, 알겠습니다.”

아만이 너스레를 떨어 보이자 백작이 호탕하게 웃었다.

“자, 그럼 식사하러 가시지요.”

***

아만이 극구 사양한 마나석은 비싼 값에 팔려나갔다.

사실 그 마나석을 몰래 사들인 것도 아만이었다.

광산을 개발하는 비용에 보탬이 될 만한 비용은 그가 충분히 지불했으니, 백작가는 광산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었다.

백작가 후원에서 훤히 보이는 가까운 곳. 그곳에서는 광산 개발을 위해 모인 광부와 인부들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어이! 그거 이쪽에다가 놔!”

“으랏차차!!”

“거기, 거기가 입구니까 그쪽부터 작업 시작하자고!”

아만이 파놓은 구덩이를 기점으로 쭉쭉 파나가기 시작한 광산에서도 작업자들의 고함이 쩌렁쩌렁 울렸다.

“백작님?”

“엇! 아만 교수님.”

작업 과정을 지켜보던 백작은 찾아온 아만을 보더니 입에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보십시오! 이게 무슨 횡재인지! 들으셨습니까? 그때 그 마나석이 무려…….”

“예, 들었습니다. 20만 골드 가까이에 팔려 나갔다지요?”

“하하! 역시 아만 교수님께서는 소식이 참 빠르십니다. 그래서 제가 장부에 잘 적어두었습니다.”

“역시 백작님께서는 참으로 정확하신 분이십니다.”

자신이 직접 구입한 마나석의 가격이니 모를 리가 없었다.

“그보다 제가 제안 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말입니다.”

“예,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넬라를 아카데미에 보내시는 게 어떠십니까?”

“……예?”

“예. 넬라 말입니다.”

“그 아이는 왜 또…….”

이제야 정을 붙이기 시작한 넬라까지 아카데미에 보내자니……!

백작의 눈이 금세 울망울망해졌다.

“마법사의 자질을 타고났더군요.”

하지만 아만의 표정은 누구보다 밝았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백작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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