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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50화 (50/225)

50화. 돌아온 아이들.

아카데미에 함께 돌아온 스키르와 루카스는 폴라를 찾았다.

폴라는 어찌나 기다렸는지 그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숙사에서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 뛰쳐나왔다.

“루키!!! 키르!!!”

정원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본 폴라는 손을 크게 흔들며 뛰어왔다.

“어, 어!!”

-쿵!

결국 제대로 신지 않은 신발에 스텝이 꼬인 폴라가 바닥에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폴라! 괜찮아?”

“폴라! 어쩌면 좋은가! 괜찮은가? 세상에! 무릎에서 피가 나고 있어!”

넘어진 폴라는 다 까져버린 무릎을 보면서도 헤헤 웃어 보였다.

되려 폴라의 무릎을 붙잡은 스키르가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의, 의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이 피를 좀 보게!”

“헤헤. 괜찮아. 그냥 좀 까진 것뿐인데 뭐. 그보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폴라는 ‘아야, 아야.’ 소리를 내면서도 배실배실 웃으며 스키르와 루카스를 번갈아 봤다.

“어휴. 조심 좀 하지.”

“진짜 괜찮은 것이 맞는가?”

“아! 진짜, 괜찮다니까? 왜 이렇게 일찍 왔냐구!”

레벨 테스트는 아직 일주일이나 남아있었지만, 돌아갈 곳이 없었던 폴라는 줄곧 기숙사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끔 스키르와 만나 수다를 떨고 식당에 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다.

도서관에 가서 사서 브랑디와 수다를 떨기도 했고, 혼자 마법서를 보며 마법을 연습하기도 했지만, 많이 심심했는지 그들을 보며 신난 강아지처럼 들떠있었다.

“그냥, 네가 걱정되기도 하고…….”

“정말? 정말이야?”

루카스의 말에 폴라는 호들갑을 떨며 종종거렸다. 어찌나 기뻐하는지 루카스와 스키르 역시도 덩달아 기쁠 지경이었다.

“맞다, 넬라는?”

“아, 넬라는 지금 방에서 쉬고 있을거야.”

아만에게 맡겨둔 넬라는 먼저 기숙사에 들어가 쉬고 있을 것이었다.

넬라는 아직 정식으로 입학한 게 아니었지만, 교수직을 맡고 있는 아만이 어떻게든 했겠지 싶었다.

“넬라도 입학하는 거야?”

“응. 아마도 그렇게 될 거야.”

“진짜? 너무 좋다!”

박수를 짝짝 치며 폴짝폴짝 뛰는 폴라는 다친 무릎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근데 키르.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아? 어디 아파?”

“아……. 아니다. 나는 괜찮다.”

“뭐야, 저번부터 표정이… 무슨 똥 씹은 표정 같아.”

“푸핫! 똥이라니……!”

천진한 폴라의 말에 스키르는 피식 웃고 말았다.

“봐,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자, 우리 넬라 보러 가자!”

“아, 넬라는 지금 쉬고 있을 거야. 넬라가 깨어나면 저녁 같이 먹자.”

“피이…… 아쉽다. 넬라 보고 싶었는데.”

보육원에서 자란 폴라는 두고 온 동생들이 생각나서인지, 넬라에게 언니 노릇을 퍽 잘했다.

백작저에 있을 때도 넬라를 자연스레 챙겼으며, 눈앞에 맛있는 것이 있으면 항상 넬라 몫까지 스스로 챙겼다.

그때마다 루카스는 폴라를 보며 어딘가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언니를 찾는다고 했었는데…….’

폴라는 입양을 간 제 친언니의 소식이 끊기자, 언니를 찾겠다며 무작정 보육원을 빠져나왔다고 했다.

다행인 건 홀로 나온 폴라를 아만이 늦지 않게 발견한 것이었다.

폴라에게서 느껴지는 미미한 마력을 알아차린 아만은, 어린 소녀가 험한 꼴을 당할까 싶어 얼른 아카데미로 데려왔다.

폴라는 마법사가 되면 돈을 많이 벌어 제 언니를 꼭 찾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우린 연습하자. 다 같이 기초반을 벗어나야지.”

루카스는 마음이 바빴다. 지금 수준이면 충분히 초급반에 다 함께 올라갈 수 있었지만, 무엇이든 확실한 것이 좋았다.

애들을 데리고 한꺼번에 기초반을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처음으로 사귀게 된 인간 꼬마들을 제 곁에서 잘 키워내고 싶었다.

