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99화 (99/225)

99화. 문제 (2)

시체가 놓여있는 곳에 도착한 하셀과 아만.

하셀 역시도 아만이 맨 처음 시체를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자식이!”

시체에서 풍겨 나오는 진한 마기에 하셀 역시 끊임없이 욕지거릴 뱉고 있었다.

“이런 나쁜… 나쁜 자식!”

“아버지. 기분 나쁘신 것치고는 욕이 굉장히 순한 맛 아닙니까?”

“시끄럽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하셀이 시체에 엮인 술식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범인을 잡기 위해 단서를 쫓는 탐정처럼 말이다.

“잘 안되십니까?”

“…스읍.”

아만의 말에 작게 바람 들이마시는 소리를 낸 하셀이 다시 술식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셀 역시도 잘 풀리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누군가 무작위로 섞어놓은 듯한 술식은 마치 마음대로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내는 것만큼 짜증이 났다.

“이건 도대체 어떤 변태 자식이 엮어둔 거야?”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실타래는 결국 풀리지 않았다.

“아버지도 못 푸시는 겁니까?”

“못 푸는 게 아니다. 그저 짜증 나는 일이라, 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

“그럼 좀 풀어주세요.”

미간을 찌푸린 아만이 짜증 섞인 어조로 얘기하자, 하셀은 어이가 없다는 듯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허! 어이가 없네? 아들아. 생각을 좀 해봐라. 네 말대로 여기에 분명 마족의 기운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요?”

“하지만 네가 가져온 몰렉의 숨결과도 같은 그런 아티팩트로 엮은 술식일 수도 있어.”

“…….”

하셀의 말이 맞았다. 마족은 남아있지 않더라도 마족의 잔재는 남아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복잡해졌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하지만 이게 진짜 마족의 소행이라면 그 마족 놈을… 아니, 내가 직접 마계에 내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처리해야지.”

“아버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제 아버지인 하셀이 이보다 더 듬직할 수는 없었다.

“그럼 나는 간다.”

“예?”

“갈 테니까 네가 알아서 해. 귀찮게 하지 마라.”

하지만 그 듬직함도 아주 잠시였다.

“…허허.”

아만은 이런 하셀의 태도에 헛웃음이 나왔다.

“웃어?”

“아, 아닙니다.”

허탈한 웃음을 짓던 아만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 그리고. 뭐 알아낸 거 있으면 알려주고.”

아무리 제 아버지라지만 너무나도 얄미웠다.

아버지만 아니었으면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을 만큼!

“간다.”

-파앗!

쿨해도 이렇게 쿨할 수가!

하셀은 그렇게 풀지 못하는 게 아닌, 풀기 짜증 나는 술식이라며 내팽개치고 가버렸다.

“거짓말… 못 푸는 것 같은데…….”

결국 죽도록 얻어터지고 얻어낸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허허…….”

하셀이 떠난 자리를 바라보는 아만은 어이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그 자리를 바라보던 아만이 시체에게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풀어내지 못한다면 최대한 무엇인지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이 기분 나쁜 시체를 다시 마주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별수 있는가.

“찾아내 주지. 네가 누구인지. 그게 아니라면 네게 이런 짓을 한 자식이 누구인지 말이야.”

시체에 손을 얹은 아만은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했다.

아만은 다시 한번 시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훑어낼 생각이었다.

‘머리부터… 응?’

머리에 걸려있는 주술 중,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머리 전체가 아닌 눈에만 걸려있는 복잡한 술식 중 하나가 ‘교환술’ 이었다.

흑마법에도 존재했고, 고대 마법에도, 또한 주술에도 존재하는 흔한 술식이었지만 이것은 그 수준이 남달랐다.

“…장기를 바꿨어?”

그랬다. 누군가 눈앞에 있는 이 시체의 눈과 다른 이의 눈을 바꾼 것이었다.

“누가 이런 개 같은 짓을……!”

다른 사람의 신체 일부를 가져다가 바꾸는 주문은, 흑마법 중에서도 엄격히 다뤄지는 술식이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었으며, 또한 이 마법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 뒤에 따르는 대가가 엄청났다.

가볍게는 바꿔온 장기를 다시 잃는 것부터, 크게는 목숨까지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게 자신의 목숨이 될지, 타인의 목숨이 될지는 모를 일이었기에 더욱 엄격히 다뤄지고 있었다.

머리를 시작으로 신체를 하나하나 뜯어보던 아만은, 누군가 해놓은 추악한 행태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눈을 바꾼 것도 모자라 손과 다리까지 바꿔놓았다.

한마디로 멀쩡한 사람의 신체를 누군가와 모두 바꿔치기했다는 것이다.

더욱 소름 끼치는 것은, 바꿔치기당한 신체 부위가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자식이!!!”

마법 생물인 드래곤에게 있어 마법은 성스러운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누군가 자신의 성스러운 영역을 건드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드래곤에게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어두운 마법들도 당연히 있었다.

흑마법과 흑주술 모두 그것에 포함되는 일이었다.

모두 마력을 바탕으로 행해지는 것이기도 했고, 흑마법과 흑주술 모두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드래곤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이건 선 넘었지.”

시체에서 손을 뗀 아만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이건 말이 안 되고.”

시체에서 쓰인 술식의 패턴이 말이 되지 않았다.

“알베르토…….”

시체에게 쓰인 주문은, 알베르토가 생전에 썼던 패턴과 비슷했다.

아니, 거의 똑같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알베르토는 벌써 삼 년 전쯤에 죽어 없어진 인물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손으로 그의 시체를 황제에게 던져주지 않았는가!

“분명… 분명 죽었는데…….”

아만은 인간의 숨이 끊어졌는지 아닌지를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그날 알베르토는 분명 죽었다.

하지만 인간의 필체만큼이나 주문을 쓰는 방식은 저마다 고유한 방식이 존재했다.

그것을 알아보는 이들은 드물었지만 아만은 드래곤이 아닌가!

한낱 인간이 쓰는 주문 패턴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아무리 비슷한 방식을 쓰는 다른 인간의 것이라고 생각해 봐도, 이것은 알베르토의 것이 맞았다.

“아니, 아니겠지…….”

하지만 말이 되지 않았다. 알베르토는 죽었다.

“…시체를 어떻게 했더라?”

하지만 한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그의 장례가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황성이 습격당해 아무리 정신이 없었다고 한들, 명망 높은 마탑주가 죽었는데 그에 걸맞은 장례가 치러져야 했었다.

‘알베르토의 시체가 어떻게 되었더라……?’

***

시비에의 집무실에 찾아온 앨리는 여느 때와 같이 편안한 태도였다.

“백작님. 저택 앞에 널브러진 사람은 누구?”

“널브러진 사람… 이요?”

“네, 그 머리가 반짝거리는…….”

제 머리 위에 손바닥을 펴 빙빙 돌려 보이는 앨리를 본 백작이 작게 탄식했다.

“아아… 제 아들과 딸을 여기까지 데려다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푸른 늑대 용병단이라고 하더군요.”

“아, 저도 들었어요. 아카데미에서 실종됐었다구요.”

“예, 맞습니다. 애들을 다시 아카데미에 보내야 하는지…….”

백작은 처음부터 아이들을 보내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들을 제 가문을 반기지 않는 수도에 던져놓는 기분은 정말이지… 더러웠다.

하지만 아이들이 수도에서 꽤 잘 생활하고 있기도 했고, 제 친구인 시러스 공작의 아들의 단짝이 되다 보니 아이들을 누구 하나 쉽게 건드는 사람은 없었다.

시러스 공작과의 사이는 그 이후로도 꽤 잘 유지되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흐음… 내키지 않으면 안 보내셔도 되지 않나?”

“하지만 아이들이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는 것을 꽤 좋아합니다.”

“그래도 백작님네 애들이 이번에 죽을 뻔한 거 아닌가?”

앨리의 말이 맞았다. 아이들이 자세히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분명 위험했을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아카데미가 손봐놓은 던전에서 진행되었어야 할 시험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틈새에 생긴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했다.

그렇다면 위험한 요소가 제거된 인위적인 던전이 아닌, 실제 던전에 내던져졌을 것이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백작은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앨리님 말이 맞습니다. 아이들을 아카데미에 다시 보낼 수는 없어요.”