“그래, 좋아! 나 연습 많이 했어.”

“나도 마찬가지다. 내 실력을 보여주지.”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스키르의 얼굴에도 점차 활력이 돌았다.

‘애는 애네.’

그들을 바라보는 루카스의 입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

아카데미 후원에 모인 아이들을 지켜보던 루카스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백작저를 떠난 이후로 수련을 열심히 했던 모양인지 며칠 새에 실력이 꽤 향상되어 있었다.

이제 다들 1서클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자, 그럼 파이어 마법을 써 보자.”

“……마법을 말인가?”

“그것도 파이어 마법을? 우리 그거 할 수 있는 거야?”

드디어 때가 왔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마법을 불러오게 할 때가.

“응. 할 수 있어. 자, 손끝에 마나를 모아봐.”

“야…… 손끝에 어떻게 모아……. 나는 여기에 모으는 것도 힘들어.”

루카스의 말에 폴라는 제 명치 부근을 가리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아니, 할 수 있어. 마나를 천천히 손끝으로 보낸다고 생각해 봐.”

“손끝으로…….”

아이들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적당히 모아. 너무 많이 보내면 폭발할 수도 있으니까.”

“응? 폭발?”

눈을 감고 온 정신을 손끝에 집중하던 아이들은 ‘폭발’이라는 단어에 눈이 동그래졌다.

“응. 폭발. 무서워하지는 말고…… 그냥 조금만 모아보라는 말이야.”

넬라에게 파이어 마법을 가르쳤다가 폭발했던 것이 떠오른 루카스는 아이들에게 겁을 조금 줬다.

혹시나 같은 사고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 방어 마법을 시전하긴 했지만, 미연에 방지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으니 말이다.

“끄응…… 무서운데.”

“……나도 무섭다.”

아이들은 마나를 모으다 말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루카스는 괜한 소릴 했나 싶어 얼른 말을 무르려다 그만뒀다. 아이들의 실력은 언젠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마력을 조절하는 법을 먼저 배우지 않는다면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다.

“내가 방어 마법을 쓸게. 그러니 적당히 잘 조절만 해봐.”

“알겠다. 그럼 너를 믿겠다.”

“응. 나도 한번 해볼게.”

아이들은 루카스의 실력을 제대로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한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루카스에게 뒤를 맡긴 아이들이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손끝에 조심스레 마나를 모으는 아이들의 모습에, 루카스 역시도 방어 마법을 펼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손을 중심으로 겹겹이 쌓아 올린 방어 마법이 완성되자, 루카스가 입을 뗐다.

“자, 이제 불꽃을 상상해 봐. 손끝에 모인 마나를 불꽃으로 바꾸는 거야. 어떤 모습을 상상하든 괜찮아. 촛불도 괜찮고, 횃불도 괜찮아. 그게 아니라면…….”

-화륵!

폴라였다. 폴라의 손끝에서 작은 불꽃이 일어났다.

-화르륵!

다음은 스키르였다.

아이들은 손끝에 불러일으킨 작은 불꽃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부, 불꽃!”

“내가 해냈다. 내가!”

아이들은 여태 쌓아 올린 성과를 눈앞에서 확인하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잘했어. 이제 진정하고, 그 불꽃을 움직여 봐.”

아이들의 손에 둥실 떠오른 작은 불꽃은 희미하게 유지되는 중이었다.

“움직여? 이걸?”

“응. 그 불꽃을 천천히 움직여 봐. 지금 있는 손에서 다른 손으로 옮겨도 좋고, 그게 아니라면 땅으로 쏘아 보내도 좋아.”

루카스의 말에 아이들은 다시금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폴라는 다른 한 손을 펼쳐 그곳으로 불꽃을 옮기려 애썼으며, 스키르는 땅을 향해 불꽃을 쏘아 보내려 하고 있었다.

“돼, 됐다!”

폴라가 먼저 성공해 냈다.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겨간 불꽃은 나름 형태를 잘 유지하는 중이었다.

-팡!

“나, 나도! 나도 해냈다!”

다음은 스키르였다. 손에서 쏘아진 불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었지만, 둘 다 불꽃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잘했어.”

방어 마법을 모두 해제한 루카스가 아이들을 칭찬했다.

“헤헤, 우리 이제 초급반 갈 수 있을까?”

“물론이지. 초급반이 아니라 중급반도 머지않았겠는데?”

루카스의 칭찬에 폴라는 뛸 듯이 기뻐했다.

“진짜? 우리 진짜 마법사가 된 것 같아!”