한번 생겨버린 불신은 돌이킬 수 없었다.

아만이 찾아왔을 때도 크나큰 결심을 하고 제 아들인 루카스와 양녀인 넬라를 보낸 것이 아니었는가.

그런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지켜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나니, 다시는 아이들을 그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아졌다.

“흐음~ 제 생각도 그래요. 그 인가… 아니, 여하튼 그런 아카데미는 믿을 게 못 돼요.”

앨리는 하마터면 ‘인간들이 하는 같잖은 학교’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작게 숨을 삼킨 앨리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피어났다.

자신이 아끼는 아만이 그런 표정을 짓게 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가장 깔끔한 것은 모두 죽이는 게 맞지만… 아무런 죄 없는 인간 아이들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이 인간들은 아만이 특히나 아끼는 듯하니 더욱 그럴 수가 없었다.

‘죽이고 싶어도 참아야지 어쩌겠어.’

앨리는 지금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기특했다.

아만을 위해 이렇게나 자비로운 선택을 하다니!

백작의 귀를 팔랑이게 만들어 아이들을 그저 이곳에 묶어놓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시타타도 꽤 살만해졌잖아요? 이곳에서의 생활도 분명 재밌을 거예요.”

화사하게 웃는 앨리를 보자, 백작은 더욱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앉은 이 여자는 돈에 환장한 미친 여자지만, 그녀의 말이 틀린 적은 없으니 말이다.

“예. 그럼요.”

백작 역시 웃음으로 화답했다.

“아, 그보다 무슨 종교가 시타타에 왔다던데. 들으셨어요?”

“아… 부활교 말입니까?”

“푸흡! 부활교래. 이름 한번 엄청나게 유치하네요.”

“뭐 종교 이름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신전도 아닌 종교라니… 이게 과연 시타타에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백작이 가지는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신전 같은 경우에는 대사제나 다른 사제에게 신탁이 내려와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때문에 신탁을 받은 사제가 그 땅을 가진 주인을 찾아가 자신이 들은 신의 음성을 전하고 양해를 구한 다음, 그 땅을 사들여 신전을 짓고는 했다.

또한 모든 국가에서 신탁을 받아 온 사제에게 땅을 내어줄 것을 법으로 정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신탁을 거부하면 어떤 벌이 내려질지 모르기에, 그 땅을 가진 주인이 누구든지 간에 모두들 당연히 땅을 내어줬다.

사제들 역시 땅 주인에게 그에 알맞은 값을 치러주기도 했고 말이다.

“뭐, 나쁠 건 없을 것 같아요. 시타타에 이렇다 할 신전이 없기도 하고, 또 알아보니 부활교가 좋은 일도 많이 한다고 하더라구요.”

시큰둥한 앨리의 답변에 백작은 도리어 놀랐다.

“앨리님이 이렇게 말씀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에? 왜요?”

“종교는 돈이 안 되지 않습니까. 게다가 신전도 아니고 말입니다.”

“하하하! 백작님도 참. 누가 보면 제가 돈에 미친 사람인 줄 알겠네~”

능청스럽게 제 손을 펄럭이는 앨리.

그녀를 보는 백작의 팔에 소름이 돋아났다.

“뭐, 백작님 말씀도 틀린 건 아니죠. 그리고 그 종교가 뭔지는 몰라도 그렇게 오래가진 못할 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흐음~ 그냥 내 느낌?”

싱긋 웃어 보이는 앨리.

사실 앨리는 생겨났다 사라지는 여러 종교들을 목격한 산증인이었다.

신이 아닌 무언가를 모시는 사람들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몇백여 년 전에 마수들을 모신다며 나타난 종교도 있었다. 그들의 결말은 뭐…… 예상 가능하다시피 처참했다.

제를 지낸다며 모인 모든 사람이 마수에게 무참히 잡아먹혔으니 말이다.

게다가 자신이 아는 신들은 그렇게 자비롭지 않았다.

‘신이 얼마나 지랄 맞은데.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모신다? 말도 안 되지.’

그녀의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부활교 역시도 얼마 가지 못하고 스러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앨리님의 말이 맞겠지요.”

“그럴 거예요.”

0