“우리 진짜 마법사다.”

스키르 역시 감격했는지 폴라와 루카스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냈네. 기특한 꼬마들 같으니라고.’

***

“알베르토 님. 저 왔습니다.”

마탑주인 알베르토의 집무실을 찾은 사내는, 얼마 전 가문의 이름을 버린 스턴이였다.

스턴은 스스로 파문한 다음 황제에게 찾아가 새로운 성을 청했다.

그렇게 받은 성은 다름 아닌 알베르토의 성이었다.

알베르토가 자식이 없는 것을 알고 있던 스턴은 알베르토를 찾아가 자신을 양자로 삼아줄 것을 부탁했다.

처음엔 공작가가 껄끄러워 거절했던 알베르토 역시, 황제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스턴을 양자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오오, 그래. 스턴.”

알베르토는 그런 스턴을 바라보며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된 바에 제대로 한번 그를 이용해 볼 생각이었다.

가문의 치마폭에 싸여 세상의 험난함을 겪어본 적 없는 저 순진한 청년을, 어떻게 구워삶아 이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니 즐거워 미칠 지경이었다.

“예, 알베르토님. 제게 시키실 일이 있으시다고…….”

“그래. 내가 자네에게 부탁을 좀 하고 싶은 게 있네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 알베르토는 손을 뻗어 제 앞자리를 권했다.

응접실 탁자에 마주 보고 앉은 두 사람은 영락없는 사제지간이었다.

제국에서 인정받는 인자한 마탑주. 알베르토 님로드.

그의 양자로 들어온 실력 있는 젊은 마법사 스턴은 새로운 성을 받아 스턴 님로드로 거듭났다.

같은 성을 쓰게 되니 자연스레 생긴 유대감에, 스턴은 알베르토를 진짜 제 아버지인 양 따르고 있었다.

그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 옳았고, 그의 뜻은 무엇이든 따를 준비가 되어있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그런 알베르토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하는 부탁이니, 스턴은 그의 부탁을 어떻게 해서든 수행해 내고 싶었다.

“허허, 그래. 다름이 아니라…… 자네가 했던 이야기 말일세.”

“어떤…….”

“시타타에 있는 로드리고 백작가 말일세.”

“예. 그 반역자 집단 말입니까?”

“허허… 반역자 집단이라…….”

알베르토는 눈앞에 있는 순진한 청년이 보이는 과잉 충성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이 순진한 청년은 구워삶을 필요도 없었다. 이미 제 슬하에 들어온 뒤로부터는 자신이 어떤 말을 하든지 끔뻑 죽었다.

알베르토는 이 충성스러운 말을 움직여 로드리고 백작가를 건드릴 심산이었다.

“반역자 집단이 아니면 뭐랍니까? 저는 저희 아버지… 아니, 오닐 공작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아, 다름이 아니라…… 백작가에 시찰을 갈 사람이 필요한데…….”

“시찰이요?”

“그래. 시찰 말일세. 자네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로드리고 백작령에서 광산이 발견되었다고 하더군.”

“예. 알고 있습니다. 꽤 큰 광산이라고 하더군요.”

“그래. 그 규모가 대단한가 보더군. 바마라스에 있는 골드 나인이 판로를 뚫고 있다고 하니 말일세.”

“골드 나인 말입니까?”

제국 사람뿐 아니라 누구라도 골드 나인은 알고 있었다.

골드 나인이 제작하는 상품들은 어디에서나 인기가 있었으며, 어떤 상품이든 그들의 마크가 붙어 있으면 일단 믿고 썼다.

“클클…… 그래.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시타타는 백작가에 영구 귀속된 영지일세.”

“흥, 그렇다고 하더군요. 무슨 천운인지 몰라도 말입니다.”

스턴이 비아냥거리자 알베르토는 옳다구나 싶었다.

“그래, 그러니 황제 폐하께 반기를 든 자들이 그런 천운을 마음대로 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일세…….”

알베르토는 퍽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수염을 매만졌다.

“맞습니다.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그러자 스턴이 얼른 상체를 일으키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

“허허, 당장 뭘 할 것까지는 없네. 우선 한번 다녀와 보게.”

“알겠습니다. 당장 출발하겠습니다. 그 치들이 어떤 술수를 쓰고 있는지 제가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몸조심하게. 자네는 내 아들이니 말일세.”

“……예. 아버지.”

‘아들’이라는 단어에 큰 유대감을 느낀 스턴은 ‘아버지’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자, 드디어 자신이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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